기억 속의 유괴 붉은 박물관 시리즈 2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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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붉은 박물관>에서 거침없는 추리로 신선미를 뽐냈던 '설녀' 히이로 사에코.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지만 인간관계에서는 불통이라 뛰어난 실력을 가졌지만 비교적 한직인 미결이나 종결된 사건의 자료 보관소인 붉은 박물관의 관장으로 있다.

하지만 자료를 정리하다 뭔가 촉이 오면(?) 이렇게 말한다.

 

"이 사건의 재수사를 실시한다."

 

 

이 한마디면 미결도 종결이 되는 마법의 말이다~

일본에서 <붉은 박물관> 이후 7년 만에 나온 후속작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전작에서는 꼼짝하지 않던 사에코가 이번엔 매 사건마다 용의자들을 직접 대면한다.

그들에게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질문을 하고 인사도 없이 나오는 사에코 때문에 사토시만 죽을 맛!

그러나 점점 사람을 상대하는 방식이 나아지고 있는 사에코의 변화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다섯 편의 이야기들은 마치 따로 발표된 단편들을 모아 놓았는지 매 편 사에코와 사토시에 대한 묘사가 비슷하게 담겨 있어서 식상한 느낌이 드는 단점이 있다.



"특이한 사람이네."

 

 

이 말에 딱 맞는 사에코지만 해묵은 사건 자료에서 뭔가를 찾아내는 탁월함은 읽을 때마다 신기하다.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다르게 생각하기' 가 왜 필요한지를 각인시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십수 년 전 수많은 형사들이 매달려도 찾지 못한 범인에 대한 단서를 찾아내는 사에코는 시점은 사실 특별하지 않다.

남들도 다 생각했지만 설마? 아이,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어. 쓸데없는 생각이지.라고 치부하며 내버렸던 것들이다.

조금만 다르게 바라보거나 생각했다면 잡을 수 있었던 범인을 늘 생각하던 방식으로, 늘 보던 방식으로만 대했기에 놓쳐버린 세월이 아까울 뿐이다.

 

모든 단서를 다 알려주지만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꿰뚫어 보는 사에코의 그 시선이 바로 독자를 만족시키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전작에선 범인을 하나도 못 맞췄지만 이번엔 첫 번째 이야기의 범인을 중간에 알아차렸다.

추리 실력이 조금씩 느는 거 같다^^

 

가볍게 읽기 좋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사람들이 워밍업 하기 좋은 추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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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소녀들이 사라집니다.

주인공 클로이는 심심하던 하루를 보내던 중 동네 멋진 언니들처럼 꾸미는 놀이를 했습니다.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면 좋을 거 같아 엄마의 옷장을 뒤지다 발견하면 안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클로이의 아빠는 연쇄살인범으로 체포되고 그렇게 클로이의 인생은 엉망진창이 되죠.

20년 후 똑같이 소녀들이 사라집니다.

그때 그 시절의 사건과 똑같이.

클로이의 아빠는 감옥에 있는데 말이죠...



이 뭔가 오싹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의 끝은 뭘까요?

스릴러의 대가들이 읽고 다들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데 저는 그 이유가 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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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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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그 누구도 두 번 죽지 않는다. 누구도 이미 죽은 사람을 또 죽일 수는 없다. 그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살인자를 찾고 있었지만 모두 해답을 가지고 있었다. 그 사건에서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부분, 즉 빠져 있는 부분은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에 의해 채워졌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클라우디아 피녜이로가 또 한 번 우리가 닿을 수 없는 이야기로 독자들을 패닉에 빠지게 할 거 같다.

 

설마설마... 아니겠지... 하며 읽다가 분노와 동시에 슬픔을 느꼈다.

그저 희생양으로만 보였던 인물의 또 다른 모습을 대하면서 이 이야기에서 무엇을 믿어야 할지를 알 수 없게 되었다.

 

* 30년 전 토막 난 시체로 불에 태워진 채 발견된 동생 아나의 사건 이후 신을 믿지 않기로 결심한 리아는 집을 나와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 자신에게 두 명의 이모가 있다는 걸 알게 된 마테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남긴 세 통의 편지를 가지고 리아 이모를 만나러 간다.

 

* 아나가 자신의 무릎에서 죽은 그날. 뜻하지 않은 사고로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마르셀라. 새로 생기는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지만 그날의 기억만큼은 마르셀라의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있다.

 

* 맏이인 카르멘은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 마테오가 사라지자 그를 되찾기 위해 30년 동안 연락 한 번 한 적 없는 리아를 찾아간다. 모두의 기억 속에서 상냥하고 순진하고 착했던 아나. 그러나 카르멘의 기억 속 아나는 늘 그녀를 시기하고 그녀를 이겨먹으려고 하는 카르멘 따라쟁이었을 뿐이다.

 

* 귀염둥이 셋째 딸을 잃고 죽기 직전까지 아나의 죽음을 파헤쳤던 알프레도. 그는 진실을 알고 더 괴로웠다. 그래도 그 진실을 묻어 둘 수 없어 편지를 쓴다. 그가 마지막 남긴 편지 속에 무슨 진실이 들어 있을까?

 

 

여러 명의 화자가 이야기하는 아나 살인사건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느껴진다.

그래서 아나에 대한 느낌까지도 반전되어 버리는 이야기 앞에서 세상사를 한 번에 배워버린 기분이다.

 

종교가 '고해성사'라는 이름으로 죄를 사해주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그럼에도 그것이 모든 죄의 책임을 묻지 않는 견고한 성처럼 숭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나님의 용서가 곧 모든 걸 없던 일로 해준다는 그 믿음.

그들은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죄를 뉘우침 없이 없던 걸로 만든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남자지만 그 남자를 움직이는 건 여자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의 의미를 여실히 보여주는 이야기다.

그래서 더욱더 여자들의 모든 것을 옥죄어 온 게 가부장제의 부당함이다.

 

죽이지 않았으니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죽이는 것보다 더한 짓을 하고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하나님을 찾는 사람들.

세상을 종교적 잣대로만 판단하는 사람들.

 

그 모든 사람들은

결국

자신의 행복을 위해 그 모든 결정을 내렸던 거다.

 

그래서

그것이

더 끔찍한 느낌으로 남는다.

 

서로의 손을 잡고 대성당을 그리던 사람들이

성경으로 하나님을 공부하는 사람들 보다 더 많은 것을 헤아릴 줄 안다는 사실을 그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종교의 자유는 가족 간에도 존재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그건 종교를 믿는 게 아니다.

자식에게도 자신들의 신앙을 강요해서는 안 되지.

종교가 없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말해서도 안 되지.

 

신의 이름으로

모든 죄를 사해 달라는 이기심은 무법과도 같은 것.

 

내가 비종교인이라 그럴까?

고해성사로 자신의 죄를 덜어버리는 그 행위가 참 이중적으로 느껴졌다.

 

여기 등장하는 여자들 모두 신을 죽였다.

신의 이름으로 행한 행동으로 신을 욕되게 함으로써.

신조차 용서할 수 없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는 걸 보는 순간 그들의 마음에서 삭제 시켰다.

 

전작 <엘레나는 알고 있다>에서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특별했는데 이 이야기 역시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결론으로 독자를 자유롭게 만든다.

모든 건 남겨진 이들의 몫.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도 그들의 몫.

 

용서는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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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 블루 아이
루이스 베이어드 지음, 이은선 옮김 / 오렌지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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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이유가 있다.

그렇게 근사한 문구는 처음이었다고 해야 할지, 그렇게 끔찍한 문구는 처음이었다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페일 블루 아이>는 영화로 처음 만났다.

영화를 보고 원작을 읽을 때 가장 난해한 점은 영화 속 이미지가 투영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스스로 상상하지 못하고 배경이나 인물의 특징이 영화 속 이미지로 바로 떠오른다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영화 속 장면들 때문에 이야기를 따라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영화 속 이미지들로 인해 소설의 묘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은퇴한 랜도 경위에게 어느 날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에서 생도 한 명이 그를 데리러 온다.

사관학교에 도착한 랜도 경위는 밤사이 그곳에서 자살한 생도가 있었고 누군가 그의 심장을 도려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교장은 조용히 처리하고 싶어 했고, 랜도는 사특한 집단이 사관학교 안에 파고들었다고 생각한다.

 

우스꽝스러운 가죽 모자 밖으로 검은 머리 두 가닥이 삐져나와 눈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적갈색이 섞인 회색 눈은 얼굴에 비해 너무 컸다. 치아는 그와 반대로, 야만족 족장이 거는 목걸이에서 볼 수 있음 직하게 작고 정교했다. 나뭇가지처럼 비쩍 마른 그에게 잘 어울리는 섬세한 치아였다. 전체적으로 가냘픈 그의 체형 중에 이마만 예외라 모자라도 가려지지 않았다. 핏기 없이 큼지막한 이마가 아나콘다의 목에 걸려서 내려가지 않는 먹이처럼 모자 밖으로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에드거 앨런 포가 등장하는 장면의 묘사는 아주 신랄하다.

나이는 들었으나 신입생인 사관생도 '포'는 랜도에게 접근해 이렇게 말한다

 

"범인은 시인입니다."

 

 

 

목매단 시체에서 사라진 심장

거세당한 시체에서 사라진 심장

 

600페이지가 넘는 깨알 같은 글씨가 촘촘하게 이야기를 나열하고 있다.

19세기 음산한 웨스트포인트 육군 사관학교는 신생이라 이래저래 신경 쓸 것이 많다.

그런 와중에 살인사건은 계속 벌어지고, 주변 농가의 동물들도 장기가 도려내지는 일들이 계속 발생한다.

누군가 사악한 주술을 부리는 것 같다.

 

랜도는 사관생도들을 관찰하기 위해 '포'를 스파이로 삼는다.

 

"생도로 생도를 잡는 작전이로군요."

 

 

예리한 포.

어딘지 불안해 보이는 랜도.

두 사람의 캐미는 아버지와 아들처럼 잘 어울린다.

 

점점 수사망을 좁혀가는 이들 앞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

범인은 왜? 어째서? 심장을 도려내는 걸까? 그걸로 무엇을 하려는 걸까?

사탄 숭배 의식이라도 치르려는 걸까?

 

이 이야기엔 또 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최초의 살인이 벌어진 교정에서 은근슬쩍 사라진 진실...

예리함이 넘치는 '포'는 그 사실을 알아낼까?

 

역사소설에 활력을 불어 넣는 작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가 접하는 모든 미스터리의 세계를 만들어 냈다는 에드거 앨런 포를 직접 출연시켜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솜씨가 탁월한 <루이스 베이어드>는 두꺼운 벽돌책의 무게를 덜어내 주는 필력을 가졌다.

영화 속에서 느낄 수 없었던 디테일한 심리를 책을 통해 느끼며 묘한 스릴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다.

 

이 이야기의 압권은

'포'가 발견해낸 추리에 있다.

그가 랜도 앞에서 자신의 추리를 펼치는 장면의 짜릿함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은 이야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든다.

절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은 바로 이 이야기에 쓰여야 한다.

 

"아무래도 제가 보기에는 랜도 씨가...."

"어떤 사람을 보호하려는 것 같습니다."

"누굴요?"

 

 

과연 랜도가 보호하려는 사람은 누구일까?

한 번 맞혀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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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인문학적인 미술사 - 단숨에 읽히는 시대별 교양 미술 수업
이준형 지음 / 날리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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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처럼 서양미술사에 담긴 수많은 인과관계들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각각의 미술사조 및 작품을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의도로 기획되었습니다.

- 작가의 말

 

인간은 언제부터 그림을 그렸을까?

왜 그렸을까?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이 있을까요?

 

이 책을 읽으며 저 질문에 대해 추측해 본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본 것들을 기록하는 습성이 있고, 문자가 없었던 시절엔 가장 비슷하게 기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림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인간은 자신이 본 것과 들은 것들을 기록하기 위해 그림으로 남겼다.

 

<세상 인문학적인 미술사>에는 미술의 시작부터 지금 동시대의 미술까지를 다뤘습니다.

 

 

미술에 대한 책들이 다양하게 나와있어 책을 읽는 분들이라면 한두 권쯤은 미술에 관련된 책들을 읽어 보셨을 겁니다.

그래서 웬만한 시대별 미술사들을 대표하는 이름들은 다 아실 겁니다.

중세미술, 바로크양식, 로코코미술, 낭만주의, 현대미술 등등 그러나 읽고 나면 다 사라지고 마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책은 미술사를 이야기하면서 그 미술이 유행했던 시대의 역사적 사실들과 시대상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딱딱하고 알아듣기 힘들어서 일반인은 잘 이해하기 어려운 미술사에 대해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책입니다.

미술사를 이야기하면서 그 시대의 역사, 문화, 철학, 문학, 과학, 종교까지를 다 아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그 시대의 모든 것들의 '맛'을 볼 수 있습니다.

 

단순 명료한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미술에 '미'자도 모르는 사람이라도 미술이 어떤 것인지를 대강 그려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은 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은 사람보다는 미술 초보인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책입니다.

 

저는 최근 들어 전시회를 자주 찾아다니며 그림을 느끼고 있는 중인데 사실 보는 것을 선호하지 그 그림의 가치와 시대적인 위상 같은 건 보고도 거의 잊어버리고 맙니다.

아예 기초가 없기 때문에 미술사에 관한 책을 읽고, 그림들을 봐도 장황하기만 할 뿐 정리가 되지 않았어요.

 

<세상 인문학적인 미술사>는 미술에 대한 기초가 없는 사람들에게 미술사를 알려주는 '가이드북'입니다.

그래서 미술사에 대한 이야기만 하느라 글자만 가득한 책이 아니냐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을 거 같아서 말씀드리자면

다양한 작품들의 사진이 함께 담겨 있기에 문자의 바다에서 헤매시지 않아도 됩니다^^

책을 통해서나 미디어를 통해서 언젠가 한 번은 봤을 그림들과 조각, 건물 등을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습니다.

 

미술사를 시대별로 설명이 되어 있어서 기초를 다질 수 있는 책이랍니다.

미술에 관심이 있지만 잘 몰라서 선뜻 다가가기 힘들었던 분들

미술과 인문학적 교양을 같이 쌓고 싶으신 분들

그림이나 미술사조에 대해 알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시는 분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어 줄 책입니다.

 

잘 구성된 미술 교과서라고 생각하시면 이 책을 좀 더 잘 활용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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