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 피노키오를 줍고 시체를 만났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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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와 피노키오.

왠지 귀여운 조합 같은데 그들의 여정은 전혀 귀엽지 않다.

 

어느 날 나무로 만든 팔을 주운 빨간 모자.

그 팔은 피노키오의 오른팔이었습니다.

피노키오의 오른팔은 자신의 나머지 몸을 찾아 달라는 글을 씁니다.

빨간 모자는 피노키오의 오른팔과 함께 나머지 몸을 찾으러 길을 떠납니다.

그러나 빨간 모자가 가는 곳마다 사건이 벌어지고 시체를 마주하게 됩니다.

 

서양 동화 X 본격 미스터리 트릭 서양 편 시리즈인 이 이야기엔 친숙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죠.

빨간 모자, 피노키오, 엄지 공주, 허풍선이 남작, 브레멘 음악대, 피리 부는 사나이, 백설 공주와 난쟁이들, 아기 돼지 삼 형제 등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 동화들에 빠지면 서운한 마녀도 함께 등장해서 재미진 양념을 뿌려줍니다.

초호화판이죠?

 

이 이야기의 신선함은 이 익숙하고 친숙한 캐릭터들의 반전에 있습니다.

왠지 어리숙한 흐름의 이야기는 동화 같지만 등장인물들의 반전은 스릴 있습니다.

게다가 가는 곳마다 사건과 마주치는 빨간 모자는 영악하게 추리를 잘해서 범죄를 파헤칩니다.

 

그동안 동화를 각색한 이야기들을 많이 봤는데 이 이야기에서 만나게 되는 인물들은 친숙함에 사악한 재를 뿌려 놓은 거 같습니다.

피리 부는 사나이의 사연은 안타깝고, 아기 돼지 삼 형제의 끝은 참담하기 그지없죠.

더욱 놀라운 건 백설 공주의 반전입니다!

 

서양 동화의 캐릭터들에게 반전을 주어 이야기를 맛깔나게 이어가는 작가의 기발함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넷플릭스에서 9월에 상영된다는데 과연 어떤 모습으로 개봉될지 궁금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영상화가 되었을지 너무 궁금했거든요.

설마 전부 일본 배우들이 나오는 건 아니겠죠?

왠지 그러면 그냥 책만 읽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전작을 읽지 않고 이 작품을 읽었는데 전작들도 읽어 보고 싶어요.

요즘 제가 미미 여사님 괴담집을 읽는 중이라 이 시리즈의 홀수 편들에 더 관심이 갑니다.

홀수 편들은 일본의 옛날이야기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 트릭이라서 더 신박한 이야기들이 될 거 같아서 기대됩니다.

 

빨간 모자가 명탐정(?)이 되어 사건 현장에서 외치는 소리

 

"당신의 범죄 계획은 왜 그렇게 허술해요?

 

이 말이 나올 때마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됩니다.

 

가벼운 추리와 함께 익숙한 캐릭터들의 반전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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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점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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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지로 불안불안하다!

 

 

이번 편부터 도미지로가 온전하게 혼자서 미시마야 괴담 자리 흑백의 방 청자가 되었다.

오치카는 효탄코도의 간이치와 혼인을 하여 미시마야를 떠난다.

 

근데.

도미지로.

훤칠하게 잘생긴 양반으로 다정하고, 구김살 없고, 달달한 거 좋아하고 붙임성 좋은 도련님으로 알고 있었는데

딱! 거기까지만 좋다.

이렇게나 경망스럽고, 겁쟁이에, 호들갑스러운 줄 몰랐다!

어쩜 나이 어린 오치카 보다 더 설레발일 수 있니?

 

 

"---- 벌레라는 건 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도미지로는 자신의 콧등을 가리키며 물었다.

도안 노인이 뚱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달리 누가 있겠소."

"제가. 벌레라고요?"

중얼거리던 도미지로는 그제야 알아들었다.

"돈벌레?"

도안 노인은 흥 하고 코웃음 치며 말했다. "밥벌레라는 생각으로 한 말이었지만 그것도 좋군."

 

 

 

도안 노인은 직업소개소를 운영한다.

미시마야 괴담 자리를 주선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도안 노인은 오치카에게도 친절하게 굴지 않았지만 도미지로에게는 완전 못마땅한 표현을 감추지 않는다.

밥벌레, 돈벌레로 생각하며 부잣집 한량 취급이다.

도미지로가 그렇게 형편없는 건 아니지만 워낙 조숙하고 찬찬하게 마음을 쓰며 미시마야 괴담 자리를 운영했던 오치카와 너무 비교가 되어 읽는 나도 불안불안하다.

 

 

눈물점은 뭐랄까. 망령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망령이 씌면 눈물점이 생기고, 툭 떨어지면 씌었던 것이 떨어진다.

 

 

<눈물점>

도안 노인의 배려였는지 도미지로의 첫 괴담 자리는 어릴 적 친구인 두부집 아들 마메네 하치였다.

동네에서 유명한 두부집이었던 하치네 집은 어느 날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족들이 모두 흩어졌다.

하치의 이야기는 갑자기 사라져야만 했던 가족들의 불운을 이야기한다.

형수들과 누나에게 붙었던 눈물점. 그 눈물점이 저지르는 기행.

그것을 알아보는 작은 누나와 하치. 왜 어른들은 꼭 모든 문제가 적나라하게 퍼져서 손쓸 수 없을 때에야 애들 말을 믿어주는 걸까?

이 눈물점의 망령은 누구였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가가리야의 여자가 묘지가 있는 언덕에서 꽃을 구경할 수 없는 까닭은, 그렇게 하면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시어머니의 무덤>

이번 편에서 가장 무시무시했던 이야기.

얼마나 원념이 깊었으면 그리 오래도록 저주가 내려올까?

시어머니는 어째서 며느리가 행복한 꼴을 못 보는가?

이유 없이!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미워한 이유가 없어서 더 무섭다!

 

 

복이든 흉이든 주운 것은 주운 곳에 가져다 놓는 것이 도리일세.

 

 

<동행이인>

파발꾼.

달리고 달리는 사람.

어느 날 그의 뒤에서 일정 거리를 두고 따라오는 귀신이 있다~

그리고 그 귀신과 머무는 곳에는 항상 불이 난다.

참.. 읽고 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이야기.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길...

 

"이 저택은 자신의 잘못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니노야 모 님의 분노가 형체를 이룬 것. 원념이 만들어 낸 환상일세."

 

 

<구로타게 어신화 저택>

이 책의 3분에 2를 채우는 이야기.

10여 년 전 갑자기 사흘 동안 사라졌던 사람들의 이야기.

영주를 지키는 무사 긴에몬

권세가 있는 집 아들이나 도박꾼인 진자부로

전당포집 하녀 오아키

지주의 아내 오시게

배 목수이자 술주정뱅이 이노스케

약재상 마사키치 이 여섯 명의 원죄는 무엇일까?

차례차례 자신의 죄를 밝히고 죽어가는 사람들.

과연 이곳에서 탈출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고정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해진다.

아직 갈팡질팡 도미지로이지만 너무 안온한 삶을 사는 도련님이라 세상사의 어두운 면을 모른다.

그래서 없어 보이는 진지한 면이 이 괴담집을 토대로 차곡차곡 쌓아지는 게 아닐까?

 

 

오치카가 3년간의 괴담 자리를 통해 한층 성숙해지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깊어진 만큼

도미지로의 미시마야 변조괴담 자리도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더 진지하고 노련한 모습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앞으로 도미지로가 그려나갈 괴담 이후의 그림들도 궁금해진다.

 

 

미미여사는 오치카에서 도미지로로 청자를 바꿈으로써 좀 더 어둡고 진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녀의 깊어지는 이야기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진다.

원래 괴담 자리는 100개의 초를 켜고 백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초를 하나씩 끈다.

마지막 촛불이 꺼지면 괴담 자리도 파하게 된다.

미미 여사는 99개의 이야기로 마무리하겠다고 한다.

이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미미 여사의 머릿속이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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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금빛 눈의 고양이 미시마야 시리즈 5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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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고 버리고, 듣고 버리고.

미시마야의 괴담 자리의 규칙이다.

이번 이야기부터 도미지로는 숨어서 듣는 게 아니라 오치카와 함께 이야기 손님을 맞는다.

그림에 취미가 있는 도미지로는 그답게 괴담을 듣고 그림으로 남긴다.

오치카가 숙부 이헤에와 오타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혼자 조용히 삼키곤 했던 괴담의 후유증을 도미지로는 그림으로 갈무리한다.

 

"집 안에 열어서는 안 되는 방이 있고 가까이 가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어요. 하지만 그곳에는 대가를 내놓으면 반드시 소원을 이루어주는 신이 있습니다."

 

<열어서는 안되는 방>

소원을 들어주는 행봉신.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가 너무 크다.

여태껏 읽은 괴담 중에 가장 쎈 캐릭터.

이 글 읽고 이틀을 앓았음. 공교로웠던 게냐 아니면 나의 어깃장이냐 ㅠ.ㅠ

 

<벙어리 아씨>

몬모를 부르는 목소리.

귀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 오세이.

영주의 첩이 낳은 아가씨는 말을 하지 못하고 오세이는 그곳에서 아가씨를 모시는 일을 한다.

그 성에는 오세이에게만 보이는 귀신이 있다. 10살에 죽은 이 성의 주인이 될 뻔했던 도련님.

지박령이 된 도련님을 좋은 곳으로 보내려는 오세이의 계획은 성공할까?

 

근성이 비뚤어진 사람이 가면을 발견하기 쉽기 때문이야.

그놈들이 상자에서 나와버렸을 때 말이지.

 

 

<가면의 집>

이 이야기도 오싹.

가면을 지키는 파수견 오타네.

오타네만 가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가면이 도망치지 못하게 지켜야 하지만 오타네는 가면의 꼬임에 빠지게 되는데...

 

<기이한 이야기책>

사람의 수명을 알려주는 책?

필사하는 사람의 운명을 알려주는 책?

필사는 하되 내용은 읽지 말라는 이야기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이 괴담을 하는 사람은 효탄코도의 간이치.

간이치로 인해 도미지로가 그린 그림은 오동나무 상자에 담기게 된다.

그리고 이 기이한 이야기책 때문에 영향을 받은 듯한 간이치에 대해 오치카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데...

 

<금빛 눈의 고양이>

도미지로와 형 이이치로의 이야기.

생령이 되어 금빛 눈의 고양이 모습으로 형제를 찾아온 오킨.

장남으로서의 무게가 느껴졌던 이야기.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괴담의 수위는 높아진다.

이번 편에서 소원을 들어준다는 행봉신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다.

이상하게 뇌리에 남는 이 이야기는 도미지로가 그린 그림을 오치카와 오카쓰가 멋지게 해석해서 마음을 털어버리게 만들었다.

 

이야기를 하는 자와 이야기를 듣는 자가 1:1 인 구조에서 도미지로의 합세로 인해 이야기의 수위가 조금 더 으스스하게 변한 느낌이다.

앞으로 도미지로가 맡게 되는 미시마야의 괴담 자리는 더 강하고, 더 괴기스러운 괴담들로 채워질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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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황무지
S. A. 코스비 지음, 윤미선 옮김 / 네버모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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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국 태어난 대로 사는 거야."

 

보러 가드에게 감옥이라는 선택지는 없었다.

 

 

<검은 황무지> S.A. 코스비의 필력에 감탄하는 이들이 많아서 사놓고 이제야 읽게 되었다.

보러 가드. 일명 버드.

가난한 흑인이자 감옥신세까지 진 버지니아 최고의 드라이버.

아버지가 남긴 차 더스터로 불법 경주에 짬짬이 참가해서 승리를 거두지만 보통은 평범하게 가정에 충실한 삶을 사는 평범해지고 싶은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피에 흐르는 '몽타주'가의 DNA는 버드를 자꾸 일상에서 일탈하게 만든다.





최고의 드라이버지만 정비소를 운영하며 가정에 충실하고 싶었던 보러가드.

그러나 유혹의 손길이 뻗쳐 오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다짐을 하는 버드.

 

열심히 살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 보러가드를 버드에게로 이끈다.

가족을 지키고 평범함 삶을 지키기 위해서 어둠을 걸어야 하는 보러가드에게 너무 감정이입이 된다.

빠른 전개 사이사이로 보러가드의 과거가 현재와 이어지고, 그의 선택은 너무나 계산적이지만 또한 그만큼 충동적이다.

 

잘 계획한다고 해서 계획대로 된다면 세상이 불공평할 리가 없지...

 

사진처럼 기억하는 좋은 두뇌를 가졌지만 그에게 주어진 현실은 급급한 삶이다.

현혹되지 않으려고 검은 손들과 거리를 두지만 각종 청구서와 아이들의 미래가 그를 무겁게 짓누른다.

단 한 번의 기회.

그 기회를 보러가드가 계획한 대로 했다면 성공했을까?

아니 무탈했을까?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소재다.

그런데 흔하지도 않고, 어디서 본듯하지도 않다.

그건 코스비의 필력 때문이리라...

 

보러가드가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들이 곳곳에서 무너지지만

그의 단 한 번만!의 그 기회가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지만

현실은?

 

아버지가 된다는 건.

가정을 지킨다는 건.

가장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보러가드가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가 지키고 싶은 것들이 지키려고 할수록 점점 위험해지는 상황이 숨을 멈추게 만든다.

스피디 하지만 스피디 하지 않고

빤하지만 빤하지 않다.

 

다 읽고 나서 왜들 코스비에 열광하는지 알 거 같다.

 

가난한 흑인 가장의 고달픈 자기 삶 지키기를 왜 그렇게 눈물 나게 응원하게 되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건 보러가드의 이야기와 버드의 이야기가 동시에 녹아내려 그의 삶 전체가 독자에서 스며들기 때문이다.

비슷한 서사는 많이 보았지만 보러가드의 이야기만큼 뇌리에 박혀서 그와 동일시되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는 처음이다.

 

그동안 영화와 소설을 통해 알게 된 보러가드와 비슷한 상태의 인물들에게는 전혀 동정심을 느끼지 못했는데

보러가드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가 뭘까?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담백하게 척박하지만 진정성 있는 인물을 그려낸 코스비의 능력 때문인 거 같다.

 

보러가드는 덴젤 워싱턴과 이드리스 엘바를 합쳐놓은 인물 같다.

<검은 황무지>를 읽는 내내 스피디 하게 내달렸다.

그의 애마 더스터를 같이 타고 달리는 기분은 씁쓸한 자유였다...


 

"세상은 문제 없어, 로니. 엉망인 건 우리 자신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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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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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여있던 감정들이 풀리는 이야기.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 작은 배려를 담은 한 마디, 이런 것들이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등을 밀어 준다. 그 부드러운 힘으로, 사람은 바뀐다.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문장이자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문장이다.

이 짧은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겐 소소하게 지켜봐 주는 사람들이 있다.

주변에서 의식하지 못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듯한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늘 내 곁을 스치고 지나다녔던 사람들이다. 내가 의식하기 전까지는 알아채지 못했던.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비로소 내 인생에 들어온 거 같은 그런 주변인들.

 

다정함이나 배려 따위 없이, 누군가가 무너지는 모습을 위해서 내려다보며 즐기고 있었다. 자신의 고통에는 민감하게 굴면서 남의 아픔에는 무관심했다.

 

미쓰에 할머니의 변화된 모습에서 예전 친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늘 쪽진 머리에 한복을 고수하셨던 할머니가 어느 날 고모들의 꼬임(?)에 빠져서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펌을 하시고 오셨다.

그 모습을 본 아빠의 모습은 다카오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자신의 엄마는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사실이 뇌리에 박혔던 모양이다.

우리는 할머니 편을 들었지만 아들의 말에 할머니는 다음 날 바로 머리를 풀고 머리가 길 때까지 수건 같은 걸로 머리를 감싸고 다니셨다.

 

모지항 텐더니스 고가네무라점 편의점 점장의 팬클럽에 가입한 미쓰에 할머니는 재산을 처분하고 아들네로 왔다.

아들네를 위해 그리했지만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는 할머니의 외로움을 아무도 몰라줬다.

늦게나마 할머니의 외로움을 깨달은 손녀 시노는 아빠 다카오에게 맞서 할머니를 응원한다.

가족 간에도 서로의 달라진 모습을 이해하고, 응원해 주는 게 필요하다.

항상 자기틀에만 맞춰 세상을 보는 것은 가족에게 가장 가혹한 잣대가 된다.

그리고 그런 잣대들에 휘둘리다 보면 세상 밖에서도 마찬가지로 흔들리고, 휘둘리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소중한 부분은 결국 스스로 지켜 내야 한다는 사실을 쉽게 잊어."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은 결국 나 스스로를 지켜내야 한다는 말이다.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3편의 에피소드에는 자신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 그들의 가치를 알아보고 손을 내밀어 주는 이들은 모두 텐더니스 고가무라점과 연관된 사람들이다.

 

"소중한 사람의 실패는 함께 극복해 가는 것!"

 

하지만 그 올바름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괴로워하는,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면 꼭 옳은 것을 주장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옳은 것을 주장했던 미즈키는 어느새 '하트의 여왕'으로 불리며 친구들 사이에 불편한 존재가 되었다.

중학교 땐 그녀를 따라주었던 친구들이 고등학생이 되자 그녀의 '강함'이 불편해진다.

단짝 친구와도 그것 때문에 헤어져 외톨이가 된 미즈키는 고등학교에서 새로운 무리와 어울리지만 중학교 때처럼 나서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소문은 이미 퍼졌고 '하트의 여왕'은 이제 왕따가 되어 버릴 순간에 서 있다.

미즈키는 자신이 당하고 나서야 깨닫는다. 자신을 왕따시키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예전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는걸.

 

배우 뺨치게 잘 생긴 텐더니스 점장의 화려한 활약(?)으로 사람들의 고민거리를 해결해 주는 이야긴 줄 알았다.

그러나 잘생긴 편의점 점장 역시 화려한 배경이었을 뿐.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현실에서 우리가 모두 겪고 있거나, 겪었던 일들이 그려져 있었다.

잔잔한 이야기지만 읽다 보면 나 자신을 투영하게 하는 이야기들 앞에서

지금 잘 살고 있나?를 점검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가늠하게 한다.

 

소소한 이야기 같은데 폭풍우를 감추고 있다.

잔잔하게 그려서 담담하게 받아들여질 뿐.

가볍게 읽히지만 사회의 여러가지 문제들과 인간적인 대처 방법이 잘 그려진 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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