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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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여있던 감정들이 풀리는 이야기.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 작은 배려를 담은 한 마디, 이런 것들이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등을 밀어 준다. 그 부드러운 힘으로, 사람은 바뀐다.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문장이자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문장이다.

이 짧은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겐 소소하게 지켜봐 주는 사람들이 있다.

주변에서 의식하지 못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듯한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늘 내 곁을 스치고 지나다녔던 사람들이다. 내가 의식하기 전까지는 알아채지 못했던.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비로소 내 인생에 들어온 거 같은 그런 주변인들.

 

다정함이나 배려 따위 없이, 누군가가 무너지는 모습을 위해서 내려다보며 즐기고 있었다. 자신의 고통에는 민감하게 굴면서 남의 아픔에는 무관심했다.

 

미쓰에 할머니의 변화된 모습에서 예전 친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늘 쪽진 머리에 한복을 고수하셨던 할머니가 어느 날 고모들의 꼬임(?)에 빠져서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펌을 하시고 오셨다.

그 모습을 본 아빠의 모습은 다카오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자신의 엄마는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사실이 뇌리에 박혔던 모양이다.

우리는 할머니 편을 들었지만 아들의 말에 할머니는 다음 날 바로 머리를 풀고 머리가 길 때까지 수건 같은 걸로 머리를 감싸고 다니셨다.

 

모지항 텐더니스 고가네무라점 편의점 점장의 팬클럽에 가입한 미쓰에 할머니는 재산을 처분하고 아들네로 왔다.

아들네를 위해 그리했지만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는 할머니의 외로움을 아무도 몰라줬다.

늦게나마 할머니의 외로움을 깨달은 손녀 시노는 아빠 다카오에게 맞서 할머니를 응원한다.

가족 간에도 서로의 달라진 모습을 이해하고, 응원해 주는 게 필요하다.

항상 자기틀에만 맞춰 세상을 보는 것은 가족에게 가장 가혹한 잣대가 된다.

그리고 그런 잣대들에 휘둘리다 보면 세상 밖에서도 마찬가지로 흔들리고, 휘둘리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소중한 부분은 결국 스스로 지켜 내야 한다는 사실을 쉽게 잊어."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은 결국 나 스스로를 지켜내야 한다는 말이다.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3편의 에피소드에는 자신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 그들의 가치를 알아보고 손을 내밀어 주는 이들은 모두 텐더니스 고가무라점과 연관된 사람들이다.

 

"소중한 사람의 실패는 함께 극복해 가는 것!"

 

하지만 그 올바름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괴로워하는,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면 꼭 옳은 것을 주장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옳은 것을 주장했던 미즈키는 어느새 '하트의 여왕'으로 불리며 친구들 사이에 불편한 존재가 되었다.

중학교 땐 그녀를 따라주었던 친구들이 고등학생이 되자 그녀의 '강함'이 불편해진다.

단짝 친구와도 그것 때문에 헤어져 외톨이가 된 미즈키는 고등학교에서 새로운 무리와 어울리지만 중학교 때처럼 나서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소문은 이미 퍼졌고 '하트의 여왕'은 이제 왕따가 되어 버릴 순간에 서 있다.

미즈키는 자신이 당하고 나서야 깨닫는다. 자신을 왕따시키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예전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는걸.

 

배우 뺨치게 잘 생긴 텐더니스 점장의 화려한 활약(?)으로 사람들의 고민거리를 해결해 주는 이야긴 줄 알았다.

그러나 잘생긴 편의점 점장 역시 화려한 배경이었을 뿐.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현실에서 우리가 모두 겪고 있거나, 겪었던 일들이 그려져 있었다.

잔잔한 이야기지만 읽다 보면 나 자신을 투영하게 하는 이야기들 앞에서

지금 잘 살고 있나?를 점검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가늠하게 한다.

 

소소한 이야기 같은데 폭풍우를 감추고 있다.

잔잔하게 그려서 담담하게 받아들여질 뿐.

가볍게 읽히지만 사회의 여러가지 문제들과 인간적인 대처 방법이 잘 그려진 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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