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점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미지로 불안불안하다!

 

 

이번 편부터 도미지로가 온전하게 혼자서 미시마야 괴담 자리 흑백의 방 청자가 되었다.

오치카는 효탄코도의 간이치와 혼인을 하여 미시마야를 떠난다.

 

근데.

도미지로.

훤칠하게 잘생긴 양반으로 다정하고, 구김살 없고, 달달한 거 좋아하고 붙임성 좋은 도련님으로 알고 있었는데

딱! 거기까지만 좋다.

이렇게나 경망스럽고, 겁쟁이에, 호들갑스러운 줄 몰랐다!

어쩜 나이 어린 오치카 보다 더 설레발일 수 있니?

 

 

"---- 벌레라는 건 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도미지로는 자신의 콧등을 가리키며 물었다.

도안 노인이 뚱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달리 누가 있겠소."

"제가. 벌레라고요?"

중얼거리던 도미지로는 그제야 알아들었다.

"돈벌레?"

도안 노인은 흥 하고 코웃음 치며 말했다. "밥벌레라는 생각으로 한 말이었지만 그것도 좋군."

 

 

 

도안 노인은 직업소개소를 운영한다.

미시마야 괴담 자리를 주선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도안 노인은 오치카에게도 친절하게 굴지 않았지만 도미지로에게는 완전 못마땅한 표현을 감추지 않는다.

밥벌레, 돈벌레로 생각하며 부잣집 한량 취급이다.

도미지로가 그렇게 형편없는 건 아니지만 워낙 조숙하고 찬찬하게 마음을 쓰며 미시마야 괴담 자리를 운영했던 오치카와 너무 비교가 되어 읽는 나도 불안불안하다.

 

 

눈물점은 뭐랄까. 망령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망령이 씌면 눈물점이 생기고, 툭 떨어지면 씌었던 것이 떨어진다.

 

 

<눈물점>

도안 노인의 배려였는지 도미지로의 첫 괴담 자리는 어릴 적 친구인 두부집 아들 마메네 하치였다.

동네에서 유명한 두부집이었던 하치네 집은 어느 날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족들이 모두 흩어졌다.

하치의 이야기는 갑자기 사라져야만 했던 가족들의 불운을 이야기한다.

형수들과 누나에게 붙었던 눈물점. 그 눈물점이 저지르는 기행.

그것을 알아보는 작은 누나와 하치. 왜 어른들은 꼭 모든 문제가 적나라하게 퍼져서 손쓸 수 없을 때에야 애들 말을 믿어주는 걸까?

이 눈물점의 망령은 누구였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가가리야의 여자가 묘지가 있는 언덕에서 꽃을 구경할 수 없는 까닭은, 그렇게 하면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시어머니의 무덤>

이번 편에서 가장 무시무시했던 이야기.

얼마나 원념이 깊었으면 그리 오래도록 저주가 내려올까?

시어머니는 어째서 며느리가 행복한 꼴을 못 보는가?

이유 없이!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미워한 이유가 없어서 더 무섭다!

 

 

복이든 흉이든 주운 것은 주운 곳에 가져다 놓는 것이 도리일세.

 

 

<동행이인>

파발꾼.

달리고 달리는 사람.

어느 날 그의 뒤에서 일정 거리를 두고 따라오는 귀신이 있다~

그리고 그 귀신과 머무는 곳에는 항상 불이 난다.

참.. 읽고 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이야기.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길...

 

"이 저택은 자신의 잘못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니노야 모 님의 분노가 형체를 이룬 것. 원념이 만들어 낸 환상일세."

 

 

<구로타게 어신화 저택>

이 책의 3분에 2를 채우는 이야기.

10여 년 전 갑자기 사흘 동안 사라졌던 사람들의 이야기.

영주를 지키는 무사 긴에몬

권세가 있는 집 아들이나 도박꾼인 진자부로

전당포집 하녀 오아키

지주의 아내 오시게

배 목수이자 술주정뱅이 이노스케

약재상 마사키치 이 여섯 명의 원죄는 무엇일까?

차례차례 자신의 죄를 밝히고 죽어가는 사람들.

과연 이곳에서 탈출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고정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해진다.

아직 갈팡질팡 도미지로이지만 너무 안온한 삶을 사는 도련님이라 세상사의 어두운 면을 모른다.

그래서 없어 보이는 진지한 면이 이 괴담집을 토대로 차곡차곡 쌓아지는 게 아닐까?

 

 

오치카가 3년간의 괴담 자리를 통해 한층 성숙해지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깊어진 만큼

도미지로의 미시마야 변조괴담 자리도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더 진지하고 노련한 모습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앞으로 도미지로가 그려나갈 괴담 이후의 그림들도 궁금해진다.

 

 

미미여사는 오치카에서 도미지로로 청자를 바꿈으로써 좀 더 어둡고 진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녀의 깊어지는 이야기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진다.

원래 괴담 자리는 100개의 초를 켜고 백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초를 하나씩 끈다.

마지막 촛불이 꺼지면 괴담 자리도 파하게 된다.

미미 여사는 99개의 이야기로 마무리하겠다고 한다.

이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미미 여사의 머릿속이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