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선물 4호 세트 도착 (마지막)
내가 갖고 싶다고 한 책 전권을 선물받았다. 한 권도 안 빼놓고... 가격을 추산해보지는 않았는데, 남들이 그러는데 대략 30만원어치 정도는 된다고 그러더라... 에효, 이 놈의 인기는 시들지도 않아...
보들레에르
김붕구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 어떤 책은 그야말로 "소년의 로망"과 관련이 있는 책들이 있다. 김붕구 선생의 보들레에르는 내가 8살 때 세상에 첫선을 보인 책이다. 내가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아마도 중학교 3학년 무렵이던가 할 것인데, 그때 이 책을 너무나 갖고 싶었지만, 아직 어린 내가 갖기엔 너무 어려웠고, 그보다는 돈이 안 되었던 책이다. 그리고 한 동안 나는 이 책을 몹시 갖고 싶었으나 갖지 못한 책으로 분류해두었다. 책과의 인연도 사람과 같아서 한 번 인연이 안 되면 다시 제 인연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벽초 홍명희 연구
강영주 (지은이) | 창비(창작과비평사)

- 어떤 사물 혹은 사상, 역사, 기타 여러가지 인간이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산출해낸 모든 문명과 문화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물, 사상, 역사를 배우는 여러 방법이 있겠으나 내가 택한 방식은 사람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먼저 사람을 알고나면 나머지 것들은 저절로 알게 될 것이란 믿음이 내겐 있었다. 물론 현재까지도 이런 내 방식이 꼭 옳다고는 확신할 수 없지만... 벽초 홍명희는 우리에게 임꺽정을 작가로, 독립운동가로 그리고 해방 이후 북한의 부주석으로 기억된다. 그 한 사람에 대해 어찌 이 책 한 권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있으리오만... 그 첫 걸음은 족히 되리라 믿는다.
히틀러 평전 1.2 | 원제 Hitler
요아힘 C. 페스트 (지은이), 안인희 (옮긴이) | 푸른숲

- 요아힘 C.페스트는 이 책으로 최고의 히틀러 전문가가 되었다. 그런 만큼 이 책은 히틀러에 대한 여러 평전 가운데 현존하는 으뜸의 것으로 놓아둘 만하다. 히틀러라는 잔혹하기 그지없는 냉정한 정치가이자 나치즘 정치 지도자, 그리고 학살자... 그로 인해 수많은 것들이 생겨났고, 정작 그 자신은 소멸되고 말았다. 나는 오래전부터 히틀러란 인물에 매료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그를 존경한다거나 따르고 싶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그와 관련한 여러 종의 책을 읽었으므로 그에 대해 나는 나름대로 잘 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는 책 한 권쯤 거뜬히 쓸 수 있을 만큼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좀더 잘 알게 되려나...
지구의 딸 지구시인 레이첼 카슨 - 이유인물선 1
김재희 (지은이) | 이유책

- "침묵의 봄"을 쓴 레이첼 카슨, 그리고 나는 그녀에 대한 평전도 한 권 구입해두었다. 이제부터 알아가고자 하는 이 레이첼 카슨.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을까? 그건 나와 타자가 세상을 후손들로부터 빌려쓰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깨우쳤기 때문이다. 이제 더 많은 걸 알게 되겠지.
보르헤스 문학 전기
김홍근 (지은이) | 솔출판사

- 보르헤스가 위대하냐고? 글쎄... 눈 먼 장님에 가까운 우파 작가에게 내가 뭐 찾아먹을 게 있다고 그런 생각을 하겠나? 하지만 보르헤스는 위대하다. 왜? 그는 오래 살았고, 많은 걸을 배웠고, 많은 것을 생각했으며 많은 것을 써냈다. 그런데 그 많은 것들을 피하고서야 어떻게 현대에 들어올 수 있을까? 장자를 읽는 보르헤스를 말이다.
축복과 저주의 정치사상 - 20세기와 한나 아렌트
김비환 (지은이) | 한길사

- 한나 아렌트에 대해 나는 특별한 호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망명한 유대 지식인들은 종종 편협함을 감추지 못한다는 것이 설령 나의 선입견이거나 편견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현재까지는 나의 이런 선입견을 일거에 거두어낼 어떤 이유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국내 학자가 한나 아렌트의 정치사상에 대해 연구한 연구서이다. 한나 아렌트에 대한 나의 편견을 교정해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 신과학총서 1
프리초프 카프라 (지은이), 이성범 (옮긴이) | 범양사

- 나는 모든지 늦되는 사람인지라 현대 물리학도 잘 모를 뿐더러 거기에 동양사상을 결부시키는 유행 아닌 유행에 대해서도 쉽게 동의하지 못해왔다. 최신 조류엔 더욱더 둔감하다. 왜 과거의 명확히 규명된 것을 받아들이기에도 나는 숨이 턱에 차는 경험을 종종하기 때문인데, 이제 프리초프 카프라의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것은 나름대로 이런 유행도 이젠 어느 정도 검증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 탓이다. 현대문명의 봉착한... 한계를 동양사상으로 뚫어보려는 시도는 과연 가능할까?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 원제 The Same and Not The Same
로얼드 호프만 (지은이) | 까치글방

- 내가 화학에 대해 쥐뿔이라도 아는 게 있을리없다. 고등학교 다닐 때 집에서 나에게 줄곧 해주던 이야기는 네가 수학만 잘했어도 서울대에 갔을 거라는 말이었다. 난 이 방면엔 그야말로 깡통이었고, 아마 앞으로도 깡통에 가까울 거다. 아마 이번에 과학 관련 서적들을 읽어야 할 목적 의식을 그때도 가졌다면, 내 인생이 좀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화학의 시인"이란 별명을 지닌 로얼드 호프만이 쓴 화학 분야에 대한 입문 교양서란다. 읽고 뭔가 알게 되면 그 때 다시 이야기해보자.
김사량 평전
안우식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 헉, 큰일 날 뻔 했다. 난 지난 3호 선물 세트 이야기할 때 분명히 글을 쓴 기억이 있는데, 아마 올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바람돌이님이 화내실 텐데... 한국 작가가 아쿠다가와상 후보였었다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동경제대 독문학과를 나와 아쿠다가와상 후보에 올랐던 김사량... 그러나 그에 대해 남한 사람도, 북한 사람도 잘 알지 못한다면...그의 고향은 평양이었으므로 월북 작가라 할 수는 없다. 그는 재북작가였다. 인민군 종군 작가였던 그는 결국 부르주아지 출신이란 이유로 숙청당하고 만다. 그에 대한 평가는 남한도 북한도 아닌 일본에서 먼저 이루어졌고, 그에 대한 평전조차도 재일교포인 안우식에 의해 쓰인다. 이제 기억 속에 그를 다시 부활시킬 때인가 보다.
* 그리고 밑의 책은 딸기사마가 준 선물...? 이거 생일선물인 건가? 글구 또 하나 생각난 거... 일본에서 사와서 나 준다고 했던 선물은 꿀꺽한겨?
서양 철학사 | 원제 The Oxford Illustrated History of Western Philosophy (1994)
데이비드 페어스, 로저 스크루턴, 스티브 클라크, 앤서니 케니, 폴 빈센트 스페이드 (지은이), 김영건, 서상복, 석기용, 유원기, 이상헌, 채이병 (옮긴이) | 이제이북스

- 흐흐, 이것 역시 "옥스포드판 서양철학사"다. 예전에 이야기한바 있지만 일단 옥스포드 어쩌구 하는 것들은 나름의 값어치는 꼭 해준다. 츨판사에서도 그 부분을 생각했는지 표지 장정을 스웨이드 가죽으로 했고, 지질 역시 아주 훌륭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질이다. 물론 내용은 내가 다 안고는 할 수 없어도 대충은 아는 내용들이다. 그래서 아마 재미나게 새롭다는 감각으로 읽기엔 좀 모자랄 듯 싶지만, "옥스포드판"이란 책들이 지닌 미덕은 정리를 엄청 잘 해준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나도 이걸 읽고 서양철학사 좀 정리해보자.
* 이외에도 몇 권의 책을 선물받았고, 예쁜 옷도 받았다. 그리고 친구들이 돈 모아서 사준 DVD플레이어, 아내가 사준 선글라스... 말이라도 고맙게 축하해주신 분들, 아예 무시하신 분들... 혹은 말을 차마 걸지 못해준 분들... 뭐 모두모두 고맙다고 해야겠지. 몇몇 분에겐 특별히 더욱 고맙다. 사람 사는 일이 전부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인생에 생략이란 없다. 생략할 수 있을 줄 알았던 것들, 과감히 생략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인생을 좀더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인생을 재미있게 해주는 것들이었음을 나는 이제사 깨닫는다.
그건 내가 누군가에게 비록 밥 한 술 떠 넣어줄 수는 없어도, 지나가는 말로라도 "밥은 먹고 다니냐?" 물어주는 것, 그런 일들이다. 예술의 가장 큰 속성은 낭비다. 문학은 언어를 낭비하고, 미술은 색을 낭비하며, 무용은 행동을 낭비한다. 그러나 낭비로 보이는 이 모든 것들이 과소와 과장을 넘나들며 우리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 부각시키고, 생략해 보여주는 것들, 그것이 예술의 본질이다. 그러므로 사사롭게 보이는 어느 하나도 결국 사사롭지 않은 일이 된다.
작지만 큰 마음을 내게 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다음 기회에 여러분이 베풀어주신 만큼 혹은 그 이상 돌려드릴 기회와 능력이 내게 존재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