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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엘리엇의 시 <황무지>를 접하고 난 뒤,

내게 4월은 잔인한 달이 되었다.

 

내가 사는 곳이 황무지는 아니기에, 내게 4월은 잔인한 달이 아니지만

<황무지>를 처음 접한 때가 공교롭게도 4월이었다.

4월을 생각하면 자동적으로 T.S. 엘리엇의 <황무지>가 떠오르고

<황무지>를 처음 읽던 그 시절, 그 느낌이 떠올라서

내게 4월은 잔인한 달이 되었다.

 

 

그런 4월에 읽고 싶은 4권의 에세이.

 

 

 

 

 

 

 

1. 권대웅 - 당신이 사는 달

 

'달詩 산문집'이라는 이 책의 부제가 참 좋았다. 둥글고 환한 달과 詩의 만남.

 

저자는 '달'이라는 존재가 인류에게 얼마나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해 왔는지를 일러준다는 책소개의 글을 읽고 있으니 이 책의 제목에 다시 눈이 간다. 그렇구나. '당신이 사는' 달이었구나. 그렇다는 건, 작가는 작가 자신이 사는 달에서, 당신(독자)이 사는 달에 대해 말하는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밤이 있는만큼, 저마다의 달이 있을 것이다.

 

잠을 자기엔 한없이 밝은 달 아래서, 저자가 일 년 동안 직접 손으로 꾹꾹 눌러쓴 글씨와 어울리게 파스텔과 물감으로 곱게 그린, 봄꽃처럼 환한 스물세 편의 달詩를 읽고 싶다.

 

 

 

2. 마스다 미리 -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작년 서울국제도서전에 갔을 때, 문학동네 부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바로 '마스다 미리'였다. 할인율이 높은 편이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스다 미리의 책을 구매하려고 책을 고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후, 한 번 읽어봐야지 했으나 이제야 손이 간다. 바로 이 책, 마스다 미리의 첫 번째 여자 산문집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때문이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이 책을 들고 잠깐 읽는데, 책장을 덮고 나면 그녀의 만화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그리는 만화는 어떨까, 궁금해져서 말이다.ㅎㅎ

 

 

 3. 강백수 - 서툰 말

 

저자는 열정과 긍정으로 무장한 20대가 아닌, 평범한 보통의 20대인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강백수다.

 

자신을 이끌어 왔다는 '사소함'에 대해서 쓰인 책이라는 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사소한 것들이 모여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게 된 이야기라니. 하하.

 

그 사소함이란 이런 거란다. 어릴 적 일기를 짧게 쓰기 위해 동시를 짓다가 시인이 됐고, 고등학교 때 여고 축제에 가기 위해 밴드를 했다가 지금까지 음악을 하게 되었다는, '사소한 순간을 무시하지 않고 사는' 그의 사소함. 그런 그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책.

 

'굳이 애쓰지 않아도 평범한 하루는 시적인 순간들로 채워지고 있더라'

는 책소개 속 한 줄을 읽는데, 가슴이 벅찼다.

어쩌면, 내가 보내는 평범한 하루도 시적인 순간들로 채워져 있는데,

내가 그 순간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건 아닌지 싶어 괜히 아찔하기도 했고.

 

 

 

 

4. 레이먼드 챈들러 -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 표지가 익숙하다 싶더니, 출판사 북스피어의 박람강기 프로젝트 3권이었다.

하드보일드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가 작가, 편집자, 독자 들에게 쓴 편지 가운데 68편을 묶은 이 책은 그동안 폴 오스터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등을 통해 일부분만 접할 수 있었던 챈들러의 통찰력 있는 견해들을 감상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한다.

 

 

작품론, 작가들, 할리우드, 필립 말로, 일상이라는 크게 5장으로 구성되었고, 목차를 살펴보던 중,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가 눈에 들었다.

 

 

글 쓰는 힘을 잃지 않는 섬세함을 얻는다는 것, 추리소설은 돈벌이로 쓴다는 관점, 내가 만일 서머싯 몸을 안다면, 피츠제럴드의 매력, 할리우드를 경멸할 수 없는 이유, 필립 말로의 인생, 내 글쓰기 혹은 글 안 쓰기의 문제, 나의 죽음에 대하여 등 여러 방면에서 챈들러의 견해를 느낄 수 있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말은 역시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라는 말일 것이다.

 

 

레이먼드 챈들러, 그는 정말이지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을까.

 

 

 

p.s. 4권의 책 제목으로 한 줄의 문장 만들기 놀이.

 

당신이 사는 달에서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에 대해 서툰 말로 생각하던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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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돌이 2014-04-02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으로 문장 만들기 놀이~ 재미있네요^^ 저랑 2번, 4번이 겹쳐요^^

해밀 2014-04-03 23:56   좋아요 0 | URL
저렇게 문장으로 만들면 책 제목을 색다르게 기억할 수 있어서 재밌더라구요 :)
오호, 2권이 겹치는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