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림의 불멸의 지휘자 - 20세기 클래식史를 이끈 위대한 지휘자 34인
안동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이 오늘 도착하자마자 읽기 시작해서 조금 전에 讀了했다. 클래식음악에 대한 입문서들을 찾아서 읽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국내 저자가 쓴 것은 별로 읽지 못했다. 그중 박종호선생의 책 몇 권을 읽었고 국내 저자로는 이 책의 저자 안동림선생이 두 번째다. 박종호, 안동림 두 분 다 클래식음악이 주업이 아닌 분들인데, 전공자보다는 이와 같은 비전공자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독서시장에서도 환대받는 곳은 클래식분야가 유일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잠시 했다.

 

이 책은 20세기에 활동한 클래식음악 지휘자들에 대한 간략한 스토리와 추천음반 정보를 담은 책이다. 애초 잡지 연재물을 책의 형태로 정리한 것인데 여타 유사한 책들과 비교해 볼 때 서로 보충해주는 정도의 내용적 유익함이 있고, 굳이 이런 류의 책 중 한 권을 꼽으라면 이 책이 유일한 책으로서의 가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현재는 생존해 있는 지휘자는 한 명도 없고 거의 다 생존시에는 실시간으로 접해보지 못한 분들이다. 가끔 풍문으로 들었거나 사진이나 동영상클립 정도로 접한 경우가 전부다. 클래식음악을 듣다 보면 전문가들은 지휘자에 따른 차이를 느낀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차이를 느낄 만큼 음악을 많이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많이 들어본 곡의 경우 간신히 미묘한 느낌의 차이를 인지할 뿐이다. 이미 정해진 악보가 있고 연주자들 나름의 연주 성향이 있는데 지휘자가 바뀐다고 얼마나 달라지랴 싶은 게 사실이다. 계속 들으면서 그런 미묘한 차이가 느껴질 때만큼 듣고 싶고 그러한 청취 과정을 하나의 기쁨으로 삼고 싶은 것이 소박한 욕심이다.

 

이 책을 하루만에 다 읽기에는 아쉽다. 소개된 음악을 들어가면서 조금씩 읽어가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일 수도 있는데 그러기에는 내 마음이 조급하고 또 음악이 그렇게 갖춰져 있지도 않다.

 

지휘자들 면면을 살펴보면서 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당시로는 드물게 80 이상을 산 지휘자들이 대단히 많다는 사실이다. 난 거기서 음악의 힘을 생각하게 됐다. 나이 들어서까지도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사실과 겹쳐서 그 일이 음악이라는 사실이 그들의 수명을 연장시켜 준 것은 아니었던지... 나도 음악을 평생 끼고 살고 매일 매일 들어야 할 음악의 목록이 끝없이 이어진다면 그 힘으로 오래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에 소개된 지휘자 중 좀 친근한 인물은 세르지우 첼리비다케와 쥬세페 시노폴리 두 사람이다. 독선적인 스타일과 폭언로 불화가 끊이지 않았지만 자기 일에서 더 없이 철두철미했던 세르지우는 젊은 시절 연주 스타일이 너무나 특이하다. 한번 보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그 희한한 스타일때문에 얼마나 웃었던지... 그리고 박사학위를 가진 쥬세페는 자신의 정신적 어려움을 음악과 결합시켰던 케이스. 그는 이 책의 지휘자들 중 유일하게 50대에 죽었다. 그가 지휘한 말러 교향곡을 듣고 있으면 그가 말러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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