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모던 - 새로운 중국 도시 문화의 만개, 1930-1945
리어우판 지음, 이현복 외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사실 이 책은 2~3년 전에 사서 한번 읽은 책이다. 그런데 불현 듯 이 책을 재독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드문 경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요즘처럼 독서욕을 자극하는 책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일은 자칫하면 시간낭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새삼 새롭게 독서욕을 자극한 것은 상해 여행을 앞두고 그 여행을 위한 준비 작업의 일환으로 관련 책을 찾아 읽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다. 여행이면 그냥 가면 되지 무슨 책까지 찾아 읽느냐는 핀잔도 들을 법하지만 무릇 여행은 앎이 기반이 되어야 더 값진 것이 될 수 있다는 나만의 생각은 별로 변함이 없다.

 

상해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중국 최대의 상업도시이자 중공 탄생 이전 중국의 최대 신문화 집산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알고 있는 상해는 고작 영화나 역사서를 통해서 접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검색해본 블로그의 사진들을 또 하나의 자원으로 추가해야 할 듯하다. 관련 서적을 찾기 위해 검색 해봐도 적어도 우리말로 된 책 중에 상해를 이 책만큼 심도 있게 다룬 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눠서 있는데 2부는 상해를 배경으로 활동했던 전위적인 문학가들의 작품을 상해와의 연관성 속에서 서술한 부분인데 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한테는 큰 흥미를 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아이링처럼 원작이 이미 여러 편의 영화로 만들어진 작가의 경우에는 영화적 흥미를 가지고 보면 꽤 흥미롭게 읽히는 대목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뤼나우어라는, 다른 책에서 관심을 가지게 된 작가를 다룬 대목이 흥미로웠다. 그를 알게 된 것은 사토 다다오라는 사람이 쓴 일제강점기 일본과 중국의 영화인들을 교류를 다룬 내용이었는데 거기서 친일파로 몰려 암살당한 비운의 식민지인(그는 대만인이었다.)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1부와 3부는 상해의 근대문화를 융성시킨 각종 공공 공간, 즉 댄스홀, 영화관, 서점 등을 다루거나 홍콩과 상해의 관계를 다룬 부분인데 공간 공간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나 일본과 사정이 그리 다루지 않아 크게 신선함을 느낄 수는 없었으나 홍콩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재독하면서 새삼 느끼는 거지만,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던 한 축인 중국에 관해서 그동안 우리가 너무 무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단적으로 책만 봐도 너무 소루한 게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사회주의 중국이라는 특수한 시대적 상황이 그와 같은 무심함을 합리화해왔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전구화의 길을 같이 걷고 있는 중국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싹터갈 것이다. 아마도 이 책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책들이 세상에 이미 존재하고 조만간 소개되리라는 설렘을 가지고 초조하게(?!) 기다려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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