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배처럼 텅 비어 문학과지성 시인선 485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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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언행도

그 언행도 훔친 것이다
만든 것이다
거기에 그대의 역사가 과거와 현재가 있다
그 언행이 다른 언행에게
슬쩍슬쩍 말을 걸어 작당질을 하여
고급 운동권들과 카스트 제도들을 만들어낸다
인위는 우리 모두를 지치게 만드는 족쇄들이다


 


 

가만 보면 이 시집은 기만적인 운동권들 굵고 짧게 갈비뼈때리는 시가 참 많은 듯.


내일 혼술을 못하는 자의 아픔이 녹아내리는 시가 있다.
200% 공감. 수제 맥주집에 가고 싶은데 운전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입맛에 맞는 음식점을 갈 수밖에 없다 ㅠㅠ 어디 가고 싶은 데 없어?라고 물어봐도 적당히 둘러댈 수밖에 없고(...) 솔직히 내가 술 마시고 싶은 거 알잖냐 그냥 돈으로 주라;;;
그래서 나는 내가 두 몸으로 갈라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내가 장어구이 먹고 있을 때 다른 나는 수제 맥주를 마셨으면 ㅠㅠㅠ



 


 

정말 나 자신이 감방 안에 갇혀 있는 기분을 느낄 때는 쓰레기를 볼 때이다. 냄새가 나던 안 나던, 집이던 밖이던, 사방에 쓰레기가 늘어서 있는 걸 보고 있다. 자연도 썩힐 수 없는 걸 어찌하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주워 적당한 곳에 떨구어주는 일이다. 지구 어떤 오지에서도 사람이 살고 있을테고, 쓰레기가 흘러가고 있겠지. 지구는 쓰레기통이 되고 있다.

 

영화에서

영화에서 한 여자가 총을 쏜다
상심한 한 시대가 흔들린다
상심한 한 세계가 흔들린다

나 없이도 세계사는 흘러갈 것이고
나 없이도 신비주의는 흘러갈 것이다
무한 공허 무한 공허

 

이 시 되게 느와르네.
백합물이라 해놓고 쏘쿨하게 나와서 마음에 들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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