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그 어떤 분야든 요리만한 다양함을 가지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요리사라는 직업만큼 알면 알수록 깊이가 넓고, 웅대하다는 것을 스스로 기뻐할 수 있는 직업이 또 있을까 싶다. 제목처럼 맛으로 기억되는 추억이 절반이나 된다라면, '정말 그렇던가?' 떠올려 보다가, 이윽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지는걸 보니 삶은 정말 먹고 사는 맥락으로 흘러가는 게 맞지 싶다.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먹는 것이 추억을 가공하는 중요한 재료라면 그 때 그 요리로 기억될만한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라는 직업은 얼마나 근사하단 말인가.

작가이자, 요리사인 박찬일 쉐프의 아련한 추억담, 얽힌 음식 이야기들, 머릿속에 나열되자마자 배가 꼬르륵 요동을 치는듯 하다. 인생의 단맛 쓴맛 상큼한 맛, 오만가지의 삶의 재료가 버무려 나오는 추억의 깊은 맛 때문에 이 입맛 달아난 여름 밤 군침이 돈다.   

 

 

 

 

 

아이 임경선은, 한번도 떼쓰지 않고 컸을 만큼 부모에게 순종적이고 겉으로 속상하거나 한 일을 표현해본 적 없는 의젓하고 조숙한 아이로 컸다. 돌아보면 자신의 처지가 일면 가엾고 외로운 것이어서 자신의 딸에게만은 마음껏 떼쓰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아이로 자라길 소망하는 바람으로 키운다.

그러고 보면, 나역시 내정적이고 맏으로서 잘 표현하지 못하는 외로움과 슬픔이 있어 그런지 공감가는 부분이 크다. 엄마와 별로 공감하며 유대하지 못하고, 결혼도 안했으며 자식도 없는 마당이지만 임경선의 연애하듯 노는 엄마와 딸의 일상들은 이상하게 막 궁금해지고 공감이 크게 갈 것 같다. 다섯살이 되기 전이면 전혀 기억나지 않는 시절인데, 이렇게나 크고 좋은 선물을 받게 될 윤서가 진짜 너무너무 부럽다. 

 

 

 

 

 

 

 

 

런던을 한번도 가슴 속에 품은 적 없이 그저 참 멀디 먼 나라라고만 인식하는 일인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멋지고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나라로 꼽히는 런던이란 도시를 궁금하지 않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작가는 처음부터 자신을 반기지도 않던 런던의 무심함에 고국으로 돌아가지만, 분명 활기 넘치는 에너지에 이끌려 다시 돌아왔다고 고백 한다. 다시 돌아온 이후에 만난 이웃들과 나눈 대화, 풍경들, 소소한 일상의 재발견을 두고 런던의 매력을 다시 알아간 런던의 낮과 밤이 함께 한다. 어느 도시야 매력이 있겠지만 가장 에너지 넘치고 가장 멋있는 나라의 도시에서는 과연 어떤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걸까, 자못 궁금해진다.   

 

 

 

 

 

과학자 최재천의 책을 읽고 보면 머리 아픈 과학 이야기였던가 싶게 그저 일상의 과학을 체험한 기분이 든다. 언제나 쉽게 설명해 주려 노력하는 인상을 받는다. 진화 이야기가 그러했고, 일상생활과 접목된 우리 삶 가까운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아마 최재천이 추구하는 궁극의 스타일일 것이다. 어려운 것을 쉽게 접근하고 풀어설명하는 것, 그가 이 책에서 하고 있는 생명과, 개인적인 기호들, 사소한 풍경 따위들이 최재천 스타일로 재해석 될 것이 기대되는 걸 보면 과학 따위쯤이야 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어느 날의 구걸하던 소년, 그가 내미는 손길에 알지 못하는 이끌림을 느끼고 다시 되돌아와 시선을 주고, 말을 걸고, 매주 월요일마다 점심을 함께 먹자고 하는 이 사소한 용기는 30년이나 넘게 유지된 어마어마한 미담이다. 이런 삶을 사는 두 사람의 우정은 정말 꽤 근사한 인생이 아닌가. 사소한 용기라고 했지만 정말 작은 용기는 아니었음은 자명한 것이기도 하다. 그들이 월요일마다 만나 무슨 이야기를 나누다 30년이란 세월을 보낸 것인지, 서로의 인생에 조금씩 관심과 사랑을 나눠 가지며 쌓아간 그 무엇들에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제목만으로의 따뜻함에 번지는 미소가 절로 주위를 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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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2012-08-04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신간평가단 에세이 부문 파트장입니다.
먼댓글이 잘못 달렸습니다. 그래서 에세이 주목신간에 노출이 되지 않았습니다.
확인하시고, 에세이 주목신간에서 먼댓글을 다시 달아 주세요.

puriul 2012-08-04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파트장님 ^^ 제가 아직 대충이라 일부러 연결해놓지 않았어요. 마지막날에 연결할게요~ 감사합니다

라일락 2012-08-05 00:25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마지막 날에 다시 확인할께요.
무더운 날씨에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