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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사람들의, 잊혀진 기록. 전해지지 못한 수많은 편지들의 무덤 우편함 4640호.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는 한국전 때 미군이 노획했던 북한의 여러 문서들 가운데 추려낸 100여편의 편지글과 화보로 구성된 책이다. 

주인을 찾지 못해 우는 미아의 울음이 가득 들리는듯 제목만으로 들려오는 서늘함이 가슴을 다 덮을 것 같다. 편지 한장 한장의 영혼의 무게를 느끼면서 전쟁의 상처가 이들에게 무엇을 빼앗고 무엇을 남겼는지 되새겨볼 일이다. 반세기만에 한을 내려놓게 되기를 바라본다.   

 

 

 

 

 

 

장석주 시인의 신작 에세이 <오늘, 명랑하거나 우울하거나>는 휴식과 위안이 필요한 현대인에게 주는 비타민같은 처방전이다.

장시인은 시를 통하여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천천히 짚어주는 시선으로 여러 복잡한 감정의 선을 되잡아 준다. 또한 이 책은 많은 동시대 시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등한시되고 있는 현대시를 알게 되는데도 좋은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장시인이 사는 시골집처럼 고요한 마을 길을 같이 걷는 듯한 기분으로 오로지 휴식만을 위한 글을 읽고 싶다.    

 

 

 

 

 

 

 

 

 

변두리 곳곳 다녀본다고 해봐야 어릴 때 살던 그 마을쯤만 하지 못할 것이다. 요새는 개발이다 뭐다해서 골목이 사라진지 오래고 특유 개성을 보유하고 있는 장소는 그나마도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의 구석구석을 잘도 헤집어서 소개하는 책을 만나면 무척 반갑고 소중해진다. 여기 <지금, 이 길의 아름다움>을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든다. 열여섯의 작가들이 각자의 아름다운 길을 직접 걷고 느낀 소회들을 옮겨낸 이 책은 우리가 걷는 바로 지금 이 길에 대한 아름다움을 가득 담아낸다. 특히 여행지의 역사라던가 지역 사람들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를 담는 것으로, 보다 풍부한 정보와 요소를 짚어내는데 주력한다. 구효서, 신용목, 함성호작가 등 이 시대 가장 아름다운 글을 선보이는 작가들의 눈에 보인 각각의 길이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빨리 함께 걷고 싶다.

 

 

 

 

 

박사, 이명석 최상의 콤비가 만나 도시 이야기를 펼친다. 이번에는 '도시수집'이란 말을 붙였다. '수집'이라니 이유가 뭘까?

많은 사람들은 여러 도시에 가서 그곳을 충분히 알고 느끼고 오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할 때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뿐이다. 두 작가는 바로 이점에 착안해서, 도시의 가장 특성있는 부분만을 부풀려 상상해본다. 즉 도시의 가장 대표적일 만한 상징과 예술품을 보여줌으로서 가장 갖고 싶고 보고 싶은 장면만을 수집 한다는 것이다. 한장의 지도로 축약한다거나, 개성있는 도시의 모습을 다루면서, 52개 도시의 한눈에 볼 수 있는 여러가지 표정을 담아낸다. 가보지 못한 도시 천지인 나같은 사람들에게 두 작가의 도시 수집장을 펼칠 기회를 갖게 되는게 무척이나 설레인다.  

 

 

 

 

 

삶의 속도나 느낌들을 음악적 기호로 자주 비유하곤 한다. 예를들면 노래를 흥얼거리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을 때, 칸타빌레처럼 아름답게 흘러간다고 하거나, 스타카토처럼 발랄하게라는 말처럼 음악적 표현을 쓰는 것이다. 자주 변화하는 삶의 기운들을 클래식 음악처럼 조율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얼마나 좋은 일인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책은 바로 현대인의 감정에 음악을 얹어서 동화되고 때로 치유할 수 있는 클래식의 존재를 상기 시킨다. 때와 장소, 감정의 높낮이에 선별된 곡을 보다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낮은 시선으로 맞춘다. 자주 들어볼 기회가 없던 클래식을 가끔 필요해지는 순간에 정말 몇 곡쯤 떠올리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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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로 유명한 우석훈이 이번에는 인생 에세이집을 펴냈다. 제목<1인분 인생>이란 말에서도 설파되듯이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넉넉치 못한 사정들이 담겨 있다.

'행복지수'가 OECD국가중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한국이 근본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치유하며 살아가고 있는건지 안타까운 현실을 보게 해준다. 이를 진단함에 있어 우박사는 현대인들이 '획일적 삶을 쫓고 있다'는 점을 꼽고 어떻게 살아야한다는 구호 대신 제 각자의 몫을 창의적이게 이끌어 갈 수 있을지를 제안한다. 온전한 내 삶을 살아낼 1인분 인생을 자신의 척도로써 물음표로 던져 놓는 것이다.

고양이를 좋아하고, 올해 새로운 식구의 탄생으로 중년이 되서야 초보아빠가 된 액션大로망 중년기로 힘껏 달려봐야 겠다.

 

 

 

 

 

 

 

시인 장석주가 고독을 권하는 이유야 셀수도 없이 많을 것 같다. 그 권유에 못이겨 그처럼 시골생활을 꿈꾸거나, 도서관을 방불케하는 책 속에 빠져 사는 꿈을 꾸고, 온 자연의 바람과 향기를 맡으면서 지내는 자연인의 꿈을 꾸게 될 것 같다. 

천천히 정말로 살아가는 것처럼 살아내는 예술가의 고독의 방, 그의 권유가 벌써부터 마음을 이리저리 휘둘러낼 것 같다.   

 

 

 

 

 

 

여행을 병으로 비유했던 여행책을 기억한다. 변종모의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은 그의 세번째 여행기이고 또다시 병이 시작된 작가의 고백이다. 숱하게 많은 나라들을 돌아 다니게 된 이유, 특히 사람들의 입에 별로 오르내리지 않은 나라를 여행할 때의 느낌들은 어떤 기분을 들게 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에게 여행은 잠시 잠깐 다녀오는 여행이라기 보다 아주 오랜 동안 그곳에서 사는 거주인의 삶에 가까운 이방자다. 변종모의 마음에는 과연 어떤 국적이 존재할지도 궁금해진다. 안주 대신 어딘가로 떠나게 만드는 여행의 묘미와 그의 글과 사진으로 전해지는 사랑과 인생, 이별에 관한 특별시에 잠시 기거하고 싶어지는 그런, 거짓말 같은 여행 책이다.

 

 

 

 

 

혀에 자극적일수록 맛있다고 생각하게 된 식습관이 심각한 문제라는것 쯤은 알지만, 수만가지의 이유를 배제하고서라도 우리는 그것이 맛있기 때문에 먹는다. 건강 밥상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된 요즘 아직 먹어본 적이 없는 사찰음식같은 자연 상태로의 음식을 보면 맛을 포기하고 서라도 먹어보고 싶기도 하다. 자연의 맛과 향을 품은 음식이 온 몸의 체지방 덩어리 중 한덩어리쯤은 그대로 녹여내지 않을까 싶은 초자연의 마법이 기대되는 소원 밥상.

작가 권오분이 내놓는 밥상에는 흔하디 흔한 인스턴트 음식이 절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정갈한 맛이 숨어있다. 보기에도 좋고 맛도 훌륭할 것 같은 자연이 주는 온 재료들의 향연만이 펼쳐진다. 소원을 담아내고, 자연의 맛과 지난 추억의 맛이 깃든 음식, 나누어 먹는 기쁨을 한 상 담아낸 그녀의 밥상머리에 군침을 가득 품고 바짝 들어 앉아볼테다.  

 

 

 

 

 

우리가 예술을 떠올렸을 때 아마 '아름다움'이란 단어를 먼저 떠올릴지 모르겠다. 그만큼 예술 속성을 이루는 근간은 아름다움으로 상응되는 오랜 전통이 있었다. 물론 지금에야 아름답기는 커녕 혐오나 공포심이 자아내지는 예술도 흔하디 흔해졌지만 옛 그림들을 볼 때 아름다움과 상반되는 감정을 읽을 때면 아주 오랜동안 왜 예쁘고 아름다움을 말하는게 아니라 무서움을 담게 되었을지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나카노 교코라는 미술에세이스트가 선보이는 여러 명화들의 공통점에는 바로 '무섭다'라는 감정의 집합체가 있다. 어딘가 기괴하고 공포스럽고, 분노와 저주가 느껴지는 '죽음'과 관련이 깊은 요소들이 드러내놓고 우리의 눈을 공격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무서움을 통해 작가는 무엇을 바라보길 희망했는가, 그 안에 진실, 배경 따위가 무척 궁금해지는 색다른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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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내밀한 곳까지 관찰하고 언어로 표현하는 일이 화가나 사진가에서가 아니라 시인에게서라면? 

우리는 모두 몸을 빌어 살지만, 가끔 거울로 들여다 보는 일이 없다면 결코 몸의 구석구석을 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김경주가 2년 만에 내놓은 신작 <밀어>는 익숙하고도 낯선 몸에 대한 모든 것일 수 있는 시선이 담겨있다. 시인의 눈에 몸이 무엇을 비밀스럽게 말해주고 있던 건지 몽상에 젖는 촉촉한 마음이 앞선다.

 

 

 

 

 

 

 

 

<나를 부르는 숲>으로 유명한 작가 빌 브라이슨이 이번에는 호주를 여행했다. 그의 여행기를 읽어본 사람이면 방안 모든 사면 위를 배꼽 잡고 굴러다니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위트 넘치는 여행가가 아닌가. 무엇보다 낙천적이고 솔직한 품성이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여행의 흥미와 의미를 줄 것 같이 멋지기만 한 여행서이다. 더불어 그의 글은 생태계의 위험을 일깨우고 자연의 숭고함,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으로 전세계 독자에게 많은 공감을 얻고 있으니 이번 여행기 역시 기대감이 크다. 호주 여행에서는 또 어떤 좌충우돌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질지 입을 한껏 치켜 올리면서 책장을 넘겨봐야 겠다.  

 

 

 

 

 

 

 

<파리는 날마다 축제>는 미국의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젊은 한 때 파리에 거주하던 날의 기록이다. 떠남과 낯섬의 인식들이 그의 소소한 일상과 맞물려 날마다 축제일 수 있는 소중한 하루를 돌아보게 해줄 것 같다.

 

 

 

 

 

 

 

 

 

 

 

 

남극이든 북극이든 아마존이든 우리의 소중한 동물들이 사라져 가고 그 안타까움을 여러 매체를 통해서 전해듣고 있다. 이 책은 <시턴 동물기>로 유명한 작가 어니스트 톰슨 시트이 지금으로부터 백여년 전의 북극의 모습을 보여준다. 거대하고 고독한 땅 북극을 시튼은 왜 주목했고 그 안의 동물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는가에 대한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점점 사라져 가는 소중한 날들의 기록이 점점 파괴되고 있는 자연의 위기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파워 트위터리안 혜민스님의 에세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갈피 잡을일 없이 매일을 지친다는 말밖에 도리가 없는 수많은 이들의 멘토가 되는 책이다. 작은 꽃의 향기처럼 지혜의 숲으로 초대되는 책이랄까. 가던 길을 잠시 멈추면, 그제서야 내가 지금 어디를 지나가고 또 어디로 가야할지를 알게 되리라는 소박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스님,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잠시 쉬어가도 되겠습니까?' 라고 물으면 분명 해맑은 얼굴로 어깨를 토닥여 줄 혜안과 같은 책이다.    



 
 
소이진 2012-02-08 00:11   댓글달기 | URL
저는 유독 혜민 스님의 글이 끌리더군요.
알라딘에서 밑줄긋기로 해놓은 부분을 읽었는데도 느끼는 것이 정말 많은 에세이 어요.
이번에 신간평가도서가 된다면 무지 기쁠 것 같습니다 ㅎㅎ

푸리울 2012-02-09 18:30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혜민스님 잘 몰랐던 분인데, 글 정말 잘쓰신다고 들었어요. 기대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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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가장 후미진 변두리에서 가장 낮은자들의 이야기를 하는 송경동시인. 두려워서 아무도 하지 않을 일을 기획하고, 손을 잡아주고 함께 아파하며 기꺼히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어 주는 진정한 지식인, 바로 울보 송경동이다. 이번 산문집 <꿈꾸는 자 잡혀간다>에서는 시인이 어떻게 현장가이자 투쟁가로 살아가게 되었는지 독백의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시대의 아픔을 알게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고, 작은 동요로 부터 시작된 걸음이 희망이란 단어로 다가서는 일임을 꿈꾸게 해줄 것이다. 서늘함이 느껴지지만 늘 가장 가까운 심장 소리를 들려주는 따뜻함을 놓지 않아 늘 그가 고맙다. 차가운 감옥에서 움트는 아주 먼 불씨지만, 2012년 조금은 부푼 기대를 안고 살아갈 우리에게 그 어떤 빛보다 강한 따스함이 전해지는 것 같다. 기꺼이 그를 따라 꿈꿀 것이고, 그를 힘차게 응원한다!  

 

 

 

 

 

 

마르케스, 권터그라스, 오에겐자부로 등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16인의 인터뷰를 담은 <16인의 반란자들>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사사로운 이야기와 작품에 담긴 원칙, 철학 등을 두루 담아 낸 책이다. 반란자들이라 명명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같이 세상의 부조리에 저항하고 세계인의 정신에서 각성시켜 주는 듯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마다 생각하는 삶의 태도, 문학, 역사, 철학 등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깊이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는 기대를 가져볼만하다.   

 

 

 

 

 

 

 

 

 

작가가 좋아하는 무진기행이나, 이승우, 타르코프스키, 원더풀라이프를 한데 놓고 생각해보면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정서가 흐르는 듯 하다. 마치 밤을 닮은 정서랄까. 그가 진행하는 심야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처럼 조용히 언급될 조근조근한 서정이 흐른다. 이 책은 방송에서 소개된 책들과 새로 덧붙인 몇편의 기록을 담아 77편의 책 탐험기를 엮어낸 소개서다. 그의 전작들이 모두 영화와 관련된 책이었다면 이번 <밤은 책이다>에서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책에 대한 작가의 특별한 애정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직접 말하는 듯한 문체로 문장을 읽는 내내 이동진기자 특유의 부드러운 음성을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김현진의 글을 보고 있으면 이제 갓 서른이 되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성숙함이 기특해진다. 세상을 보는 날카로운 면면이 '여자'여서 돋보이다가 이내 그것마저도 어리석은 일이 되어버리는 짙은 카리스마가 느껴진달까. 정말 곧은 성인이 되었구나라는 인상을 받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이렇게 보이던 이유도 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안온한 20대를 보내지 않아서인 모양이다. 홀로 투쟁하듯 살아내고 버텨낸 서울살이의 기록이 그녀를 당차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다져낸 것이다. 가난하지만 꿋꿋히 살아가는 이 시대 청춘들에게, 과감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고 용기를 주려는걸까? 그 청춘의 기록을 '뜨겁게 안녕!'하듯 읽어보면 좋겠다.     

 

 

 

 

 

 

 

누구나 타샤튜더처럼의 삶을 꿈꿔 본다. 볕이 좋은 창에 앉아서 한 나무의 사계를 지켜볼 수 있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뭔가 인생의 완성을 돕는 근사한 일일 테니까. <즐거운 나의 집>은 타샤튜더가 버몬트에 손수 지은 집에 정착하며 방을 꾸미고, 옷을 지어 입으며, 예쁜 식기들이 가득한 부엌에서 맛있는 요리를 하고, 애견 코기가 뛰어노는 예쁜 식물들이 가득한 정원의 아름다움을 일구며 살아간 일기장 같은 책이다. 그녀의 집에 놀러가는 일이 벌써부터 두근두근 설레이는 것 같다. 타샤튜더 할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할머니! 나도 이렇게 늙어봐야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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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항상 사람들을 놀래킨다. 그를 연상하면 아마도 젊음이란 단어를 가장 먼저 상기할 듯 싶은데 도무지 늙는 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언제나 변함이 없다. 그가 내는 신작들만 보아도 '언제까지나 파릇파릇한 감성으로 젊음을 이어갈 수도 있구나' 하는 믿음 같은 것을 더욱 견고하게 심어준다.
오랜 세월 글장이로 살아가는 삶, 생각해보면 세상에서 가장 날선 눈으로 보고 예민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 숙명이 버거웠을 법도 한데 그에게는 철두철미한 마음가짐이 상처받지 않을 것처럼 매우 단단한 심지로 버티는 듯 하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작가이지만 하루키는 분명 우리 안에 있는 사람이고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삶을 사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라는 삶과 지극히 개인적인 또다른 삶을 잘 분리하며 살아간 것 같다. 이것이 어쩌면 엄숙하거나 거장의 반열에서 느껴질 아우라를 벗어나는 그만의 비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매일 글을 쓰지만 적당량을 쓸 것, 언제나 일어나면 운동을 하고, 맥주를 마시며 야구를 관람하는 평범한 일상들이 젊음을 언제까지라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그런 그가 살아내는 일상의 기록이 <잡문집>으로 묶였다. 소소함을 지나오면서 작가는 어떤 시시콜콜한 일상을 쪼개며 살아갈까, 어떤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응시하고 미래를 그리며 살아갈까하루키만의 하루가 무척 궁금해진다.

 

  

 

미셸 투르니에가 자극 시켜주는 상상력 산문집이라, 읽기도 전에 머릿속이 요동을 치듯 출렁거린다. 서로 상반되거나 상응하는 개념들을 깊게 성찰하며 철학적 관점들을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은 쪽으로의 발상으로 이어지게 하는 책이다
거장 투르니에의 감성과 상상력 안에서는 과연 어떤 것들이 노닐며 떠도는 것일까. 세상에 규정된 단어들이 그의 지혜와 만나면 어떤 의미로 새롭게 부여될지 궁금하다. 상상력으로 파생된 개념의 의미와 미래를 상상해보는 일은 한번도 해보지 못한 즐거운 감염의 기분을 맛보게 해줄것만 같다.

 

 

뭔가를 모은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작가는 태생적으로 좀 유별난 수집벽을 가졌고 그것을 계속 유지해오고 있는 모양인데 어쨌거나 수집이라는 것은 누구나 했을법 한 일, 주위에서 횡횡하는 일이기에 크게 생소하거나 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궁금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수집품이 구두이건, 책이건, 전단지가 됐건 차곡차곡 쌓은 것들을 궁금 없이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세상에 그 어떤 하찮은 사물이라도 수집가의 눈에 들면 쓸데없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왜 모았고 내 이유와는 어떤게 같고 다른지를 알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만약 그것이 이우일의 그것들처럼 남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종이 나부랭이거나, 아이들도 내다버릴 유치한 피규어라 할지라도 모으는데는 그만한 이유들이 있다. 때문에 누구나 모을 순 있다지만 다 같은 층위에서 콜렉터라 말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집은 소유할 만큼의 가치가 중요한 일인데 이외에도 그것을 모으는데 들이는 시간과 돈과 노력 따위를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런 특별한 의식이 없다면 그것은 정말 쓰레기가 돼버릴테니 말이다. 몇 년을 찾아 헤맨 시간의 역사를 사랑해서이고, 사기 위해 돈을 모으는 성실한 나’ 그러니까 일종의 나르시즘의 감정에 반해서일 것이고, 이러저러한 노력의 대가를 사랑한 일 때문에 콜렉터는 존재한다. 작가가 살아오면서 제 방 한가득 모아온 사물들이 각각의 역사로 남아 있다면, 하루 종일 머물러도 좋을 신세계가 펼쳐져 있을 게 분명하다. 그의 집에 빨리 초인종을 누르고 싶어진다.

 

 

손재주가 없는 사람일지라도 내가 직접 만드는 것에 대한 기쁨을 모를리는 없다. 작가는 시골생활이 어려운 도시생활자로서 어떤 해방구를 찾았는지 DIY라는 발랄한 단어로 새로운 탈출구를 제시해준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직 손이라는 도구로 만드는게 가능할까라는 의구심들을 모두 가능하게 하다니! 무조건 만들어 보자라는 무모함이 어느새 일상의 용기를 북돋는 변압기가 되어 준다. 유쾌함이라는 활력은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를 따라 손을 놀리고 싶은 충동으로 자동반사 될 것 같다. 텃밭을 가꾸고 악기를 만들고, 자연과 공생하는 환경 친화적인 삶의 태도가 도시생활자들의 답답한 일상을 조금이나마 자유케 해주리라. 쇼파에 누워 텔레비전이나 보면서 고작 리모콘을 누르고 과자나 입에 넣는 활용의 손 사용법은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질 것 같다!

 

 

건축도로서의 삶은 어찌보면 여행을 해야만 하는 방랑 기질이 얼마쯤은 다 있는 모양이다. 세계의 어느 곳에나 건축은 존재하고 보이는 모든 재료가 곧 공부고 영감이 될테니 말이다. 보이는 모든 환경이 작품의 구상을 도울 수 있으니 여행을 다니는게 당연한건지도 모르겠다.
오기사란 이름으로 유명한 작가 오영욱이 몇몇 나라를 돌아보며 겪은 일들을 담아는 이 책은 그 시작이 서울이었다가 서울로 끝난다는 점이 흥미롭다. 여행은 어차피 다시 돌아오는 일일테니까.
서울에서의 일상과 나에게 미안해서떠났다던 여러 여행지에서의 일들이 겹쳐져 그 안에서 벌어진 '다름'을 보게 해줄지도 모르겠다. 욕망과 화려함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즐기다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각박함에 지친 생활의 위로를 얻은 일상까지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여행지의 온도와 냄새와 사람들의 표정, 건축이 내뿜는 분위기들이 그의 눈에는 어떤 식으로 담아졌을지 비행기 티켓을 끊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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