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D라고 해서 화질이 나빠지는 건 아니죠. 원본이 깨끗하면 VCD도 깨끗한데, 이건 뭐 화질이 인터넷에서 보는 유튜브 플래시 동영상 수준이거나 그보다 못한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어떤 원본에서 VCD를 뜬 건지, 정품이긴 한 건지 의심스럽습니다. 아니, 불법 복사본도 이런 화질로 만들어 팔지는 않을 거예요. 화질 정말 나쁩니다.
아무래도 TV판보다는 좀 실망스럽다. 철이 생김새가 달라진 건 별로 상관없지만 겉멋만 잔뜩 들고 (그림만 멋있어지고) 대신 진짜 중요한 알맹이, 내용과 철학 그런 건 희석돼 버린 것 같다. 특히 처음 나온 극장판은 그나마 나은데 그 뒤에 나온 안녕 은하철도 999는 정말 실망이었다. 사실 이거 보려고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산 건데. 뭐 대단한 거라고 있는 것처럼 광고하더니 있긴 뭐가 있어.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우리말 녹음에 80년대 MBC 방영판에서 연기했던 정희선, 우문희 성우가 참여한 것만 좋았다. 특히 안녕 은하철도 999에서 정희선 씨의 목소리를 처음 듣는데 감격할 정도였다니까. 역시 은하철도 999는 TV판이 최고여.
극장에서 보고 싶었는데 할 수 없이 DVD 타이틀을 사서 작은 화면으로 보네요. 이야기 여섯 편이 들어 있고 표지에 나오는 왕자와 공주 얘기는 맨 마지막에 나옵니다. 처음에는 별로였던 일곱 살 조카도 꽤 좋아하며 보네요. 일단 특이하기도 하고 내용도 쉬우니까요. 이야기 중 하나는 일본이 배경인데 감독이 그 일본 화가를 좋아하나봐요. 그런데 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법이라든가 만드는 과정 등에 대한 동영상이 들어있기는 한데 한글 자막도 없이 그냥 프랑스어로만 나옵니다. 그림만 보고 이해하라는 건가요. 너무하네요. 그리고 우리말 제작진, 그러니까 성우진이라든가 그런 것에 대한 자막이 전혀 없습니다. 싸긴 하지만 본편 빼고는 좀 성의가 없습니다. 그래서 별 하나 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