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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평점 :
책 제목에서 벌써 책 얘기라는 것이 묻어나지만 지금껏 만났던 책들에 관한 책들 중에서 이 책은 독특함이라는 매력을 더 발산시킨다.
책속에 등장하는 책 얘기들이 환상적인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과 좀 더 가까운 에세이였기 때문이다.
조금은 거만한듯한.. 그리고 박식하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려지는 난해함만을 추구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들을 발설한다는 다중적인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가 공감이라는 감정의 유희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책을 사랑하는 마음은 충분히 느껴졌기에 저자에 대해 조금은 뒤틀리려는 못된 심보를 눌러 버렸다. 저자와의 책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에....
18편의 수필속에는 다양한 책으로의 접근이 시도된다. 이야기가 아닌 접근이라는 표현을 쓰게 되는건 내가 썼더라면 한가지로 일축되었을(나는 어쨌든 책이 좋다 라고..) 소재들을 다양하게 시도했기 때문이다.
그 다양함을 보면서 작가가 미칠듯이 부러운 적도 있었지만 그 영역으로 빨려 들어가는 나의 모습이 그래도 우리는 책을 좋아한다라는 공감대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로 귀결되었다.
책을 사랑하는 부모밑에서 책과 함께 자라온 저자는 책을 통해 사랑을 하고 결혼도 했다. 결혼한지 5년이 지나면서 남편과 많은 것을 공유했지만 서재만은 따로 쓰던 부부는 서재의 결혼을 이행한다. 여기서부터 나의 혼란이 시작된다. 과연 다음에 내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을 한다면 서재를 따로 쓸 것인가 같이 쓸것인가에서부터 이 부부의 서재 합치기에서 불거져 나오는 책분류.. 중복된 책의 소장 여부등을 자신있게 처리할 것 같지가 않아서였다.
이 부부도 서재 합치기에서 많은 문제들을 만나지만 결국 잘 이행시켰고 책을 좋아한다면 한번쯤 만나게 될 일이라 에피소드로 넘겨지지 않았다. 당장 나의 책분류(좋아하는 작가순으로 이어지나 책들의 키높이로 끝나는...)에 심한 고민이 왔다.
'책장을 다시 뒤집을까? 작가별로 나눌까? 시대별로 나눌까? 아니면 내용별로 나눠?' 이런 식의 고민이 거듭되었다. 책이 그다지 넘쳐나지 않는 적정 수준을(280권정도)지키고 있지만 나의 책 분류를 무척 단순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작가별로의 분류에서 다른 책들과 섞일때는 책의 키높이라니.. 깔끔함만을 추구하는 취향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리고 결혼하기 전의 남편과의 현장 독서는 상당한 부러움을 유발시켰다. 나도 폭풍전야의 언덕에서 폭풍의 언덕을.. 폭설속에서는 설국을 읽어 보고 싶은데 그랜드케니언 급류에서 야영을 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탐험일지를 읽었다는 저자가 어찌 부럽지 않겠는가...
그래서 꼭 다짐했다. 다음에 사랑하는 사람과 꼭 현장독서를 해보기로....
또한 자신이 쓴 헌사를 헌책방에서 발견하게 되는 작가나 헌사의 씌임 여부에 따라 고서적의 가치가 나뉘어지는 부분 또한 지나칠 수 없었다. 언젠가부터 책을 사게 되면 책 머리에 날짜와 그날의 기분이나 책에 대한 기대등등을 적고 책꽃이로 옮기는 과정을 거치면서 책을 선물할때도 책 선물을 받을 때도 책 머리에 헌사를 쓰게 되는데 그런 행동은 다음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며칠전에 헌책방에서도 보았듯이 책 머리에 헌사가 있음에도 팔아 버리는 사람들을 보며 내가 선물한 책을 발견하게 되면 부딪힐 두려움과 서운함이 교차되었다. 헌사에 대해서 또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지만 역시나 그래도 나는 계속 끄적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요즘 나의 독서 습관에서 조금씩 장애가 되어오는 문제도 이 책에서는 피해갈 수가 없었다. 책의 보존이였다. 책을 좋아하면서부터 책을 깨끗하게 보면서 책을 거칠게 보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책을 빌려주는 경우가 드문데(주변 사람들에게 아예 못 박아 버렸다. 나는 책 안빌려 준다고... 인간관계에서 이건 상당히 불편하다.) 여기서 저자 가족의 독서 습관을 보고 경악해 버렸다.
저자의 남편은 사우나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책이 벌어질 정도로 쫙 펴서 보고 저자는 수많은 메모를 달며 보고 저자의 아버지는 비행기에서 무게를 줄이기 위해 읽은 장들을 찢어서 휴지통에 버린다고 한다. 다양한 사람만큼 책을 사랑하는 방식도 다르겠지만 나는 책을 깨끗이.. 더 깨끗이 보는 편이라서 이런 방법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책을 거칠게 읽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어떤 반응일까? 아마 태연할 것이다...)
책의 겉모습보다 내용이 더 중요한 거겠지만 책을 보는 방식이 다양하다라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뒤에 책을 사랑하면서 책도 깨끗이 보는 사람들의 예도 나와 다양함으로 인정하는 나의 생각은 그럭 저럭 타협이 되어 갔다.
이렇듯 저자의 생활과 가족속에서의 책의 의의와 모습속에 많은 것을 느끼고 나의 실생활과 비교해보며 변신을 꿰할것은 꿰하는 실행의 독서가 되어 가기도 했다. 어린시절 책을 사랑하는 가족의 틈에서 자라난 에피소드들이 부럽기도 하고 독특하게도 다가왔다. 퀴즈대항이며 책벌레 게임 그리고 맞춤법 짚고 넘어가기(이건 나도 조금씩 이행한다.^^)며 책을 사랑하는 사람끼리 모였을때는 온통 책으로 시작한다는 걸 간접경험을 한것이다.
그 외에도 저자의 유별난 책사랑.. 그리고 책에 대한 지식.. 색다른 관념.. 일상에서의 많은 연결성을 재미나게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공감하고 반대하고 사색했던 것들을 다 옮기지 못했다. 그것들을 옮기려면 나 또한 책한권을 써야할 정도이고 정리한다고 해서 꼭 존재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싶다. 그리하면 무한함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책에 대한 새로운 부분들을 분명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가장 큰 영향력은 나의 독서습관과 책사랑.. 분류 정리등 실생활에 좀 더 현실적인 것들이 아니였나 생각되어진다.
우선 책 분류부터 다시 해야 겠다.
키높이가 아닌 나만의 분류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