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학습법 - 배움을 즐기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고수 시리즈
한근태 지음 / 이지퍼블리싱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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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대를 나와 외국에서 석,박사까지 하고 대표기업에서 이사를 엮임했지만, 40대 초에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살고 있는 저자의 `어른 공부법'을 다룬 책이다. 기업 컨설팅을 주로 하는 저자에게 공부는 일의 연상선에 있는 기초닦이나 마찬가지.  더군다나 저자는 공학도로 인문계열의 기반이 되는 글쓰기, 독서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았다. 박사학위와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은 대학을 나오고, 회사를 나오는 순간, 쓸모 없어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저자는 어떻게 컨설팅 업으로 제 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었을까?  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끊임없는 공부, 즉 독서를 통한 지식을 수혈한 덕분이다.  이 책은 독서하고 요약하고 그것을 고도화하여 책을 쓰는 나름의 방법을 설명한다.  태생적인 고수는 없다.  읽고 쓰고, 그것을 책으로 엮어낸다. 그가 바로 고수다. 


많은 책을 읽어도 그것이 가치있는 지식으로 남지 않는 이유는 뭘까?  많은 사람들이 이 점을 간과하기 때문에 그냥 시시한 독서, 시시한 글쓰기가 되고 만다.  독서에 관한 자기계발서나 다름없는 책이지만, 이 점은 눈여겨 봐야 한다.  그가 독서와 글쓰기에 깊이 빠져들고 책을 읽고 소개하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여긴 시기는, 회사를 나와 컨선팅을 하겠다고 작정하고부터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책읽고 책소개하는 일이, 어떤 계획과 포부 아래서는 큰 결실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무작정 책을 읽어서는 평생 그 지식이 가치있는 것으로 창출되진 못한다.  저자는 현재 세리시이오에 20년째, 책을 요약해 8분짜리 영상으로 소개하는 일도 하고, 동아비즈니스 리뷰에 6년째 A4용지 5장분량의 글을 쓰고 있다. 또, 교보 북멘토에 매달 신간 5권을 추천하는 10줄 남짓의 글을 쓰기도 한다.  어른 공부의 핵심이 지극히 싱겁지 않나?  고작 책읽고 책소개라니?   그렇지 않다.  


독서가 새로운 지식의 창출인 서평이 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자신과 독자가 관심가질 만한 책을 10권쯤 읽는다. 그러면 그 중 한 권쯤은 독자에게 소개할 책이 나오기 마련. 어떤 책은 서문만 봐도 느낌이 온다.  책은 주로 앞부터 읽지 않고 관심가는 분야부터 읽는다. 책을 읽으면서 포스트잇도 붙이고, 접고, 표시를 하고, 줄도 치고, 메모도 한다. 그 다음 읽은 내용을 필사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훗날 기억하지 못한다. 필사(자판입력)의 과정을 거치면 책을 다시한번 읽는 효과를 낸다. 필사를 통해 책의 핵심을 다시한번 파악한다.  필사한 것을 바탕으로 소개할 내용을 뽑아내고 나머진 버린다. 솎아내기 과정을 거치면 이제 글을 쓸 차례다. 순서를 정하고 논리적으로 연결한다. 소개할 내용에(요약), 글의 처음과 끝을 상상력을 발휘하여 준비한다. 그러면 하나의 서평이 완성된다. 


"나는 요약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쓴다. 요약이 내 업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난 책을 요약하고, 상대가 한 말을 요약하는 게 직업이다." 209쪽


인류 역사의 성인들로 알려진 이들이 한 일이란 고작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말을 하며, 누군가를 가르친 게 다다. 그들이 성인의 반열에 오른건 장사나 사업 수완이 좋아서가 아니다. 그들은 읽고 쓰고 말하고 가르침으로써, 위대한 인간이 됐다. 평범한 우리가 성인이 될 순 없겠지만, 그들을 흉내낼 수 있다면 삶이 위대하고 건강해지지 않겠는가. 저자는 아무도 시키지 않는 공부,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서 할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공자의 어록을 기록한 책 <논어>의 첫 문장은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로 시작된다. 역시 동양의 성인인 공자가 가장 행복했을 때도, 무언가를 배울때였다. 그는 촌부나 어린 아이로부터도 배울것이 있으면 배움을 주저치 말라고 조언했다. 저자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것을 소개하며, 책을 내고 지식을 나눌 때 행복감을 느끼는 이유 역시 그렇다.


"나는 평생 크게 두 가지 성격의 공부를 했다. 하나는 먹고살기 위한 공부다. (중략..) 또 하나는 내가 좋아서 하는 공부다. 마은 이후 지금까지는 내가 좋아서 공부했다." 61쪽


<고수의 학습법>이라고 해서, 배움에 대한 큰 스킬을 기대하고 책을 사서 읽었다. 하지만, 내용이 지나치게 평이해 놀랐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그간 내가 오랜시간 반복해왔던 일에 지나지 않았다. 책을 읽고 요약하고 서평을 쓰는 것! 딱 그 정도다. 나는 20대 초반에 그 일을 시작해서 무척 늦었다고 자책했으나, 저자는 무려 40대 초반에 그 일을 시작했다고 말하는 것에 놀랐다.  내가 늦은게 아니었던 것이다. 실제로, 40대 초반, 50대 초반에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도 크게 성장하는 것을 많이 봐왔다. 단, 저자는 그 일을 직업으로 삼으며 전문성과 끈기로 쉴새없이 지식을 확장해 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 업이 되는 경우만큼 행복한게 있겠는가?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본업과 책읽고 글쓰기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일단 독서와 글쓰기야 말로 지식을 확장하는 유일한 길이란 점을 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서두르지 말고 그것을 꾸준히 해내는 것이다. 목적지를 정해놓고 지칠 때 쉬어가는 것을 지키면 된다. 그것이 업으로 이 일을 하는 사람의 방법론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나이가 들면 좋은 것은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마음속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자라나는 것도 역시 큰 장점이다.  원해서 하는 공부이니만큼 효율이 훨씬 높다.  그러니, 어른 공부의 핵심은 자발성과 독서다. 그것이 시작점이며 지속시킬 의지와 끈기만 있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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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 15초 안에 ‘Yes’를 이끌어내는 보고 테크닉 50
김범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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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직장생활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가장 명료한 답을 최근에 깨달았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범준의 책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21세기북스 2019>을 읽고나서다. 직장내에서 상사에게 `보고' 잘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보고의 처음과 끝에 관한 가장 훌륭한 레퍼런스였다.  회사내에서 우리의 모든 활동은 결국 하나의 행위로 종결되고 있지 않은가?  마케팅, 업무계획, 관리, 행정 등 일의 끝은 보고로 마무리되기 쉽상이다.  보고는 또한 자신보다 직급이 훨씬 높은 사람에게 이루어지는 직장내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직장인들은 보고에 대해 경시하거나 보고를 잘 하는 방법을 고작 파워포인트 작성 능력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고란 무엇인가, 라는 이 책의 질문은 결국 우리에게 직장생활의 노하우와 직장내에서 승승장구하는 이들의 비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었던 것이다.


회사에서 상사와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면 자신의 보고 스타일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 몇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보고를 하는 사람은 귀납의 구조에 익숙하다. 귀납은 개별적인 사실로부터 일반적 결론을 이끌어 내는 생각 체계다. 그러나, 우리의 보고를 듣는 상사는 생각회로 자체가 결론을 중시한다. 항상 시간이 부족한 상사는 보고자의 결론을 먼저 듣고자 한다. 상사는 마음속에서 이미 결론을 내리고 보고자에게는 그 근거를 듣고 싶어한다.  이런 상사의 뇌구조에 익숙지 않은 보고자는 아무리 장황하게 보고해도, 결국 보고받는 이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CMM 리포트를 활용한 보고다.  


CMM에서 C는 결론(conclusion)을 말한다. M은 시장(market) 혹은 소전제 마지막 M은 나(me) 혹은 대전제를 말한다.  결론 - 시장 - 나(우리) 순서로 배치한 보고를 통해 결론을 먼저 핵심으로 내세우고, 그에 대한 근거를 시장과 최종적으로 나(회사)의 대응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결국 보고란 보고를 받는 상사가 옳은 결정을 하도록 돕는 행위를 말한다. CMM은 상사의 뇌구조, 생리에 맞게 고안된 최적의 보고 양식이다. 이와 더불어 보고의 기본으로 알아둬야 할 것이 `5W 1H'다. 어떤 보고도 5W1H의 구조를 벗어나지 않는다. 5W1H란 언제(when), 어디서(where), 누가(who), 무엇을(what), 왜(why), 어떻게(how) 하였는가를 보고서에 담는 것이다. 보고서에서 빼어난 문체는 필요 없다. 오직 5W1H란 알맹이, 하나면 족하다. 5W1H는 보고의 기본인데, 그 기본이 없으면 상사에게 깨지는 것은 당연, 이런 일이 잦아지면 보고 기피증에 빠져들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보고에 관한 깨알같은 진실들을 나열한다. 그것은 보고 때문에 고통받는 직장인들이 명심해도 좋을 조언들이다. 책을 읽은 시점이 연말연초라 그런지 더 마음에 와닿았다. 작년 나또한 보고 때문에 희로애락을 겪은 바 있어서다.  모든 트러블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보고의 자세,기본,철학이 부재해서 벌어진 일 같았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보고 잘하는 실제적인 노하우 몇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보고를 할 때는 철저하게 긍정론자가 되어야 한다.  현실은 항상 녹록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부정론자가 되기 쉬운 법이다. 그러나, 우리가 회사에서 밥벌이가 가능한 것은 이 녹녹지 않은 현실을 타개할 방법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안되는 이유' 백가지를 말하기 보다는 보고자에게 `되는 이유 한가지'에 열중하는 사람은 결국 인정받는다.  보고는 결국 안되는 일을 되게 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숫자 민감도를 높여야 제대로 된 보고다. "보고는 숫자가 전부다"란 말이 있다. 회사 업무에서 숫자만큼 간단명료한 것이 있겠는가. 연초에는 각 조직마다 매출 목표를 세운다. 거기에 어김없이 들어가는 것이 숫자다.  연말에는 실적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실적은 숫자가 전부다.  숫자는 보고자의 논리를 뒷받침해주는 강력한 도구이자 보고받는 상사를 설득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보고자가 `쯤'이라는 애매한 말로 보고를 이어갈 때, 그 보고는 이미 실패의 길로 들어선 것이나 다름없다. 


셋째, 단순함은 결핍이 아니라 보고의 핵심을 담아내는 기술이다. 보고를 받는 상사는 시간부족과 선택의 문제로 고심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보고한답시고 많은 정보를 나열하면, 보고자는 상사에게 보고로 스트레스를 주는 것과 다름 없다. 곁가지를 처내고 단순하게 필요한 핵심만을 보고 하면 보고받는 이는 훨씬 편안하게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보고란 결국 상사의 최종 결정을 도와주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복잡한 보고는 이 결정에 혼란을 일으킨다. 


넷째, 보고 상대자가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 어떤 사람인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상사라고 하지만 보고를 받는 주체도 똑같은 인간이다. 보고자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보고에 대한 상대방의 공감과 동의 아닐까?  그럼에도, 보고자는 대상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고 그를 알지 못한다면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니 보고를 받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  적(?)을 알아야 적을 공략할 방도도 나오는 법이다.  그에 따라, 보고의 디테일을 채울 수 있는 것이며 성공적인 보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니 보고자는 먼저 "나는 상대방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자문하는게 좋다.


"보고 등 커뮤니케이션의 전제는 `사회'다.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본적 전제를 무시하고 "커뮤니케이션은 무슨?  원래 인생은 혼자 사는거야!"라고 외치는 사람은 보고를 할 자격이 없다. 조직생활? 그만두는 게 낫다. 나를 제외한 타인들에게 이해받는 것을 꺼리지 않는 사람만이 보고를,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할 자격이 있다. 그리고 상대방을 얻을 수 있다."  136쪽, 김범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보고 때문에 깨지는 것은 직장생활의 일상다반사라고 치부한 적이 있다. 왜 상사는 나의 보고에 만족하질 못할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고 만들어낸 보고서가 짧은 검토 후 묵살될 때, 그 기분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듯하다. 그러나, 언제나 분명한 사실 한가지가 보고 후에 남았다.  상사는 내가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있었고, 언제나 나는 그 빈자리를 놓쳤다는 점을 뒤늦게 알게 된다는 점이다. 거부된 보고가 분노로 돌아와 상사와 계급장 떼고 한판 붙고 싶은 적도 있었다. 물론 참는자에게 복이 있다고,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직장에서의 보고의 시간과 공간은 총탄이 거칠게 날아드는 소리없는 최전선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되돌아보면 보고는 언제나 가르침과 교훈으로 되돌아왔다.


보고를 받는 이는 회초리를 든 `훈장 선생님'이었다.  그 회초리를 맞으며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갈고 닦이고 있었던게 아닐까?  그래서 그 많은 보고가 벼리고 벼려져서 한 해 두 해, 내공이 쌓이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 책은 보고의 실무적인 스킬에 대해 말하고 있는게 아니라 보고의 태도와 철학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보고 실무를 알고 싶거든 파워포인트나 워드프로세서 교육을 받는게 낫다.  하지만, 언제나 고민하게 되는 지점은 하얀 백지에 `무엇'을 담아내느냐 하는 점이다. 그리고 그 무엇을 상사에게 어떤 자세로 다가서서 표현하느냐는 점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직장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상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보고는 그곳에 이르는 징검다리이자 누구에게나 열린 기회의 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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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의 모든 것 - 30년 조세 정책 전문가가 보는
김낙회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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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과 뗄 수 없는 돈이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과 동행하는 의무이자 인간을 따라다니며 고민하게 하는 돈, 바로 세금이다. 결코 반갑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 효용과 필요를 무시할 수도 없다. 사람들이 반기지 않지만 세금이 아니라면 근대국가의 국민은 생존하고 자신의 생활을 영위할 수조차 없다.  세금의 종류도 다양하다.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으로는 근로소득세, 종합소득세, 법인세가 있다. 소비에는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가 있으며, 자산에는 재산세가 부과된다.  무엇을 누리고, 소유하고, 가지려 할 때 마다 우리는 결코 반갑지 않는 손님, 세금과 만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세금은 결코 피할 수 없으며 여기서부터 우리의 고민이 시작되곤 한다.  과연 세금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교과서적인 정의로 세금을 보면 세금은 "국가가 수입을 조달할 목적으로 특정한 개별적 보상을 급부하지 않고 사경제(국민)으로부터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화폐 또는 재화"라고 말할 수 있다.  세금에 관한 가장 유명한 격언은 "대표없는 곳에 세금 없다"는 말이다. 이것은 미국독립전쟁에서 유래된 말이다. 미국의 독립전쟁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영국 정부가 식민지였던 아메리카 대륙에서 차세를 부과한 것에서 시작했다. 1773년 12월 16일, 차에 대한 세금 부과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보스턴 시민들이 배에 적재되어 있던 차 300상자를 바다에 내던졌다. 일명 보스턴 차 사건은 미국 독립전쟁이 일어난 계기가 된다. 주권자의 대표가 없는 미국 대륙에 영국은 세금을 부과하려 했지만 결국 독립전쟁이란 역풍을 맞이한 것이다.


세금은 인류 문명과 함께 생성, 발전해 왔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원시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사회에서는 세금이 필요치 않았으나, 농경과 목축을 하며 정착생활로부터 문명이 발생했을 때, 자연스럽게 세금도 생겨나게 된 것이다. 공동체의 규모가 커지면서 개인이나 부족 수준이 아니라, 거대 국가의 형태를 띄게 되자 국가운영을 위한 자본이 필요했고, 십시일반의 세금을 거둬 그것을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의하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세금은 B.C.3000년경 이집트 왕국에서 시작된다.  그때의 세금 형태는 노역과 십일조였다. 십일조는 약 10%의 세금을 의미한다.  로마 시대에 들어서는 세금이 점차 다양해진다. 동양에서 기록상 가장 오래된 조세제도는 중국 주나라의 정전제이데, 사실상 십일조 형태로 세금을 내는 것이었다.


김낙회 저자의 <세금의 모든 것>(21세기북스, 2019)은 이렇듯, 세금의 역사로부터 철학에 이르기까지 세금의 처음과 끝을 다룬 교양서다.  30여년 동안, 세제 실무와 정책을 두루 섭렵한 조세 정책 전문가로서 저자는 세금이 왜 필요한지, 그것이 가진 의미와 조세 제도의 운영 방식의 다양성과 세금의 종류, 세금의 조건 등을 총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 세금제도를 깊이있게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금껏 사람들은 세금을 회피하려고만 들고, 적게내려고 기를 쓰기만 했지, 세금이 국가 작용과 나의 생활에 어떤 유익을 가져오는지에 관해서는 고민이 없었다. 이 책 한 권이면 평생 만나야 하는 세금과 좀 더 낯익은 모습으로 재회할 수 있을 듯하다.


세금의 가장 큰 논점은 `누가'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지?  세금은 적게 내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세금은 많이 내는 것이 좋은 일인지 등과 같은 질문이다.  이런 질문은 사람에 따라 매우 민감하게 들릴 수 있다.  결국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과 적게 내는 사람이 나눠지고, 세금의 양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조세부담 수준'에 관한 저자의 이야기가 아닐까?   세금을 적게 내야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우선 세금이 경제적인 왜곡을 만들어내는 원인이라고 본다. 과한 세금이 근로 의욕을 저하시킨다거나 과한 복지로 역차별이 발생하는 문제 등이다.  반면, 세금을 잘 걷어서 활용하면 경제적 왜곡을 상세하고도 남을 정도의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서방 선진국의 세금이 국민소득 대비 40% 이상인 것이 그 근거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 국민의 세부담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긴 하다. 1953년에는 5.3% 수준이었던 것이 2013년에는 17.9%로 3.4배나 늘었다.  이렇게 세금이 늘어난 것은 복지지출의 규모가 GDP 대비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도 세금을 통해 서방과 같은 복지선진국으로 향하고 있기 하지만, 여전히 세부담은 양날의 칼처럼 복잡한 문제로 정책 입안자들을 괴롭힌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2016년 기준, 19.4%이며 그것은 OECD 회원국 평균이 27.5%인 것에 비하면 아직도 저부담 저복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봐야 한다.


세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한 나라의 경제구성 주체간의 공정한 소득분배라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소득분배 수준이 악화되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그 원인으로 근로연령층에서 분배 악화가 있고, 인구구조적인 요인에 따른 측면도 있다. 소득분배의 불균형은 조세를 통한 재분배 보다는 사회복지지출 즉 공적연금의 성숙을 통해 개선시킬 수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장기적으로 세금을 늘려, 복지를 평등하게 하는 방법이야말로 세금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조세 정책이란 옳고 그름의 영역과 정치적 판단의 영역이 교차하고 있음을 밝힌다.  이 둘이 교차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때론 합당하지 않는 이유로도 과세 정책을 밀어부쳐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세금을 올리는 일이나, 연금 정책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대중이 싫어하고 거부하는 일을 국가는 해야 한다.  저자는 지난 30여 년간 그러한 정책입안자로서 고민을 이어오며, 어느 순간 "세금을 보는 눈"을 갖게 됐다고 이 책에서 밝힌다.  어떤 분야에서 내공을 쌓기 위해선 십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 시간을 책 한 권으로 훑어볼 수 있다.  <세금의 모든 것>이 그와 같은 책이다.  내가 세금에 관해 소상히 알아서 무엇할까? 라는 의문은 이 책을 여는 순간 말끔히 사라진다. 세금 이야기가 한 편의 역사소설처럼 읽힌다. 오랜만에 흥미로운 교양서를 읽으면서 세금 분야에 지식을 쌓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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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지 않고서야 - 일본 천재 편집자가 들려주는 새로운 시대, 일하기 혁명
미노와 고스케 지음, 구수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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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업으로 본업의 20배를 벌고 오피니언 리더로 방송에 출연하고, 유명 맥주 CF를 찍는 직장인, 출판 불황의 시대 자신이 편집한 책으로 1년에 100만부를 팔아치운 편집자, 삶에서 위험하다는 건 전부 소설일 뿐이니 죽기 아니면 그저 찰과상 정도라 생각하고 좋아하는 일을 미치도록 하라고 부추기는 사람이 있다.  지금 일본대륙의 직장인들에게 전에 없던 영감과 용기를 불어넣은 평범한 서른 여섯 젊은이 미노와 고스케다. 그의 파격 업무론과 일에 대한 태도가 지금 직장과 일을 그저 의무와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겐 특별한 충격을 던져준다.   


미노와 고스케는 평범한 우리들의 시각으로 봤을 때, 괴짜에 속한다. 대학시절에 그는 단 일초도 공부에 관심이 없었다. 캠퍼스에선 술을 퍼마시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시간을 보낸다. 와세대 대학 문학부 캠퍼스에서 술 판매가 금지된 것은 그 때문이라는 후문도 있다. 출판사에 입사해 광고영업이라는 느슨한 부서에서 대충대충 일하며 시간을 허송했다.  그가 변하게 된 것은 <네오힐즈 재팬>이라는 잡지의 편집장이 되고부터다. 그 잡지는 단숨에 아마존 재팬 종합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며 3만부 완판 기록을 세운다.  그는 일에 관해서 `이상하고 미친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AI가 사무적이고 기계적인 일을 대체하는 시대에 인간의 창의성과 열정만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수단이라고 항변한다.


한국처럼 일본도 출판산업이 갈수록 내리막을 걷고 있고, 책을 만들어도 잘 팔리고 읽히지 않는 시대, 미노와 고스케는 어떻게 정반대로 홀로 승승장구하고 있을까?  편집자로서 책 한 권을 단번에 히트시킨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다. 최근 그가 편집한 책들은 이 불가능한 가정을 모두 현실화 시켰다.  출판업계에서 오랜시간 경력을 쌓고, 노하우를 갖고 있어도, 그처럼 단기간에 연타석 홈런을 날릴 순 없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가 편집자로 일하는 방식과 일에 관한 놀라운 열정, 그리고 직장과 일을 바라보는 관점은 매일 직장을 싸움의 최전선이라 여기고,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른 여섯 직장인 미노와 고스케의 `새로운 시대 일하기 혁명'을 가르치는 책 <미치지 않고서야>(21세기북스,2019)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노와 고스케의 업무혁명론 몇가지를 살펴본다. 첫째, 바보가 되어 전력을 쏟아라. 1초당 1억엔을 번다는 `네오힐즈족' 요자와 츠바사, 고급 저택에 살며 롤스로이스 팬텀과 페라리를 번갈아 타는 그를 설득해, 잡지를 창간하리라. "3천만 엔을 주시면 재미있는 잡지를 창간해 책임편집장 자리를 드리겠습니다." 츠바사는 그 자리에서 승낙했으나, 상사에겐 혼이 났다. "그런 위험한 돈은 가져오지 마!" 요자와 츠바사를 검색하면 `사기꾼, 범죄자'란 정보가 한없이 나오던 시절이다. 겨우 승낙을 받았으나 누구도 편집 일을 맡으려 하지 않았고, 광고영업밖에 해보질 않은 고스케가 일을 맡았다. 잡지 표지를 일본최고의 사진가 레슬리 키에게 맡기겠다고 하자, 회사 동료들 모두가 반대하고 나선다.  "이런  바보 같은 기획을 레슬리에게 제안하는것 자체가 회사로서 부끄러운 일이야, 제발 그만 둬", 

   

하지만, 고스케는 레슬리의 스튜디오에 몰래 전화해 승낙을 받아내고 만다. 하지만, 잡지의 발매 당일 요자와 츠바사는 전속운전사 폭행 협의로 검찰에 송치되고 뉴스에선 속보가 흘러나온다. 뒷돈을 대고 책임편집장을 맡긴 잡지는 창간일에 폐간될 위기에 처했다. 미노와 고스케는 물러서지 않는다. 여기서 도망치면 모든게 끝나지? 고스케는 사장실 문을 열고 말한다. "이건 프로모션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발매된 <네오힐즈 재팬>은 3만부가 완판되고, 이제 초판은 정가의 3배 이상으로 거래되고 있다. 바보같은 기획이라고? 전력을 다해 만들고, 온 힘을 다해 배트를 휘두르면 열광은 전파되고, 바보 같다고 비웃던 사람들이 뛰어든다.


둘째, 세살 어린아이가 되어라.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사업가와 아티스트, 운동 선수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어딘가에 `미쳐야 만 제대로 된 인생'이라고 그들이 가르친다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세 살 어린아이처럼 있는 그대로 본능을 발휘하고 마음껏 호기심을 드러내며 살고 있다. 세살 어린이는 장난을 치다 넘어져 피를 흘려도 눈앞에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면 다친 것조차 잊어버린 채 달려 나간다. 눈앞에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입에 쑤셔 넣고, 졸리면 콘서트장에서라도 잠이 든다.  하고 싶은 것, 생각난 것을 곧장 실행에 옮길 줄 아는 세살 어린이는 추진력과 창의성의 귀재다.  기술의 변화가 놀랍고 빠른 세상에서 지금껏 존재하던 규칙과 틀은 곧장 시대에 뒤처지기 마련, 이런 시대 세살 어린아이처럼 항상 모든 것을 새롭게 여기며 반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영원히 세살 어린이로 살 수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본능과 욕망에서 자유롭고 훨씬 재미있을 것이다.  


셋째, 교조가 되어라. 앞으로의 비즈니스 중 대다수는 종교화될 것이다. 무슨 말인가? 앞으로는 신자를 모으지 못하면 물건을 팔 수 없다.물건을 파는 사람이 교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생겨 난후 사람들은 더 고독해졌다. 스마트폰이라는 소우주 안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밖에 보지 않는다. 취향이나 삶의 관심이 세분화되었고, 스마트폰에서 고개를 들면 주변에는 온통 자신과는 다른 세계를 사는 사람 뿐이다. 회사와 학교 같이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운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해체되고, SNS 등 인터넷을 통해 취미나 가치관이 같은 사람들간 거리 제약을 뛰어넘는 소통이 시작됐다. 그들은 인플루언서와 유대 관계를 맺고, 그가 말하는 의미와 스토리에 몰입한다. 실현하고 싶은 세계와 가치관을 대표하는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그런 교조의 힘이 비즈니스를 만들고 공통의 관심사에서 공감을 이끌어낸다. 성공하고 싶다면 자신을 브랜드화 하는 작업을 시작하자.


넷째, 지금 시작하라. 어느날 고스케는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에게 물었다. "나중에 무슨 일을 하고 싶어?" 그러자 그는 "편집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답한다. 고스케는 단번에 이렇게 말해주었다. "그럼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지금 당장 시작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고, 회사에 들어와 연공서열을 거쳐 단계를 밟아 유능한 편집자가 된다? 안그래도 사양길인 출판업계에서 아저씨들 등만 바라보다, 순서를 기다리는 사이 자신이 타고 있던 배는 침몰해 버릴지도 모른다. 순서 같은 건 무시하고 완전히 새로운 규칙과 질서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살아남는 길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되고 싶은 소년은 상급생의 공을 줍는 일을 할 것이 아니라, 호날두처럼 지금 공을 멋지게 차보아야 하질 않을까?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인정받는 프로페셔널이 되고 싶다면, `지금' 그 길에 들어서야 한다. 시간은 유한하고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그러니까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되고 싶은 사람이 되라.


미노와 고스케란 사람은 평범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를 평가하는 사람들은 괴짜vs천재, 관종vs혁명가로 그를 달리 본다. 분명한 것은 그가 쌓아올린 실적이며, 결과다.  그는 모두가 불가능하고 위험하다는 기획을 행동으로 밀어부치며, 그것이 불가능하지도 위험하지도 않다는 걸 증명해 보였다. 놀라운 실적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가 미쳤다고 표현해도 좋을 기획과 추진력을 편집자의 무기로, 커리로어 삼게 된 이유는 세상이 고리타분한 기존 방식으로 대처할 수 없을만큼 변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실력이 차고 넘치는 사람들은 흔해 빠졌으나, 수치상의 실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는 없다.  지식은 있으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광속으로 변화하는 시대와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을 가진 이도 없다.  미노와 고스케는 일에 미치는 열정과 불가능을 단번에 파괴하는 행동력으로 나약하고 고분고분한 직장인의 업무방식과 마인드에 깊숙한 한방을 날린다.


미지근하게 일하고, 대충대충 시간을 보내려면 일하지 않는게 낫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가슴 저 밑바닥에서 뜨거운 열정과 의지가 샘솟게 될 것이다. 회사가 당신을 책임져주지 않는 시대가 왔다. 그러니 회사에 적을 두고, 자신의 브랜드를 개발하라. 월급의 20배를 부업으로 벌어들이면서도, 프린랜서가 되길 거부하는 미노와 고스케만의 `회사 사용법'을 배워라. 이 세계에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서 자신답게 미치고, 있는 그대로를 즐기면서 자신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 위험 따위가 존재하지 않고, 실패야말로 최고의 브랜드를 만드는 소스라고 여기며 달려나가는 것, 미노와 고스케의 업무 혁명론을 읽다보면, 우리가 지금 어떻게 자신의 인생과 일을 리모델링 해야 하는지 길이 보일 것이다. 가장 마음에 와닿는 건, 모든 성공과 실패가 그저 인생을 장식하는 하나의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일침이다.  그러니, 일희일비가 무슨 소용인가 ? 그저 밝은 미래를 예약하고 바보처럼 날아오르면 그만이다. 미지근함을 벗어나 일과 직장에서 뜨겁게 일하고 놀라운 성과를 얻길 희망하는 이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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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존재감 있는 사람입니까? - 끌리는 사람에게는 이유가 있다
김범준 지음 / 홍익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선택받고 주목받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단지 그게 기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선택받는다는 건 우리 시대에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일수다. TV를 켜든, 스마트폰을 열든, 매순간 우리에게 쏟아지는 정보들은 셀수조차 없다. 서점 매대를 차지하고 있는 책을 볼 때마다, 마트 진열대에 내걸린 상품들을 볼 때마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또,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 하나를 선택할 때 조차도, 우리는 간절히 자신을 선택하게 해 달라는 무언의 아우성을 본다. 선택받아야 생존할 수 있는 게임의 법칙이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공중파TV의 광고 절반이 정확히 유튜브로 떨어져 나가자 그렇게 콧대높던 TV방송은 적자를 기록하며, 이제 자신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왔다.


선택받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왜 공중파TV는 유튜브에 광고수입 절반을 빼앗겼을까?  플랫폼의 존재가치가 삭감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TV를 보는 대신, 스마트폰을 켜고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선택받지 못한 만큼 공중파의 존재감은 사라졌다. 그게 TV공중파만의 문제일까?  존재감의 유무는 개인의 삶에 더 크고 직접적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자기의 장점과 능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성격탓을 할 때가 아니다. 내성적이고, 나를 드러내놓지 않아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고?  `투명인간' `병풍인간'으로 사회나 직장에서 취급받고 싶은 사람은 없다. 지금 이 순간 온,오프라인의 인플루언서들은 돈과 명성과 권력을 틀어쥐고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마음껏 펼쳐보이고 있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범준의 책 <당신은 존재감 있는 사람입니까?>(홍익출판사,2019)는 세상속에서 선택받는 사람들의 27가지 존재감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는 책이다. `나브랜드'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의 사소한 습관들을 공부하다보면, 그들에게 놀라운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케 된다. 저자는 그 공통점을 27가지로 나열하며 투명인간으로 취급받던 사람에서 `미친 존재감'이 뼛속까지 흐르는 인간으로 변신하는 방법을 풍부한 예화와 맛깔나는 입담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 몇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를 타인에게 정확히, 그리고 상대방이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소개하는 방법을 연구하라. 가수 강수지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으며, 그 첫 방송에서 이런 인삿말로 시작했다. "수지맞으세요! 안녕하세요. 강수지입니다."  1990년대 TV 스타였던 그가 모든 청취자가 듣는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을 새롭게 각인시키기 위해 쓴 방법이다. `수지맞다'라는 말 자체에서 의미를 따온 이 인삿말은 그를 알고 있던 사람에게나 모르고 있던 이에게나 신선한 느낌으로 받아들여졌을 듯 하다. 만약, 우리가 대중앞에 섰을 때 자신의 이름을 통해 `나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는 이런 센스를 발휘할 수 있을까?  


둘째, 김연아의 피겨 스케이팅이 아니라 `비켜 스케이팅'에서 배워라.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라이벌 아사다 마오를 큰 점수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따낸 김연아의 퍼펙트 연기를 기억할 것이다. 경기 바로 전에 훌륭한 연기를 마친 아사다 마오에 조금도, 기죽지 않고 슬쩍 웃음까지 내보이며 경기장으로 치고 나간 김연아는, 매번 몸을 푸는 시간마다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빙판을 질주하며 링크에 들어선다.  그 이유가 `시작도 하기 전에' 경기장의 분위기를 자신의 것으로 가져오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이란 것이다. 김연아의 `나브랜드' 만들기의 비밀은 경기장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그녀의 당당한 표정과 자신감 있는 자세였다.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나의 자세를 평상시 세팅해 놓는 사람의 존재감은 살아 있다.


셋째, `나브랜드'를 만드는 지름길, `SNS 인플루언서'가 되라. 콘텐츠 창작자로서 자신의 이야기에 다수의 사람들이 귀 기울이게 하는데 성공한 사람들, 즉 세상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을 인플루언서라 한다. 누가 나의 컨텐츠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을까? 의심한다면, 그것은 오해다. 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 것이고, 어쩌면 당신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컨텐츠를 통해 막강한 나브랜드로 세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선, 자신이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영역을 구체적으로 한정해 접근하고, 그 분야에서 높은 신뢰도를 쌓아야 한다. 나브랜드는 결국 나의 전문성, 나의 차별성을 통해 세상의 선택을 부르는 영향력 아래서 만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꾸준함과 열정을 갖고 자기를 계발하고 가꾸어라.  `슈가포바'를 아는가?  테니스 여제 마리아 샤라포바가 만든 사탕 브랜드 이름이다. 그녀는 2005년부터 11년 연속 세계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번 여자 운동 선수였다. 그런데, 테니스로 벌어들인 돈은 소득의 25%밖에 되지 않았고, 나머지 75%를 자신이 브랜딩한 사업체 `슈가포바'를 통해 벌어들였다. 고등학교 학력이 전부인 그녀는 사업체를 운영하기 위해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했으며 자신의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마케팅에 열정을 쏟았다.  심지어, 그녀는 샤라포바라는 자신의 이름을 슈가포바로 개명하려고도 했다. 스포츠라는 한 분야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브랜드를 사업 영역으로까지 확장시킨 것은 오직 꾸준함과 열정 덕분이다. 나브랜드는 공짜 점심이 아니라, 나만의 오리지널리티를 형성하려는 치열한 노력속에서 탄생한다.


이제 누구나 자신만의 컨텐츠로 자기 존재를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그런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나를 브랜딩해야 한다. 각자의 SNS가 취미나 개인적 소통의 창구가 되던 시대는 지났다. 자신을 브랜딩할 줄 아는 사람들, 나브랜드에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신화가 SNS 공간을 뒤덮고 있다.  단군이래로 돈을 벌기가 가장 쉬워진 시대, 돈을 못버는 것이 아니라 안 버는 것이라고 나브랜딩에 성공한 이들은 말한다.  한 사람의 존재감의 크기가 성공의 잣대가 된 시대가 왔다.  화려한 포장지가 아닌 내실있는 컨텐츠를 가지고 당당히 선택받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학벌도,인맥도 아니다. 오직 선택받을만한 존재감 하나만 족하다. 사회의 편견과 잘못된 시스템이 아니라 대중의 선택이 한 사람의 존재의 크기와 값어치를 결정하는 시대는 그 자체로 가장 공정한 사회가 아닐까?


책, <당신은 존재감 있는 사람입니까?>에 소개된 27가지 존재감의 비밀과 그 사례는 독자가 어떤 방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어떻게 나브랜드 해야 하는지 흥미롭고 통찰력있는 길을 제시한다.  끌리는 사람은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  그는 매력적인 인간일 뿐만 아니라 대중의 팬덤을 자극하며 돈과 권력까지도 모두 가진 시대의 우상이 됐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나브랜드화가 특별한 사람들만 해낼 수 있는게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평범한 누구나 성공한 이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익히면 도달 가능한 가치라고 말한다. `클릭당하는' 컨텐츠, 를 만들고 싶은가?  자신의 이야기가 당당히 주목받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선택받는 존재감의 비밀 27가지에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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