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의 모든 것 - 30년 조세 정책 전문가가 보는
김낙회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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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과 뗄 수 없는 돈이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과 동행하는 의무이자 인간을 따라다니며 고민하게 하는 돈, 바로 세금이다. 결코 반갑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 효용과 필요를 무시할 수도 없다. 사람들이 반기지 않지만 세금이 아니라면 근대국가의 국민은 생존하고 자신의 생활을 영위할 수조차 없다.  세금의 종류도 다양하다.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으로는 근로소득세, 종합소득세, 법인세가 있다. 소비에는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가 있으며, 자산에는 재산세가 부과된다.  무엇을 누리고, 소유하고, 가지려 할 때 마다 우리는 결코 반갑지 않는 손님, 세금과 만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세금은 결코 피할 수 없으며 여기서부터 우리의 고민이 시작되곤 한다.  과연 세금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교과서적인 정의로 세금을 보면 세금은 "국가가 수입을 조달할 목적으로 특정한 개별적 보상을 급부하지 않고 사경제(국민)으로부터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화폐 또는 재화"라고 말할 수 있다.  세금에 관한 가장 유명한 격언은 "대표없는 곳에 세금 없다"는 말이다. 이것은 미국독립전쟁에서 유래된 말이다. 미국의 독립전쟁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영국 정부가 식민지였던 아메리카 대륙에서 차세를 부과한 것에서 시작했다. 1773년 12월 16일, 차에 대한 세금 부과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보스턴 시민들이 배에 적재되어 있던 차 300상자를 바다에 내던졌다. 일명 보스턴 차 사건은 미국 독립전쟁이 일어난 계기가 된다. 주권자의 대표가 없는 미국 대륙에 영국은 세금을 부과하려 했지만 결국 독립전쟁이란 역풍을 맞이한 것이다.


세금은 인류 문명과 함께 생성, 발전해 왔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원시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사회에서는 세금이 필요치 않았으나, 농경과 목축을 하며 정착생활로부터 문명이 발생했을 때, 자연스럽게 세금도 생겨나게 된 것이다. 공동체의 규모가 커지면서 개인이나 부족 수준이 아니라, 거대 국가의 형태를 띄게 되자 국가운영을 위한 자본이 필요했고, 십시일반의 세금을 거둬 그것을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의하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세금은 B.C.3000년경 이집트 왕국에서 시작된다.  그때의 세금 형태는 노역과 십일조였다. 십일조는 약 10%의 세금을 의미한다.  로마 시대에 들어서는 세금이 점차 다양해진다. 동양에서 기록상 가장 오래된 조세제도는 중국 주나라의 정전제이데, 사실상 십일조 형태로 세금을 내는 것이었다.


김낙회 저자의 <세금의 모든 것>(21세기북스, 2019)은 이렇듯, 세금의 역사로부터 철학에 이르기까지 세금의 처음과 끝을 다룬 교양서다.  30여년 동안, 세제 실무와 정책을 두루 섭렵한 조세 정책 전문가로서 저자는 세금이 왜 필요한지, 그것이 가진 의미와 조세 제도의 운영 방식의 다양성과 세금의 종류, 세금의 조건 등을 총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 세금제도를 깊이있게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금껏 사람들은 세금을 회피하려고만 들고, 적게내려고 기를 쓰기만 했지, 세금이 국가 작용과 나의 생활에 어떤 유익을 가져오는지에 관해서는 고민이 없었다. 이 책 한 권이면 평생 만나야 하는 세금과 좀 더 낯익은 모습으로 재회할 수 있을 듯하다.


세금의 가장 큰 논점은 `누가'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지?  세금은 적게 내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세금은 많이 내는 것이 좋은 일인지 등과 같은 질문이다.  이런 질문은 사람에 따라 매우 민감하게 들릴 수 있다.  결국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과 적게 내는 사람이 나눠지고, 세금의 양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조세부담 수준'에 관한 저자의 이야기가 아닐까?   세금을 적게 내야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우선 세금이 경제적인 왜곡을 만들어내는 원인이라고 본다. 과한 세금이 근로 의욕을 저하시킨다거나 과한 복지로 역차별이 발생하는 문제 등이다.  반면, 세금을 잘 걷어서 활용하면 경제적 왜곡을 상세하고도 남을 정도의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서방 선진국의 세금이 국민소득 대비 40% 이상인 것이 그 근거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 국민의 세부담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긴 하다. 1953년에는 5.3% 수준이었던 것이 2013년에는 17.9%로 3.4배나 늘었다.  이렇게 세금이 늘어난 것은 복지지출의 규모가 GDP 대비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도 세금을 통해 서방과 같은 복지선진국으로 향하고 있기 하지만, 여전히 세부담은 양날의 칼처럼 복잡한 문제로 정책 입안자들을 괴롭힌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2016년 기준, 19.4%이며 그것은 OECD 회원국 평균이 27.5%인 것에 비하면 아직도 저부담 저복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봐야 한다.


세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한 나라의 경제구성 주체간의 공정한 소득분배라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소득분배 수준이 악화되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그 원인으로 근로연령층에서 분배 악화가 있고, 인구구조적인 요인에 따른 측면도 있다. 소득분배의 불균형은 조세를 통한 재분배 보다는 사회복지지출 즉 공적연금의 성숙을 통해 개선시킬 수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장기적으로 세금을 늘려, 복지를 평등하게 하는 방법이야말로 세금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조세 정책이란 옳고 그름의 영역과 정치적 판단의 영역이 교차하고 있음을 밝힌다.  이 둘이 교차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때론 합당하지 않는 이유로도 과세 정책을 밀어부쳐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세금을 올리는 일이나, 연금 정책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대중이 싫어하고 거부하는 일을 국가는 해야 한다.  저자는 지난 30여 년간 그러한 정책입안자로서 고민을 이어오며, 어느 순간 "세금을 보는 눈"을 갖게 됐다고 이 책에서 밝힌다.  어떤 분야에서 내공을 쌓기 위해선 십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 시간을 책 한 권으로 훑어볼 수 있다.  <세금의 모든 것>이 그와 같은 책이다.  내가 세금에 관해 소상히 알아서 무엇할까? 라는 의문은 이 책을 여는 순간 말끔히 사라진다. 세금 이야기가 한 편의 역사소설처럼 읽힌다. 오랜만에 흥미로운 교양서를 읽으면서 세금 분야에 지식을 쌓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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