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지 않고서야 - 일본 천재 편집자가 들려주는 새로운 시대, 일하기 혁명
미노와 고스케 지음, 구수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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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업으로 본업의 20배를 벌고 오피니언 리더로 방송에 출연하고, 유명 맥주 CF를 찍는 직장인, 출판 불황의 시대 자신이 편집한 책으로 1년에 100만부를 팔아치운 편집자, 삶에서 위험하다는 건 전부 소설일 뿐이니 죽기 아니면 그저 찰과상 정도라 생각하고 좋아하는 일을 미치도록 하라고 부추기는 사람이 있다.  지금 일본대륙의 직장인들에게 전에 없던 영감과 용기를 불어넣은 평범한 서른 여섯 젊은이 미노와 고스케다. 그의 파격 업무론과 일에 대한 태도가 지금 직장과 일을 그저 의무와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겐 특별한 충격을 던져준다.   


미노와 고스케는 평범한 우리들의 시각으로 봤을 때, 괴짜에 속한다. 대학시절에 그는 단 일초도 공부에 관심이 없었다. 캠퍼스에선 술을 퍼마시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시간을 보낸다. 와세대 대학 문학부 캠퍼스에서 술 판매가 금지된 것은 그 때문이라는 후문도 있다. 출판사에 입사해 광고영업이라는 느슨한 부서에서 대충대충 일하며 시간을 허송했다.  그가 변하게 된 것은 <네오힐즈 재팬>이라는 잡지의 편집장이 되고부터다. 그 잡지는 단숨에 아마존 재팬 종합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며 3만부 완판 기록을 세운다.  그는 일에 관해서 `이상하고 미친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AI가 사무적이고 기계적인 일을 대체하는 시대에 인간의 창의성과 열정만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수단이라고 항변한다.


한국처럼 일본도 출판산업이 갈수록 내리막을 걷고 있고, 책을 만들어도 잘 팔리고 읽히지 않는 시대, 미노와 고스케는 어떻게 정반대로 홀로 승승장구하고 있을까?  편집자로서 책 한 권을 단번에 히트시킨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다. 최근 그가 편집한 책들은 이 불가능한 가정을 모두 현실화 시켰다.  출판업계에서 오랜시간 경력을 쌓고, 노하우를 갖고 있어도, 그처럼 단기간에 연타석 홈런을 날릴 순 없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가 편집자로 일하는 방식과 일에 관한 놀라운 열정, 그리고 직장과 일을 바라보는 관점은 매일 직장을 싸움의 최전선이라 여기고,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른 여섯 직장인 미노와 고스케의 `새로운 시대 일하기 혁명'을 가르치는 책 <미치지 않고서야>(21세기북스,2019)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노와 고스케의 업무혁명론 몇가지를 살펴본다. 첫째, 바보가 되어 전력을 쏟아라. 1초당 1억엔을 번다는 `네오힐즈족' 요자와 츠바사, 고급 저택에 살며 롤스로이스 팬텀과 페라리를 번갈아 타는 그를 설득해, 잡지를 창간하리라. "3천만 엔을 주시면 재미있는 잡지를 창간해 책임편집장 자리를 드리겠습니다." 츠바사는 그 자리에서 승낙했으나, 상사에겐 혼이 났다. "그런 위험한 돈은 가져오지 마!" 요자와 츠바사를 검색하면 `사기꾼, 범죄자'란 정보가 한없이 나오던 시절이다. 겨우 승낙을 받았으나 누구도 편집 일을 맡으려 하지 않았고, 광고영업밖에 해보질 않은 고스케가 일을 맡았다. 잡지 표지를 일본최고의 사진가 레슬리 키에게 맡기겠다고 하자, 회사 동료들 모두가 반대하고 나선다.  "이런  바보 같은 기획을 레슬리에게 제안하는것 자체가 회사로서 부끄러운 일이야, 제발 그만 둬", 

   

하지만, 고스케는 레슬리의 스튜디오에 몰래 전화해 승낙을 받아내고 만다. 하지만, 잡지의 발매 당일 요자와 츠바사는 전속운전사 폭행 협의로 검찰에 송치되고 뉴스에선 속보가 흘러나온다. 뒷돈을 대고 책임편집장을 맡긴 잡지는 창간일에 폐간될 위기에 처했다. 미노와 고스케는 물러서지 않는다. 여기서 도망치면 모든게 끝나지? 고스케는 사장실 문을 열고 말한다. "이건 프로모션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발매된 <네오힐즈 재팬>은 3만부가 완판되고, 이제 초판은 정가의 3배 이상으로 거래되고 있다. 바보같은 기획이라고? 전력을 다해 만들고, 온 힘을 다해 배트를 휘두르면 열광은 전파되고, 바보 같다고 비웃던 사람들이 뛰어든다.


둘째, 세살 어린아이가 되어라.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사업가와 아티스트, 운동 선수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어딘가에 `미쳐야 만 제대로 된 인생'이라고 그들이 가르친다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세 살 어린아이처럼 있는 그대로 본능을 발휘하고 마음껏 호기심을 드러내며 살고 있다. 세살 어린이는 장난을 치다 넘어져 피를 흘려도 눈앞에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면 다친 것조차 잊어버린 채 달려 나간다. 눈앞에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입에 쑤셔 넣고, 졸리면 콘서트장에서라도 잠이 든다.  하고 싶은 것, 생각난 것을 곧장 실행에 옮길 줄 아는 세살 어린이는 추진력과 창의성의 귀재다.  기술의 변화가 놀랍고 빠른 세상에서 지금껏 존재하던 규칙과 틀은 곧장 시대에 뒤처지기 마련, 이런 시대 세살 어린아이처럼 항상 모든 것을 새롭게 여기며 반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영원히 세살 어린이로 살 수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본능과 욕망에서 자유롭고 훨씬 재미있을 것이다.  


셋째, 교조가 되어라. 앞으로의 비즈니스 중 대다수는 종교화될 것이다. 무슨 말인가? 앞으로는 신자를 모으지 못하면 물건을 팔 수 없다.물건을 파는 사람이 교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생겨 난후 사람들은 더 고독해졌다. 스마트폰이라는 소우주 안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밖에 보지 않는다. 취향이나 삶의 관심이 세분화되었고, 스마트폰에서 고개를 들면 주변에는 온통 자신과는 다른 세계를 사는 사람 뿐이다. 회사와 학교 같이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운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해체되고, SNS 등 인터넷을 통해 취미나 가치관이 같은 사람들간 거리 제약을 뛰어넘는 소통이 시작됐다. 그들은 인플루언서와 유대 관계를 맺고, 그가 말하는 의미와 스토리에 몰입한다. 실현하고 싶은 세계와 가치관을 대표하는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그런 교조의 힘이 비즈니스를 만들고 공통의 관심사에서 공감을 이끌어낸다. 성공하고 싶다면 자신을 브랜드화 하는 작업을 시작하자.


넷째, 지금 시작하라. 어느날 고스케는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에게 물었다. "나중에 무슨 일을 하고 싶어?" 그러자 그는 "편집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답한다. 고스케는 단번에 이렇게 말해주었다. "그럼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지금 당장 시작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고, 회사에 들어와 연공서열을 거쳐 단계를 밟아 유능한 편집자가 된다? 안그래도 사양길인 출판업계에서 아저씨들 등만 바라보다, 순서를 기다리는 사이 자신이 타고 있던 배는 침몰해 버릴지도 모른다. 순서 같은 건 무시하고 완전히 새로운 규칙과 질서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살아남는 길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되고 싶은 소년은 상급생의 공을 줍는 일을 할 것이 아니라, 호날두처럼 지금 공을 멋지게 차보아야 하질 않을까?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인정받는 프로페셔널이 되고 싶다면, `지금' 그 길에 들어서야 한다. 시간은 유한하고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그러니까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되고 싶은 사람이 되라.


미노와 고스케란 사람은 평범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를 평가하는 사람들은 괴짜vs천재, 관종vs혁명가로 그를 달리 본다. 분명한 것은 그가 쌓아올린 실적이며, 결과다.  그는 모두가 불가능하고 위험하다는 기획을 행동으로 밀어부치며, 그것이 불가능하지도 위험하지도 않다는 걸 증명해 보였다. 놀라운 실적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가 미쳤다고 표현해도 좋을 기획과 추진력을 편집자의 무기로, 커리로어 삼게 된 이유는 세상이 고리타분한 기존 방식으로 대처할 수 없을만큼 변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실력이 차고 넘치는 사람들은 흔해 빠졌으나, 수치상의 실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는 없다.  지식은 있으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광속으로 변화하는 시대와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을 가진 이도 없다.  미노와 고스케는 일에 미치는 열정과 불가능을 단번에 파괴하는 행동력으로 나약하고 고분고분한 직장인의 업무방식과 마인드에 깊숙한 한방을 날린다.


미지근하게 일하고, 대충대충 시간을 보내려면 일하지 않는게 낫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가슴 저 밑바닥에서 뜨거운 열정과 의지가 샘솟게 될 것이다. 회사가 당신을 책임져주지 않는 시대가 왔다. 그러니 회사에 적을 두고, 자신의 브랜드를 개발하라. 월급의 20배를 부업으로 벌어들이면서도, 프린랜서가 되길 거부하는 미노와 고스케만의 `회사 사용법'을 배워라. 이 세계에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서 자신답게 미치고, 있는 그대로를 즐기면서 자신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 위험 따위가 존재하지 않고, 실패야말로 최고의 브랜드를 만드는 소스라고 여기며 달려나가는 것, 미노와 고스케의 업무 혁명론을 읽다보면, 우리가 지금 어떻게 자신의 인생과 일을 리모델링 해야 하는지 길이 보일 것이다. 가장 마음에 와닿는 건, 모든 성공과 실패가 그저 인생을 장식하는 하나의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일침이다.  그러니, 일희일비가 무슨 소용인가 ? 그저 밝은 미래를 예약하고 바보처럼 날아오르면 그만이다. 미지근함을 벗어나 일과 직장에서 뜨겁게 일하고 놀라운 성과를 얻길 희망하는 이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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