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하늘말나리야 - 아동용,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1
이금이 글, 송진헌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첫 장부터 가슴을 쓸어줄 거라고 생각했던, 베스트셀러가 보여줘야 할 가독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뒤의 감동이 더 진하게 느껴졌을까요. 주인공 미르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달밭'으로 이사를 오는 앞부분은 조금 지루했습니다. 사실, 지루하다고 하면 끝끝내 지루할 수도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감동으로 바꾸는 이 작가만의 특장이 있었습니다.

"미르는 느티나무를 올려다보았다. 느티나무의 가지들이 하늘을 수백, 수천 개로 조각을 내놓고 있었다. 지금 미르의 가슴은 조각난 하늘 같았다."

"미르는 마구 소리지르고 싶은 기분을 참으며 벌떡 일어섰다. 그리곤 쏘아 맞혀야 할 과녁인 것처럼 진료소를 노려보았다."

"미르는 엄마의 손을 뿌리쳤다. 미르는 쿵쾅거리며 자신의 방 앞으로 갔다.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네가 날 싫어한다면 나 역시 널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방문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미르가 이사를 온 이야기의 도입부입니다. 미르의 마음이 느껴지나요? 써놓고 보니, 이것만으로도 미르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굳게 닫혀 있다는 느낌.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오기를 부리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는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동화는 그랬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주인공인 세 아이의 투정, 슬픔, 웃음, 나약함, 희망, 눈물에 대해 가감없이 아이의 눈높이에 사물이 투영되었습니다. 심지어는 바람, 목소리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마저 아이들의 기분대로 보여졌습니다.

내용 역시 '희망'을 얘기하지 않습니다. "바람직한 동화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을 꿈 같은 이야기로 감추지 않습니다."라고 추천평을 써준 조월례 선생님의 말씀처럼 이 이야기는 내용 역시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가 어른을 위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표현하는지, 어른들의 잣대가 아닌 아이들의 잣대로 보기 위해서, 어른들이 먼저 읽는 동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읽다보니, 책을 덮고난 뒤에도 아이들이 가슴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미르, 소희, 바우가 내 마음 구석 어딘가에서 자꾸 재잘거려서, 오늘은 마음이 분주할 것 같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3-04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정말 글을 잘 쓰는 것 같아요!

산도 2013-07-10 0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