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만든 생각들 : 고대 편 - 페리클레스에서 아우구스티누스까지 민주주의를 만든 생각들
구민정.권재원 엮고 해설함 / 휴머니스트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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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산에서 '누구나 정치'라는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정치에 대해 문외한이라 도움을 받고 싶어 리뷰신청을 했습니다.

휴머니스트 책 답게 디자인 예쁘고 시원시원한 편집이 좋습니다.

판형이 크고 글자가 조금 작아 페이지 수에 비해 분량은 상당한 편입니다. 

종이질감도 좋고 여러가지 면에서 교과서 답습니다.



처음엔 청소년용이라고 해 우습게 봤습니다.

그저그런 인문학 입문서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자기 마음대로 발췌한 후 읽어보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러운 해설로 페이지를 채우는 그런 책.

하지만 이 책은 달랐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2.

책은 배경지식, 본문, 읽은 후 요약. 이렇게 3단계 구조를 취합니다.

전체적으로는 서양과 동양 2파트로 되어있구요.

순서대로 서양편을 먼저 보겠습니다.


처음엔 페리클레스가 등장합니다. 

페리스클레스 시대는 아테네 민주정치의 전성기입니다. 그의 '전사자 추모연설'은 민주정치의 특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서술한 가장 오래된 문헌입니다(16쪽). 


다음으로 플라톤이 등장합니다.

플라톤은 아테네 민주정치의 영광이 무너진 시대를 살았고,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부당하게 사형을 선고받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았기에 당시까지 모든 정치제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려 합니다. 그 기준점이 바로 플라톤의 '국가'입니다(28쪽).


그 다음은 당연히 아리스토텔리스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절에는 공동체주의가 무너져 개인이 공동체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사실이 납득되어야만 했습니다. 플라톤은 이를 추상적이고 초월적인 '올바름'에서 찾았지만,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아리스토텔레스는 개인의 행복과 국가 공동체에의 헌신이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정당화하고자 하였습니다(70쪽).


이어서 키케로입니다.

키케로가 활동하던 시기는 이미 로마의 공화정이 붕괴되어 있던 시절이기에 그는 군사 독재자에 맞서 로마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최후까지 저항합니다(115-116쪽).


끝으로 아우구스티누스를 등장시킵니다.

그는 1,000년을 지탱해 온 로마가 게르만족의 침입에 무너져 가는 광경을 목도하였습니다. 그는 로마제국의 멸망이 기독교 때문이 아님을, 전지전능한 하느님이 로마를 멸망시킨 것은 더 큰 계획의 일부임을 입증해야 했습니다. 그는 마지막 로마인이자 신앙이 정치의 근거가 된다고 본 최초의 중세인이라고 할 만합니다(14-145쪽).


이렇듯 선별된 작품은 일정한 흐름을 갖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처음부터 흥망을 거쳐 마지막(중세는 신정, 제정시대이므로)까지 살펴보는 여정이지요.

목차만 그럴듯한 것이 아닙니다.

본문도 아주 알찹니다.

제가 갖고 있는 것은 플라톤의 '국가'뿐이라 해당부분을 비교해 보았는데, 발췌와 요약이 아주 훌륭하더군요.

입문서 역할을 충실히 합니다.



3.

본문은 검정색으로 그에 대한 해설은 주황색으로 구별짓고 있습니다.

해설이 아주 친절합니다.

해설을 참고해 본문을 읽어본 후에는 검정색 본문만 읽으며 요약을 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본문이 마무리되면 '생각해보기' 코너가 등장합니다.

토론수업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끝으로 '요약노트'가 등장하는데 먼저 요약을 해본 후 읽어보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4.

동양편은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습니다.

공자와 맹자가 등장합니다.

공자는 춘추시대, 맹자는 전국시대에 활동했고, 각 시대별 특징은 무엇인지 짚어줍니다.


먼저 공자입니다.

공자는 어지러운 시대가 발생한 원인을 지배계층이 마땅히 행할 도리를 하지 않은데서 찾았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를 따르게 하려면 먼저 그럴 수 있는 선한 마음이 일어나야 하며, 이를 위해 시서예약을 다시 일으켜 널리 가르치고자 하였던 것입니다(162쪽).


다음 맹자입니다.

맹자는 백성의 삶을 보살펴 주기에 자발적인 충성을 받는 정치를 왕도정치라 부르며 힘으로 백성을 굴복시키는 패도정치와 구별하였습니다. 맹자는 왕도정치가 법이나 무력으로 다스리는 패도정치보다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우월함을 입증해야 했습니다. 맹자는 그 근거를 성선설에서 찾게 되는데, 선함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성(사단)에서 우러나오므로 이후 일상생활의 도덕과 국가 통치의 기반이 되는 사회윤리가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연결되게 됩니다(194-197쪽).


동양편, 특히 공자의 논어는 본문이 아쉬울 수 밖에 없는데(애초에 일관되게 작성된 텍스트가 아님) 해설로 충실히 보완하고 있습니다.

분량을 늘리더라도 법가나 병가 같은 패도정치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금상첨화였겠습니다.



5.

책을 받은 후 1주일 안에 리뷰를 써야 하는 제약이 아쉽네요.

찬찬히 읽어보고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시리즈 두 권 신청했는데 고대편만 당첨이 되어 아쉬웠는데, 다른 한권은 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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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그리고 고발 - 대한민국의 사법현실을 모두 고발하다!
안천식 지음 / 옹두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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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광고였는지, 서평이었는지 모르겠다.

분명 인터넷 서점은 아니었다.

한 변호사의 끝없는 도전. 뭐 이런 문구였던거 같은데.

어쨌든 호기심이 동했다.



지은이는 변호사다.

이 책은 거칠게 말해 재판기록 모음이다.

그래서 더 흥미가 생겼는데,

변호사들이 변론과정을 모두 공개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대부분 '~했다'고 간접인용을 할 뿐.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파격적이다.

실제 서류를 그대로 실었고, 각종 증거와 그에 대한 판단내용을 요약해 두었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보자.

건설사가 소송을 걸어왔다.

그런데 증거로 내민 계약서는 듣도보도 못한 것이다.

계약당사자인 아버지는 얼마 전 돌아가셨다.

그런데 계약서에는 아버지 이름이 아버지 글씨와 전혀 다른 글씨로 쓰여 있다.

게다가 도장은 막도장이 찍혀있다.

무려 20억짜리 계약서에.

이런 계약서가 유효하다고 볼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원은 18차례의 소송을 통해 일관되게 계약서가 유효하다고 보았다.

그 근거는 증인의 말인데, 그 증인은 건설사 관련업체에서 일한다.

게다가 증인의 말은 위증고소를 통해 일부 허위임이 밝혀진다.

몇 백 페이지에 걸쳐 이런 과정이 상세하게 전개된다.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마지막 장만 보아도 좋다.

판결에 대한 비판과 그 근거를 나열하고 있다.

(마지막 장은 초판 이후 쓴 것인데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고, 분노의 톤과 질이 다르다)



일반독자가 소화하기엔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

불친절하다.

아마 실제 재판기록을 토대로 압축하다보니 법률용어나 문체를 순화할 시간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애초에 독자를 관련업종 사람으로 좁힌 것이던가.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핵심 쟁점.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었다.

하지만 나는 구상금청구 소송에서 변론주의를 위반한 1심 판결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원님재판이라니...



지은이의 경험은 그야말로 극단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10년의 세월동안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변호사로서는 아주 드문 경험을 한 것이니 위안을 삼을만하지 않을까?



끝으로 짓궂은 의문점 하나.

10년 동안 18번의 소송을 통해 수임료를 얼마나 받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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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인간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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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벌써 재작년이 되었군요.

2015. 11. 11.에 최변호사님께 선물받은 책입니다. 

그전까진 당연히 오에 겐자부로라는 이름을 들어본 바도 없습니다..

이분은 1994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50년 이상 소설을 써왔고, 그 자신의 이름을 딴 '오에 겐자부로상'까지 있다니.

자타공인 일가를 이룬 대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은 오에님이 2006. 6.~12. 매달 한 차례씩 일본의 어느 서점에서 강연한 내용과 

2011. 6.에 한 강연, 그리고 부록(에드워드 사이드 다시 읽기)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제 인생의 책'이라 할 만한 이런저런 책들과 이별하는,

그러면서 가능하면 여러분께 그 책을 건네드리는 그런 의식을 치러보고자 합니다.

당연히 저보다 많은 날을 살아갈 여러분께서 그 책들을 기억해주시겠지요."

-9쪽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50년 넘게 이 책 두 권을 최대한 더러워지지 않도록 커버를 씌워가며 소중히 읽었습니다."

-32쪽

무려 50년입니다. 50년.


"이런 식으로 자신의 가장 처음 책들을 발견했다면, 그것들을 하나로 이어 기틀이 되는 평면을 만듭니다. 그 뒤에는 이 책들이 불러들이는 다른 책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죠. '이 책이 불러들이는 사람을 기다린다'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33쪽

책을 고르는 가장 쉬운 방법.


"책 한 권을 처음 읽을 때, 우리는 언어의 라비린스 즉 미로를 헤매듯 독서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하지만 한 번 더 읽을 때는 방향성을 지닌 탐구가 됩니다. 무언가를 찾아 나서서 그것을 손에 넣고자 하는 행위로 전환되지요. 그것이 rereading, 한 번 더 읽는 까닭입니다."

-38쪽

명쾌한 설명입니다.


"그러니 어느 부분이 잘 이해가 안 된다 싶으면 그걸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습니다. 그걸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말하자면 진정으로 책을 읽느냐 읽지 않느냐를 가늠하는 중대한 차이가 됩니다."

-39쪽

네. 명심하겠습니다.


"우선 처음에는 번역서에 선을 그어가며 빈틈없이 읽습니다. 두번째는 선을 그은 부분을 원문과 하나하나 대조하며 읽어갑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그게 정말 좋은 책이고 한 달 정도 공을 들여 읽을 짬이 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쭉 원서로 읽어봅니다. 그것이 재독의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41쪽

또 배웠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정보를 얻는 것과 같은 레벨이 아닙니다. 책을 읽음으로써 책을 쓴 인간의 정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한 인간이 생각한다는 건 그 정신이 어떻게 작용한다는 것인지 알 수 있어요. 이를 통해 사람은 발견을 합니다."

-50쪽

어렴풋이 알 것 같네요.


"저는 책만큼은 직감이랄까 그런 게 있어서, 어떤 저자의 책을 처음 접한 순간 이 사람의 모든 저작을 읽게 되리라 감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개 그런 저자를 만나면 그의 첫 책에 사인을 받습니다."

-218쪽

모~든 저작을 읽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놓고보면 이 책은 일반적인 독서론을 다루는 책으로 알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리 만만한 책이 아닙니다. 

책장이 넘어갈수록 평범한 독자는 미궁에 빠집니다. 

오에님은 자신의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것이기 때문이죠.

그의 책을 한권도 읽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이해할 방법이 없는,

그러니까 깊이있게 행간을 읽어낼 재간이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특정독자'를 염두에 둔 책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출판사는 이렇다할 배려가 없습니다.

홍보에만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오에님의 대표작을 간략히 설명해주던가 연표라도 실어주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을까요? 

어쨌든 제대로 읽어내려면 충분한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는 책입니다.



물론 '특정독자'가 아니더라도 이 책은 귀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온 몸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줍니다.

읽기와 삶이 하나된 인생도 있을 수 있다는 걸 말이죠.

그러니까 읽기가 존재이유인 그런 사람도 나와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겁니다.

자녀인 히카리에 대한 뜨거운 사랑도 느낄 수 있습니다.



지은이는 스스로를 '읽는 인간'이라 합니다.

당신은 어떤 인간인가요?

이 책속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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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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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수 책에서 봤던가. 
이과출신 중 기막히게 글 잘쓰는 사람이 있다면서, 
정말 부럽다면서 이 책의 지은이를 언급하는 대목이 있었다. 
그땐 이 책을 읽어본 후였는데 별 감흥이 없었다. 
좋은 책이라니 읽어 치우기에 급급했던가.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참 와닿는다. 


동구라는 아이가 있다. 
진상 오브 진상인 할머니, 알뜰살림꾼 엄마, 
할머니와 엄마 사이에서 늘 할머니편인 아빠와 함께산다. 
고부갈등으로 대화 한마디 없는 삭막한 이 집에 영주가 태어난다. 
영주는 특별한 아이. 
천사같은 심성을 지녔을뿐 아니라 두돌도 안되어 한글을 척척 읽어낸다
(동구는 3학년이 되도록 한글을 못뗐다). 
영주 덕분에 가정엔 생기가 돈다. 


영주가 특별한만큼 동구는 천덕꾸러기 신세. 
열살 평생 구박덩이로 설움받던 동구에게 박영은 선생님이 다가온다. 
난생 처음 이해해주고 진심으로 자기 편이 되어주는 선생님께 반해버린 동구. 
하지만 시간은 무심히 흐르고. 
4학년 담임은 오준근 선생님으로 바뀐다. 
이해할 길 없는 사이코의 전형. 
박선생님이 더욱 그리워지던 어느 날 
주리삼촌에게 박선생님이 죽은 것 같다는 말을 듣게 된다. 
동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진지하게 세상에 대해, 데모에 대해 고민한다. 


할머니가 모실 할머니와 여행을 간 어느 날. 
모처럼 집안이 조용하리란 바램과 달리 엄마아빠는 어느때보다 심하게 다툰다. 
한참이나 집 바깥에 나와있던 동구와 영주.
마당엔 할머니가 아끼는 감나무가 서 있다. 
몇년을 기다린 끝내 달랑 3개의 열매를 맺은 나무. 
감을 만져보게 해주려는 동구의 어깨 위로 영주가 올라선다. 
별은 반짝이는데 바람에 날린 티끌 때문에 휘청하는 동구. 
영주가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을 떠난 어느 날. 


동구는 꿈에서 영주와 박선생님을 만난다. 
박선생님은 꿈속에서 말한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일 수록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할머니는 아무 희망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선생님과 영주를 떠올리며 동구는 할머니의 삶속으로 걸어들어간다. 
그렇게 동구는 정원을 떠난다. 
그 자신 동경해 마지않던 곤줄박이가 되어. 


이 책을 읽다보면 할머니 캐릭터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정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이기적이고 막무가내다. 
소설 속 모든 사건은 할머니로부터 시작된다. 
동구라는 이름도, 영주라는 이름을 짓게 된 것도, 
동구가 지진아가 되어 박선생님을 만나게 되는 것도, 영주가 밤하늘의 별이 되는 것도, 
동구가 어른이 되는 것도. 


흔히 성장소설에선 특정사건을 계기로 주인공을 어른으로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그런 사건을 겪는다고 누구나 어른이 되는건 아니다. 
나이만 먹는다고 절로 어른이 되는건 아니다.
그에반해 지은이는 충분히 설득력있게 동구를 어른으로 변신시킨다. 
그 과정이 어설프거나 작위적이지 않았다. 


기꺼이 누군가의 일부가 되어 때로는 모든게 최악이 될지라도 한 걸음 나아갈 줄 알고, 
그 사람의 아픔을 헤아리며 자신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동구의 모습.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좋은 소설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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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쓰는 법 - 독서의 완성 땅콩문고
이원석 지음 / 유유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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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가 쓴 리뷰는 죄다 독후감의 영역이란 걸 알게됐다.

예전같으면 이 책을 읽고나서 이런 식으로 썼을 것 같다.


"얇고 귀여운 책이다.

술술 읽히지는 않지만 담백한 문체.

서평의 본질과 목적, 서평의 전제와 요소 등 이론적 내용을 살펴보는데 140여페이지, 서평의 방법을 설명하는데 20여페이지.

그래서 실용서로 보기엔 아쉽다.

하지만 기본을 챙겨주니 읽어볼만하다."


이렇게 쓰고나면 머지않아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조차 잊혀지겠지.

그래서 간단서평을 써보기로 했다.


1.

이 책은 실용서라기보다 이론서에 가깝다.

서평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다루면서 지은이가 생각하는 서평이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데 상당량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도 '서평쓰는 법'인데, 무릇 '법'이란 어떠어떠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천명하는 말이고보면 제목부터 지은이의 의도가 고스란히 반영된 걸로 볼 수 있겠다.

이 책을 집어든 독자는 대부분 당장에 써먹을 수 있는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더 기대할 법한데, 이 책에서는 그런 기교나 팁은 다루지 않는다.

원론적인 설명에 충실하다.


2.

지은이가 말하는 서평쓰기란 '사회적 활동'이다.

읽는이를 위한 사회적 서비스이자 공론의 장을 여는 행위.

궁극적으로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한 초석을 까는 정치적 행위라고 정의된다.

그래서 이 책의 머리말은 "'헬조선'의 중심에서 서평을 쓰다."이고, 

마지막 문장은 "우리가 쓰는 오늘의 서평에 우리가 사는 사회의 내일이 달려 있습니다."로 끝난다.


3.

서평쓰기엔 항상 일정한 관계망이 형성된다.

1. 책을 쓴 사람

2. 책을 읽은 사람=서평을 쓰는 사람

3. 서평을 읽는 사람(=책을 읽을 사람, 읽은 사람)

이런 관계망은 추상적이고 도식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서평이 작성되고 소비될 때마다 각 주체들의 삶이 부딪히는 구체적 활동일 수밖에 없다.

책을 쓴 사람과 읽은 사람, 책 읽은 사람과 서평 쓰는 사람, 서평 쓰는 사람과 서평 읽는 사람, 서평 읽는 사람과 책 읽을(읽은) 사람이 국면마다 대립한다.

그래서 지은이 지적처럼 서평쓰기가 사회적행위라는 데 찬성하지 않을 수 없다.


4.

시중에 글쓰기 책은 많은데 서평을 다룬 책은 두어권 정도밖에 눈에 띄지 않는다. 

서평집 말고 서평쓰기를 가르쳐 주는 책은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귀한 책이다.

다만, 예시문이 죄다 전문서평가의 것이라 그런 것일지 몰라도 당장 서평쓰기에 도전하도록 만드는 힘은 약하다.

이미 서평가가 된 사람들이 볼 책은 아니지 않은가?

하긴 어차피 글쓰기를 글로 배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건 모든 글쓰기 교본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일단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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