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 -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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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수 책에서 봤던가. 
이과출신 중 기막히게 글 잘쓰는 사람이 있다면서, 
정말 부럽다면서 이 책의 지은이를 언급하는 대목이 있었다. 
그땐 이 책을 읽어본 후였는데 별 감흥이 없었다. 
좋은 책이라니 읽어 치우기에 급급했던가.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참 와닿는다. 


동구라는 아이가 있다. 
진상 오브 진상인 할머니, 알뜰살림꾼 엄마, 
할머니와 엄마 사이에서 늘 할머니편인 아빠와 함께산다. 
고부갈등으로 대화 한마디 없는 삭막한 이 집에 영주가 태어난다. 
영주는 특별한 아이. 
천사같은 심성을 지녔을뿐 아니라 두돌도 안되어 한글을 척척 읽어낸다
(동구는 3학년이 되도록 한글을 못뗐다). 
영주 덕분에 가정엔 생기가 돈다. 


영주가 특별한만큼 동구는 천덕꾸러기 신세. 
열살 평생 구박덩이로 설움받던 동구에게 박영은 선생님이 다가온다. 
난생 처음 이해해주고 진심으로 자기 편이 되어주는 선생님께 반해버린 동구. 
하지만 시간은 무심히 흐르고. 
4학년 담임은 오준근 선생님으로 바뀐다. 
이해할 길 없는 사이코의 전형. 
박선생님이 더욱 그리워지던 어느 날 
주리삼촌에게 박선생님이 죽은 것 같다는 말을 듣게 된다. 
동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진지하게 세상에 대해, 데모에 대해 고민한다. 


할머니가 모실 할머니와 여행을 간 어느 날. 
모처럼 집안이 조용하리란 바램과 달리 엄마아빠는 어느때보다 심하게 다툰다. 
한참이나 집 바깥에 나와있던 동구와 영주.
마당엔 할머니가 아끼는 감나무가 서 있다. 
몇년을 기다린 끝내 달랑 3개의 열매를 맺은 나무. 
감을 만져보게 해주려는 동구의 어깨 위로 영주가 올라선다. 
별은 반짝이는데 바람에 날린 티끌 때문에 휘청하는 동구. 
영주가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을 떠난 어느 날. 


동구는 꿈에서 영주와 박선생님을 만난다. 
박선생님은 꿈속에서 말한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일 수록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할머니는 아무 희망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선생님과 영주를 떠올리며 동구는 할머니의 삶속으로 걸어들어간다. 
그렇게 동구는 정원을 떠난다. 
그 자신 동경해 마지않던 곤줄박이가 되어. 


이 책을 읽다보면 할머니 캐릭터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정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이기적이고 막무가내다. 
소설 속 모든 사건은 할머니로부터 시작된다. 
동구라는 이름도, 영주라는 이름을 짓게 된 것도, 
동구가 지진아가 되어 박선생님을 만나게 되는 것도, 영주가 밤하늘의 별이 되는 것도, 
동구가 어른이 되는 것도. 


흔히 성장소설에선 특정사건을 계기로 주인공을 어른으로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그런 사건을 겪는다고 누구나 어른이 되는건 아니다. 
나이만 먹는다고 절로 어른이 되는건 아니다.
그에반해 지은이는 충분히 설득력있게 동구를 어른으로 변신시킨다. 
그 과정이 어설프거나 작위적이지 않았다. 


기꺼이 누군가의 일부가 되어 때로는 모든게 최악이 될지라도 한 걸음 나아갈 줄 알고, 
그 사람의 아픔을 헤아리며 자신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동구의 모습.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좋은 소설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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