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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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가 빌려준 책.

읽는 내내 천명관의 고래가 생각났다.

질리게 만드는 입담!


하지만 이 작품은 고래와는 좀 달랐다.

고래가 '한'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다면 이 작품은 '유머'를 바탕으로 한다고 할까?

둘 다 가상의 역사를 쓴다는 점은 같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은 다른 것 같다.

어쩌면 그들의 역사를 모르는 탓인지도.


요나스요나손의 작품은 처음인데 상당히 재미있었다.

우리나라 소설에서 맛볼 수 없는 특이한 소재를 다룬다는 점, 그것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는 점.

다만, 헐리웃 영화 같은 뻔한 전개와 결말은 아쉽다.

어쨌든 책을 집어든 동안은 재미를 보장하는지라 쉽게 헤어나오기 어렵겠다. 


그 친구는 '고래'를 읽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을 돌려주면서 고래를 같이 주려고 한다.

(킬러안데르스와 그의 친구들도 빌려주던데. 아마 이런류의 소설을 무척 즐기는듯)


그러고보니 책을 돌려본지가 백만년은 된 것 같다.

우정은 '은밀함'에서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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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예금통장 - 고백 그리고 고발 다음 이야기
안천식 지음 / 옹두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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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그리고 고발 리뷰를 올린 적이 있다.

최근 후속작 리뷰신청을 해 당첨되었는데 이제사 리뷰를 쓴다. 


1.

머릿말에 '옹두리 혜윰'이란 말이 나와 무슨 말인가 찾아보았다.

옹두리: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상한 자리에 결이 맺혀 혹처럼 불퉁해진 것.

혜윰<옛말>[‘혜다의 명사형생각.

그러니까 옹두리의 생각 정도?

그렇다면 옹두리는 뭐지? 아마도 지은이가 스스로를 지칭하는 말이 아닐까?

20번의 소송을 통해 말할 수 없는 상처를 입고 고통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꿋꿋히 일어섰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본문중에 찾아보니 역시나 옹두리는 지은이가 세운 출판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챕터2 참조.

처음 책을 낼 때(18번째 소송)부터 이 책까지 출판하면서 느낀 내용을 정리해두고 있다.


2.

챕터 1에서 전작인 고백, 그리고 고발을 요약한다. 

간결하고 편집도 개선되었다. 

입증책임반증 등 법률용어 해설재심사유를 규정한 민사소송법 조문에 대한 해설헌법재판소의 변형결정에 대한 언급 등 이전 편에서 아쉬웠던 부분이 대폭 보강되었다.

이 부분이 제일 만족스러웠다.

전작을 읽은 독자라면 생략해도 큰 상관없을 듯하다. 


3.

챕터3까지는 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라고 예상가능하다. 

챔터4에서는 사법부에 대한 비판과 제언이 담겨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법관의 독립이나 양심에 의한 재판을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전작보다 풍성하다. 

다만, 하고자 하는 말이 무언지 알겠으나 구체적 설득해가는 과정은 아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4.

지은이가 가장 하고싶었던 말은 이것이 아닐까?

"불공정한 재판의 실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개개 변호사들도 침묵을 깨고 적극적으로 사법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책임을 나누어 져야 할 것이다."-231쪽

그런데 모든 재판이 불공정했던 것은 아니고, 지은이 같이 대기업을 상대로 극도로 불합리한 판결을 받아본 바 없기에 아직은 울림이 덜하다. 

언젠가 지은이와 공명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5.

예전에 처음 책을 낼때 편집문제로 초판 2,500부를 폐기처분했었다 한다. 

이 책에도 오타가 있다. 아쉽다.

1인 출판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11쪽 9-19

43쪽 않아-앉아

90쪽 연유-연휴


6.

이전 책에서도 문체를 지적했었다. 

전형적인 법률가의 문체라고. 대중에게 어필하고자하면 더 섬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주술호응이 안 되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예를들면 165쪽의 아래 문장.

"1948년 9월 13일은 대한민국은 미군정으로부터 사법권을 이양받아 사법주권을 회복하였고 독립운동가였던 김병로 선생이 초대 대법원장으로 취임하였다."

이것은 "1948년 9월 13./..."이렇게 2문장으로 나누거나, "1948년 9월 13일은 대한민국이...취임한 날이다."라고 쓰는 게 좋겠다.


7.

아쉬운 점은 있지만 전작보다 분명 개선되어 가고 있다. 

진화하는 생물을 보는 듯하다. 

일관된 목소리를 내다보면 울림과 파장이 더 깊게 더 멀리 도달하게 될테다. 

고민된다면 후속작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은 증거로 제출된 '찢어진 예금통장'을 문자 그대로 쓴 것.

상징이나 은유가 아니다(경제학 관련도서는 절대 아님).

지은이는 직설화법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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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정원사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25
테리 펜.에릭 펜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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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테리 펜. 에릭 펜은 형제간이라고 해요.
둘 다 그림에 재주가 있다는군요. 
이 책은 그들이 함께 만든 첫 작품이라고 합니다. 
북극곰 출판사는 이순영. 이루리 콤비로 운영되지요. 
두분 다 재주가 좋으시죠. 
이 책은 이순영 님이 옮기셨네요. 


아이들 책은 줄거리가 간단하기 때문에 먼저 작품 외적인 부분을 리뷰에 담게 됩니다. 

먼저 판형을 살펴봅니다. 
아주 크고 시원시원합니다. 
딱 제가 원하는 크기네요. 
마음에 드는 그림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다음으로 본드냄새(새책냄새). 
사소한 부분일 수 있는데 저는 애기책의 경우 치명적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예 책을 처박아두게 되니까요.
이 책은 본드냄새가 전혀 안 나는군요. 
중국에서 만들었다고 되어 있는데 kc마크를 획득했습니다. 
안심해도 되겠네요. 

종이재질.
빛이 반사되는 코팅지가 아닌 약간 두툼하고 투박한 느낌입니다.
원화를 아주 잘 살려줍니다. 
원화가 연필채색 느낌이거든요. 
도화지에 그린듯 자연스럽네요. 


작품을 살펴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그림로치가는 가난한 동네인 거 같습니다. 
그림로치 보육원도 그렇구요.
회색빛 우중충하고 우울한 이 거리에 생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한밤의 정원사가 부엉이. 고양이. 토끼. 앵무새. 코끼리. 용. 기린. 낙타. 고래. 코뿔소. 곰... 
곳곳에 멋진 작품을 만들어 사람들을 놀래켰기 때문이죠. 
물론 독자도 그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독자의 마음도 흑백에서 칼라로 점점 채색되어 감을 느낄 수 있죠. 


하지만 정원사의 작품은 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지게 됩니다. 
나뭇잎은 낙엽지고 떨어지고, 가지도 삐죽빼죽 튀어나오지요. 
한밤의 정원사도 다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정말 놀라운 변화는 이제부터.
그림로치가 사람들은 이전과 달리 집집마다 나무와 꽃을 가꾸기 시작합니다. 
무표정한 윌리엄도 정원가위를 들고 생기에 넘쳐 작은 여우를 만들어냅니다. 
정원사가 남긴 작품도 사라지고, 정원사도 사라지지만 사람들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정원사가 '희망'을 남겼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그러니까 정원사가 정말 남기고 싶었던 작품은 바로 '희망'이 아니었을까요?
그 바램대로 정원사의 가위는 윌리엄에게 전해지고, 윌리엄은 정원사의 뒤를 잇습니다.
그렇게 "희망"은 전염되고 계승됩니다. 


지은이 소개에 보면 펜 형제가 손그림 위주로 작업하면서 디지털 작업도 한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아마도 손그림이지 않을까요?(달빛은 디지털로 넣은 것 같기도??) 

어쨌든 신비롭고 차분한 톤이 일관되게 나타납니다. 

한밤의 달빛을 어쩜 이리도 잘 담아냈을까요? 

저 달빛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아주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싱그런 나무가 앙상한 가지를 남기는 부분도 범상치 않은 표현이었습니다.

달빛 아래 드러나는 작품이 묘한 느낌을 줍니다. 



인간이란 희망을 먹고 사는 존재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주제를 이렇게 강렬하고 환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바로 이런게 그림책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이겠죠.

직접 만나보시기를 강력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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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된 언어 - 국어의 변두리를 담은 몇 개의 풍경화, 개정판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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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로쟈)의 인문학 서재였나?

한동안 이 책을 선물했다고 하길래 읽어봤다.

그 중에서 가장 분량이 길고 유명해보이는 글(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만 읽고 서평을 쓴다.



1.

이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복거일은 내 스승이다.”106

그리고 이렇게 이어진다.

그러나 스승의 어떤 견해들은 때때로 나를 곤혹스럽게 한다...무엇보다도그런 견해가 복거일이 옹호하는 자유주의·개인주의에 치명적일 것이기 때문이다.”109

 

그러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낸다.109~116

자유주의자개인주의자.

시사인에서 읽었던 것 같은데 열린사회와 그 적들로부터 굉장한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은 논의전개에 별 필요없어 보인다

인물과 사상에 실렸기 때문인 듯조선일보를 욕하기 위해 본다는 각주내용도 그렇고.

 


2.

'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는 이렇게 요약가능하다.

이 글은 복거일이 촉발한 영어공용어화’ 논쟁을 검토하려 쓴 것이다.

그 논쟁의 본질은 민족주의다.

언어든사회든 열려있어야 하는데 민족주의의 본질 중 하나는 닫혀 있음이다.


 

논쟁을 검토하기에 앞서 누락시킨 논점을 살펴본다.

먼저 일본의 번역작업을 살펴본다.123

일본제 한자어가 생명력을 갖는 이유는 한국인이나 중국인이 그 단어들을 일본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133

다음으로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기반으로 한 유럽어를 살펴본다. 마찬가지로 번역의 중요성이 강조된다.135

한국어 문장의 시작은 번역문이었다.149

외래어가 됐든 번역투가 됐든그것들을 인위적으로 몰아내 한국어를 순화하겠다는 충동은 근본적으로 전체주의적이다.151


독일어.

순수한 독일어라는 우상과 환상.152

독일의 역사에서 민족주의의 기운이 위험스러울 정도로 높아질 때마다 이 순수주의가 기승을 부렸다”156


영어.

오늘의 영어를 만든 너그러움’159


끝으로 일본어.

개방주의와 순수주의를 오락가락한 일본어166


가장 좋은 문화정책이 문화를 그냥 놓아두는 것즉 무책이듯가장 좋은 언어정책은 언어를 그냥 놓아두는 것이다.”175

이 한마디를 위해 50여페이지.

본문을 보완하는 의미는 적어 보인다.


 

3.

본래 논쟁으로 돌아오자복거일의 논점은 세가지.

첫째 머지않아 영어가 국제어가 되어 모든 사회의 공식언어로 쓰일 것이다

둘째 민족어들은 차츰 대중들의 삶에서 떨어져 박물관 언어가 될 것이다

셋째 인류의 표준 언어가 되어가는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자.

이에 대한 반박을 소개하며 재반박한다.

그 내용은 별로 재미가 없다.

 

지은이의 생각에 동의할 수 있는 부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은 이중언어 사용자가 되리라고 생각한다나로서는 민족어가 사라지는 상황이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197

공용어로서의 영어를 반대한다는 것은지식과 정보를 특정집단이 독점하는 걸 허락하겠다는 뜻이다... 지식과 정보는 곧 권력이다.”205

 

동의할 수 없는 부분.

앞으로 머지않은 시기에영어를 쓰지 않고 민족어를 쓴다는 것은 지식과 정보의 세계로부터 자신을 추방하는 것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20세기가 끝나갈 무렵 한국에서 복거일이라는 사람이 영어공용어론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그리고 그 제안이 커다란 비판에 직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그들은 몹시 의아스러워할 것이다.”196

 

이것은 복거일의 글인데,

한 쪽엔 영어를 자연스럽게 써서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고 일상과 직장에서 아무런 불이익을 보지 않고 영어로 구체화된 많은 문화적 유산들과 첨단 정보들을 쉽게 얻는 삶이 있다.”181-182

 



4.

지은이는 자신의 논지를 일관되게 끌고 간다

극단적으로 보이지는 않고 나름의 균형감각을 보여준다. 인상적이다. 

문체도 담백하고 논리정연하다. 

이론적으로 논리적으로는 글쓴이의 주장에 동의할 부분이 많다

그러나 인간은 원자화된 개인으로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한 적도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근본적인 지점에 동의하기 어렵다

어쩌면 이런 생각의 차이는 특별한 근거를 제시하기 어려운 편견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우니까.

 

이 글이 쓰인 것은 IMF 직후글쓴이가 바라바지 않는 무한경쟁이 도입되는 시점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세계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면 글쓴이와 같은 결론에 이를지도 모르겠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그것을 도외시한 경쟁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아담스미스의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을 함께 고찰한 일본의 어느 교수가 떠오른다

조만간 그 책도 읽어볼 예정.

 



5.

그렇다면 영어공용화에 대한 내 결론은 무엇인가?


한번 식민지를 경험한 민족적 트라우마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일본어에 대한 적개심이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

적어도 우리세대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영어가 국제어가 될 거라는 낙관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인터넷을 통해 영어의 헤게모니가 단단해지는건 사실이지만스페인어중국어일본어한국어와 같은 민족어 역시 독자적인 영역을 더 단단하게 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수의 언어가 권력을 나눠가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가 네덜란드나 홍콩같은 무역국가라면 영어공용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일지 모른다하지만 우리 생활에 꼭 영어가 필요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나는 영어공용화에 반대한다(찬성론의 전제가 틀렸으므로 결론도 틀렸다).

물론 사교육 시장을 바로잡고 한국말이 더 풍부해지며 보다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이 영어공용화일 필요는 없다. 

지은이는 권력의 균점을 말하는데 우리사회의 특성에 비추어 권력은 더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예컨대 나중엔 라틴어 어원 알아맞히기 시험성적이 취업을 좌우하게 될지도 모른다).

 

끝으로 영어를 쓴다고 갑자기’ 세상 사람 모두가 친구가 되고 첨단 정보들이 쉽게 얻어지는 꿈 같은 일이 일어날까그렇다면 영어를 쓰는 수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사는 이유는 뭘까? 복거일의 이 주장은 정말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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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의 역습 - 당신이 몰랐던 우유에 관한 거짓말 그리고 선전
티에리 수카르 지음, 김성희 옮김 / 알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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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이 책의 핵심 주장은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우유는 절대 완전식품이 아니다."
"특히 유제품이 골다공증 예방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해를 끼칠 수도 있다(15쪽)"
고 합니다.


2.
그렇다면 어떻게 우유가 완전식품이라고 믿게 만들었을까요?
지은이에 따르면 낙농업계의 로비활동으로 정부, 과학자들, 의료계, 일반 대중이 그렇게 믿게 되었을뿐 엄밀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합니다. 
엄밀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분석에는 동의할만 합니다. 상세한 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낙농업계의 로비활동이 성공하게 된 사회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점은 아쉽군요.
물론 지은이가 이러한 설명을 통째로 빼먹은 것은 아닙니다.

지은이에 따르면 1934년에 영국(우유법, Milk Act), 1954년에 프랑스, 1966년에 미국(아동영양법, Child Nutirition Act)에서 학교우유급식을 하게 됩니다.
당시는 전시 또는 전후상황이었고, '건강, 재건'에 대한 욕구가 강한 시기였을 겁니다. 
우유와 설탕이 으뜸가는 영양원으로 제시되었고, 사회적으로 이를 수용할만한 분위기였기에 정부정책으로 채택되었겠지요(우리나라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였을 수도 있었겠지만요).
프랑스가 전후에 다시 일어서기 위해 필요한 바로 그 일꾼을 키우는 데에 우유보다 더 좋고 영양 많고 완벽한 게 뭐가 있겠는가?(43쪽)

로비가 성공한 결과 학교급식이 가능했다고 볼 근거가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당시의 사회적 배경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부분은 설명이 부족해 보입니다. 


3.
51쪽부터 지은이는 갑자기 '칼슘'얘기를 시작합니다. 
이 책의 원제는 <우유, 거짓말 그리고 선전>입니다.
전작인 <건강, 거짓말 그리고 선전>의 후속작이고 그 책의 핵심 주장으로 우유칼슘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그리고 칼슘에 대한 논쟁으로 프랑스 사회가 꽤나 시끄러웠던 것 같군요).
그래서 이 책은  <건강, 거짓말 그리고 선전>에서 대략 이야기했던 논거들을 부연, 발전 시킨 것입니다.(27쪽)

앞서 살펴본 대로 건강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어느정도 충족되자 1960년대 우유산업은 정체기에 빠집니다. 
타개책으로 등장한 것이 '칼슘'선전입니다.
지은이는 이게 얼마나 근거없는 주장인지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이 부분부터 후반부는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이 등장하는데, "이 책이 부차적으로는 보건 계통 종사자들을 향한 것이긴 하나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무엇보다도 영어를 모르고 생물학이나 생화학, 의학 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였다. 지침의 이론적 근거가 되는 유제품과 뼈에 관한 연구 결과들을 그들도 공유했으면 하는 게 내 바람(97쪽)"이기 때문입니다.

지은이는 우유를 많이 먹는 나라에서 골절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지적합니다.
그 이유는 "과도하게 유입된 우유 칼슘은 뼈가 스스로 재생하는 능력을 수십 년 만에 소진시켜(121쪽)" 버리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 "일평생 내내 많은 양의 유제품을 섭취하면 뼈 성장이나 뼈 리모델링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자극받게 되고, 그 결과 조골세포 보유고가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앞서 고갈(129쪽)"되어 뼈를 만들어 낼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뼈를 만들어 내는 것이 조골세포입니다).


4.
이후 지은이는 우유 및 유제품과 암 발병, 소아질환, 비만, 당뇨병, 심근경색과의 상관관계를 살펴봅니다. 
논증을 위해 많은 연구사례가 등장합니다.
지은이는 우유가 위와 같은 질환을 야기한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우유가 위와 같은 질환을 예방시키지 못한다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우유를 먹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즐거움을 위해 (우유를) 먹는 거라면 괜찮지만 의무적으로 먹지는 말라는 것이다. 건강을 위한다는 핑계로 사람들에게 그토록 많은 유제품을 먹도록 계속 권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본다(27쪽)."는 것이 지은이의 메세지입니다.


5.
이 책은 프랑스에서 논쟁을 불러 일으켰지만 우리나라에선 잊혀졌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우리나라의 요상한 우유수매정책을 들 수 있겠습니다.
시사인 기사에서 읽은 것인데, 우리나라는 농장에서 우유가 생산되면 소비자에게 판매되지 않아도 농장은 돈을 벌게 되는 구조라고 합니다. 
그러니 우유업체가 과다광고를 할 필요도 없는 것이죠.
그저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그것도 압도적인 선두가 있으니 유명무실).
이 부분이 논의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6.
풍부한 예로 논증하는 책.
이런 번역서를 볼때마다 부럽네요.
이런 책의 존재보다는 이런 책을 읽어낼 수 있는 독자층이 있다는 사실이 더 부럽습니다.
(과학책 너무 안 팔리고 안 읽잖아요..)

이 책을 제대로 즐기려면 최소한의 생물학, 생화학, 의학 지식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논증과 반박의 재미가 포인트인 책이니까요.
서두에 적은 바와 같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고 간단합니다. 
자기 생각이 분명한 책입니다.


7.
제 아내는 즐거움을 위해 우유를 먹습니다.
제게도 권할 때가 있는데 이제는 당당히 안 먹을 수 있겠군요.
우유 뿐만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건강식품으로 알고 있는 것들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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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0-02 0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