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카페
카시와기 타마키 지음, 김성미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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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때로는 답도 구하기 힘든 질문들이 뜬금없이 마구 솟아오를 때가 있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금 나는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는가, 그렇다면 제대로 된 삶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등등… 이리저리 생각하며 그 답을 구해보지만, 그저 머리만 복잡해질 뿐이다. 그러다가 때로는 이런 생각들이 조금 현실적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와 같은 질문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학교를 다니면서, 취업을 준비하면서, 혹은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으면서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어릴 적 내가 그리던 삶을 살고 있는가, 내가 지금 하는 일들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인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하는 것인가,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수는 없는 것일까… 이쯤 되면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눠질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은 그저 꿈일 뿐이고 그냥 지금의 모습에 충실하게 살자,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해야 겠다는 생각을 그 즉시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로.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보다는 전자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후자에 대한 미련을 쉽게 떨쳐버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대다수의 사람들이 부러워할만한 이야기, 전자가 아닌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들, 아니, 그녀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 『그녀들의 카페』이다.

 

 카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너무 거창하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들의 카페』에도 누군가의 삶과 꿈이 담겨있으니 무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녀들의 카페』는 제목 그대로 그녀(?!)들의 카페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그저 꿈에 불과했던 자신만의 카페 만들기를 현실로 이루어낸 그녀들의 이야기ㅡ. 이 책의 가장 큰 포인트가 이것이다. 평범하던 그녀들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서 시작하게 된 저마다의 카페들이 결국에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그들만의 카페로 발전 되었다는 것. 이는 단순히 카페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만이 아니라 꿈을 그리는 모든 이들이 생각해봐야 할 사실일 것이다.이 책이 단순히 예쁘고, 독특한 카페의 소개가 아니라 꿈을 담아낸 카페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도, 거창하게 이야기해도 부족하다거나 그 어떤 어색함도 없으리라 생각해본다.

 

 『그녀들의 카페』는 크게 「part 1 이야기가 있는 그녀들의 카페 스타일」「part 2 인기 카페를 만드는 방법 : 카페를 개업하기 위한 3스텝」으로 구성되어있다. part 1에서는 이 책의 주인공이기도한 그녀들의 카페를 돌아볼 수 있다. 카페의 전체적인 스타일, 콘셉 등의 기본적인 카페의 소개부터 시작해서 많은 이들에게 조언이 될 질문과 답변, 그리고 아기자기한 카페의 모습 등을 글과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 수많은 카페들이 소개되어있지만, 중요한 것은 어느 하나 비슷한 것이 없고 저마다의 개성이 충분히 담겨있다는 사실이다. 흔하디흔한 카페가 아니라 자신만의 기운이 담긴 카페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part 2에서는 카페를 만들기 위한 단계를 하나씩 밟아나가며 실전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카페 콘셉트를 잡아나가는 단계부터 점포 자리 찾기, 인테리어 하기, 허가 받기 등을 거쳐 오픈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역시 이 책의 주인공들인 그녀들의 경험을 결합해 들려준다.

 

 이 책은 꿈을 담고 있으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는 다른 점이 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녀들은 일본에서의 이야기고, 따라서 모든 세부 사항들이 그들의 실정에 맞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간 중간에 우리 실정으로 바꾸어 설명을 해놓은 부분도 있지만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세밀한 내용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전체적인 모습만은 더없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 책에는-책의 제목처럼- ‘그녀’들의 이야기만 담겨져 있다. ‘그녀’가 아니라 ‘그’에 속하는 내가 봐도 괜찮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건 단순한 우려-혹은 편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인 내가 봐도 충분히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져 있었다. 사실, 실제로 카페 준비를 한동안 해왔었기에-지금은 잠깐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카페를 시작할 것이다!- 좀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준비를 하면서, 과연 괜찮을까, 하며 우려했었던 부분들이나 생각들을 좀 더 확고히 나만의 생각으로 지킬 수 있게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앙드레 말로’는 말했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고. 요즘 많은 이들이 꾸는 꿈들 중 하나가 자신만의 카페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고…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현실로 이루어낼 그 꿈을 위해서 조금씩 준비하는 단계 중 하나로 다른 이의 모습을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에게 꿈이 되는 것을 누군가는 이미 현실로 이루어낸 사실을 보면 도움, 혹은 자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꿈을 그리는 사람들에게-특히나 자신만의 카페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녀들의 카페』는 더없이 적합한 책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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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힘 1 밀리언셀러 클럽 124
돈 윈슬로 지음, 김경숙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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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 영혼을 칼에서 건지시며

내 유일한 것을 개의 힘에서 구하소서.

- 시편 22장 20절

 

 

 

 

 “엘 포데르 델 페로”, 개의 힘(The Power of the Dog). 『개의 힘』은 1997년 멕시코 엘사우살에서 마약전쟁으로 인한 또 다른 희생자들이 된 한 가족의 처참한 장면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열아홉 구의 시체 중에는 여자와 아이들까지 포함되어있으며, 그 모습 하나하나가 끔찍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게끔 만든 장본인도 절대 예상하지 못한, 상상이상의 끔찍한 모습들이 눈앞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개의 힘'은 이렇게 시작부터 그 힘(?!)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개의 힘이란 대충 이런 것-성경 시편 22장 20절에 나오는 이 말은, 아마도 인간의 본성에 잠재되어있는 어둠, 악(惡)을 말하는 것이리라-이다, 라고 맛보기를 보여주듯이 한 가족의 몰살을 보여주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다시 이 모든 것들이 시작되는 1975년으로 돌아간다. 그러고는 1975년부터 2003년까지의 멕시코 마약 전쟁(Mexico Drug War)을 담은 이야기를 조금씩, 하지만 힘 있게 풀어낸다. 그렇게 시작부터 잔인하고도 생생하게 드러나는 악의 모습은 『개의 힘』 전반을 지배하게 된다. 그리고 나를 비롯해 이 책을 읽게 되는 많은 사람들 또한 그 힘에 지배당하게 된다.

 

 마약단속반 ‘아트 켈러’는, 우연한 기회로 만나 친구가 된 ‘아단 바레라’ 의 삼촌이자 시날로아 주지사의 특별 보좌관이던 ‘미겔 앙헬 바레라(티오)’의 도움으로, 「콘도르」라는 이름의 멕시코 마약조직망 파괴 작전을 훌륭히 성공하게 된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그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트는 그 임무의 성공이 이전보다 훨씬 크고 더 나은(?!) 또 다른 조직을 만드는 일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법칙. 콘도르 작전의 성공으로 탄탄대로의 출셋길에 오를 수 있었던 그는, 자신이 그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그런 길을 갈 수는 없었다. 그저 끝내지 못한 일을 처리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그’의 마약과의 전쟁은, ‘그만’의 마약과의 전쟁으로 그를 끌고 가게 되고, 그 길은 결코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할 깊은 수렁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멕시코 마약 전쟁은 시작되고, 그 주변에서 이미 자리 잡고 앉아있는-혹은 서서히 자리 잡아 갈- 수많은 핏빛 세계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된다.

 

 

『개의 힘』은 1975년부터 2003년까지라는 오랜 시간을 이야기로 담아내는 만큼 수많은 인물들과 사건이 등장하게 된다. 단 몇 줄로 이야기의 시작을 대충 정리하기는 했지만, 이보다는 주요 등장인물의 먼저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아트 켈러

국경의 왕. CIA 출신으로 마약 수사 전담반 요원이다. 어린 시절 마약이 자신의 삶 주위에 존재하던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직접 경험한 그였기에 마약과의 전쟁은 절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생각이 아닌 실천으로 그대로 옮겨지며 그로인해 자신의 가정까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 아단 바레라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가던 그는 그의 삼촌인 티오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고, 우연한 계기로 티오의 자리를 잇게 되는 위치에까지 오르게 된다. 하늘의 군주라 불릴 만큼 마약 조직 최고의 자리에 서게 된다. 아트와는 친구로 시작된 인연이지만 이제는 완전한 적이 되어버린 관계. 끊임없는 범죄로 성장해나가는 그의 모습은 아트와의 적 관계를 지속(혹은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 노라 헤이든

우연히, 고급 매춘 업소 운영자이자 스카우터인 ‘헤일리 색슨’의 눈에 띄게 되어 고급 매춘부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노라. 매춘부로 살아가면서도 그녀만의 고귀함(!?)을 간직 한 채 살아가던 그녀는 어떤 사고를 통해서 후안 신부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 인연은 순수한 존경과 사랑, 우정으로 지속되었으나 신부의 죽음으로 그녀는 또 다른 삶을 길을 걷게 된다.

 

 - 션 칼란

아일랜드 출신으로, 그 역시 정말 우연한 사건으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 우연한 사건이란 살인이었다. 친구의 죽음을 막기 위해 시작된 그의 살인은 또 다른 살인을 불러오게끔 만들었다. 결국에는 냉정한 킬러라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냉정하지만 우연히 마주친 한 매춘부를 잊지 못하는, 그래서 그래도 가장 내일을 그려볼 수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마약 수사관과 마약 조직의 보스, 고급 매춘부, 그리고 킬러라는 네 사람의 위치는 언뜻 보기에는 한 자리에 모일 일이 있을까 싶은 만큼 다른 모습들이지만, 이들 모두를 잇게하는 한 인물, ‘후안 오캄포 파라다 신부’가 있기에 그들은 이렇게 저렇게 얽히고설키게 된다.

 

 

 

 

 주요 인물들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우연히’, 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 것 같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우연히 시작된 일들로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삶을 살게 되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달리 표현할 적합한 말을 찾지 못했기에, 그 시작을 ‘우연’이라는 말로 표현하긴 했지만, 과연 그 모든 것들이 우연 때문이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모든 것이 우연하게 일어났지만 원래 그 길을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닌지, 우연이라는 이름은 누군가의 가슴 속에 숨겨져 있던 개의 힘을 끌어낸 아주 사소한 것에 불과했던 것은 아닌지 말이다.

 

 ‘우연’을 기점으로 삶의 방향이 바뀌기는 하지만, 『개의 힘』은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는-물론 악에 훨씬 더 가까이 다가가 있지만…-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런 것이 진짜 사람들의 모습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아단이 하늘의 군주가 되기까지 변해가는 모습들, 아트가 가정을 버리면서까지 할 수밖에 없었던 행동들, 구질구질한 삶을 살던 노라가 고급 매춘부가 되어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모습들, 그리고 평범했던 한 청년이 냉정한 킬러가 되어가는 상황들… 비록 개개인의 삶이 보통의 사람들은 겪을 수없는 파란만장한 삶이지만 그럼에도 진짜 우리의 모습인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개의 힘』은 멕시코 대지진이나 정치인 암살, 중남미 지역의 공산화를 막기 위한 목적을 가진 미국 정부의 음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멕시코 마약조직에 기여한(?!) 점 등의 실제 사건들과 그와 관련된 실제 인물들을 소설 속에 적절히 녹아내고 있다. 사실, 미국과 중남미 지역의 역사적 사실을 잘 모르기에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쉽게 구별하며 이것저것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그것이 명확히 구분되어진다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전반적으로 권력과 명예, 부를 가진 자들-혹은 그런 나라?!-의 생각들은 거의 공통적이니까… 뭔가를 가지고 있기에 그 뭔가를 더 지켜야만하고, 때론 그 이상을 탐할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이니까. 어떻게 보면 그들마저도 이런 세상의 희생자들일수도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세상의 어떤 것이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개의 힘을 끌어낼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혹은 그 반대이거나… 스스로가 개의 힘에 지배되고, 또는 스스로가 개의 힘이 되어버리기도 하는 사람들과 세상의 모습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개의 힘』의 놀라움은 더해진다.

 

 수많은 시간들,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이상의 수많은 사건들이 이 작품에 담겨있다. 이전에 ‘돈 윈슬로’의 작품에서 느꼈던 힘-평범하게만 느껴지는 일들을 기대이상의 놀라움으로 풀어내던 그 힘-을 다시 한 번, 아니 보다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준비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다보니 그 이야기자체에도 상당한 힘들 들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전체를 계속해서 힘 있게 유지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해버린다. 잠시 흐름이 늘어지거나 끊어질 듯 한 순간이 아닐까 싶은 부분에서조차도 놀랍게 또 다른 반전으로 팽팽한 긴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드라마를 보면 항상 마지막부분에서 다음 편에서도 시청자들의 호기심이나 흥미를 끌어당길 수 있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물론 다음 편이 시작되면 그런 극적인 모습은 이상하리만큼 부자연스럽게 해결되고 심지어는 힘없이 축~ 늘어지고는 한다. 단순한 자극적 소재로 흥미유발을 하고는 단순하게 사라지는 모습인 것이다. 돈 윈슬로도 비슷한 방법을 쓴다. 마치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이나 예고편의 그것과 같은 강렬함을 안겨주면서 대부분 장의 마지막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드라마와 다른 점이라면 결코 그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극적 긴장감은 계속해서 주어지면서도 결코 쉽사리 풀어지지 않는 힘이 느껴진다.

 

 

 ……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 그저 아단 바레라가 ‘좋은 녀석’이었다는 사실뿐이다.

아단은 정말 좋은 녀석이었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그 속에 무엇이 잠재되어 있었든…….

어쩌면 그건 우리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는지도 모른다고,

세월이 흐른 뒤 아트는 가끔 생각했다.

확실히 아트의 내면에도 잠재되어 있었다.

개의 힘.

-P55

 

 

 앞서 ‘개의 힘’을 악(惡)이라고 단순하게 표현했지만, 진짜 개의 힘이란 과연 무엇일까!? 인간 내면에 잠재된 악의 힘!? 혹은 절대악!? 그저 그렇게 단순한 말로 표현 가능 한 것인가!? 인간에게 언제는 절대선이란 것이 있었고, 또 언제는 절대악이라는 것이 있었나!? 우리가 흔히 접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항상 그저 착하기만 한 주인공이 있고, 항상 그 주인공을 괴롭히는 상대역인 악인이 등장한다. 그만큼 선명하게 선과 악이 갈릴 수가 없다. 현실이 아니기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사람들은 이야기에 몰입되고는 한다. 하지만 역시나 현실로 돌아오면 또 다르다. 절대 선이나 절대 악은 없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사람들은 여태껏 살아오던 삶과 전혀 다른 삶을 살 수도 있게 된다. 일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면, 거대하게 삶의 전반 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도 그런 힘은 충분히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개의 힘이란 무엇인가가 아닌, 인간의 저 깊은 곳에 -만약 그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예외 없이 있는 것이라면- 자리 잡고 있는 개의 힘, 그 힘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저 흐르는 대로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 힘이 드러나면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적어도 나의 생각은 그 반대다. 그의 힘에 그저 끌려가는 것은, 인간이라면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절대의 경우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쉽사리 끌려가지만은 않아야 하는 것이 개의 힘에 맞서는 인간의 또 다른 힘이 아닐까?!

 

 『개의 힘』은 나의 바람과는 반대로 철저히 개의 힘에 끌려가는 사람들과 그들이 지배하는 세상의 모습이 그려진다. 사건의 해결 유무와 상관없이 끝까지 남아있는 개의 힘. 그럼에도 그 속에서 아주 작더라도 어떤 희망을 찾고 싶어진다. 적어도 그래야지만 우리가 삶을 지탱할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말이다. 그것마저 없다면 그저 힘든 하루하루, 또 오늘과 같은 내일만을 보내야하고, 결국에는 그 누구나 지쳐 쓰러질 것이 틀림없기에 더더욱 말이다. 아트는 또다시 스스로가 만들어낸-혹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개의 힘에 잡혀 힘든 나날들을 보낼지 몰라도, 적어도 칼란과 노라만큼은 새로운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삶이 아트가 될 수도, 칼란이나 노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면, 결국 그 선택은 역시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내 유일한 것을 개의 힘에서 구하소서, 라는 기도의 구절 그대로의 마음으로…

 

 사실 이 책을 연거푸 두 번 읽으면서,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나를 사로잡는가를 계속 생각해봤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내가 하고 싶은, 혹은 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두 번째 읽을 때는 이런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는 그런 생각조차 할 여유가 없었다. 또다시 그저 흠뻑 빠져버렸기에… 분명 뭔가가 있는데, 그런 것들을 다시 한 번 곱씹어 읽어보면서 찾고 싶은데, 지금까지 한 이런저런 잡담 같은 말들 외에는 더 이상 어떻게 표현할 방법을 찾을 수도 없었다. 이 거대한 작품을 어떻게 몇 줄의 글로 표현할 것이며,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큰 힘을 어떻게 이런 부족한 글 솜씨로써 표현할 수 있을 것이며, 개의 힘이라는 인간의 근원적인 딜레마(!?)를 그저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내가 어떻게 감히 논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따지고 보면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하나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책은 직접 읽어봐야 한다고. 그래야만 알 수 있다고.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몇 년’이라는 시간을 준비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런 일을 ‘누군가’는 해낸다. 거의 6년이라는 ‘몇 년’의 시간을 준비해서 그런 일을 해낸 ‘누군가’ 중에 한사람이 바로 ‘돈 윈슬로’ 이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오랜 시간 뭔가를 준비하고 그 목적을 이뤄낸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까지 좋으란 법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돈 윈슬로는 그 결과까지 아주 만족스럽다. 본인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사실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 결과물을 손에 쥐고 느낄 수 있는 독자 중 하나인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또 다른 확신도 든다. 이런 만족감을 느낄 사람은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란 확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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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세컨즈 1 - 생과 사를 결정짓는 마지막 3초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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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리 세컨즈?! 제목이 말하는 이 ‘3초’라는 시간이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이 책이 범죄자와 경찰 정보원을 오가며 이중생활을 하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라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런 한 남자와 3초라는 시간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일까 싶었다. (뒤늦게 이런저런 이 책의 자료들을 통해서 알았던 바에 의하면, 저격 후 명중이 될 때까지의 시간이 3초라고 한다. 어쨌든!) 처음에 생겼던 궁금증이 한동안 계속해서 떠올랐기 때문인지 자꾸만 뭔가를 연결시키고만 싶은 생각에 “전 세계를 매혹시키기에 ‘3초’면 충분하다” 는 광고 문구는 나에게 해당되지 않았다. 적어도 그 시작에 있어서만큼은 말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게 정확인 언제부터인지도 사실 모르겠다- 어느새 이 책에 빠져든 나를 발견했다. 시간의 개념도 없었다. 소설 속의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길게만 느껴질 며칠을 담은 이야기였겠지만, 나에겐 그 시간이 마치 3초처럼 느껴졌다.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시간이 흘러간 것이었다. 그랬다. 3초 전에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끝난 것만 같은 느낌. 허무함이 아닌 정신없는 집중의 시간들. 그래서 한편으로는 너무 짧아서 아쉬움이 들기까지 하는 시간들이었다….

 

 ‘피에트 호프만’이라는 이름을 가진 잔혹한 범죄자이자, 동시에 ‘파울라’라는 암호명으로 스웨덴 경찰의 비밀정보원 역할까지 하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가족까지 감쪽같이 속이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폴란드 마피아 조직인 보이테크의 조직원으로, 스웨덴 전 교도소에 형성된 마약 시장의 장악이라는 조직의 목표를 달성해야 할 중심인물의 자리까지 올라간 상태이다.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그는 교도소로 들어가야만 한다. 동시에 이는 파울라의 삶에 있어서는 폴란드 마피아 조직의 스웨덴 진출(?!)을 일망타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가 사랑하는, 그리고 지키고 싶은 가족과 제대로 된 삶을 원하던 그이기에, 그는 파울라가 되어 이 위험한 일을 시작하게 된다. 이번 일을 마지막으로 가족과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소망하며… 하지만 그 시작부터 힘든 하루 하루의 연속이다. 새로운 삶은 고사하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가 걱정했던 최악의 상황이 펼쳐진다. 그를 파울라라는 도구로 사용했던 스웨덴의 권력들이 그를 버리게 되면서 이제 호프만 앞에 놓인 것은 죽음밖에 없게 된다. 그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마지막 3초…

 

 이 소설은 ‘안데슈 루슬룬드’와 ‘버리에 헬스트럼’ 두 사람에 의해 쓰였다. 이미 《비스트》를 통해서 한 번 접해봤던 작가들이기에 그들의 특이한 이력-한 사람은 기자 출신이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전과자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다-보다도 그들이 안겨줬던 그들만의 사실적이면서도 그 이상의 생생한 느낌이 지속될지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물론, 그 기대는 충분히, 아니 그 이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가진 다양한 경험들을 담아내고, 부족한 것들은 또 다른 자료와 연구 등을 통해서 -심지어 교도소 마약밀반입을 실제로 시도해서 성공까지 했단다- 보완하여 보다 현실에 가깝게 그려내고 있다는 사실은 역시나 기대 이상이었다. 또한 소설이라는 장르에서 빠질 수 없는 오락적 요소(?!)들, 이를테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이야기라든지 결코 끝까지 가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이야기와 같은 것들까지 충분히 담겨있어 더더욱 생생하게 주인공인 호프만의 삶을 따라가며 즐길 수 있었다.

 

 보통 이런 장르를 만나면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 싶을 때가 있다. 허구임을 알지만 그래도 사실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바닥에 깔려있어서 그런 것일까. 과연 저런 일이 실제로도 가능할까 싶은 생각들, 특히나 뭐든지 잘하며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차라리 히어로물의 주인공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물론 『쓰리 세컨즈』의 호프만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렇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미심쩍은 부분은 실제 실험을 직접 했다고 하지 않는가?! 이정도라면 이런 것들도 충분히 허용(!?)될 수준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소설을 통해서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을 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 우스운 일인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어떤 소설을 통해서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는 것이 불필요하게 느껴질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소설이기도 한데 말이다. 하지만 가끔씩은 그 소설이 던지는 질문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는 과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나 이 책, 『쓰리 세컨즈』에서 던지는 질문과 같은 것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큰 건수(?!)를 하나 잡기위해서 작은 범죄들은 모두 묻어버리는 모습과 그런 큰 목적의 일들을 하기위해 누군가를 정보원-좋게 말해서 정보원이지 흔히 끄나풀이나 앞잡이 정도로 불리는…-으로 이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를 적으로 돌려버리는 모습.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시킨다는 따위의 말들이 힘이 발휘하는 순간들. 또한 그 속에 포함되는, 사람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비열하면서도 부끄러운 순간들. 이런 것들이 과연 경우에 따라서 라는 허술한 말로 허용되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일까?! 물론 이마저도 힘 있는 누군가에 의해서 행해질 수 있는 일이겠지만, 과연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이와 같은 일이 권력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서 벌어진다면 일반인들이 받아들이는 사건의 심각성이나 그 일에 대한 해결방법은 결국에는 극과 극의 차이를 보이는 사람들의 대립이라는 의미 없는 소모전으로만 이어지지 않을까?! 이미 정답은 나와 있는데, 그 정답과 현실과의 거리가 상당할 것이다. 소설을 통해서이기는 하지만 이를 계기로 이런 거리들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방향의 길을 찾아보는 것, 아니 한 번 쯤 생각만이라도 해보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는 일이 될 것이다.

 

 없을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에는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은 이야기들, 쉬운데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들… 『쓰리 세컨즈』를 그저 책에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만 표현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재미가 있기에 또 다른 메시지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소설이 아닌가 생각된다. 출간 즉시 할리우드 영화화 결정이 되었다고 한다. 소설로 충분히 즐거움을 맛봤으니 이제는 느긋하게 영화로 만나는 『쓰리 세컨즈』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일도 즐겁게만 느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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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클라시쿠스 - 클래식 멘토 7인이 전하는 클래식 대화법
김용배 외 지음 / 생각정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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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우연히 TV에서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이라는 프로그램-그 후에는 책으로도 만나볼 수도 있었다-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클래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매 강의마다 작곡가를 한 명 택해서 그 작곡가의 삶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그 속에 음악을 담아내는, 보다 친숙하면서도 즐거움을 안겨주는 새로운 방식의 프로그램이었다. 이름정도만 알고 있던 작곡가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그들의 음악과 함께 정신없이 쏟아져 나오는데, 복잡해서 정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오히려 재미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나와는 거리가 먼 음악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던 ‘클래식’이었기에, 그런 클래식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 재미있다니 놀랄 수밖에… 그러면서도 이때가 기회다 싶었다. 이 방송만 꾸준히 챙겨 봐도 클래식에 대한 최소한의 흥미는 붙일 수 있겠구나. 하지만 웬걸. 이런저런 일들로 시간에 쫓기다보니 어느새 그런 프로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클래식과는 다시 거리가 멀어졌다.

 

 항상 클래식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번번이 실패하고 말지만… 어쩌면 음악에 도전을 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잘못되어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클래식은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즐길 수도 있는 것인데 말이다. 하지만 내가 그렇듯, 보통의 사람들도 아마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클래식은 왠지 어렵고, 어렵기에 그만큼의 공부를 해야지 제대로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물론 공부를 하면서 음악을 듣는다면, 그만큼 더 많이 알고,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이고, 그로인해 음악도 더 잘 들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되는 것이 틀림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오히려 그렇기에- 클래식만큼 그 시작부터가 힘들다고 느끼는 음악도 없는 것 같고, 그만큼 큰 선입견이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를 포함해서 클래식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 벽이 높지 않다는 것, 클래식은 고상한 척을 하는 특권층에게만 열려있는 음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는 것, 아니 느껴야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벽을 허무는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 바로 『행복한 클라시쿠스』라 생각된다. 이 책은 7인의 클래식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클래식을 사람들이 듣는 이유부터 자신들을 비롯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클래식과 얽힌 이야기, 그리고 자신들이 클래식과 소통하는 법 등을 진솔함과 애정까지 더해서 들려준다.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서 독자들이 클래식에 한걸음씩 다가설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클래식 멘토라고 이름이 붙여질 만큼 그들이 클래식의 전문가이기는 하지만 결코 클래식에 대해서 어렵다거나 높은 수준을 요한다는 식의 장벽을 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장벽들을 깨뜨리기에 여념이 없다. 클래식이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 모두의 음악이길 바라고 원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예술은 밥이 아니다. 음악을 듣는다고 배가 불러지지도, 배고픔이 잊히지도 않는다. 물론 하는 이에게는 그것이 밥이지만, 듣는 이에게는 결코 밥이 아닌 그것을, 대체, 왜, 우리 보통 사람들이 듣고, 듣는 것이 좋다고 이렇게 쓰고 있는가. -P52

 

 내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오직 나만이 그것을 가지고 싶어 하거나, 혹은 반대로 주위 모든 사람들에게 그것을 알리고 함께하고 싶어 한다. 이 책은 그 후자에 서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서 뭔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좋으니까 함께하자고, 이렇게 좋은 것을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 미치겠다고 말하는 것 같다. 『행복한 클라시쿠스』는 이런 클래식에 대한 사랑이 듬뿍 묻어나는 책이다. 그리고 그런 사랑이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함께 하고픈 마음이 생기게끔 만드는 그런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클래식은 고대 로마에서 시민 계급을 여섯 등급으로 나눠 최상급을 클라시쿠스라고 칭한 데서 유래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클라시쿠스는 최고의 계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클래식과 동행하는 사람들, 클래식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봤다. 우리 모두가 행복한 클라시쿠스가 되는 그 날을 꿈꾸며, 당신의 삶이 클래식으로 한결 자유롭고 풍성해지길 기대해본다. -프롤로그 中에서…

 

 누군가는 영화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책을 좋아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스포츠를 좋아한다. 이렇듯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수많은 것들을 쫓아서 행복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누군가는 벌써 그렇게 행복을 느끼고 있고 말이다. 그 수많은 것들 중에서 『행복한 클라시쿠스』는 클래식을 이야기한다. 이거 뭐 그냥 그렇네, 하고 돌아선다면 아무 말 할 수 없겠지만, 나부터 이미 조금씩 조금씩 클래식을 찾아서 듣게 되었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클래식을 듣고 있다고 말한다면 벌써 이 책의 목적(?!)이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어느 정도는 달성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행복한 클라시쿠스를 꿈꾸는 사람이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아닐 것이라는 생각 또한 해본다.

 

 물론 이제 시작 단계에 있는 나에게 있어서 클래식이 아직은 낯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러라도 찾아들으면서 그 낯섦을 조금씩 덜어내고자 한다. 그저 의무적으로 그 시작을 하면 또다시 중도에 포기하고 마는, 한없이 지루한 여정이겠지만, 낯섦이 빚어내는 설렘을 전해준 이 책이기에 이번만은 좀 다르지 않을까 생각된다. 클래식과 동행하고, 클래식과 대화를 나누는, 그래서 더 풍요로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나와 당신을 그려본다. 행복한 클라시쿠스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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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 - 백성의 편에서 세상을 바꾼 휴머니스트
임채영 지음 / 북스토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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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 국사를 공부하다보면 조선 말 즈음에는 항상 실학이 등장했었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실학은 경세치용학파와 이용후생학파로 구분되는데, 경세치용학파에는 유형원, 이익, 정약용이 있고, 이용후생학파에는 유수원, 홍대용, 박지원, 박제가 등이 있다. 유형원은 업적은 무엇무엇이고, 이익의 업적은 또 무엇무엇이다…. 뭐 이런 식이었던 것 같다. 간단한 도표를 그려가면서 ‘이름 - 업적’이라는 형식의 단 한 줄로 수많은 것들을 정리해버리곤 했다. 그 중에서 박지원 역시도 ‘박지원 - 수레, 선박의 이용 강조, 화폐 사용, 양반전 편찬’이라는 단 한 줄로 정리되었고, 암기되었다. 단 한 줄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언젠가는 꼭 한 번 연암의 글을 제대로 읽어야겠다, 는 생각을 했었다. 아니, 최근까지도 여전히 생각만(!) 하고 있었다. 생각에서 행동의 단계로 몇 번이나 넘어가고자 했지만, 그 시작조차도 막막했던 것이 사실이다. 검색을 하면 나오는 그와 관련된 수많은 책들이 나를 막막함을 넘어 혼란으로 이끌기까지 했다. 막막함이나 혼란이라는 핑계를 대며 지금까지 미뤄왔던 것은, 어쩌면 그 시작점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고전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고 찾아든 쓸데없는 부담감이란 놈이 나를 자꾸만 ‘언젠가는’이라는 그늘 밑으로 숨게 한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연암 박지원』이라는 소설을 마주하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말이다….

 

 음… 그렇다. 『연암 박지원』은 소설이다. 다가서기 부담스러웠던 고전들이 아닌, 소설!! 누군가는, 연암은 그가 써내려갔던 글을 통해서야 비로소 그를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는 것인데, 소설로 뭘 어쩌겠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말이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말일 수도 있다. 연암이 직접 쓴 글들을 통해서 실학자나 문장가로서의 그를 제대로 알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런 모습들에서 벗어나 -작가가 의도하고자 했던- 연암의 인간적인 면을 알아가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나처럼 다가가기 힘들었던 연암이라는 인물에 보다 쉽게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이는 결국,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그 시작점을 찾은 것이기도 하고….

 

 『연암 박지원』은 연암이 안의 현감으로 부임하면서 보낸 5년간의 기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설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실학자나 문장가로서의 연암이 아닌 인간적인 모습의 연암을 담아내고 있다. 자신의 앎을 바탕으로, 다분히 개인화된 지식 속에만 빠져 현실과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그 당시 집권층의 모습이 아니라, 고단한 백성들의 삶을 이해하고 함께 아파하며 또 함께 개선해나가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백성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우리가 책 속의 글자로만 보던 ‘이용후생(利用厚生)’을 어떻게 실제로 펼쳐나가는가를 그림 보듯이 볼 수 있게끔 한다고 하면 과장일까?!

 

 기본적인 원칙들이 훼손되지 않는 상태에서 지킬 것은 지키며, 또 과감하게 버려야 할 것들은 버리는 연암의 모습은 그 배경이 조선 시대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랍기만 하다. 그 당시에는 너무나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상하 수직적 구조의 신분제를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위해 행동했다는 사실이나, 신분적 차별에 대해 품었던 반감 등을 볼 때면 그 놀라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단순히 정해진 원칙만을 중요시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을 먼저 생각하고 함께 살아야 한다고 행동한 점에서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것들이 어떤 이념이나 사상을 떠나서 결국에는 사람, 그 자체를 향한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런 사람을 향한 사랑이 그가 다스리던 고을을 변하게 만들고, 또 앞으로의 세상을 꿈꿀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이 아닐까?!

 

“길게, 넓게 보도록 하세.

혹시 아는가, 이백 년쯤 후에는

우리들이 그리던 세상이 와 있을지도 모르지.” -P275

 

 자신의 이상을 현실과 조화시켜 나가는 모습. 그러면서도 거기서 더 나아가 그가 그리던 세상을 꿈꾸던 그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떠올려보게 된다. 이제 곧 총선이 있고, 또 대선도 다가오지만 그로인해 뭔가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마저도 없어지는 오늘날 우리의 세상을…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하는, 누가 더 잘할 것인가를 생각해서 투표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덜 해먹을 것인가를 생각해서 투표해야 한다, 는 말에 그냥 웃어넘길 수 없는 오늘날 우리의 세상을… 어쩌면 그마저도 ‘우리’가 아닌 ‘그들’만의 세상은 또 아닌지… 흠… 지금 우리에게는 연암과 같은 목민관이 있는가, 라는 질문의 대답을 굳이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아주 오래된 과거에서부터 오늘날까지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또 생겨나면서 그만큼 살기 좋아진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것들이 바뀌면서 동시에 바뀌지 않아야 할 것들도 바뀌어버린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역시 모든 사람이 그 주인공이고 그 바탕에는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 사람 사는 세상을 그렸던 연암 박지원의 꿈은 과연 언제쯤이나 현실로 나타날 수 있을까?!

 

 

 

 연암이 그리던 꿈이 뭐냐고?! 아마도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이지 않을까?! 좀 더 알아가길 원한다면-그것도 부담 없이- 『연암 박지원』을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간 박지원의 따뜻한 모습을, 그리고 그 세상을 직접 확인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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