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행복한 클라시쿠스 - 클래식 멘토 7인이 전하는 클래식 대화법
김용배 외 지음 / 생각정원 / 2012년 4월
평점 :
언젠가 우연히 TV에서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이라는 프로그램-그 후에는 책으로도 만나볼 수도 있었다-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클래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매 강의마다 작곡가를 한 명 택해서 그 작곡가의 삶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그 속에 음악을 담아내는, 보다 친숙하면서도 즐거움을 안겨주는 새로운 방식의 프로그램이었다. 이름정도만 알고 있던 작곡가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그들의 음악과 함께 정신없이 쏟아져 나오는데, 복잡해서 정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오히려 재미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나와는 거리가 먼 음악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던 ‘클래식’이었기에, 그런 클래식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 재미있다니 놀랄 수밖에… 그러면서도 이때가 기회다 싶었다. 이 방송만 꾸준히 챙겨 봐도 클래식에 대한 최소한의 흥미는 붙일 수 있겠구나. 하지만 웬걸. 이런저런 일들로 시간에 쫓기다보니 어느새 그런 프로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클래식과는 다시 거리가 멀어졌다.
항상 클래식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번번이 실패하고 말지만… 어쩌면 음악에 도전을 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잘못되어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클래식은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즐길 수도 있는 것인데 말이다. 하지만 내가 그렇듯, 보통의 사람들도 아마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클래식은 왠지 어렵고, 어렵기에 그만큼의 공부를 해야지 제대로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물론 공부를 하면서 음악을 듣는다면, 그만큼 더 많이 알고,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이고, 그로인해 음악도 더 잘 들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되는 것이 틀림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오히려 그렇기에- 클래식만큼 그 시작부터가 힘들다고 느끼는 음악도 없는 것 같고, 그만큼 큰 선입견이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를 포함해서 클래식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 벽이 높지 않다는 것, 클래식은 고상한 척을 하는 특권층에게만 열려있는 음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는 것, 아니 느껴야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벽을 허무는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 바로 『행복한 클라시쿠스』라 생각된다. 이 책은 7인의 클래식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클래식을 사람들이 듣는 이유부터 자신들을 비롯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클래식과 얽힌 이야기, 그리고 자신들이 클래식과 소통하는 법 등을 진솔함과 애정까지 더해서 들려준다.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서 독자들이 클래식에 한걸음씩 다가설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클래식 멘토라고 이름이 붙여질 만큼 그들이 클래식의 전문가이기는 하지만 결코 클래식에 대해서 어렵다거나 높은 수준을 요한다는 식의 장벽을 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장벽들을 깨뜨리기에 여념이 없다. 클래식이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 모두의 음악이길 바라고 원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예술은 밥이 아니다. 음악을 듣는다고 배가 불러지지도, 배고픔이 잊히지도 않는다. 물론 하는 이에게는 그것이 밥이지만, 듣는 이에게는 결코 밥이 아닌 그것을, 대체, 왜, 우리 보통 사람들이 듣고, 듣는 것이 좋다고 이렇게 쓰고 있는가. -P52
내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오직 나만이 그것을 가지고 싶어 하거나, 혹은 반대로 주위 모든 사람들에게 그것을 알리고 함께하고 싶어 한다. 이 책은 그 후자에 서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서 뭔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좋으니까 함께하자고, 이렇게 좋은 것을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 미치겠다고 말하는 것 같다. 『행복한 클라시쿠스』는 이런 클래식에 대한 사랑이 듬뿍 묻어나는 책이다. 그리고 그런 사랑이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함께 하고픈 마음이 생기게끔 만드는 그런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클래식은 고대 로마에서 시민 계급을 여섯 등급으로 나눠 최상급을 클라시쿠스라고 칭한 데서 유래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클라시쿠스는 최고의 계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클래식과 동행하는 사람들, 클래식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봤다. 우리 모두가 행복한 클라시쿠스가 되는 그 날을 꿈꾸며, 당신의 삶이 클래식으로 한결 자유롭고 풍성해지길 기대해본다. -프롤로그 中에서…
누군가는 영화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책을 좋아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스포츠를 좋아한다. 이렇듯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수많은 것들을 쫓아서 행복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누군가는 벌써 그렇게 행복을 느끼고 있고 말이다. 그 수많은 것들 중에서 『행복한 클라시쿠스』는 클래식을 이야기한다. 이거 뭐 그냥 그렇네, 하고 돌아선다면 아무 말 할 수 없겠지만, 나부터 이미 조금씩 조금씩 클래식을 찾아서 듣게 되었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클래식을 듣고 있다고 말한다면 벌써 이 책의 목적(?!)이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어느 정도는 달성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행복한 클라시쿠스를 꿈꾸는 사람이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아닐 것이라는 생각 또한 해본다.
물론 이제 시작 단계에 있는 나에게 있어서 클래식이 아직은 낯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러라도 찾아들으면서 그 낯섦을 조금씩 덜어내고자 한다. 그저 의무적으로 그 시작을 하면 또다시 중도에 포기하고 마는, 한없이 지루한 여정이겠지만, 낯섦이 빚어내는 설렘을 전해준 이 책이기에 이번만은 좀 다르지 않을까 생각된다. 클래식과 동행하고, 클래식과 대화를 나누는, 그래서 더 풍요로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나와 당신을 그려본다. 행복한 클라시쿠스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