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방랑
후지와라 신야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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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TV를 통해 해외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좋은 곳이 많은데-하물며 평생을 살며 우리나라의 좋은 곳을 돌아다니려 해도 모든 것을 볼 수는 없을 텐데- 왜 자꾸 사람들은 외국으로 떠나려고만 할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의 이런 생각은 대학생 때 남들은 다 떠난다는-혹은 적어도 한번쯤은 생각해본다는- 외국 배낭여행을 단 한 번도 제대로 생각조차 해보지 않게 만들었다. 물론 지금 와서는 그런 생각들을 했던 지난날을 후회한다. 왜 좀 더 큰 세상을-그것도 조금이라도 더 어린나이에- 볼 생각을 하지는 못했었는지… 『인도방랑』 후지와라 신야는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에 앞서서 젊은이들에게 말한다. 자신을 얽어맨 굴레를 벗어던지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라고. 그러면 전혀 다른 세계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말이다. 누군가가 나의 어린 시절에 이런 얘길 해줬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적어도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씁쓸한 미소를 감출 수 없다. 

 

 『인도방랑』은 ‘후지와라 신야’가 스물넷의 나이에 대학을 뛰쳐나와 세계 방랑길에 오른 최초의 여행 기록이라고 한다. 그 여행지는 당연하게도 인도이고 말이다. 젊은 날 그가 만난 인도라는 낯선 세상과 그 속에 들어있는 낯선 자신과의 만남, 그리고 자신에게 닥쳐올 날들을 향한 조심스러우면서도 거침없는 발걸음들이 이 책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희미한 듯 하지만 그 어떤 다른 것들보다 선명함을 각인시켜주는 사진들과 함께…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이 책은 인도 여행에 대한 안내 책자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이 스물넷의 나이에 떠난 신야의 여행 기록이기는 하지만, 그가 1944년생이니까 벌써 몇 년 전의 이야기인지… 실제 이 책도 일본에서는 1972년에 처음 출간되었다고 한다. 단 1년 만이라고 해도 뭔가가 정신없이 바뀌는 요즘을 생각할 때, 이미 이 책을 통해 당장의 실용적인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벌써 몇 십 년도 더 지난 이 여행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도나 티베트를 다녀와서 신비를 팔아먹는 것은 일종의 사기입니다.
명상이란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신이란 말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형식은 믿지 않습니다. 말없이 좌선을 하는 게 명상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요.
명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겁니다. -P48

  

 인도를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어떤 것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까!? 커리, 갠지스, 요가, 명상, 신비!? 뭐 그런 류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이런 단편적이거나 막연한 느낌보다는 보다 세부적인 사항들, 혹은 반대로 인도라는 나라 전체를 그려낼 수 있는 보다 큰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인도와 관련된 다양한 에세이들이 계속해서 쏟아지는 요즘을 생각해본다면 좀 더 명확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다양함들이 오히려 식상함으로 비춰진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신비나 애매모호한 감정들을 앞세워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생각과 느낌들을 너나할 것 없이 흡사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때가 많다. 현실에 가깝다기보다는 누군가에 의해서 인도라는 곳이 아름답게 포장되었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이다. 덕분에 이미 포장되어진 모습이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 진짜 인도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상황의 연속들 속에 놓인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자기 입으로(글이라고 해야 하나?!) 신비를 팔아먹는 것은 일종의 사기라고 말하는 신야의 글은 당연한 것임에도 그 당연함을 넘어서는 것 같아 보인다. 

 

 겉에서만 바라보면 어느 사람이든, 어느 장소이든 신비스럽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과 다르고, 자신이 살아온 곳과 다르니 당연하다고 할 수밖에… 하지만 그런 신비라는 느낌도 결국에는 그 누군가에게는 현실일 뿐이다. 인도 역시도 신비보다는 일상에 가까운, 아니 또 다른 일상인 것이다. 신야는 그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고, 그것은 곧 -요즘 TV쇼에서나 갖다 붙이는 어설픈 리얼리티가 아닌 진짜-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그를 통해서, 가진 것이 없으면 잃은 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내가 진짜 필요로 하는 최소의 것만 가지고 어디론가 떠나는 내 모습을 그려보기도 하고, 인적이 드문 깊숙한 산이라든가 언제 위험에 처하게 될지도 모를 사막이라든가 하는 낯선 땅위에 서있는 나의 모습을 그려볼 수도 있다. 몇 년 전에 다녀온 인도이지만, 내가 가기도 훨씬 전 신야가 갔었던 인도를 통해 그가 지닌 과거의 기억, 내가 지닌 과거의 기억들까지 떠올릴 수 있는 시간들도 되는 것이다. 나는 떠올리지 못한 생각들을 지금에서야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아직도 찾아내지 못한 삶의 다양한 성찰들을 뒤늦게나마 쫓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내가 가질 수 없었던 여행의 풍성함을 더해주면서 말이다. 

 

 앞서 ‘이 책이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물었던가. 그에 대한 정답은 이미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도방랑』은 누군가에게는 과거의 기억을, 누군가에게는 현재를,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앞으로 가야할 세상을 보여준다. 그렇게 결국에는 사람들을 어디론가를 향해서 나가도록 등을 떠미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책이 젊은이들의 등을 떠미는 작은 힘이 되길 바란다는 후지와라 신야의 소망이 그대로 실현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신야가 여행의 첫걸음을 내딛었던 스물네 살이라는 나이와 비교해도, 그리고 그가 이야기하는 젊은이와도 조금은 거리가 있어 보이는 삼십대의 나이에 있는 나에게, 지금에 와서 다시 나를 등떠미는 이 책을, 이제야 만났다는 사실에 슬퍼해야 할지, 그래도 이제서라도 만날 수 있어서 고맙다고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뜨거운 감정들이 솟아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여행에 대한 동경이 아닌, 내 삶에 관한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당신에게는 어떤 느낌의 책으로 다가올까?! 부디 꼭! 직접 확인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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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의일상 2011-10-08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아나르코 2011-10-12 01:34   좋아요 0 | URL
책과의일상님~ 감사합니다~!!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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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경찰이 뜬금없이 당신을 찾아와서 당신이 유괴 및 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아니, 어떤 기분일까라는 궁금증을 떠나서 그런 말도 되지 않는 질문을 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질문, 그렇게 말이 되지 않는 질문은 아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니까 말이다. 18세기 영국에서 가장 선정적인 사건 중 하나로 ‘엘리자베스 캐닝 유괴 사건’이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런던에서 가정부로 일하던 18세의 엘리자베스 캐닝이 집으로 오던 중 사라지게 되고, 4주가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몸은 상처로 가득했고, 행색도 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4주 동안 감금당했다가, 겨우 탈출에 성공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를 감금한 여자와 그 집을 지목했다. 지목을 당한 사람은 그녀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다며 항변했지만, 결국 유죄로 선고받았다고 한다. 유죄는 선고받았지만 진짜 사건은 어땠을까?! 진짜 그녀는 유괴를 당했던 것일까, 아니면 뭔가를 감추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일까?! 법정에서 선고는 났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미해결로 남겨져있는 이 사건을 ‘조세핀 테이’가 새로운 모습으로 재구성했다.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베티 케인이라는 한 여자아이가 고모네 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차로 납치를 당하고, 어느 집에서 감금된 채 구타를 당하면서 한 달 정도를 그렇게 지냈다고 한다. 운 좋게 탈출해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안정을 찾은 후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경찰이 조사를 해보니 그녀가 갇혀있었던 집은 바로 ‘프랜차이즈 저택’이라고 한다. 그녀 덕분에(?!) 프랜차이즈 저택에 사는 두 모녀가 갑작스럽게 유괴 및 폭행의 용의자가 된다. 당연히(?!) 그녀들은 이 여자아이를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누구의 이야기가 진실일까?!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은 앞서 언급한 ‘엘리자베스 캐닝 유괴 사건’과 거의 비슷하게, 하지만 조금은 다른 모습-이 소설이 쓰이기 200년 전의 사건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조세핀 테이’는 이 황당한 사건을 어떻게 풀어냈을까?! 이 사건이 사실은 한 여자아이의 거짓 진술일 뿐인 것일까, 아니면 그녀는 진짜 프랜차이즈 저택에 갇혀있었던 것일까!?

 

 이 이야기는 사건을 담당하게 된, 두 여자, 그러니까 프랜차이즈 저택의 샤프 모녀의 변호를 맡게 된 블레어·헤이워드·베넷 법률회사의 로버트 블레어가 주인공이다. 그는 이 황당한 사건을 통해 변함없는 일상에서 탈피해 새로운 감정과 열정을 내보이게 된다. 매리언에 대한 사랑의 감정까지 더해졌음에도-혹은 그랬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어떤 확신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친척에게 질투의 감정까지 살짝 내보이는 나름 귀여운 캐릭터이기도하다. 작가는 이런 캐릭터를 통해 보통의 이야기이상으로 많은 것을 나타내 보이는 것 같다. 귀엽게, 그리고 유쾌하게-뭐, 사건과는 상관없이- 이야기를 발전시켜나가면서도 그 속에 날카로움을 잃지 않고 있다. 특히 언론의 무분별한 태도에 대해서는 더더욱 말이다. 블레어 외에도 그의 친구 케빈이나 샤프 모녀, 그리고 스탠리 등의 독특한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도 꽤 괜찮을 듯하다.

 

 사람의 일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 평소 나의 생각이고, 그에 따라 행동도 하려고 노력해왔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실제로 그런 당연함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 요즘이니…- 따라서 어느 한쪽의 이야기만으로, 혹은 당사자가 아닌 제 삼자의 이야기만으로 누군가를 평가하고 판단한다는 것에 심한 반감을 갖고 있었다. 아니 적어도 그랬다고 생각했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아직은 나의 생각-혹은 기대!?-에 나 스스로가 못 미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블레어가 소녀의 이야기가 전부 거짓이라는 생각으로 사건을 파헤치고 있을 때, 나 역시도 처음의 생각-혹시 그녀가 진짜 프랜차이즈 저택에 있었을지도 모른다는…-과 달리 무작정 그를 따라가고만 있었으니까 말이다. 실제 결론이 어떻든 상관없이 -그리고 그 결론이라는 것마저 작가가 생각하고 글로 풀어낸 것에 불과하니까- 평소 내가 싫어하던 모습으로 다가가는 나를 마주했으니… 무작정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겠지만, 그래도 나의 경우처럼 무작정 따라가지만 말고, 이런저런 의심 품고 끝까지 나간다면 보다 긴장된 순간들로 인해서 이 작품을 더 즐겁게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은 깜짝 놀랄 만큼의 큰 반전이나 독자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의 정신없이 빠른 전개는 없다. 그래서 어쩌면 너무 뻔 한 내용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 뻔 한 쪽으로 독자를 몰고 가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계속해서 이런저런 의심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면, 꽤 괜찮은 시간이 아닐까?! 그리고 책을 읽는 순간에만 그런 시간들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순간순간에 그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면 더 좋을 것이고… 계속해서 스스로가 생각을 하게끔하고, 그런 생각들의 쌓이고 쌓임이 다시 소설로 옮겨가 잠시라도 집중력이 흐려지지 못하게 하는 힘을 가진 소설,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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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피었다 - 2011 올해의 추리소설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강형원 외 지음 / 청어람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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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나라, 많은 작가들의 추리, 스릴러물을 접하면서 나도 이런 작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대상은 모두 외국 소설들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즐겨 읽는 작품들은 거의가 외국 소설들이고… 내가 원하는 장르의 작품이 많이 나오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어떤 선입견 같은 것들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나마 존재하는 작품들마저 밀어내고 있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 작가들의 추리소설을 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 쉽지 않은 일을 좋은 기회를 통해 이번에 만나게 되었다. 11명이나 되는 우리나라 작가들이 만들어낸 11가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그것도 단 한 권의 책으로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2011년, 추리작가협회에서 선정한 최고의 미스터리!!”라고 한다. 그냥 뽑아낸 11가지 이야기가 아니라, 추리작가협회에서 선정한 작품들이라고 한다. 그래도 이미 검증을 거쳤기 때문인지 완전 형편없는 작품들이 섞여있지는 않다. 당연한 이야긴가?! 음… 일단 전체적으로 읽어 나가는 속도가 상당하다. -물론, 읽는 속도는 더디지만 뭔가를 더 생각해봐야 하고, 때로는 다시 앞으로 넘어가서 한줄 한줄 놓치고 싶지 않은 이야기 같은 경우에는 그 반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 작가들의 작품이기때문인지 작가 스스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기가 쉬웠다. 그런 가운데,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싶을 정도의 상상력이 발휘되는 이야기도 있었고, 정말 현실에서 이런 상황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로 나를 뜨끔하게 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어떤 이야기는 이 단편이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시리즈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했고, 또 어떤 이야기는 정말 내가 한 번쯤은 말해보고 싶었던 생각들을 나와는 조금 다른 생각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이쯤 되면 이런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는 것이 그저 즐거웠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몇몇 작품들을 보면서는 살짝 안타깝다고 해야 하나, 조금 화가 나기도 했었다. 이야기에 대한 놀라움보다는, 작가의 정치적 색깔이 단 몇 줄로 표현됨으로써 책을 놓아버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책의 오타인지 의도한 것인지 모를 이해가 안 되는 어느 한 문장에서는 온갖 짜증까지 밀려오기도 했었다. 뭐,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이지만 짜증이 확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흠… 또 다른 어느 이야기에서는 너무나도 떨어지는 현실성에 당황스럽기까지 했었다. 마치 SF를 읽는 느낌이랄까!? 현실성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진다 싶었다. 소설이라는 것 자체로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또 다른 어느 작품은 단편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하고 싶은 이야기나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지면이 부족에서 마구마구 압축을 해놓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뭔가를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후다닥 서둘러 달려 나간다는 느낌이랄까?! 진짜 부정적으로 보자면, 자기 잘난 맛으로 글을 써내려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독자와는 교감하지 않고 혼자서 놀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나름 그들만의 특징으로 어떤 것을 의도하면서 글을 써내려갔겠지만, 일개 독자로서 아무것도 남는 것 없는 느낌이 들었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 어떤 것은 좋았다, 어떤 것은 짜증났다, 면서 주절거리고는 있지만, 사실 누군가 나에게 직접 써보라고 한다면 내가 삐딱하게 바라봤던 그런 작품들의 반도 따라가지 못하는 글들만 나올 것이 뻔이다. 하지만 난 독자니까, 그리고 독자라는 이름으로 좀 더 좋은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주절거림을 할 수 있었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이미 수많은 외국의 작품들을 통해서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에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아직 시작단계에 있는 우리나라의 작품들이 눈에 찰 리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이 정말 괜찮다 싶은 작품도 있고, 이건 좀 아니다 싶은 작품도 있지만, 앞으로는 전체적으로 수준이 상향화 되어 언젠가 이 책 속 다양한 이야기들의 작가들이 우리나라를 대표-이미 그런 작가도 있지만…^^-하는 추리 소설 작가로 이름을 떨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렇다, 저렇다, 말은 했지만 결론적으로 이 『목련이 피었다』라는 책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우리나라 추리 소설의 새로운 길이 제대로 펼쳐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사실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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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얼간이
체탄 바갓 지음, 정승원 옮김 / 북스퀘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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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기 모인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정확하게 뭘 원하는지 듣고 싶어.”

“자, 그러지들 말고! 이번이 자기 인생에 대해 처음 생각해 보는 거라면,
나중에 나한테 엄청 고마워하게 될 거야. 질문은 딱 하나야.
넌 인생에서 뭘 원해?
2분 줄 테니까 생각해 봐.” -P121 



 그래, 어쩌면 2분이면 충분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나의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은… 나는 그 2분의 시간을 내지 않아서 이렇게 비틀비틀 거리를 걸어가듯-혹은 누군가가 꼭 지나가야만 한다고 하는 길을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것인지도 모르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당신은 어떤가?! 당신의 인생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2분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써라. …… ……. 쉽게 답을 찾기 못한다면 일단 이들을 만나보고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스스로를 얼간이라 말하고 불리는 ‘라이언’, ‘알록’, ‘하리’, 이 『세 얼간이』를 말이다.  

 

 

 IIT(인도 공과대학)-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서울대쯤, 혹은 그 이상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에 입학한 세 얼간이가 있다. 그들의 이름은 ‘라이언’, ‘알록’, ‘하리’이다. 이들은 고등학생 시절에는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는 수재들이지만, 그런 수재들이 모인 이 공간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우리네가 그렇듯, 누구나 입학만 하면 미래는 보장된 곳이라 여기는 대학교-그것도 최고의…-라는 공간은 사실 그 속에서도 1등을 위해서, 최고를 위해서,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하는 곳이다. 그런 그들을 판단하는 것이 오직 성적이라는 숫자이다. 이런 공간에서 우리 세 얼간이는 반기를 든다. 대학을 향해서, 세상을 향해서… 젊음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이 향해야 할 곳은 너 높은 곳이 아니라 더 넓은 곳이라고 말이다. 

   

 

 사실, 《세 얼간이》라는 같은 제목의 영화를 먼저 보게 된 나로서는 영화와 다른 느낌의 소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인 배경을 제외하고는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아니, 느껴졌다기 보다는 확실히 달랐다. 그렇다고 영화가 훨씬 좋았다, 혹은 소설이 훨씬 좋았다는 식의 비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이다. 누군가가 영화가 좋았냐, 소설이 좋았냐를 물어온다면, 영화는 영화대로, 소설은 소설대로 정말 괜찮았다는 말을 해줄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말이다. 영화가 보다 밝은 느낌에 유쾌하고 긍정적이라고 한다면, 소설은 그에 비해서는 조금 현실적이라고 해야 할까?! 솔직히 말해서 복잡한 생각 없이 웃고 즐기기에는 영화가 낫다는 생각이 들고, 유쾌함 속에서 현실적인 뭔가를 더 생각하는 것을 원한다면 소설이 더 나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 뿐이니 그냥 참고만 하시고…  

 

 음… 그냥 나의 생각이니 참고만 하라고 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해 보여서 한 마디 더 붙이자면… 영화를 긍정적이라고 한 이유는 영화의 마지막을 통해서 또 다른 희망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고, 소설을 현실적이라고 한 이유는 소설 속의 마지막은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소설을 과거에 대한 회상정도로 여기고 있으며, 지금은 그저 다른 보통 사람들과 다름없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고 여기게 되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느냐, 아니면 현재의 삶을 돌아보며 다시 예전에 가졌던 열정을 되찾아 가기위해 노력하느냐, 뭐 그런 차이랄까?! 판단은 직접 하시고…  

 

 

 소설 속의 인도가 그렇듯, 그리고 지금 우리의 현실이 그렇듯, 우리는 여전히 성적, 점수, 순위에만 얽매여있다. 벗어나야 하는데 그것이 결코 쉽지가 않다. 사람을 성적이나 점수, 그리고 등수로만 평가하고, 그것이 곧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되어버리는 세상이다.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지금까지의 최고만을 가르치며, 그 이상의 최고를 만들지 못한다. 그래도 이세상은 최고만을 알아주니 나 역시 최고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가?! 그렇게 최고가 되기 위해 지금은 움츠리고 있을 것인가?! 누군가는 더 높이 날기 위해 움츠릴 수밖에 없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글쎄?! 뭐, 결국 선택은 자기 스스로 하는 것이니까… 단, 이것 하나만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적어도 2분 동안은 말이다. “넌 인생에서 뭘 원해?” … 이제는 이 질문에 답을 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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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전 1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시공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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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전(攻城戰) - 성이라는 전략적 요충지에 기대는 적을 공격하는 것”
 


 내가 공성전이라는 단어를 언제 처음 알게 되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적어도 그것이 어떤 게임을 통해서라는 사실은 기억난다. 그 당시 나에게 공성전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종의 최후의 발악이랄까?!-으로 그저 지루한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결국에는 게임이니까, 언젠가는 끝날 거라는 생각으로 그 지루함을 견뎌낼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아주 단편적인 생각일 뿐이었다. 생각을 조금만 바꿔서, 공격을 받고 있는 성안에서의 모습들을 그려보는 상상력을 발휘했다면 좀 더 흥미진진한 시간들이 되지 않았을까?! 비록 성안에 있는 사람들이 지리멸렬한 전쟁 속에서 그저 살. 아. 가. 고 있는 모습일지라도 말이다.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공성전』도 내가 하던 그런 게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뭐, 실제로 작가가 검은 카디스 만과 하얀 도시 카디스의 색채 대비를 통해서 흑백의 체스 판을 떠올리며 글을 통해 일종의 게임을 하도록 했으니 틀리진 않았으리라…  

 

 

 소설 『공성전』을 이야기 전에 우선은 시대적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있어야 할 것 같다. 나의 경우, 아무런 역사적 지식이나 사전 지식 없이 책을 펼쳐 들었고,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다가오는 막막함-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단단한 벽에 부딪히는 기분이랄까-에 조금 당황스러웠다는 말 외에는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낯선 나라의 지명과 어렵기만 한 이름들, 그리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까지 더해져 나를 혼란에 빠뜨렸던 것이다. 조금만 알았으면 훨씬 금방 익숙해 질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공성전』은 19세기 초반, 나폴레옹 1세의 침략으로 유럽 전역이 전장으로 변한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젊은 국왕이 볼모로 잡혀가는 등의 치욕을 겪는 스페인에 남아있는 독립된 영토는 작은 항구도시 ‘카디스’뿐이었다. 프랑스는 이 카디스 함락을 위해 공성전을 펼치게 되고, 이 카디스에서의 전쟁 속 사람들의 삶이 바로 『공성전』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공성전』에서는 줄기가 되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잇고 있는 사이사이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채워져 있다. 이야기의 배경이자, 중심이 되기도 하는 것이 카디스를 향한 프랑스의 공성전. 그 임무를 위해, 카디스 내부의 깊숙한 곳까지 공격이 가능한 대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데포소 대위가 있다. 그리고 그의 목적에 도움을 주는-프랑스가 공격한 포탄의 위치를 표시하여 그들에게 알려주는, 스페인 입장에서는 첩자라고 불리는…- 행동을 하는 박제사 푸마갈이 있다. 이렇게 프랑스가 카디스의 함락을 위해서 노력하고, 서로간의 전쟁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와중에 카디스 내에서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당한 소녀의 시체가 발견되는 것이다. 그것도 연속해서… 이 연쇄 살인범을 잡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카디스의 강력계 형사인 티손 반장이 있다. 그리고 그와 체스 게임의 상대자이자 다양하면서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바룰 교수가 있다. 반면에 이런 전쟁이나 연쇄살인과는 무관한 듯 또 다른 이야기의 흐름 속에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바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팔마가의 사업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는 롤리타와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필요에 의해 무장선의 선장을 하게 된 페페 로보 선장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더해져 『공성전』의 이야기를 보다 풍부하게 해준다. 

 

 

 『공성전』은 이런 이런 작품이다, 라고 명확하게 단정 짓기는 힘들어 보인다. 전쟁과 역사를 다루고 있고, 그 속에 살인사건도 들어가 있고, 거친 모습의 사람들과 사랑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있다. 어떤 특정한 장르만을 향해가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뒤섞여 있지만, 재미있는 것은, 아니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사건들과 인물들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로따로 일어나는 상황이지만, 그래서 전혀 무관한 듯 느껴지지만 절대 따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전혀 다른 것이지만 서로 맞물려 제대로 돌아가고만 있는… 앞서 말했듯이, 이 작품을 처음 읽기 시작한 시점에서는 상당히 힘이 들었다. 하지만 보다 크게 이 책을 읽고 상상해나간다면,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세세한 부분들이 하나의 커다란 그림으로 펼쳐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뭐라고 콕 집어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그저 막연히 느낄 수 있는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만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준비기간만 수년이고, 집필에도 2년이나 소요되었다는 이 작품을, 작가 스스로도 ‘공성전은 나의 20여 년 작가 생활을 통해 얻은 가장 빛나는 전리품이다.’라고 말했다면 이미 말을 다한 것이리라.  



전쟁 중이기는 했지만, 카디스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P263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잊지 말아야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카디스’라는 공간에 대한 보다 많은 생각이 아닐까싶다. 카디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원래 그곳에서 살아가던 사람부터 전쟁이라는 불안감에 여기저기서 모여든 사람들까지. 그들은 일반인에서부터 성직자나 정치인들까지 다양한 모습이다. 그들 스스로를 보수주의자, 자유주의자, 혹은 현실주의자, 급진주의자라며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아주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포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카디스라는 공간에서, 그들을 향해 계속해서 행해지는 프랑스의 공격도 있다. 자유라는 이름의 다양한 욕망과 타의에 의한 다양한 종류의 억압이 묘하게 공존하는 공간. 그 공간 속에서 전쟁이라는 요소로 인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들. 그리고 그 속에서 엿볼 수 있는 나와 당신의 모습들… 진짜 전쟁과 삶이라는 전쟁. 그 어느 것이 진짜 전쟁인 것인지, 혹은 그 둘 모두가 진짜 전쟁인 것인지… 뭐, 어느 것이라도 상관없이 카디스는,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보다도 책을 읽고 난 후 그 여운이 가시지 않는 경우의 책들이 있다. 나만의 그런 책들 사이에 또 하나의 작품, 『공성전』이 추가됨을 느낀다.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지만, 그 후에 다가오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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