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해준 말, 인상 깊어서 간단하게 메모해놓는다. 어딘가에서 누가 짤로 봤다는데 그걸 반 아이들이 모두 모여서 보았노라고. 네 인생을 위해서 나는 내 인생을 포기했다_는 말. 워낙 자주 들었던 말이지만 아이 입에서 듣는 말은 좀 남달랐다. 그러니까 이게 말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서 달리 들리는구나 알았다. 엄마에게 어렸을 때부터 자주 들었던 소리기도 하지만 얼마 전에 엄마랑 커피 마시면서 말했다. 엄마는 엄마 인생을 살았어. 열심히 살았고 그 누구보다. 다만 아빠에게 모든 돈을 갖다퍼부은 것은 물이 새어나가는 장독대에 한없이 물을 갖다퍼부은 것과 다름 없어. 그 돈을 우리를 위해서 썼다면 좋았을 텐데, 그 돈을 엄마를 위해서 썼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아쉬움까지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고. 어떤 판단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들 인생은 모두 달라져. 그래서 what if 가 있는 거겠지만. 나는 애초에 아이가 생기고 아이를 낳기로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이 아이가 내 날개가 되어주기를, 내 존재를 얽어매는 쇠사슬 같은 존재가 되지 않기를_하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그래서 얼른 아이가 말을 할 줄 알고 의사소통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독박육아를 하는 동안 영혼이 갈리는 느낌이었기에. 다시 하라고 하면 더 잘 할 수 있는데_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다시 하라고 해도 어쩌면 그때와 똑같을지 모른다. 애 키우는 데는 잼병이다. 살림을 하는 것도 그렇고. 모성애가 짙은 사람도 있고 모성애가 옅은 이도 있는 거다. 딸아이와 의사소통이 되고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면서 모성애가 더 짙어져간 경우다. 말 못하고 온통 울음으로만 자신의 뜻을 알리는 존재를 돌본다는 건 내 체질은 아니었다. 다시 날개로. 그렇게 해서 아이가 들려주는_ 네 인생을 위해서 나는 내 인생을 포기했다_는 말을 들으면서 그건 일면은 맞고 일면은 틀린 말. 이라고 대꾸했다. 엄마 인생을 위해서 너를 택한 거고 너를 위해서 내가 새롭게 살아보고자 한 거다_ 이야기했다. 그 모든 선택과 결정을 할 때도 내 중심을 생각했다. 딸아이는 자신이 내 중심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이 대단한데 그건 내가 알게 모르게 강요한 건지도 모른다. 밥을 먹으면서 구남편이 너는 왜 안 늙지? 라고 말했다. 나는 흰 머리도 이젠 그득해지는데 너는 흰 머리카락도 하나 없어_라고 해서 나는 염색하잖아, 당신은 염색 거부하는 자연주의자고_ 말했더니 입을 삐죽거려서 염색해, 흰 머리 보이는 거 싫으면_ 말했더니 안 해_라고 해서 자연주의자들이 하는 소리는 뭐 다 똑같지, 그렇게 살아가렴, 나는 여름에 염색할 거란다, 빠마도 하고 했다. 딸아이 이번 중간고사 결과를 들은 구남편은 충격을 받아서 맨날 놀고 공부는 대체 언제 해? 하고 내게 물었다. 놀순이 딸인지라 노는 게 좋은가 보지. 어쩔 수 없음. 했더니 나 없는 동안 구남편과 딸아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가 보다. 잠자리에 들면서 아이는 왜 내 인생인데 다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그래?! 버럭 하길래 맨날 1등만 했던 아빠를 둬서 그런 거임, 아빠의 사랑임, 그 잔소리가. 그러니까 네가 새겨듣고 싶으면 새겨듣고 흘려듣고 싶으면 흘려 들어, 했다. 물론 엄마 마음으로는 네가 공부를 하면 좋겠지만 네가 하기 싫다면 어쩌겠나, 하고 속말은 꿀꺽 삼키고. 그림들 하나씩 보면서 내 지난 학창 시절을 떠올려본다. 딸아이의 학창 시절도, 더불어 아이가 앞으로 하고 싶다는 일도 겹쳐서. 라푼젤은 지금 행복할까?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계속 심어주는 건 사회겠지만. 더불어 곁에 있는 이들을 떠올리고 있노라면 이들이 없이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불교 행사 박람회가 있었는데 어마무시한 젊은이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관계자들은 엄청 놀랐다고 한다. 요가 선생님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거 섞여서 들었는데 필라테스가 하향세가 되어가고 요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 까닭에 대해서도. 멧돼지들과 야생곰들에게 미친듯 쫓길 때 인간이 겪는 불안이라는 게 있는데 요즘 현대인들은 살아가면서 그 불안지수와 똑같은 지수의 불안을 때때로 자주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식으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이들도 늘어가는 거 같고. 나도 지금 그러한 길에 있는듯 싶고.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속에서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자신의 몸에만 집중하는 시간이 아이는 기다려진다고. 절뚝거리면서 다리에 뭉친 근육이 채 풀리지도 않았는데 오전에 요가를 갈까 하다가 쉬기로 했다. 몸을 좀 살피고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식재료들을 또 버리고 여름옷을 다시 정리하고 책을 좀 읽다가 아이가 하교를 하면 같이 단백질쉐이크 한잔 간단하게 마시고 저녁 요가 가기로. 그리고 또 하나 알았다. 글을 쓰고 요가를 하는 나이든 여자에게 남자들이 갖는 판타지가 대단하다는 것도. 다들 아니 에르노나 보부아르 언니를 떠올리는 건가. 열 발가락만으로 지탱해서 흔들거리지 않고 가만히 숨쉬는 건 대체 언제쯤 가능해지려나. 버럭 했더니 딸아이 왈, 엄마 요기니로 갓생 살기로 한지 이제 겨우 두 달째야, 좀 빨리 가려고 하지 마...... 아 내 아가가 하는 말 들어야지....... 캄 다운. 오늘의 언어 교환을 위해서 중얼중얼. 영어공부해야지.

About our topic today. I got divorced a while ago because I wanted to live better, and I tried to start a relationship with a new guy, but he kept me waiting for a year and suddenly went to another woman. I'm sorry, I'm just as much of an asshole as your ex-husband, and that's all he said to me. I don't know why I waited for him. I know we have to live with other people, we can't live alone without each other, but after the sudden breakup, I lost a lot of faith in other people, so I thought I should focus on myself first. I don't know if this makes any sense. Have you ever been betrayed? I betrayed someone once before, but I felt very bad about it and vowed never to violate someone's trust again. I like people. We are all imperfect beings. We all have our own minds, we all have our own languages, we all look different. I'm a materialist, but I also believe in the spiritual world, so sometimes I listen to them. I have the soul of a child, and I want to live that way, but it's not always easy. And when I get older and I say I want to live like a child, people say, “You're too immature." But I want to live with my soul, and that's why I decided to get a divorce. I know now why my mom and my siblings and my friends tried to stop me. That they wanted me to have a safer, more materially prosperous life. Yeah, maybe I'm still immature. But I can't change my soul to a sudden breakup and betrayal. I'm sure my ex-boyfriend had his own reasons, and I try to understand, but I think he could have expressed his desire to break up clearly and politely, but his attitude was so mean that it made me angry, and I said a lot of bad things to him. I may have been hasty. I realized after the relationship ended that I was impatient, reckless, and arrogant. Is there such a thing as a karma? I want to start everything fresh, that's my theme these days, so I have a lot to prepare for. A turning point in my life. You said I'm naughty. That's because I say what's on my mind without a filter. That's why people sometimes say I'm rude. That's why I said I'm sorry yesterday. My soul_ innocent or immature soul. My strengths and weaknesses. I'm planning to go to Bali to get a yoga certification, so I've started studying English again. It's raining in Seoul again today. I wonder what the weather is like in Paris, where you are. I hope you have a nice day. So, tell me about your theme recent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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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4-05-07 15: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연님 영어로 말 잘 써서 놀라고 영어로 쓴 문장이 더 명료하게 와 닿아서 또 놀라고…한국말 문장도 저렇게 쓰면 더 와닿겠다 싶기도 합니다…이건 그냥 내 취향 ㅋㅋㅋㅋㅋ

수이 2024-05-07 18:00   좋아요 2 | URL
건조하기 그지 없어서 영어로는 잘 안 쓰는데 영어 문장이 더 명료하다 하시니 한국어 공부를 더 해야할까 하고 반성중입니다 ㅎㅎㅎ 이제사 정신 차리고 돌아왔습니다. 영어 문장 칭찬해주셔서 감사감사 유열님

단발머리 2024-05-07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날 때마다 만나서…
저 영어 좀 가르쳐 주세요!
완전 하트뿅뿅 반했습니다!!

수이 2024-05-08 06:45   좋아요 2 | URL
저 영어책 다시 읽게 해준 베프가 있는데요. 그 친구가 영어를 엄청 잘 해요. 그 친구 소개해드릴게요 단발님

단발머리 2024-05-08 09:57   좋아요 1 | URL
영어 잘 하는 친구는 제 주위에도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왜 못하시는 겁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05-08 11:49   좋아요 1 | URL
원하는 걸 그냥 말해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5-07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용은 슬프네요. 제가 이해한 게 맞다면요 ㅠㅠㅠ

수이 2024-05-09 08:01   좋아요 1 | URL
인생이 원래 그렇죠. 다만 이번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건 내 곁에 있는 이들은 언제나 내 곁에 있다 그러니 그 마음을 소중히 여기자, 더불어 정신 차리고 돈 벌면서 연애할 궁리 하자, 아무리 오래 사랑 못했다고 해도 똥파리들이랑 엮이지 말자 입니다. 전남친이 제게 남긴 건 인생의 커다란 고통과 더불어 제 살을 뭉터기로 가져갔고 요가라는 신세계를 맛보게 해줬다는 것, 이혼 천사라는 것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