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임무 중에는 '콘페소레 데이 포레스티에리confessore dei forestieri, 즉 외국인 전용 고해신부로 일하는 것도 있었다. 한 번은 교회 당국에서 그를 어느 감옥에 파견했는데, 다음 날 아침 처형될 두 명의 사형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누구도 이들의 고해를 들어줄 수 없었다. 결국 이들은 죄 사함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왜냐하면 이들이 구사하는 언어를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감옥에 다녀온 날 밤, 메조판티는 자기 방에 틀어박혀 그 언어를 공부했고, 다음 날 아침에는 이들이 처형대로 가기 전에 하느님의 이름으로 죄 사함을 내릴 수 있었다. 

 최소한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랬다. 

 또 한 번은 어떤 여자가 찾아와 메조판티에게 문제를 하소연했다. 사르데냐어밖에는 모르는 자기네 하녀가 부활절에 자기 죄를 고해하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볼로냐에 있는 신부 중에는 사르데냐어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러자 메조판티가 말했다. 2주 동안의 시간 여유를 주면, 자기가 사르데냐어를 배우겠다고 했다. 그 여자는 어처구니 없다는듯 웃으면서 그러라고 했다. 이때부터 매일 한 시간씩 그 하녀가 메조판티를 찾아왔다. 부활절에 그는 하녀의 고해를 들을 수 있을만큼 사르데냐어를 충분히 잘하게 되었다고 한다. 

 메조판티의 문서들을 처음 뒤져보았을 때, 나는 거기 나와 있는 언어들의 풍부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도대체 이 양반은 전 세계 언어의 문법이라는 헤라클레스의 과업을 이렇게 깨끗이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런 한편으로 조사를 계속하는 동안 나는 이렇게 평범하기만 한 유물을 보면서 조금은 실망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뭔가가 빠진 것 같았다. 즉 '학습'의 과정 - 설령 그 과정이 기적에 가깝다 하더라도- 을 보여주는 흔적이 없었던 것이다. 혹시 그가 어떤 방법을 갖고 있었을 수도 있지만 나로선 어떤 지침이나 단어장이나 문법 연습이나 또는 학습 관련 필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어쩌면 그런 기록은 파괴되었거나 또는 보존할 가치가 없다고 간주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워낙 뛰어난 기억력을 지니고 있었던 까닭에 뭐든지 한 번 보면 머리에 집어넣어 보존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다 나는 뭔가를 발견했다. 그리고 문득 메조판티가 '정말로' 하려던 일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다.                                                                                                                (71-72) 




  솔직히 이 구절들 다 읽자마자 막 몸이 저릿저릿하면서 등줄기에서 쫘악 소름돋았다. 메조판티. 번역이 하도 발번역이라서 엉망이라는 리뷰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요상하게 말을 꼬아서 번역한 건 확실히 책 초반이지만 느껴진다. 번역 감수 뿐만 아니라 편집도 과연 제대로 이루어졌을까 하는 의구심이 꼬리를 무는...... 그래도 아주 못 읽을 정도는 아닌지라 한 시간만 읽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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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의 사라짐, 맺힘을 읽는다. 김현을 처음 읽었을 때 역시 멋모르고 읽었는데 마흔 넘어 읽으니 어렸을땐 대체 뭔 생각으로 김현을 읽겠노라 덤볐던 건지 모르겠다. 구구절절 옳은 말씀에 한숨이 포옥 나온다. 외국어로 사고를 한 이상을 부럽다 하셨지만 선생님이라면 충분히 그 정도는 하셨을 거 같은데 이토록 시니컬하셨던가 싶어 눈을 번쩍번쩍 크게 뜨며 읽는다. 종로2가 맥도날드였던 곳이 할리스로 변신. 고등학교 다닐 때 김현 비평집 들고 여기에서 폼 잡고 읽었던 기억 난다. 감자튀김 씹으면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커다란 헤드폰을 착용하고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시는 칠십대 어르신과 갖가지 공부를 하는 젊은 솔로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중년의 여성들. 그 사이에서 지오다노 티셔츠 다섯 장 들어있는 쇼핑백을 앞에 두고 김현이 세상 최고야 라고 마음 속으로 외치고 있습니다. (내가 영어공부를 해서 그런가 모조리 영어공부하는 이들만 보인다)


인생이 유한하다는 걸 제일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대목들, 그 유한성 안에서 마땅히 갖추어야할 것들. 그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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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기회가 아니면 펼쳐볼 기회가 없을듯 해서 사서님에게 졸라서 대출도 받았는데 아무리 읽고 읽어도 너무 어렵고 지루하고 갑갑해서 제대로 읽을 수 없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훑어읽기를 하고 아무래도 상권은 여기까지인가보다 싶어서 아무 말 없이 표지를 덮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모두 구구절절 옳은 말씀인 거 같은데 읽으면 읽을수록 속이 많이 답답해지더라구요. 아픈 눈에 억지로 인공눈물까지 쏟아부으면서 읽었지만 상권은 여기까지만 읽고 하권을 읽어야겠다 하고 패스합니다. 무조건 존경할게요. 제2의 성 읽는 분들. 저는 가뿐하게 편지로 쓴 철학사를 가방 안에 담고 룰루랄라 산책을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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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10-23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 하는 저보다 더 많이 읽으셨군요.... 망했어...
 

묘하게 감정이입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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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건축가 2019-10-22 0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묘하게 감정이입 200 이란 표현에
묘하게 끌려 후기를 읽어봅니다.

수연 2019-10-22 10:59   좋아요 0 | URL
크크크 역시 표현을 잘해야하는듯 싶어요, 반갑습니다, 빵굽는건축가님 :)

빵굽는 건축가 2019-10-22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수연님 반가워요. ㅋㅋ

수연 2019-10-22 11:07   좋아요 0 | URL
즐거운 가을날 되세요. 그나저나 멋지세요. 건축가라는 직업도 그렇고 빵을 굽는 취미 생활도 그렇고. ^^

빵굽는 건축가 2019-10-22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칭찬 주시니 부끄럽네요 ^^ 감사합니다.
수연님처럼 책을 맛나게 읽는 분들도 멋져요.

수연 2019-10-22 14:02   좋아요 1 | URL
후훗 앞으로 자주 뵙도록 해요
 

Spiritual th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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