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 버트런드 러셀의 실천적 삶, 시대의 기록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박병철 해설 / 비아북 / 2011년 3월
평점 :
내가 러셀에 대하여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교수님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러셀의 글은 매우 탄탄하다."
인문학과 고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인문대학의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그 수업에서 바로 이 말을 들었다. 첫수업에서 러셀의 글을 가지고 공부를 하게 되면서 교수님은 러셀의 글에 대한 대단한 평가를 내리셨다. 이후에 좀 더 알아보고픈 마음에서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 역시나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글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은 러셀이 그 동안 썼던 글 중에서도 고르고 고른 명문장들을 각기 다른 주제별로 모아서 책으로 간행한 것이다. 정치, 심리, 종교, 교육, 성과 결혼, 윤리라는 6가지의 주제 별로 모은 러셀의 글들은 러셀이 어떤 사람인지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하게 해준다. 물론 눈을 감고 코끼리를 만지는 것과 다를바 없지만 부분적으로 흘러나오는 러셀의 생각과 신념은 독자인 나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러셀은 거의 한 세기를 살면서 철학사에도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만 그보다 더 주목받는 것은 거침없는 신념의 추구이다. 철학자의 임무는 세계를 이해하는 것으로 본 러셀은 단순히 세계를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행동으로 세상을 뒤흔들었다. 사회적 문제에 대하여 실천을 통하여 타인에 의해 움직이는 삶이 아닌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바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실천적 삶을 살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반핵운동에 매진한 것을 들 수 있다. 러셀은 인간이 같은 인간을 죽이는 연구에 수많은 돈을 쓰면서 정작 인간을 이롭게 살리거나하는 것에는 그에 턱없이 못 미치는 돈을 쓰는 것을 보고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러한 행동하는 지성이었던 러셀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첫장을 넘기면서 가장 먼저 드는 느낌은 아무래도 러셀의 글에 대한 놀라움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탁월한 풍자를 통해 보여준다. 또한,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쓰여진 글이기에 더더욱 놀랍다. 학식이 있는 사람들의 글을 보면 아주 글이 난해하며 이해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나 철학에서의 많은 책들을 보면 한 장을 넘어가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러셀의 글은 그렇지 않다. 이해하기 쉬운면서도 탁월한 풍자와 비유를 보노라면 그가 왜 노벨문학상을 탔는지 확실히 알 것 같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들이 어렷을 적부터 똑똑했다는 사실은 왠지 당연하게만 느껴진다. 러셀도 자신이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을 10대초반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러셀은 어렸을 적부터 어떠한 사실에 대하여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없으면 잘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니 참으로 애늙은이 같은 유년시절을 보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이후 거의 한 세기동안 살면서 수많은 학술적 업적과 많은 저작을 남긴 러셀의 삶이 참으로 부럽다. 자신의 신념대로 평생을 살기란 엄청난 노력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런 삶을 산 사람들이 위대한 것이기도 하다.
4번의 결혼으로 보여주는 아주 파란만장(?)한 삶-러셀은 부정할지 몰라도 일반인이 보기엔 충분히 그러하다-을 산 러셀의 생각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것은 종교에 관한 생각이다. 러셀은 모든 종교가 해롭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짓이라고 여겼다. 나는 무교를 표방하지만 러셀의 종교에 관한 글을 보고 나니 불가지론자라고 말하는 것이 더 합당한 것 같다. 신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도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러셀 스스로도 그렇기에 불가지론자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나도 종교는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자신이 책임지는 것인데 뭔가 불행하거나 곤란한 일이 생기면 신에게 기대어서 해결해달라고 하니 이건 전혀 납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그 사람들은 자기가 기댈 곳을 찾는 것 뿐이지 않은가.
이해하기도 쉬우며 촌철살인의 풍자가 돋보이는 러셀의 글이 더 보고 싶다.
나는 이 책에서 행동하는 지성. 러셀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