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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면 사랑일까 - 불륜에 숨겨진 부부관계의 진실
리처드 테일러 지음, 하윤숙 옮김 / 부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남자와 여자가 서로 호감을 가지고 사랑에 빠지면 이내 결혼을 한다. 당시에는 이 남자가, 이 여자가 자기 인생의 평생의 반려자라는 확신을 가지고 열렬한 사랑에 빠진다. 결혼하기 전에는 웃는 모습, 먹는 모습 등 반려자의 어떠한 모습도 한없이 사랑스럽게만 보인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인류가 만들어 낸 합법적 구속인 제도에 속박되고 나면 달라진다. 연애할 때는 한없이 사랑스럽게 보이게 하던 콩깍지가 결혼 후에는 통상적으로 사라진다. 물론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연애할 때 열렬한 사랑을 하고 결혼하고 나면 그 강렬했던 마음은 이내 잠잠해진다. 연구에서도 밝혀진 것과 같이 사랑이란 감정은 유통기한이 있는 것이 틀림없는 듯 하다. 간혹가다가 그것을 넘어서는 진정한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보통 부부는 정으로 산다고 한다. 한창 때의 그 마음은 대부분 사그라들었지만 부부라는 틀 안에서 지내다 보면 둘은 정을 붙이게 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대다수의 부부이다. 이러한 부부관계를 파탄나게 하는 가장 중대한 요인 중에 하나가 불륜이다.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이러한 사건들을 보고 듣지만 그것에 대한 진지한 접근은 없는 것 같다. 단지 불륜을 한 것들은 몹쓸놈이며 몹쓸년일 뿐이다. 표현에서도 드러난다. "놀아났다"고 표현을 통해서 우리는 불륜을 단지 비하할 뿐이며 그것에 대해 제대로 된 접근을 하지 않고 있다. 사회적풍토 또한 그렇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은 동의 할 것이다. 이 책은 철학자인 저자가 실제 사례들을 통해 분석하고 고찰한 부부관계와 불륜에 대한 진지한 담론이 담겨 있는 책이다.
우리는 보통 불륜을 결혼의 파탄내게 하는 아주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이에 동의 하고 긍정을 표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불륜으로 인해서 부부관계가 파탄났다기 보다는 불륜이 저질러질 정도면 이미 그 부부는 정상적인 부부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미 서로에 대한 마음은 떠났으며 불륜은 단지 그에 촉발된 결과중에 하나라는 말이다. 하긴 이것은 공감가는 대목이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간의 믿음과 신뢰를 통해서 일생을 같이 하기로 한 결정이 결혼이다. 서로간의 사랑과 진정성이 유지되고 있었다면 불륜이 생길 이유는 없다. 매일 자신을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동반자가 있고 자신의 마음또한 같은데 어떻게 불륜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들은 불륜이 이혼의 원인이라고 무심코 여기는 경향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표현만 봐도 사회와 사람들이 불륜에 대해 절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책은 불륜을 정당화 한다거나 옹호하려고 쓰인 글은 아니다. 다만 우리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이러한 일들에 대해 보다 제대로된 담론을 펼쳐보자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서 불륜이 보통 어떻게 발생하고 그러한 일의 결과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이 책은 자세히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읽으면서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세상에는 멍청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저자의 의도와는 조금 벗어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나로서는 그다지 이해하지 못한 사례들이다. 성급하고 조심성없으며 깊이 생각하지 않고 충동적이며 어리석은 선택을 한 사람들이라는 것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애초에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던가 아니면 늦었다고 생각되더라도 이혼을 통해서 자신만의 제대로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어리석게 결국에는 좋지 않을 결과를 맞이한다는 것은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선택을 했던 그 사람들이 참으로 어리석다. 물론 그들도 나름의 사정이 있겠다고 주장하겠지만 사례들을 보노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나온다. 불륜을 저질렀다고 주변에 알리는 남자는 도대체가 머릿속에 뇌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불륜의 대상자와 아내를 만나게 하는 남자는 또 뭐란 말인가. 아무리 남자가 유치하고 어리석은 편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지만 이런 인간은 이해불능이다.
어쨌든 저자는 정조, 불륜, 부부관계들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전개한다. 이후 나오는 불륜이란 사태에 처한 사람들을 비롯한 부부들에게 하는 조언들은 내가 부부가 아니라서 그다지 공감하진 못했지만 이해는 가는 내용들이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혼에 대한 진지한 조언까지 담고 있다. 저자는 이 세상의 부부들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이 책을 쓴 것 같다. 불륜에 대한 진지한 접근부터 시작하여 조언까지 그에 대한 내용들의 목적을 생각하면 누구나 이런 생각할 할 것이다. 나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기본을 지킨다면 왠만하면 이러한 파경에 이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남에 있어서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대등한 존재로서 인식한다면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 평생의 반려자를 맞이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또 다른 자신을 찾아서 여행하는 것과 같다. 기존의 자신의 모습에서 변화하도록 여행을 말이다. 아무리 열렬히 사랑하는 반려자라 할지라도 엄연히 자신과는 "다른" 사람이다. 그때문에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기본임을 확실히 인식한다면 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갖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