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의 역사 1 - 왕조시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경성의 산업 상업의 역사 1
박상하 지음 / 주류성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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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동물과 대비되는 것은 이성을 가졌다는 것인데 이성은 '욕심'을 동반하게 된다. 다른 것을 갖고 싶은 욕심, 더 많이 먹고 싶은 욕심 등등. 내가 어떤 것을 많이 갖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갖고 있을 때 서로 교환할려고 한다. 이런 것이 가장 기본적인 경제의 시초인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점점 문명이 발달하면서 경제는 더 커지고 개인 사이가 아니라 나라 사이의 무역까지 발달하게 되었다. 이것은 결국 더 많은 부를 쌓기 위한 경쟁으로 이어지고 나라간의 격차로 이어지게 된다. 물건을 사고 팔고 이익을 남기기 위해 일하는 행위는 상업이라고 일컫는데 이 상업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한마디로 돈을 많이 가진 나라나 개인이 주위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상업에 대한 흔적을 본격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은 고려 시대다. 고려를 세운 왕건의 가문이 원래 개성의 큰 상인이었을 정도로 고려는 상업에 대해 제한이 없었다. 벽란도를 통해서 국제 무역이 있었기에 '코리아' 라는 이름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업의 역사가 면면히 흐르던 우리 나라에 조선의 건국은 큰 벽으로 다가온다. 바로 유교적 이념을 통치 방향으로 세운 조선의 사대부들이 장사를 터부시했기 때문이다. 절약과 검소함을 미덕으로 삼았기에 상업은 천한 것으로 여겼다. 당연히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적었고 업의 발달도 느렸다. 조선초에는 그것이 크게 문제가 안되었지만 갈수록 다른 나라에 비해 뒤쳐지는 결과가 되었다. 다른 나라들은 부를 축적하면서 발달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해 근대화에서 뒤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을 인위적으로 통제를 할 수 있겠는가. 조선 조정에서 상업을 무시해도 전국적으로 소규모라도 상업의 틀을 갖춘 행위가 벌어졌고 조선 후기에 들어서는 큰 상단들이 여럿 성장하기도 했다. 서양에 비해서 큰 상업적 발달이라고 하긴 힘들지만 나름 우리의 상업 역사는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조선 시대부터 시작해서 일제를 거쳐 해방 후 산업화를 거친 우리 나라의 상업의 역사를 잘 설명하고 있다.


1부는 조선과 일제 시대의 상업 역사다. 아무리 조선에서 상업을 중히 여기지 않았다고 해도 여러 지역에서 이미 시장이 나타나고 있었고 후기에 이르면 보편화되기에 이른다. 수도 한양에서는 원래 일반적인 사상을 금했고 허가 받은 공식 사상이 있었는데 그것이 종로의 육의전이다. 왕조에게 일정한 국역을 제공하고 그 댓가로 합법적인 장사를 할 수 있게 했는데 이들은 다른 상인들의 장사를 못하게 하는 '금난전권'을 받아서 그야말로 수백 년 동안 독점적인 이익을 누렸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 들어와서는 이런 것이 유명무실해졌고 금난전권도 폐지되면서 다양하게 상업이 발달하게 된다. 외국과의 무역 등을 통해서 전국적으로 큰 상단이 발달했고 훗날 상업 자본으로 축적하게 된다. 책은 조선의 상업 이야기를 잘 말해주고 있다.


조선 후기에 발달하는 듯 했던 상업은 일제의 침략으로 위기를 맞는다. 나라가 망하고 일제의 압제가 시작되었지만 이런 상황을 기회로 삼은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지금도 살아 있는 여러 물건이나 회사의 처음을 소개 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활명수' 이야기가 흥미롭다. 독립 활동을 위해서 이것을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잘 팔렸지만 역시 꾸준히 이어지는 것이 어렵다. 여러가지 상황으로 결국 회사를 넘기게 되는 것이 안타까왔다. 책은 이밖에 여러 인물을 소개하는데 오늘 날 두산 그룹의 모태를 세운 박승직상점의 '박승직'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역시 인물들은 남다른 면이 있음을 느끼게 했다. 


책은 1930년대 조선의 3대 재벌을 소개한 '삼천리 ' 잡지 기사를 인용하고 있는데 재미있다. 당시 잡지는 여러가지 조건을 고려하여 김성수, 민영휘, 최창학을 꼽았다. 단순히 돈으로만 고른 것이 아니라 특이한 사항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최창학은 앞서 두 사람보다 자산 규모가 뒤지지만 자산의 많은 부분이 현금이어서 말하자면 현금 부자로써 3대 재벌에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이밖에 금광 열풍이 불어서 그덕으로 재벌이 된 사람들도 소개하는데 금광왕이라고 불리던 방응모가 조선일보 사장이 되는 것이 눈에 띈다. 오늘날의 그 신문사다.


2부에서는 역시 일제 시대에 발전을 이룬 인물들과 해방 후 오늘 날의 큰 기업으로 이루게 되는 여러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육의전은 조선의 멸망 이전에 이미 서울에 침투한 일본 세력에 의해서 붕괴되었지만 그 상징인 종로통으로 진출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백화점의 왕 박흥식. 그의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장사 이야기가 소개된다.


해방은 또 다른 기회였다. 일제 시대부터 성장했던 여러 상인들과 새롭게 시작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운데 역시 돈을 버는 사람은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그 기회를 잘 포착하는 것이었다. 일제가 남기고 간 여러 것들 중에서 '적산 기업'을 먼저 손에 잡는 자가 큰 돈을 만질수 있었다. 물론 무턱대고 이것을 얻는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경영의 능력이 있었어야 하는데 이때 성장한 많은 기업들 중에서 오늘날까지 살아 남은 기업이 별로 없다는 것을 보면 그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책은 지금 우리 나라 재벌 1,2위를 다투는 삼성과 현대의 이야기를 한다. 바로 창립자 이병철과 정주영이다. 처한 상황이 거의 정반대인 두 사람이 어떻게 대재벌로 성공하게 되는지 하나 하나 이야기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과단한 결정으로 앞서가는데 있다. 방법에서 차이가 나지만 기본적으로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한 것이 결국 성공한 것이다.


일제 시대부터 광복 되고 민주화 되기 전까지 수십 년 동안 많은 기업들이 성장했다. 이들이 남다른 경영 철학을 가지고 남보다 더 한 노력으로 많은 부를 쌓은 것은 맞지만 그 이면에는 일제에 협력하고 독재 정권에 허리를 굽히면서 뇌물과 부정의 방법으로 특혜를 입은 것도 많았다. 결국 국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한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책은 술술 잘 읽힌다. 지은이가 소설가이어서 그런지 소설처럼 흥미롭고 재미있게 썼다. 딱딱한 역사적 사실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여러 일화를 엮어서 재미있게 소개를 해서 나도 모르게 우리 나라 상업의 역사를 잘 훑어내려갈 수 있었다. 제목은 역사책 처럼 느껴지지만 본격적인 상업사를 논하는 책은 아니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상업 역사의 대강을 알기에는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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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아드 - 황제의 딸이 남긴 위대하고 매혹적인 중세의 일대기
안나 콤니니 지음, 장인식 외 옮김 / 히스토리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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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로마 제국은 긴 역사 탓에 그 내용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제일 유명한 '시저', 즉 '카이사르' 의 이야기 정도는 아는 사람이 좀 되는데 그 밖에 중요한 내용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로마가 동서로 분리되고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때까지를 로마의 역사로 여기고 동로마 역사는 따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서 더욱 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동로마 제국의 역사도 엄연한 로마의 역사다. 공식적으로 로마의 멸망은 동로마 제국이 이슬람에 의해서 무너졌을 때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고도 거의 천 년의 역사를 더 이어갔다. 아쉽게도 우리 나라에서는 동로마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으로 로마가 멸망한 것이 유명하다. 그래서 동로마의 다른 역사 이야기가 덜 소개됐는데 이 책이 그 부족함을 조금 채워주는 것 같다.


제목인 '알렉시아드' 는 동로마 제국 콤니노스 왕조의 제 2대 황제 '알렉시오스 1세' 의 일대기를 그린 역사서로 특이하게도 그의 친딸이 지은 역사책이다. 일단 이 알렉시오스 1세가 누구인지를 알아야겠다. 당시 동로마 제국은 황제의 계승법이 확실하지 않았기에 정정이 불안하고 권력 다툼이 심했다. 그래서 여러 왕조들이 생겼는데 알렉시오스 1세는 콤니노스 왕조의 실질적인 창시자면서 동로마 제국에서 손꼽히는 훌륭한 황제다. 이 책은 그런 명군의 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은이 '안나 콤니니'는 누구인가 하면 바로 알렉시오스 1세의 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흥미롭다. 알렉시오스 1세는 자신이 죽고 나서 후계자로 아들을 황제로 세우려고 했다. 그런데 딸인 안나 콤니니가 어머니와 힘을 합해 쿠데타를 일으키려고 했는데 그의 남편에 의해서 저지당하고 수도원에 유폐된다. 거기서 자신의 아버지 전기를 쓰게 된 것이다.


동로마 제국의 황제가 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유능함이 있어야 가능했는데 안나 콤니니의 남편이 거기에 해당했다. 동양과는 달리 아들로의 세습이 정해져 있지 않았기에 관례대로라면 황제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알렉시오스 1세는 자신의 아들에게 제위를 물려주었고 이것에 안나 콤니니가 반대를 했던 것이다. 아니면 그녀 자신이 황제가 되고 싶었을까. 동로마 제국은 여자 황제도 몇 명이 있었고 무엇보다 황제의 부인 황후도 어느 정도 권력을 갖고 있었기에 안나 콤니니도 야심을 가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황제의 치세는 기본적으로 외적과의 싸움이었다. 책에서는 노르만인, 페체네그, 튀르크 등과 다른 이민족의 끊임없는 침략에 대응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당연하게도 외적을 물리치고 제국을 보전하였기에 칭송의 책이 나온 것이다. 그밖에 족벌체제를 통해서 정국을 안정시키고 경제를 혁신해서 제국을 안정화시켰다. 


알렉시오스 1세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실은 십자군 전쟁의 당사자였다는 것이다. 이슬람 세력의 침략에 점차 힘이 딸리게 되자 서방의 기독교 세력에게 '성지 수호'를 이유로 원병을 요청하게 된다. 이것이 그 뒤로 이어지는 십자군 운동의 시작인 것이다. 십자군 전쟁은 표면적인 명분과는 달리 많은 문제를 야기 했지만 적어도 알렉시오스 1세가 시작했던 1차 십자군 때는 나름의 성과도 있긴 했다. 


이처럼 나름 동로마 제국의 중흥기를 이끈 군주이기에 내용은 그의 치적이 주를 이룬다. 딸인 안나 콤니니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는데 아버지에 대한 찬양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쓴 부분도 보여서 당대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원전은 총 15권이고 그리스어로 쓰여졌기 때문에 오래 전에 영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번역한 중역본이다. 아쉬운 것은 글자 크기가 보통 단행본의 글자 크기보다 작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단 나누기가 거의 없어서 책에 여백이 거의 없고 글자가 가득하다. 책분량이 많아져서 책 값이 비싸질 것을 생각해서 이렇게 편집 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이해가 가지만 호불호가 갈릴 듯. 


동로마 제국은 서양에서도 크게 주목 받지 못했는데 서로마 제국의 역사도 많이 소개되지 못한 우리 나라에서 동로마 제국의 역사는 더 알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저술이 있는 것도 몰랐고 이런 여자 역사가가 있는 것도 더욱더 몰랐다. 동로마 제국 관련한 책이 나온 것도 좋지만 잊혀진 여성 역사가를 다시 소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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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바다전쟁 1 - 이순신과 작은 거인들 궁극의 전쟁사
성주삼 지음 / 레드리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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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공부에 방해된다고 욕 먹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그 잔재가 조금 남아 있긴 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만화로 학습하는 것이 더 공부에 도움이 되기에 적절히 이용하면 보통 책보다 낫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이미 초등학생 대상으로 많은 학습 만화가 잘 이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꼭 공부의 목적이 아니라고 해도 글 책의 내용을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도 만화책이 활용되기도 한다. 소설은 물론이고 인문 역사 분야에서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에 나온 임진왜란 시리즈는 임진왜란을 만화로 소개하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 심상치 않다. 우선 1부가 나와서 봤는데 무슨 학습 만화도 아닌데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인 사실이 큰 그림이 그려진다. 단순하게 그림만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는 글도 제법 많아서 재미있는 만화책 보듯 대충 보는 것이 아니라 면밀히 보게 된다.


사실 임진 왜란 하면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순신 장군이 맹활약을 한 덕분에 우리가 왜의 침략을 물리친 것은 맞다. 그러나 사실 이 전쟁은 상당히 복잡하고 국제적인 성격을 띈 난리다. 계속 전투가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무려 7년이나 계속 되었고 당시 조선을 비롯해서 명나라와 일본까지 참여한 대규모 국제전이다. 그리고 이 왜란으로 인해서 동아시아의 정세가 바뀌었고 그 영향은 3국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임진왜란을 이해하려면 그 원인과 과정, 결과까지 알아야 할 것이 방대한데 내용을 적절하게 선별해서 짜임새 있게 소개하고 있어서 좋다.


우선 임진왜란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우리나라와 왜, 명나라의 각국 사정부터 설명해 준다. 기본적으로 이 전쟁은 왜가 일으켰는데 당시 왜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오랫동안 혼란기였던 당시 일본의 전국 시대를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통일을 하게 되고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히데요시의 야욕이 발단이 되어서 조선을 치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때 조선과 명은 어떠한 상황이었는지 설명하고 있는데 책의 내용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내용을 잘 선별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당시 전쟁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제목이 '임진왜란'이 아니라 '임진왜란 바다전쟁'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긴 하는데 단순히 그의 전략 전술 등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군사들과 백성들의 이야기부터 자세하게 나온다. 이순신 장군이 재임하고 있던 전라 좌수영의 사람들을 보여주는데 일반 백성부터 여러 직역의 군인들 모습도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직접 배를 움직이는 '격군'도 잘 보여주고 있고 이 격군들을 어떻게 배를 나아가게 하는지 그림으로 보여주니까 더 잘 이해가 가게 한다. 그밖에 장군을 보좌하던 여러 장수들도 꼼꼼하게 등장시키고 있어서 당시 전라 좌수영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할 정도다.


이순신 장군이 전라 좌수사가 되어서 전쟁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장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위 장수들과 병사들, 관련된 백성들까지 세세하게 잘 배치하면서 적절하게 내용을 전달하고 있어서 전쟁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시작되는 전쟁. 당시 조선 조정은 어떻게 대처했고 또 어떻게 실패하게 되는지 우리가 몰랐던 사실들도 많이 알려주면서 임진왜란이라는 전쟁의 서막을 열게 된다.


책은 기본적으로 만화라는 수단을 통해서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데 인물이나 건물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종 무기와 병기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고 수군 훈련을 통해서 전투에 어떻게 임하게 되는지 잘 이해하게 한다. 전라 좌수영이라는 지역을 생각해서 등장 인물들의 대화도 전남 사투리로 해서 더 생생하게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물론 각종 도표와 지도도 충분히 제시하고 있어서 남해의 수군 상황을 좀 더 잘 이해하게 한다.


이 책 참 마음에 든다. 사실 만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처럼 충실한 역사 만화는 오랜만이다. 208쪽이라서 그리 많은 쪽 수는 아니지만 안에 담겨 있는 내용은 그 배다. 그림 속의 설명이 제법 많고 그림 자체가 당시의 여러 모습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어서 계속 보게 된다. 군더더기 없이 알아야 할 내용 중심으로 일반 백성에서 왕에 이르기까지 여러 신분을 균형 있게 등장시켜서 이 전쟁이 당시 조선인 모두에게 닥친 큰 난리라는 것을 잘 알게 해준다. 


임진 왜란에 대해서 잘 설명한 여러 책들이 있지만 만화라는 형식으로 접근성을 좋게 하고 속에 담긴 내용도 균형있고 섬세한 이런 책은 이 시리즈가 처음이다. 이 시리즈만 봐도 임진 왜란에 대해서 충분히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것은 등장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인물 묘사가 비슷한 부분이 좀 있어서 헷갈릴 수 있겠다. 그거 외에는 참 재미있다. 어서 다음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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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세계사 - 풍요의 탄생, 현재 그리고 미래
윌리엄 번스타인 지음, 장영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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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군중의 망상'을 통해서 인간 본증의 실체를 규명했던 작가 윌리엄 번스타인이 이번에는 부의 세계사로 돌아 왔다. 세상의 부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느 나라에 집중이 되었으며 그런 결과로 오늘날 좁혀지지 않는 격차로 벌어지게 되었는지를 여러 자료를 통해서 설명하는 책이다. 지구상의 나라들의 부에 관한 세계 역사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도 몇 가지 조건에 따라서 나중에 부자가 되거나 가난한 사람이 되거나 하는데 나라의 경우도 크게 보면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국민의 총합인 국가의 경우에는 더 많은 변수가 있겠지만 지은이는 몇 가지 조건이 잘 갖추어지지 않으면 부국으로 갈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모든 유형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사유 재산권, 자본시장, 운송 및 통신 시스템, 과학적 합리주의다. 이 네 가지 조건이 잘 갖춰져야 부자 나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른바 선진국들 중에서 위에 말한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말이 네 가지지 모두가 연결이 되어 있다. 한 조건이 막히면 다른 조건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다. 네 가지 조건 모두가 잘 발달을 해야 국가가 발전하고 부가 쌓일 수 있는 것이다.


책은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된 시대를 산업 혁명때로 본다. 사실 그전에는 중국으로 대표되는 동양이 서양보다 더 오랫동안 발전하고 부가 축적이 되었다. 중세의 유럽은 더럽고 살기 힘든 시대였다. 문명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되어 있었다. 동양에서 수입되는 여러 가지 물품에 그야말로 홀려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동양에 의존했던 교역이 서양을 더 발전시키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바로 대항해시대의 개막이다. 더 나은 교역로를 찾기 위해 항해술을 발전시킨 결과 신대륙을 발견하게 되고 더 많은 작물이 유럽으로 들어오면서 관련해서 무역업이나 금융업이 발달하게 되고 이것이 훗날 산업 혁명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산업 혁명이 영국에서 성공하면서 유럽으로 확산하고 결국 수 천 년 동안 동양에 뒤지던 서양이 역전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 추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책은 비슷한 격차로 완만한 발전을 이루던 각 나라들이 산업 혁명이라는 엄청난 변혁으로 불과 백 여년 만에 처지가 뒤바뀌게 되는 과정을 잘 설명해 준다. 왜 영국에서 산업 혁명이 먼저 일어났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주름잡게 되었는지 그리고 프랑스나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좀 더 뒤쳐져서 발전하게 되는 과정을 잘 설명한다. 


영국이 산업 혁명의 시초로써 큰 발전을 이룩하게 되었던 것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발전의 초기에 네덜란드가 있었다는 것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도 네덜란드는 잘 사는 나라이긴 하지만 이미 산업 혁명 초기부터 잘 사는 나라였던 것이다. 그것은 몇 가지 조건이 잘 부합했기 때문이다. 영국인에게 비견되는 강력한 재산권과 종교개혁으로 교회의 속박에서 벗어나서 종교적 관용성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유태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경제 발전의 밑바탕이 된 것도 있다. 그리고 낮은 이자율과 강력한 투자자 보호로 활성화된 네덜란드 자본시장의 풍부한 투자 자금. 그리고 쉽고 저렴한 수상 운송의 이점이 있는 평탄한 지형 등으로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 빠르게 강국이 될 수 있었다.


책은 프랑스의 이야기를 한다. 프랑스는 네 가지 조건이라는 측면에서 영국과 비교해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 산업 혁명이 영국에서 시작된 것은 우연일 뿐이고 역사가 다시 시작된다면 프랑스에서 일어날 수도 있고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당대 프랑스의 저력이 나쁘지 않았다는 뜻이겠다. 그러나 왜 프랑스는 영국보다 한 세기나 쳐졌을까.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자면 영국에 비해서 '자유도'가 떨어졌다. 겉으로는 영국과 비슷하게 네 가지 조건이 잘 들어맞았지만 세부로 들어가면 재산권이나 자본 시장의 자유도는 떨어졌다. 축적된 자본을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종교적으로도 네덜란드나 영국같은 신교가 아니었기에 좀 더 관용성이 부족했고 운송 시스템도 계획만 있을 뿐 완공이 지연되었다. 이런 총체적인 결함이 프랑스의 발전을 더디게 했던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 사회의 풍요와 개인의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국가의 부가 축적은 되지만 그것이 결코 개인의 행복과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로 들어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벌지만 그만큼 큰 스트레스와 불안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통찰력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부가 더 많이 축적이 될 수록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고 이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가 없다. 이런 상화에서 미래를 어떻게 예측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히 하고 있다.


책은 쉽게 읽힌다. 경제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여러가지 역사적 사례를 들어서 잘 설명하고 있고 여러가지 도표를 통해서 이해를 돕고 있다. 지난 400년을 돌아보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역사적인 부의 축적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어서 관련된 의문을 가진 사람들에게 좋은 답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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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 : 간신전 간신
김영수 엮음 / 창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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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나름 간신에 관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김영수 작가가 쓴 간신 3부작 중의 2부인 간신전이다. 1부에서 이론에 해당하는 간신론을 통해서 간신의 개념, 부류, 형태, 역사 등을 통해서 전체적인 틀을 이해하게 되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실제 간신들을 통해서 그 실체를 들여다보는 내용이다.


간신 중의 간신 그야말로 나라를 뒤흔들만큼의 대표적인 간신 18명을 시대 순서로 그 행적을 소개하고 있는데 모두 중국의 인물이다. 이미 중국에서도 역사적으로 간신으로 판정되어 수 백 년간 욕을 먹고 있는데 우리와 현실이 조금 다르긴 해도 그 행태는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간신들을 보면 우리 나라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사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간신들의 모습은 비슷하다. 그들의 공통점은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국가 권력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양심이 없다. 그러니 누가 봐도 어이가 없는 일을 뻔뻔스럽게 행하는 것이다. 이번 2부에서는 내용을 보면 혈압이 오를 인물들을 엄선한 느낌이다.


우선 '조고'라는 이름부터 나온다. 한자 성어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지록위마' 라는 말을 알 것이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이 희대의 말을 만든 사람이 바로 조고다. 아마 조고는 죽어서도 영광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만든 말이 수백 수천년이 흘러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나쁘게 말하는 거지만. 아무튼 이 조고는 춘추 전국 시대를 통일한 진시황의 측근으로 있다가 그의 사후 2대 황제인 호해를 마음대로 조종하면서 그야말로 실질적인 황제로 군림을 한다. 지록위마는 조고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황제조차 그를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 호해도 조고가 황제로 만든 것이다. 무능한 황제에 탐욕스러운 간신의 조합은 결국 통일 제국 진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소개된 많은 간신들 중에 참 답답하게 했던 간신은 진회다. 그는 북송의 관리로 시작해서 금나라에 투항했다가 남송으로 다시 와서 재상에 오른 간신이다. 그의 행태에서 공통점으로 보이는 것은 권력자의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이었다. 북송의 황제, 금나라의 황제, 남송의 황제 모두에게 그들이 듣고 싶은 말을 교묘하게 지어서 말할 줄 알았다. 그래서 모든 권력자가 그의 말을 믿고 중용을 했는데 그가 오랫동안 욕을 먹는 이유는 적국에 자신의 조국을 바칠려고 했기 때문이다. 


금의 침략에 속수무책이었던 북송은 황제가 사로잡히고 수도가 함락되면서 결국 망하게 되었고 황족이었던 고종이 남으로 도망쳐서 남송을 건국하게 된다. 오늘날의 강남에 해당하는 이 지역은 풍부한 생산력으로 금의 침략에 버틸 기본적인 체력을 비축 할 수 있었다. 거기에 불세출의 명장 악비가 등장한다. 그야말로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던 송나라 군은 악비가 지휘를 하면서 반대로 금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한다. 남송에서 계획만 잘 세웠다면 북벌을 통해 전세를 역전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악비를 죽게 한 것이 바로 진회다. 갖은 모략으로 군 지휘관에서 끌어내리는 것도 모자라 역적의 죄명을 씌워서 죽인 것이다. 우리의 이순신 장군이 생각나게 하는 일이다. 그래서 진회는 그 이후로 대역적의 비난을 계속 듣고 있다.


이밖에도 나라를 망치거나 망하게 하거나 그야말로 규모면에서 어마어마한 역적질을 한 간신들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데 여기서 우리가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 간신은 그 모습을 이름만큼 보여주고 있는 거지만 그런 것을 허용한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다. 바로 황제다. 충분히 간신을 처치 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고 이용한 것도 있다. 악비를 죽이게 한 진회의 경우 당시 황제였던 고종이 악비를 두려워했기에 적극적으로 살리지 않았다. 그 뜻을 알았기에 진회도 마음껏 모함을 한 것이고. 왕조 시대의 간신은 그 자체만 악했던 것이 아니라 그를 기용한 결정권자 즉 왕이나 황제도 충분히 부패하고 악의 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우리 나라도 나름의 간신 목록이 있다. 그 중에서도 최악은 역시 조선을 망하게 한 이완용을 필두로 한 여러 친일매국노들이다. 역사란 것이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조선이 일제에 의해 망하고 수 십년 동안 일제에 많은 고통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게 만든 간신 매국노들을 처단을 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그런일을 겪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청산을 하지 못했고 이어서 독재 정권이 들어서서 더 많은 과오들이 쌓이게 되었다. 거기에서부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결국 간신들이 자신이 잘못해도 크게 벌 받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속 새기게 되고 또 다시 악독한 일을 저지를 수도 있는 것이다.


왕조 시대와 민주 시대는 다르다. 지난날의 매국노 같은 노골적인 간신은 잘 안 보인다. 그러나 간신은 간신이다. 나타내는 모습은 다를지언정 기본은 같다. 자신의 사리 사욕을 채우려는 욕망이 누구보다 강하다는 것. 자신과 그 족속만이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그런 초이기적이고 비양심적인 모습. 시대를 막론하고 나타나는 그들의 행태다. 지금 시대에 이런 간신들이 많이 나타나면 결국 국가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력 자체가 떨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또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간신은 대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욕심의 크고 작음이 있을 뿐이지 우리 주위에도 간신같은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다 없앨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억제를 해야 한다. 특히나 권력을 가지는 자리에 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간신론에 이어서 간신전을 통해 참과 거짓을 구별할 균형적인 시각을 조금이라도 갖게 된다면 이 책을 읽는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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