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속의 이슬람과 여성 - 문화사 이야기 지식전람회 15
오은경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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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수주의자는 모호함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한 글이 기억난다. 제 아무리 진보적인 남성일지라도 여성문제에서만큼은 어찌된 일인지 모호함을 견디지 못한다. 그들이 늘 하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이슬람 여성들의 베일은 진보인가 보수인가?"라는 것이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남성들의 권력이 미우면서도 한편으론 부럽기까지 했다. 그 베일을 직접 쓰는 여성들조차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를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대답해야 하는, 혹은 대답을 강요당하는 현실이 버거웠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정말 멋진 답을 주었다. 베일이라는 상징을 통해서 이슬람 여성들의 삶을 찬찬히 훑어내려간 작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게다가 그 눈길의 따스함이라니...  정확한 역사적 자료와 문화인류학적, 종교적 인식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시종일관 그들의 삶을 존종하는 자세가 느껴지는 글이었다.

 무엇보다 이 글의 묘미는 서구의 눈이 아닌 이슬람의 눈으로, 남성의 눈이 아닌 여성의 눈으로 '베일 속의 이슬람과 여성'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제목이 말하고자 하는 딱 그만큼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들의 삶 속에서 내내 동시대 우리 어머니와 나의 삶을 겹쳐서 읽어낼 수 있었다. 

  정확한 인식을 목적으로 집어들었으나 뜨거운 공감을 남기는 책.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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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창비아동문고 161
이상권 글, 장양선 그림 / 창비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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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얘들아, 너희들 치와와, 시츄, 시베리안허스키 같은 강아지들 좋아하지?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강아지 한 마리 사달라고 부모님을 조르는 친구들도 있을 거야? 동물을 좋아해서, 다른 책은 읽기 싫어하는 친구들도 동물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곤 하지? 

 

  너희들은 재미있는 동물이야기 읽어 본 적 있니? 아마 부모님들은 ‘시튼 동물기’, ‘파브르 곤충기’ 따위를 먼저 떠올릴 거야. 너희들도 별로 다를 것 같진 않은데... 그러고 보니, 너희들은 사자나, 코끼리 같은 동물은 어떻게 생긴지 알아도 정작 우리 산과 들에 사는 동물들은 잘 모르고 있지? 그런 친구들을 위해서 이 책을 알려주고 싶어.

 

  이상권 선생님이 쓴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생태동화집’이라는 작은 제목이 덧붙여져 있는데, 어때? 제목부터 솔깃하지? 집오리가 하늘로 왜 날아가지?‘ ‘닐스의 신기한 여행’에 나오는 거위처럼 기러기들을 따라가는 건가? 아님, 오리 통구이가 되기 싫어서 도망가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지 않니? 

 

   이 책에는 모두 여섯 가지 동물이야기가 들어있단다. 근데 책 주인공인 동물이니까 사자나, 호랑이, 아니면 적어도 여우쯤은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땡!’

 이 주인공들은 족제비나 살쾡이, 다람쥐 같은 아주 작은 것들이지. 집오리처럼 흔하고, 심지어 들쥐처럼 시시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지. 그래서 이야기까지 시시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땡!’

 

  아마 너흰 처음 잡는 순간부터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할 거야. 가슴 아프고, 웃기고, 어떤 이야긴 오싹할 정도로 무섭고... 눈물이 날 만큼 감동스럽기까지 한 온갖 이야기들이 펼쳐지지. 우리 집 뒷마당에서 일어난 일, 동네 저수지에서 일어난 일, 심지어는 내 방에서 일어난 일들까지 있단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 산과 들, 강에 살던 동물친구들이 어떻게 사라지게 됐는지 알게 돼. 그걸 알게 되면 한 동안은 마음이 아파서 울지도 몰라.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란다. 그들이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방법도 알 수 있을 거야.

 

  몇 쪽에 그 답이 쓰여 있냐고? 정답은 쓰여있지 않아. 다만 가슴을 열고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누구나 그 방법을 알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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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이 많은 요리점 힘찬문고 19
미야자와 겐지 지음, 민영 옮김, 이가경 그림 / 우리교육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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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너희들 혹시 병아리나, 개미 같은 것들을 괴롭히면서 놀아본 적 있니? 한번이라고 그런 기억이 있는 친구들은 지금 생각해 보렴. 개미들이나 병아리들이 너희들이 괴롭혀줘서 재미있었을지. 뭐? 장난이었다고?

 

  살아있는 것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은 장난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것은 폭력이지. 인디언들이 사냥감에게 죽을 자세가 되어있는 자만이 그를 사냥할 자격이 있다고 한 말이 생각나네. 그만큼 동물들에 대해서 똑같은 생명으로 대접하는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다른 생명을 자신의 에너지로 삼기 위해 먹을 자격이 있다는 뜻이겠지. 내가 먹는 사냥감에게도 그런 마음을 갖는데 하물며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상황이 아닌데도 동물들에게 해코지를 한다는 것은 인간다운 게 아닌 것 같아.

 

  그런데 우리 곁에는 재미삼아서 동물들을 죽이는 사람들도 있으니, 참 끔찍하지 않니? 그런 사람들이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아마 지금은 좀 다른 어른이 되어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때, 너도 한 번 읽어 볼래? 맛있는 과자 따위와는 아무 상관없는 책이야. 제목을 보고 엉뚱한 기대는 하지 마. 

 

  두 사람이 사냥터를 헤매고 있어. ‘사슴의 누런 옆구리에 총을 팡팡 쏘아서 사슴이 픽 쓰러지는 걸 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지. 너무 오래 헤맨 탓에 사냥개들이 쓰러져 죽는 걸 보면서 ‘25만원 날렸다’ 말하지. 이 사람들이 어떤 성격인지 대충 짐작이 되지?

 

  그러다가 산 속에서 음식점을 발견하지. 배가 고픈 두 사람은 근사한 저녁을 기대하면서 그 곳에 들어가. 근데 이상하게 손님들에게 하는 주문이 너무 까다로워. 머리를 단정히 하고 신발에 묻은 흙을 털라고 하는 것부터 모자와 외투를 벗고 들어오라는 건 이해가 되는데, 항아리 안에 든 크림을 얼굴과 손발에 고루 바르라고 하는데서는 좀 의아해지지. 그러다가 15분만 기다리면 요리가 된다면서 소금을 머리에 뿌리라고 하는데서 뭔가 깨닫게 되는 거야. 이 음식점은 바로 찾아온 손님들을 요리로 만드는 곳이었던 거야.

 

  두 사람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지? 

  근데 우리가 궁금해야 할 것들이 그것만은 아닐 거야. 개고기를 먹는 게 우리의 고유한 문화이기 때문에 좋은 것인지, 통닭집 앞에 그려진 닭들과 돈까스 포장지에 그려진 돼지들의 행복한 표정은 진실인지, 인간은 고기를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것인지...

 

   어휴, 생각해 볼 거리들이 너무 많지? 그래도 생각한다는 건 행복한 일이란 사실을 잊지마.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면 아마 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찾아 낸 답은 햄버거 보다, 컴퓨터 게임보다, 100점짜리 시험지 보다 너를 더 행복하게 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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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9-28 0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몇해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이 새록새록 납니다. 아주 독특한 사고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책이에요. 님의 리뷰 또한 퍽 신선합니다. 좋은 리뷰 잘 보고 갑니다. 반갑습니다.^^

해리포터7 2006-09-28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딸나무님..저도 미야자와 겐지를 좋아하는데요..이책은 제목만 들었는데 읽어보고 싶네요..님의 리뷰또한 독특한 형식이어서 좋아요^^

씩씩하니 2006-10-1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어떻게 세상을 보며 어떤 삶을 꾸려나가시는 분인지...다 느껴져요.,.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제목 읽구 뜬금없이 '책먹는 여우'가 생각나요,,왜일까여???
 
오늘 재수 똥 튀겼네 사계절 중학년문고 3
송언 지음, 백남원 그림 / 사계절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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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한텐 ‘삼색마삭줄’이라고 부르는 예쁜 화초가 하나 있어. 여름 내내 이 놈이 얼마나 쑥 쑥 잘 자라는지 참말 신기하더라. 그래서 드나들며 늘 볼 수 있는 신발장 위에다 잎이 늘어지게 올려놓았단다. 근데 엊저녁에 신발을 꺼내고 문을 닫다가 그만 이 녀석을 치어 버린 거야. 새로 올라오던 여린 순이 그만 꺾여 버렸지.

 

  이를 어째... 위험한 곳에 아무 생각 없이 놓아둔 나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신나게 잘 크고 있던 그 여린 순에게 죄스럽기도 하고 정말 넋을 놓고 화분을 들고 한참 서 있었단다.

  다시 베란다로 옮겨서 물을 주면서 몇 번이나 잘려나간 곳을 만져보았지. 한번만 용서해 달라고. 날마다 온 정성으로 용서를 빌면 얘들도 나를 한번쯤 봐주겠지? 아마 용서받을 때까진 마음이 아플 것 같애.

  너희들도 그런 맘 알지? 말 못하는 것들과도 마음이 통하는 느낌...  이 책을 읽으면서 받은 느낌이 바로 그거야.

 

  ‘오늘 재수 똥 튀겼네’  푸하하. 제목이 너무 웃기지 않니? 근데 실려있는  다섯 개의 동화  하나하나가 모두 봄날 꽃길 사이를 걷고 있을 때 등 뒤로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볕 같은 느낌이야.

 그 가운데 ‘병태와 콩 이야기’란 이야기 하나만 해 줄까?

 

  선생님이 실험을 했어. 물을 준 콩과 물을 주지 않은 콩이 어떻게 될까를 알아보는 실험이지. 근데 병태는 그 순간에 콩나물을 키우던 할머니가 하신 말씀을 떠올려. 말 못하는 것들도 사랑으로 대하면 마음을 안다고. 물을 주지 않는 콩이 말라 죽는 게 너무 안타까운 병태는 선생님 몰래 물을 주었어. 당연히 다음 주 창가에는 두 화분 모두 앙증맞은 싹이 올라와 웃고 있었지. 선생님은 ‘이건 말도 안돼. 귀신이 곡할 노릇이구먼’하면서 고개를 흔들어.

병태가 들켰을까? 선생님은 자연실험을 망쳐버린 병태를 혼내셨을까?

궁금하면 한 번 읽어보렴.

 

  맨 처음 이야기인 ‘제비야 제비야’나 ‘줄무늬 다람쥐’는 글 쓴 선생님이 아이들과 직접 겪은 이야기래. 그래서인지 더 마음에 와 닿아.

 아직도 솔깃하게 당기지 않는 친구가 있다면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해줄게. 귀 좀 대봐.

 “글씨는 무지 크고, 그림은 디게 많고, 무지 얇은 책이야. 멋지지?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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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개 - 가브리엘 뱅상의 그림 이야기
가브리엘 벵상 지음 / 열린책들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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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자가 하나도 없는 그림책이다. 그림도 연필로만 그려져서 알록달록 색깔도 하나도 없고. 재미없을 것 같고, 설명이 되어있지 않으니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고?

  

  혹시 그런 경험이 없는가? 마음이 너무 아픈데, 그걸 말로 ‘아파요.’라고 해 버리면  내 마음이 그 말에 다 담기지 않아서 말하기가 두려웠던 일. 어떤 말로도 그 기분을 다 설명하지 못 할 것같이 기뻤던 일. 아마 그것처럼 이 그림책을 만든 가브리엘 뱅상도 그래서 글자를 넣지 않은 것 같다.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글자가 다 해 주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들려주는 거지.

  

  버림 받은 개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그 눈길을 찬찬히 보고 있으면 저절로 눈물이 난다. 차에서 버려져 고속도로로 튕겨나가는 개의 작은 몸뚱이를 보면 내 몸도 막 멍드는 것처럼 아파 온다.

 

  책을 덮고 나서 가슴 한 구석이 마구 저려와서 아주 오랫동안 몸을 말고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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