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신문에 연재될 때부터 워낙에 유명한 (소설보다 그 언저리 이야기들 때문에) 소설이라 편하게 골라서 들었다.

 즐거운 나의 집?

 그러고 보니, 내게도 '즐거운 나의 집'이라고 불릴 집이 있었던가?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선하신 어머니, 오글오글한 형제자매들... 그런데 그 곳이 솔직히 '즐거운 나의 집'으로 기억되진 않는다. 그러나 그게 뭐 어떤가? 모두가 그렇지 않은가? 가족을 생각할 때 골치 아프지 않고 가슴이 훈훈해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삶이란 게 원래 그런 거잖아. 소설이 아니니까. 그게 삶이니까.

 독신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는 지금에서야 비로소 가족구성원이 하나뿐인 나의 이 집에서 행복이란 걸 느낀다. 가끔은 외롭고, 가끔은 분주하고, 가끔은 구질구질하고... 그러나 추운 겨울, 일을 마치고 돌아가 몸을 누일 집이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지극히 평범한 행복 아닌가.

 그런데, 내가 느끼는 이 행복이 특별한 건가?  가족구성원이 하나밖에 없다고 그게 특별한 건가? 그래서 새로워야 하는가? 그건 아니지 않나?

 이 소설도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고 했는데, 솔직히 뭐가 새로운지 모르겠다. 고만고만한 사람살이, 고만고만한 깨달음, 고만고만한 위로... 성이 다른 아이들이 셋 출연한다고 새로운가? 광고문구가 왜 이렇게 후지나...

조금 신선한 소재를 가지고 지극히 전통적인 가치관을 확인하고 있는 책?

새로운 가족의 의미 따윈 없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8-02-0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쨌든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군요.
저는 어린 시절에 가족이 많아서 싫었답니다..
종종 아이들 교육문제로 혼자서 지낼 때가 있는데
그것도 싫더군요.. 하하

나는 평범한 게 싫답니다.
튀는 것도 싫답니다.
그럼 뭐지? 하하


산딸나무 2008-02-02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보편적이진 않아도 평범한 삶이 좋습니다.
그리고 튀는 건 싫지만 '남들처럼'은 더 질색입니다.
저는 평범하게 그저 '나 자신'이고 싶습니다.

페르소나 2008-02-05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달에 읽은 책 중 한 권이군요. 소설가란 본시 자기와 흡사하며서도 일면은 창작으로 꾸며낸 주인공의 모습으로 자기를 표현한다던가...3번의 사랑과 세 번의 이혼을 한 본인의 경력에대한 독자의 호기심이 짐이 됐든 모양이던군요..

산딸나무 2008-02-07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자신의 삶을 최대한 성실하게 표현해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luckybaby83 2008-02-10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산딸나무님^^ 안녕하세요. 저 뒤에다가 댓글 하나 달았는데, 요기에도 남기고 가요~~ 저 이책 주문해서 월욜에 오는데 빨리 보고싶어요.

산딸나무 2008-02-11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지영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여성이라면 이 책에 충분히 공감하시리라 믿어요.
님성이라도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이해하시는 분이라면
당연히 재미있게 읽으실 거구요.
 
박노자의 만감일기 - 나, 너, 우리, 그리고 경계를 넘어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게는 요즘 ‘소통’이 화두다.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나와 소통하고 싶다.

그런데 소통할 사람을 만나기가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현실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가 보면,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다.

학문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는 그들의 매너리즘에, 베낀 듯한 사유에 질린다.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 사람과 그가 쓴 글의 거리에 놀라고, 세상을 바꾸는 그 현장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의 게으른 사유에 기가 막힌다. 게다가 내가 가족이나, 조직을 안전망으로 선택하지 않은 인간이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쉽게 인정하고 들어가는 가족문화와 조직문화에 도저히 공감할 수 없어서 늘 겉돌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번도 고백한 적이 없지만 사실, 나는 좀 외롭다. 

박노자의 글은 내 삶에 위로가 된다. 그의 고독과 낯설음이 내 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으리라는 위로. 그와 같이 자기 사유에 성실한 사람도 늘 회의하고 방황하는데, 난들 어떠랴, 라는 위로. 나와 같이 이렇게 예민하고 까칠한 사람이 또 있구나 하는 위로...

이번에 본 그의 글은 특히나 더 많은 위로를 받았다.

늘 자신의 의견을 꼿꼿하게 피력하던 친구의 아픈 속내를 들여다본 듯한 느낌.

나와 비슷한 연배인 그에게 나도 위로 한마디 건네고 싶다.

“당신 덕에 늘 이렇게 다시 기운 차리는 사람도 있으니, 당신도 씩씩하게 사세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8-01-29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나는 좀 외롭다."

저도요..
블로그나 서재를 마련한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가족, 사회에 썩 잘 적응하지만 정신적 교감은 또 다른 차원이니만큼..
책은 죽어있는 것이고 산사람은 책에 있는 멋이 없지요. 하하


산딸나무 2008-01-29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족, 사회에 아주 잘 적응하는 인간이랍니다.^^
제가 겉돈다는 건 실존적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이겠죠.
사람들이 저의 이 외로움을 혼자 사는 여자의 외로움 쯤으로 치부할까봐
주위 사람들에게는 외롭다는 얘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사실 그런 종류의 외로움 따위는 없기도 하구요.
한사님께서 '저도요'라고 하신 글을 보는 순간
약간의 동류 의식이 느껴지는데요.

페르소나 2008-01-30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시절에 읽다가 어렵고 헷갈려서 포기했던 장 그르니에의 섬을 막 덮고 난 뒤
알라딘에 책주문하려고 들왔다가 산딸님 블로그에서 1시간을...^^
딸님도 다시한 번 시도해 보시거나, 읽지 않으셨다면 반드시, 꼭, 절대로 읽어 보세요.


산딸나무 2008-01-30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의 여운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때 추천해 주시는 책이니
꼭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제 취향에 맞는지 한번 보구요^^
 
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

이것처럼 대중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말이 또 있을까?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든 한 마디씩 할 수 있지만 그것의 정체를 제대로 밝혀낼 수 있는 사람이 있기나 한 걸까?

살까 말까 망설인 책이었다. 광고의 내용으로 보아서 '삶과 죽음을 함께 한 위대한 사랑'으로 '죽음까지는 꿈도 못 꾸고 삶도 대충대충 가끔 함께 하는 것에 그치는 비루한 보통의 사랑'을 하고 있는 나같은 인간을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글이 아닐까 싶어서.

그런데 왜 샀지?

아마 열렬한 애정고백을 하는 이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란 게 끌렸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작가가 노동 이론가이자 생태주의를 정립한 초기 이론가라는데 조금 홀렸을지도. 사실은, 20여 년간 아내를 간호하고 함께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에 조금 혹했을지도...  

100쪽도 안 되는 얇은 책이었다.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읽고 나서 한 첫 마디.

"광고를 이렇게 밖에 못 하나?"

위대한 사랑 고백을 기대하고 읽는 사람들에게는 '뭔 소리 하는 건지...' 알아 듣기 힘든 책이 될 듯하다.

오히려 나처럼 늘 '사랑이 밥 먹여주냐?'라며 시니컬하게 지껄이는 인간들에게는 '넌 밥만 먹고 사냐?'는 의외의 조언이 기다리고 있다.

앙드레 고르가 젊은 날,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라고 고백했듯이 나 역시 '사랑' 따위에 목숨 거는 이 세상을 경멸했다. 나조차 내가 누군지 모르는데, 그 답을 찾아서 미친 듯이 사유의 숲을 헤매다녀도 답이 보이지 않는데, '당신'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누구지? 나의 실존과 당신의 실존이 만나는 지점, 그런 게 있기는 한가?

그러나 나 역시, 현실 속에서 사랑을 했고, 사랑하는 상대에게 극진하게 늘 최선을 다했고, 나와 '당신'의 실존이 불안한 만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더 진실했다.

그러나 말로는 늘, '영원한 사랑이 어디 있니?', '너만을 사랑할 수 있다는 생각 따위 해 본 적 없어.'라고 '영원'을 향한 나의 기대와 '너만을 사랑하고 싶은'나의 감정을 외면했다.

그 기대와 감정을 내 지성과 이론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러나 지금에야 알 수 있다.

나를 살아가게 해 준 힘이, 나의 그 잘난 지성과 이론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아니라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과 함께 했던 그 모든 현실의 시간들이었다는 것을.

앙드레 고르가 이 책에서 아내에게 하고 싶었던,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이제는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사랑합니다.'가 아니었을까?

나도 더 늦기 전에 내 연인에게 고백하고 싶다.

"영원한 사랑 따위 믿지 않지만, 당신과 영원히 함께 하고 싶은 이 마음만은 진실입니다."

"당신만을 사랑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해도, 이 하루 하루를 사랑하다 보니, 어느새 생을 마감할 날이 다가와서 결과적으로 당신만을 사랑하게 됐다면 그도 참 행복한 일이겠지요."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8-01-28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전히 변함없는 사랑을 믿는답니다.
로맨티스트이지요. 하하


산딸나무 2008-01-28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님 글을 보면 그런 느낌이 묻어나지요^^

ghwngo 2008-01-29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딸나무 님의 글이 너무 재밌습니다.

산딸나무 2008-01-29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뵙는 분이네요.
반갑습니다.
제가 아시는 분인 것 같은데 누구신지 좀 알려주세요.
궁금한 거 있으면 잠 못 자거든요^^

ghwngo 2008-01-30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책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들렀습니다. 들렀다가 산딸나무 님의 글에 푸욱 빠졌구요. ^^*
오늘밤은 푹 자실 수 있겠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산딸나무 2008-01-30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뵐게요^^
 
자비를 팔다 - 우상파괴자 히친스의 마더 테레사 비판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정환 옮김 / 모멘토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믿음이란 생각이란 대상이 다다를 수 없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던 사춘기 시절 좋아해서 외우고 다녔던 칼릴 지브란의 말이다.

그런데, 그 자체에 대해서 사유할 필요도, 회의할 필요도, 검증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면 그게 과연 인간에게 필요한 것일 수 있을까?

마더 테레사, 그녀의 자비로운 삶 역시 회의와 검증을 필요치 않는다. 그녀는 순수하고 궁극적인 사랑의 실천자로 존재하니까. 하지만 순수와 궁극이란 게 죽음에 다다르지 않은 그 어떤 존재도 이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답은 하나. 순진한 오해와 갖가지 정치적 기만의 산물...

히친스의 이 책은 그런 그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별히 해석하지 않고 그저 있는 사실을 보여줌으로 해서 그녀의 자비가 어떻게 잘 포장되어서 판매되었는가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마더 테레사에 대해서 적힌 이 책의 사실이 그녀를 성녀로 떠받드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실이라 할 지라도 나는 여기 비친 모습이 오히려 그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맹목적인 종교적 해석이 내가 오랫동안 봐 온 '착한 종교인'들과 더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그녀는 수녀이고 종교인으로서 자비를 실천했다. 그렇다면 이 모습이 오히려 그녀답지 않은가?

그녀가 너무도 유명하고 사람들이 너무도 그녀을 오해했기에 이렇게 비난(?)당하는 것이지, 사실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자기 종교에 대해서 그것만으로 삶을 해석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렇지 않나?

선행, 자비, 나눔, 베품...

가장 비정치적일 것 같은 이 단어들이 왜 가장 정치적일 수 밖에 없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한번 휘리릭 읽어보아도 좋을 듯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8-01-28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히친스의 관점에 공감하는 편이랍니다.


산딸나무 2008-01-28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꽤나 공감하는데...
제가 쓴 리뷰가 오해의 소지가 있나요?
어, 다시 읽어보니 그런 것 같기도^^

비로그인 2008-01-28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딸나무님 논지에 공감합니다.
저는 -> 저도. 하하


산딸나무 2008-01-28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에~ ^^
 
이원복 교수의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 1 - 와인의 세계
이원복 글.그림 / 김영사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이제껏 나온 와인책들과 뭐가 다르다는 건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8-01-28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원복 교수가 고등학교 시절에 그렸던 축구만화가 좋았지요..
먼 나라 이웃 나라는 아이들에게 사주었답니다.
근본이 만화가이지요..


산딸나무 2008-01-28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본이 만화가...
최고의 칭찬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