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장바구니담기


자식을 잃고 흘리는 어미의 눈물은 배 속 창자를 후비고 눈을 찌르며 나오는 눈물이다. 쉽게 위로할 수 없고, 쉽게 위로받을 수도 없는 , 한 깊은 눈물이다. 만지는 엄마의 눈물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은 엄마를 혼자 두는 게 나을 것 같아 자리를 피해주었다.

-기운 생명 끝에 매달린 -26쪽

공기청정기는 있는데, 왜 마음청정기는 없을까?
-우박 섞인 비 -37쪽

"반찬에서 좀 벗어난 얘긴 줄은 아는데,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며? 근데, 엄마는 안 그런 거 같아. 그날 다 흘려보낸 것 같아."
"가슴에 묻어? 못 묻어. 콘크리트를 콸콸 쏟아붓고, 그 위에 철물을 부어 굳혀도 안 묻혀. 묻어도, 묻어도, 바락바락 기어 나오는 게 자식이야. 미안해서 못 붇고, 불쌍해서 못 묻고, 원통해서 못 묻어."
-우박 섞인 비 -57쪽

아주 사소한 일로 선생님이 정신줄을 놓고 마는 일을 두고, 아이들은 초짜 선생님의 통과 의례, 즉 신고식이라고 했다. 신고식을 거치면 비로소 대한민국의 정식 선생님이 되어, 앞으로 계속 때리는 선생님이 되든 무관심으로 초지일관하는 선생님이 되든 한다는 것이다. 하여튼, 아이들은 아직 전설의 신고식을 치르지 않은 담임선생님을 사명감만 불타는 순진한 초짜 선생님이라고 정의했다.
-우박 섞인 비 -66쪽

아이들은 화연이가 뒤끝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는 아니라고 합니다. 활을 쏜 사람한테 뒤끝이 있을리가요. 활을 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질질 흘리고 다니는 사람, 아직 못 봤습니다. 아이들은 과녁이 되어 몸 깊숙이 박힌 활이 아프다고 한 제게 뒤끝을 운운합니다. 참고 인내해야하는 건 늘 당한 사람의 몫인지요. 아이들은 저 스스로 활을 뽑고 새살을 돋아나게 해 파인 자국을 메우길 바랐습니다. 그렇게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새로 돋아난 살은 왜 그렇게 눈에 띄는지, 더 아팠습니다.
-다섯 개의 봉인 실 -123쪽

미란과 미라는 다른 가족들에 대한 환상이 없었다. 사람 사는 거 다 같을 거라고 자신들의 비루한 삶을 위안했다. 그리고 오늘 보니 그 생각이 영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더 이상 위아은 되지 않았다
-다섯 개의 봉인 실 -138쪽


"나는 죽을 생각 전혀 없는데, 천지나 잘 보지 그랬어."
"그러게 말이다. 너, 죽지 마라. 언젠가는 죽기 싫어도 죽어. 일부러 앞당기지마.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사람들, 더 아프게 하는 거야. 죽어서 해결될 일 아무것도 없어. 묻어둘 수는 있겠지. 근데 그거, 해결되는 거 아냐. 냄새가 진동하거든. 진짜 복수는 살아남는 거야. 생명 다 할 때까지 살아."

-다섯 개의 봉인 실
-148쪽

"~피한다고 피해질 사람 없고 막는다고 막아질 사람 없어. 뭐 대단한 박애주의자나 되는 것처럼 세상 사람 다 용서하고 사랑할 필요도 없고. 미우면 미운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그거면 충분해. 그렇게 사는 거야."
-그렇게 사는 거야 -172쪽

만지는 몸을 바르르 떨렸다. 저 지긋지긋한 일들이 반복되는 학교라는 괴물 앞에서 천지가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해야 했을까. 상대가 버리지 않으면 내가 버린다. 단순한 버림이 아닌 완벽한 버림이 필요했을 것이다. 영혼과 육체의 완벽한 버림. 천지는 떠났다......
-방향 잃은 용서 -193-194쪽

엉뚱한 아이가 대신 받은 용서. 마지막 용서마저 내버린 화연과 바라지도 않은 용서를 받은 미라. 만지는 엄마가 의도적일 만큼 씩씩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천지의 죽음을 두고 마음에도 없는 동정이나 위로 따위를 하지 못하도록 온몸으로 막고 있었던 것이다.
-방향 잃은 용서 -195쪽

어른이 되어 보니, 세상은 생각했던 것처럼 화려하고 근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리 세상을 버렸다면 보지 못했을, 느끼지 못했을 소소한 기쁨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거면 됐습니다. 애초에 나는 큰 것을 바란게 아니니까요. 혹시 내 어렸을 적과 같은 아픔을 지금 품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뜨겁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미리 생을 내려놓지 말라고, 생명 다할 때까지 살라고. 그리고 지신을 담아 안부를 묻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작가의 말 -22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