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의 역사 - 절대 측정을 향한 인류의 꿈과 여정
로버트 P. 크리스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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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의 길이를 잴 때 어떤 도구를 사용하시나요? 너무 당연한 질문인가요? 자를 사용하시겠죠. 우리 주변 자에는 눈금이 있습니다.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단위는 밀리미터와 센티미터, 킬로미터죠. 밀리미터는 1000분의1미터, 센티미터는 100분의1미터, 킬로미터는 1000미터죠. 집에 체중계 하나씩 놓고 쓰시죠? 아니면 요리할 때 쓰는 요리저울도 있겠고요. 체중계는 킬로그램, 요리저울은 보통 그램으로 표시합니다. 킬로그램은 1000그램이죠. 그러면, 1미터는 어느 정도의 길이인가요? 1그램은?

이렇게 미터와 그램을 비롯해 몇몇 기본단위로 구성된 측정단위체계를 SI라고 합니다. ‘국제적 측정체계’라는 프랑스어의 줄임말인데요. 이 구상은 무려 17세기,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에 프랑스에서 만들어져서 서서히 전 세계로 퍼집니다. 경쟁하는 다른 측정단위체계와 비교해, 특히 산업혁명 시기 산업선진국 영국이 사용하고 있던 야드파운드법에 비해 계산에서 간편하기가 이를 데 없이 깔끔하다는 최고의 장점을 지녔어요. 하지만 영국은 프랑스산이라는 이유로 미터법을 받아들이는 데 100년이 넘게 걸렸고, 미국은 아직도 야드파운드를 쓰죠.

이런 모습에서 우리는 측정이 단순히 과학이나 정확성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측정법의 확산은 사회문화적 경향과 강하게 결부돼 있는 것이죠. 미터법의 탄생에서부터 기본단위인 미터와 그램을 더 정확히 규정하려는 여러 사람들의 노력, 프랑스 영국 미국을 중심으로 미터법 확산 과정에서 있었던 웃기지만 웃지 못할 여러 에피소드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책 ‘측정의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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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미터법입니다.

과학계 농담으로 “어떻게 야드파운드법을 쓰는 “미개한” 미국이 전 세계 과학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게 미스터리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터법이 만들어진 지 300년이 넘었고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다 이 단위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야드파운드를 더 많이 사용하는 현상을 꼬집는 말인데요. 우리나라도 이런 현상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평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집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상 3.3제곱미터를 기준으로 이야기하고, 평수로 부동산을 이야기하는 걸 국가에서 금지하려고 하자 한때 P라고 하는 괴상망측한 단위체계도 등장했죠. ‘근’이라는 것도 있는데, 한 근은 200그램인데 고기 한 근은 600그램이죠.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수량화나 측정 표준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는 사람들은 정확한 단위가 사물들의 ‘교환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고기를 팔면서 야채 한 근 무게를 한 근이라고 우기는 상인들이 넘쳐난다면 결코 상업이 번성할 수 없겠죠. 다른 단위와 비교했을 때 미터법의 장점은 측정 대상이 되는 사물의 특성과 무관하게 적용된다는 것, 그리고 10진법 숫자체계에 맞게 모든 배수단위를 센티, 밀리, 킬로 등 10단위로 쪼개 계산편의성을 극대화했다는 것입니다. 단위가 지닌 ‘교환가능성’이라는 목적에 최적화된 단위체계인 셈입니다.

그래서 미터법의 확산은 표면적으로는 과학의 활동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묶이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활동과 결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프랑스처럼 시민혁명이 일어날까 두려워서 미터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영국 정치인들의 결정이나, “프랑스 무신론자들의 문화적 침탈”을 우려해서 미터법에 저항하는 “종교적 신념이 굳건한” 미국 정치인들의 모습, 세계 시장에 반강제로 편입되면서 또는 편입되기 위해 전통적으로 쓰던 단위를 다 버리고 미터법을 채택하는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모습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 1미터와 1그램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정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미터법이 확산될수록 이들을 정하는 과학자들의 활동의 무게 또한 비례해서 무거워지는데요. 잘못했다가는 미터법을 따르는 전 세계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난리가 날 테니까요. 그래서 이 책은 자연표준으로 접근했다가 인공표준으로 바뀐 뒤에 다시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자연표준으로 돌아가는 ‘미터’의 의미 변화도 함께 보여줍니다. 사회문화적 활동임과 동시에 분명히 과학적 활동이기도 하다는, 과학적 활동을 바라보는 시선에 균형을 잃지 말라는 작가의 배려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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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앨프리드 크로스비의 ‘수량화 혁명’입니다. 우리가 오늘 읽은 이 책은 미터법의 성립과 확산 과정에 어떤 사회문화적 역사가 있었는지 주목하기에 17세기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는데요, ‘수량화 혁명’이라는 책은 후기 중세에서 시작해 이 시기 바로 앞까지 무언가를 ‘잰다’는 관습 자체가 어떻게 사람들의 일상에 자리잡았는지 다루는 책입니다. 특히 음악이나 그림처럼 잰다는 것과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활동이 어떻게 숫자라는 체계 아래 포섭되면서 측정의 대상이 돼가는지를 아주 상세하게 보여주는 역사책이라 ‘측정’이라는 행위 자체를 역사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데 이 책 만큼이나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서 청취자 여러분께 권해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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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고르, 나로 존재하는 용기 - 진실한 삶을 위한 실존주의적 처방
고든 마리노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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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우울, 절망, 죽음. 여러분은 이런 단어에서 친숙함을 느끼시나요? 아니면 거부감을 느끼시나요? 어느쪽이 됐든 이런 감정이나 상태를 언제까지 덮어놓고 외면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엔 동의하실 것입니다. 이들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우리를 덮쳐버리니까요.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두 가지입니다. 이 소용돌이같은 사태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지 않고 온전히 붙잡을 것, 이렇게 자기 중심을 잡기 위해서 불안, 우울, 절망, 죽음이 대체 무엇인지 정확하게 분석할 것.

이 책의 저자 고든 마리노는 이 무거운 개념을 가장 잘 분석한 철학자로 실존주의자를, 특히 키르케고르를 제시합니다. 다른 철학자들은 불안을 억누르고 우울을 극복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절망을 외면하려다 인간의 삶에서 죽음의 중요성을 놓쳐버렸지만, 실존주의자들 특히 키르케고르만큼은 이들을 직시하고 정면으로 대결하려 했다는 이유를 대면서요.

불안, 우울, 절망, 죽음이라는 네 가지 사태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스스로 설정할 수 있는 정신과 의식을 지닌 자유로운 인간의 본질적 특성으로부터 필연적으로 도출된다는 키르케고르의 분석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실존주의자들은 이 사태들로부터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는 긍정적인 가치를 어떻게 이끌어내는 것일까요?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키르케고르 연구자인 철학자면서 마이크 타이슨과도 친교를 나눈 적이 있는 권투코치로도 활동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저자 고든 마리노와 함께 답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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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꼽은 키워드는 진정성입니다. 이 책 한 장을 차지하는 주제이기도 한데요.

이 책은 철학계에서 유명한 농담으로 시작합니다. 키르케고르는 대표작인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나’라는 개념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자기는 자기 자신과 관계하는 관계이며 또는 그 관계 안에서 자기 자신과 관계하는 관계이다.’ 어떤 철학자들은 이 문장을 허튼소리로 취급하지만 이 문장을 직접 쓴 키르케고르에겐 그리고 이 책의 저자 고든 마리노에겐 인간의 본질을 통찰하는 문장입니다.

나의 의식인 부분과, 의식이 아니면서 이 세계로 던져졌지만 여전히 나와 어떤 연결고리를 갖는 어떤 부분 사이에 관계를 맺어야 하는 상황을 강제당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고, 그 관계의 성격에 따라서 사태가 발생한다는 게 인간에 대한 키르케고르의 설명입니다. 이런 관계 설정 상황 자체 때문에 언제든지 양쪽이 분리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직감이 불안입니다. 의식인 부분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의식 바깥의 부분에 자신을 내맡겨버리는 것이 우울, 이 관계 설정을 완전히 잘못해버렸을 때 발생하는 사태가 절망입니다.

반면 양면의 일치, 적어도 둘을 일치하는 상태로 만들려 노력하는 것을 키르케고르와 고든 마리노는 진정성이라고 부릅니다. 신체의 운동에 자신을 내맡기고 되는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관계맺음을 고민하는 태도가 바로 진정성인 것입니다. 그래서 옳다고 느낀 바를 바깥에 꺼내놓는 일을 나중으로 미루지 않고 즉시 실행에 옮기는 도덕성을 갖추는 것, 이런 진실한 관계맺음이 의지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체험을 발판삼아 세계의 거대함과 자신의 초라함을 깨닫는 신앙심 등이 바람직한 인간이 지니고 있는 진정성으로부터 파생된 개념들입니다.

고든 마리노가 진단하기에, 우리 시대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에 너무 신경쓰는 그러니까 SNS에 중독돼있는 시대입니다. 명시적이거나 암묵적인 사회적 차별도 내 정신과 의지에 반하는 특정한 행동을 강요함으로써 진정성을 훼방놓습니다. 무엇보다도 경건한 태도를 갖지 않으려는 나 스스로의 적극적인 나태함이 불안, 우울, 절망의 원인이 돼 육체와 정신 모두의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그는 이런 상태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종속되지 않는 나 자신, 세계와 맺는 나만의 고유한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오늘부터라도, 자기자신을 영혼의 관점에서 돌보는 실천을 하나둘 시작해보시면 어떨런지, 이 책과 함께 조심스레 권해드려봅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페터 로데의 키에르케고르 코펜하겐의 고독한 영혼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책을 통해 키에르케고르의 생각을 단편적으로 들여다봤다면 심화학습하는 느낌으로 그의 삶 속에서 이 사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아보면 좋겠죠. 로데의 이 책은, 오늘 우리가 읽은 마리노의 책에도 잠깐 언급되는 키에르케고르와 레기네 올센의 약혼-파혼 사건을 중심으로 키에르케고르의 삶을 정리한 책입니다. 이 사건이 사상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줬고 저서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만큼, 사건에 대한 많은 정보와 깊은 이해는 그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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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선언 펭귄클래식 80
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 권화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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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라는 구절로 시작해 노동자에게는 조국이 없다는 문장을 거쳐 프롤레타리아가 잃을 것은 쇠사슬뿐이고 얻을 것은 전 세계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로 끝나는 이 책. 한때 세계의 절반의 사고방식을 지배했고,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고도 할 정도로 유명한 그 책. 바로 공산당 선언입니다.

공산당 선언은 우리가 흔히 자본주의 시장경제 공장제 산업사회라고 부르는, 우리의 물질 생활을 규정하는 기본 규칙이 만들어진 역사적 과정을 계급 투쟁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그리고 지금도 끈질기게 이어지는 공산주의에 대한 오해를 해명하거나 반박하고, 이 정치-경제-사회 체제가 계속되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예언하고, 이에 대비해 어떤 태도를 지녀야할지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위기에 닥칠 때마다 정령처럼 소환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얼마나 자기파괴적인지, 스스로 성취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삶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나와있는지, 이런 끔찍한 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벌어졌고, 앞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말해주는 책으로서 말이죠.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당연히 전제해왔던 사회적 집단적 삶이라는 근본적인 토대가 흔들리는 2021년 지금도, 우리가 다시 공산당 선언을 읽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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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꼽은 키워드는 마르크스주의입니다.

냉전 시대 이른바 자유 진영에 속해있던 우리 사회에서 마르크스주의는 항상 오해와 편견에 싸인 대상이었습니다. 이런 걸 공부한다고 하면 감옥에 끌려가던 시절도 있었고, 그 뒤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뭐 이런 데 관심을 갖냐는 둥 소련 망했으니 마르크스주의도 끝난 거 아니냐는 둥 이런저런 소리를 듣곤 하죠. 우리나라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 때문에 마르크스주의를 북한과 연관짓는 의견도 꽤 자주 볼 수 있고요. 심지어 이런 모든 오해와 편견이 일정 부분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면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주의가 우리 시대에 여전히 의미가 있고 때가 되면 정기적으로 불려나오는 이유는, 우리가 자본주의 시장경제 산업사회에 살고 있으며 마르크스주의는 바로 이 사회를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시작부터 끝까지 아주 정교하게 분석한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이 작동하는 방식, 노동자로서 우리의 처지, 삶의 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 그런 방법이 유효한 역사적 철학적 이유에 이르기까지 정답이라고 할 순 없지만 꽤 그럴듯하기에 들어볼 만한 분석이 마르크스주의에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정치, 사회, 경제, 철학 등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 마르크스주의는 스며들어있습니다.

이런 분석을 본격적으로 보려면, 자본론이라느니 하는 두께만 봐도 질리는 이상한 책을 읽어야 합니다. 공산당 선언은 우리에게 이런 부담을 덜어주고 마르크스주의의 핵심만 딱 뽑아서 보여주는 아주 간결하고 멋진 글입니다. 원문이 생각보다 짧아서 아쉽다면, 원문의 거의 서너배 두께로 붙어있는 개레스 스테드먼 존스의 해설을 함께 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수십 가지 번역본을 제쳐두고 제가 이 판본을 고른 이유이기도 한데요. 스테드먼 존스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치사상사학자이며 현재 가장 권위있는 마르크스 평전을 쓴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가 쓴 해설이 공산당 선언의 역사적, 사회적, 지성사적 의미를 아주 세세하게 소개하며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눈을 길러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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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안물어봐도 알려주는 남얘기, 줄여서 안알남이라고 부르는 팟캐스트의 전지적 마르크스 시점 시리즈입니다. 2019년 10월부터 시작해 거의 2년 가까이 진행하고 있는 연재 에피소드인데요. 몇년전 논란을 일으켰던 반일종족주의라는 책에 대한 분석에서 시작해서 마르크스주의 이론이 역사를 해석하는 방식과 그걸 적용한 여러 사례를 상세하게 설명해줍니다. 그 사례엔 우리나라의 역사, 특히 19세기부터 지금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사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오고요. 여러 종류의 편견과 오해에 둘러싸인 마르크스주의를 가장 친절하고 풍부하게 들려주는 최근 콘텐츠라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공유해보고자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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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모험 - 철학자 이진경이 만난 천년의 수학
이진경 지음 / 생각을말하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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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무엇일까요? 너무 이상한 질문인가요? 그럼 우리는 수학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1+1=2라는 건 항상 참일 것 같지 않나요? 2500년 전에 발견된 피타고라스 공식은 어떤가요? 그런데 어쩌다가 피타고라스 공식은 “직각 삼각형의 빗변의 제곱은 나머지 두 변 각각의 제곱의 합과 같다”가 아니라 “x2+y2=z2”이라는 수식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일까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알기 위해선 수학 교과서가 아니라 수학의 역사를 보아야 합니다. 교과서는 공식과 답을 알려주지만, 수학의 역사는 공식이 만들어진 과정과 이유를 알려줍니다. 이렇게 수학사를 배움으로써 우리는 답을 알기 위해 수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수학을 하는 단계로 나아갑니다. 수학이란, 정말 아무 기반도 없이 기호와 수학만으로 전개되는, 생각의 놀이터이기 때문입니다.

그 놀이터에서 맘껏 뛰놀았던 유명한 수학자들, 그러니까 데카르트, 라이프니츠, 뉴턴, 가우스, 오일러, 리만, 푸리에, 라그랑주, 푸앵카레, 힐베르트, 괴델이 무엇을 했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죠. 단, 안 쓸 수는 없지만 수식은 되도록 자제한 상태에서, 인문학적인 접근법으로 말이죠. 이진경의 수학의 모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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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꼽은 키워드는 수학사입니다.

이 책은 꽤 오래전에 쓰여 꾸준히 팔리고 있는 스테디셀러인 ‘수학의 몽상’의 재개정판입니다. 2000년에 초판이 나왔고, 출판사를 바꿔 2012년에 한 번 개정했고, 이번에 다시 새로운 출판사와 함께 새옷을 입고 다시 나왔습니다. 이렇게 20년에 걸쳐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죠?

앞에서 말씀드렸듯 이 책은 수학을 다루지 않고 수학의 역사를 다룹니다. 수학책에서 보는 그런 공식은 왜 생겼고, 어떤 원리로 구성됐으며, 그 공식을 만드는 과정을 둘러싸고 어떤 사람들이 어떤 입장을 갖고 대립했는지를 아주 길고 상세하게 풀어서 설명해주려고 합니다. 공식을 만들려고 논쟁을 하다니, 수학은 답을 찾기 위해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과는 꽤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요.

다른 분야도 다 그렇듯, 우리는 역사를 배우면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갑니다. 이것은 수학의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을 장식하고 있는 수많은 역사적 수학자들은 사실 수학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철학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숫자는 무엇이고 도형은 무엇인지, 왜 둘을 동시에 사고할 수 있는지, 0과 음수는 무엇인지, 공간과 시간은 무엇인지, 점과 선과 면은 무엇인지, 나아가서 수학이란 대체 무엇인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다양한 대답이 수학의 역사 안에 포함돼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밝히는 것처럼, 수학을 열심히 하다보면 우리는 철학적 질문에 다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수학의 역사를 수놓은 상당수 사람들이 철학자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우리를 답으로 이끄는 게 아니라 질문으로 이끌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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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시리즈인 <철학의 모험>입니다. 저자 이진경은 아무래도 수학보단 철학과 사회이론 분야에서 더 이름을 날린 저자죠. 오늘 소개해드린 <수학의 모험>과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는데요. 이 책 또한 1993년에 초판, 2000년에 개정판, 2013년에 제2개정판을 거쳐서 지난달 따끈따끈한 제3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수학의 모험>과 마찬가지로 독자에게 오래 사랑받아온 책이고, 저도 매우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 책이 수학의 역사라면, 이 책은 ‘나’ 즉 주체 개념의 역사를 다루고 있어서, 본격적으로 철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분들께 심화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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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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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팍, 혹은 영이라고 불리는 나는 작가입니다. 지금은 책도 몇 권 내고 사람들에게도 적당히 이름이 알려진 상태이지만,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숱한 사건을 겪었습니다. 암에 걸린 어머니를 간호하고, 그 와중에 연애도 하고, 수십개의 지원서를 썼다가 떨어지는 취준생의 일반적인 코스를 밟아가기도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썼다가 운이 좋게 문학상을 받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듯 같은 듯 자신의 일상을 견뎌갑니다.

20대 혈기왕성한 젊은이의 이미지가 그렇듯 그의 일상의 중요한 일부는 연애로 채워져 있습니다. 사귀고 있는 사람에게 쿨한 척 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나눌 수 있는 실없는 농담과 개똥철학을 늘어놓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집착하다가 어느 순간 그걸 훌훌 털어버리기도 하고, 너무 깊게 남은 사랑의 흔적을 가만히 바라보다 낙심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와중에도 옛날 사람과의 기억을 계속해서 되짚어봅니다. 사랑이라는 단어 속에서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것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 사랑은 결코 샤방샤방하지 않습니다. 구질구질하고, 쭈그러져버리고, 생활을 지속하기 위한 활동은 항상 사랑의 적으로 등장해 모두에게 상처를 남깁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 누군가는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고 있겠죠, 바로 이 소설 속에서 묘사된 모습처럼 말이죠.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소수자의 삶입니다.

저번주 예고 때 제가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박상영은 한국 문학, 특히 이른바 순문학이라고 불리는 영역에서 꽤 독특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그 전까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겠으나, 이른바 ‘퀴어 문학’이라고 하는 장르, 성소수자의 관점을 작품의 전면에 드러냈다는 것이 이 평가의 핵심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미스터 팍, 혹은 영이도 남성 성소수자입니다. 이 점을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볼 수 있겠는데요.

성소수자의 사랑도 이성애자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게 한 가지 측면입니다. 함께 있으면 설레고, 수줍고, 이해가 안되는 대상이지만 다가가고 싶고, 첫눈에 뜨겁게 타오르고. 하지만 사랑에 이런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죠. 불같이 타오른 마음이 일순간 짜게 식고, 바람을 피우다 걸리고, 권태와 무료함에 다른 곳에 눈길을 주기도 하고, 서로의 생활방식을 맞추다 지쳐 서로 싸우고, 때로는 물질적인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고.

하지만 성소수자의 사랑은 이성애에서는 결코 마주할 수 없는 벽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단 한번도 애인을 어머니에게 소개하지 못했고, 어머니는 죽는 그 순간까지 성경을 필사하는 것으로 자신과 자식의 죄를 용서받겠다고 말하며 자식과 갈등을 일으킵니다. 새벽이나 밤이나 외국이 아니면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가볍게 입술을 맞추는 것조차 ‘더럽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사랑이란, 사랑하고 있음에도 사랑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랑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대도시에선 누군가 이렇게 사랑을 나누는데, 성다수자들이 하는 사랑과 뭐가 크게 다른 것 같지도 않은데, 심지어 이런 부분에서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는 것을 대원칙으로 삼는 공간인 대도시에서조차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우리는 되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질문을 던져주는 날카로운 관점을 이 소설이 산뜻한 문체로 제공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박상영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입니다. 같은 작가의 단행본 데뷔 단편집이기도 한데요. 독특한 주제와 관점과 문체를 우리에게 선사하는 작가라면, 이 기회에 한번 푹 빠져보시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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