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의 역사 - 절대 측정을 향한 인류의 꿈과 여정
로버트 P. 크리스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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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의 길이를 잴 때 어떤 도구를 사용하시나요? 너무 당연한 질문인가요? 자를 사용하시겠죠. 우리 주변 자에는 눈금이 있습니다.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단위는 밀리미터와 센티미터, 킬로미터죠. 밀리미터는 1000분의1미터, 센티미터는 100분의1미터, 킬로미터는 1000미터죠. 집에 체중계 하나씩 놓고 쓰시죠? 아니면 요리할 때 쓰는 요리저울도 있겠고요. 체중계는 킬로그램, 요리저울은 보통 그램으로 표시합니다. 킬로그램은 1000그램이죠. 그러면, 1미터는 어느 정도의 길이인가요? 1그램은?

이렇게 미터와 그램을 비롯해 몇몇 기본단위로 구성된 측정단위체계를 SI라고 합니다. ‘국제적 측정체계’라는 프랑스어의 줄임말인데요. 이 구상은 무려 17세기,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에 프랑스에서 만들어져서 서서히 전 세계로 퍼집니다. 경쟁하는 다른 측정단위체계와 비교해, 특히 산업혁명 시기 산업선진국 영국이 사용하고 있던 야드파운드법에 비해 계산에서 간편하기가 이를 데 없이 깔끔하다는 최고의 장점을 지녔어요. 하지만 영국은 프랑스산이라는 이유로 미터법을 받아들이는 데 100년이 넘게 걸렸고, 미국은 아직도 야드파운드를 쓰죠.

이런 모습에서 우리는 측정이 단순히 과학이나 정확성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측정법의 확산은 사회문화적 경향과 강하게 결부돼 있는 것이죠. 미터법의 탄생에서부터 기본단위인 미터와 그램을 더 정확히 규정하려는 여러 사람들의 노력, 프랑스 영국 미국을 중심으로 미터법 확산 과정에서 있었던 웃기지만 웃지 못할 여러 에피소드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책 ‘측정의 역사’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미터법입니다.

과학계 농담으로 “어떻게 야드파운드법을 쓰는 “미개한” 미국이 전 세계 과학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게 미스터리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터법이 만들어진 지 300년이 넘었고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다 이 단위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야드파운드를 더 많이 사용하는 현상을 꼬집는 말인데요. 우리나라도 이런 현상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평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집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상 3.3제곱미터를 기준으로 이야기하고, 평수로 부동산을 이야기하는 걸 국가에서 금지하려고 하자 한때 P라고 하는 괴상망측한 단위체계도 등장했죠. ‘근’이라는 것도 있는데, 한 근은 200그램인데 고기 한 근은 600그램이죠.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수량화나 측정 표준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는 사람들은 정확한 단위가 사물들의 ‘교환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고기를 팔면서 야채 한 근 무게를 한 근이라고 우기는 상인들이 넘쳐난다면 결코 상업이 번성할 수 없겠죠. 다른 단위와 비교했을 때 미터법의 장점은 측정 대상이 되는 사물의 특성과 무관하게 적용된다는 것, 그리고 10진법 숫자체계에 맞게 모든 배수단위를 센티, 밀리, 킬로 등 10단위로 쪼개 계산편의성을 극대화했다는 것입니다. 단위가 지닌 ‘교환가능성’이라는 목적에 최적화된 단위체계인 셈입니다.

그래서 미터법의 확산은 표면적으로는 과학의 활동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묶이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활동과 결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프랑스처럼 시민혁명이 일어날까 두려워서 미터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영국 정치인들의 결정이나, “프랑스 무신론자들의 문화적 침탈”을 우려해서 미터법에 저항하는 “종교적 신념이 굳건한” 미국 정치인들의 모습, 세계 시장에 반강제로 편입되면서 또는 편입되기 위해 전통적으로 쓰던 단위를 다 버리고 미터법을 채택하는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모습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 1미터와 1그램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정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미터법이 확산될수록 이들을 정하는 과학자들의 활동의 무게 또한 비례해서 무거워지는데요. 잘못했다가는 미터법을 따르는 전 세계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난리가 날 테니까요. 그래서 이 책은 자연표준으로 접근했다가 인공표준으로 바뀐 뒤에 다시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자연표준으로 돌아가는 ‘미터’의 의미 변화도 함께 보여줍니다. 사회문화적 활동임과 동시에 분명히 과학적 활동이기도 하다는, 과학적 활동을 바라보는 시선에 균형을 잃지 말라는 작가의 배려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앨프리드 크로스비의 ‘수량화 혁명’입니다. 우리가 오늘 읽은 이 책은 미터법의 성립과 확산 과정에 어떤 사회문화적 역사가 있었는지 주목하기에 17세기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는데요, ‘수량화 혁명’이라는 책은 후기 중세에서 시작해 이 시기 바로 앞까지 무언가를 ‘잰다’는 관습 자체가 어떻게 사람들의 일상에 자리잡았는지 다루는 책입니다. 특히 음악이나 그림처럼 잰다는 것과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활동이 어떻게 숫자라는 체계 아래 포섭되면서 측정의 대상이 돼가는지를 아주 상세하게 보여주는 역사책이라 ‘측정’이라는 행위 자체를 역사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데 이 책 만큼이나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서 청취자 여러분께 권해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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