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강신주의 다상담 1~2 세트 - 전2권 강신주의 다상담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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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다상담 1,2권을 읽었다.

 

속이 시원한 것 같으면서도 때론 불편한 부분도 있었다. 대부분의 것들이 스스로의 생각에 갇혀서 행하지 못하거나 다른 식으로 표출하는 것들이었다.

아마도 작가가 에둘러 말하지 않고 곧바로 말을 해주니 시샘이 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두려움에 직면하고 깨치고 나아가야 발전이 있는 것인데 안주하고 지금 이대로도 좋지 않은가주저않아 관망하는 나를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부딪쳐 앞으로 나가보자라는 결심을 하게 했으니 고마운 작가다.



머리말을 읽으면서 이 책의 내용을 담은 팟캐스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책과 동시에 팟캐스트도 짬날 때마다 들었는데 현장감이 느껴져서 책을 읽을 때와는 다른 맛이 있었다.

 

1권에는 <사랑, , 고독> 편이 담겨져 있고 2권에는 <, 정치, 쫄지마> 편이 담겨져 있다.

처음에는 읽을 책도 많은데 두 권 다 읽기는 버겁지 않나 생각해서 그 중 한 권만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읽었는데 한 권을 다 읽는데 시간이 그다지 많이 걸리지는 않아서 나머지도 읽게 되었다.

읽는 순서는 1권부터 읽었는데 처음에는 2권의 제목이 더 끌려서 2권을 먼저 읽을까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보니 1권부터 읽기를 잘했다 싶다.

1,2권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와 테마가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둘의 경험이라는 문장과 ’, ‘주인공이라는 단어였다.

 

먼저 둘의 경험은 사랑에 대해 설명한 문장 중에 나왔다.

알랭바디우라는 철학자가 있어요. 그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해요.

사랑은 둘의 경험이라고요.”

과연 사랑에 대해서 이토록 탁월한 해석을 던진 말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신랑과 연애할 때 주변의 것이 보이지 않고 신랑에게만 집중이 되었던 것 같다. 그것은 신랑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 시간들은 온전히 둘에게만 집중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난 연인들이 주변의 것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헤어짐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말이 절절하게 와 닿았다.

목소리 좀 낮춰! 목소리가 너무 커!”

상대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과 대기가 신경이 쓰인다면 과연 이 말을 들은 상대는 얼마나 상처가 될까.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지만 나는 둘의 경험이란 말이 가장 와 닿았던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 말을 중시 여기며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로 정신에 대한 것.

 

나는 유물론자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나 영화 등의 매체, 사람에게 끌렸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정신이라는 것은 내게 머리이자 논리로 인식되었다.

감정적인 나는 스스로 감정에 쉽게 농락당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럴수록 그러면 안 된다는 자의식을 가졌던 것 같다.

 

강신주는 말했다.

정신이란 것은 보수적이고 몸은 래디컬한 거예요.

 

욕망이 이끌리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살자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정신을 점점 중요시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자기 검열을 하고 있으니 서로 배치되는 행동과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는 욕망이 이끄는 대로 나의 몸이 이끄는 대로 하되 논리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행동하기 전 충분히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근데 사실 생각은 쉬운데 이걸 실천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일 듯 하다.

 

 

세 번째로, ‘주인공

 

어릴 적 스스로 선택하지 않고 부모님의 선택에 떠밀려 많은 선택들을 한 것을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부모님의 기대대로 행동한 나는 타자의 욕망대로 행동한 것이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인데 그동안의 나는 타자에게 휘둘려 씁쓸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 어머니나 선생님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뿐인데, 자신이 공부를 좋아한다고 착각하는것은 아닌가요?

그 아이는 어머니나 선생님과 무관한 일이라고 공부하는 것은 단지 자신의 성취감 때문이라고 정색합니다.

이 순간 나의 뇌리에는 라캉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자신이 욕망하는 것이 진실로 자신이 소망하는 것인지 혹은 소망하지 않는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 주체는 다시 태어날 수 있어야만 한다.”

 

부모님께 이기적이라는 말을 무던히도 들었었는데 그때는 화가 났어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서 속상하고 불편한 감정이 일었었다.

어쩌면 이기적인 것이 내 의지를 찾으려는 주체 의식을 가지고 살기 위한 절차는 아니었을까.

 

주인공이란 단어는 내 삶에 퍽이나 중요하게 생각되는 단어가 되었다.

자존감이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를 알고 싶어졌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이런 노력을 여러 번 하다 보면 이것이 내가 진정으로 원해서 하는 것인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인지 알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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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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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스 조르바를 3여년만에 다시 만났다.


처음에 만났을 때는 너무 훅 가버린 노인을 만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자유를 핑계 삼아 갖은 추태와 방종을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뿐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안정적인 삶을 지향하면서 모험을 두려워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제 나는 누가 옆에 있지 않아도 스스로 자유를 즐길 줄 알게 되었고 자주 그런 자유를 갈망하기에 이르렀다.

세월은 사람을 신체적으로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변화시킨다는 것을 요새 더욱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조르바는 행동, 자유와 열정이란 단어에 들어맞는 인물이다.

맞은 편에 서 있는 두목은 책벌레로 조르바와는 거의 반대되는 기질을 가졌다.


그렇다면 기질적으로 두 사람 중 나는 어떤 사람의 성향에 어울릴까 궁금했다.

예전에는 두목에 더 많이 가까웠을 것 같은데 이제는 점차 조르바의 성향을 끌어오고 있는 단계인 것 같다.


조르바가 가진 면들 중 순간에 집중하여 몰입하는 면이나 온갖 사물을 볼 때 경외심을 가지는 면,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 등에 대해서는 내가 배울 점이라 생각했지만

스스로를 통제하지 않고 지나치게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은 규율에 벗어난다는 생각이 들어 불편함이 일었다. 이는 예전에 읽었을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면에서 나는 규율과 사회에서 규범이라 생각하는 기준을 굉장히 중요시 여긴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으로만 그쳐서는 안되고 행동해야 한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보여주어 두목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두목은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행동을 하지 않아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 많았을 테니 말이다.

젊음이란 것은 시도하는 것이라는 조르바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나도 두목처럼 순간에 망설이다 놓쳐버린 기회는 없는지 들여다 볼 일이다.


과연 카잔차키스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조르바라는 자유로운 영혼의 인물이 있다라는 소개만으로 끝났다면 아마도 이 책은 결코 지금처럼 사랑을 받는 책이 될 수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두목이 조르바를 만나 갖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부처를 만나고 종국에는 내면의 변화를 이루는 모습을 통해 감동을 전하기 때문이 아닐까.

마지막엔 투자했던 돈도 잃고 조르바도 떠나는 등 가진 것들을 다 잃게 되지만 이제 성장한 두목은 남은 삶을 더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살 수 있게 된 것 같아 나까지 뿌듯해지는 느낌이었다.


조르바가 알려준 노하우 중 내게 가장 와 닿았던 것은 한번뿐인 인생을 이리 저리 재느라 날려버리지 말고 순간에 집중하고 몰입하라는 태도였다.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못 올 순간임을 알면서도 늘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다.

시간의 소중함을 매번 귀가 따갑게 들으면서도 과연 그 소중함을 인지하고 일상생활에서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가 생각하면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좀 더 미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좋아하는 일을 늘려야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그런 일을 지속해오고 있으니 내게 그런 면에서 터닝포인트가 될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미쳐서 하니 즐겁고 즐거우니 미쳐서 하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 꾸준히 이어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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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비극 걸작선 - <오이디푸스 왕> 외 3대 비극작가 대표선집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아이스퀼로스 외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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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대 그리스의 영광과 몰락’ 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리스 고전 PART에서 그리스 비극작가에 대한 내용을 접했고 책을 추천해주는 APP인 ‘책이야기남자’에서 추천해주는 책이기도 해서 읽어보자 찜해두고 있었다.


그리스 고전의 정수라고 하면 항상 빼놓지 않는 것이 그리스 비극이라고 한다.

왜 하필 희극이 아닌 비극이어야만 하는 건지, 왜 굳이 비극이라는 장르가 그 시절 고대 그리스에서 성행했었는지 궁금했다.


역자인 천병희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그리스 비극은 고대 그리스의 정신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라고.

그렇다면 고대 그리스의 정신은 무엇인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과 탐구심이라고 한다.

나와 이웃을 이해하고 지적 탐구심과 호기심을 끊임없이 이끌어준다고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 아닌가? 따라서 그리스 비극을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의 문화를 이해한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리스 비극의 3대 작가로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가 있다.

아이스퀼로스는 그리스 비극의 창시자로 한번 지은 죄는 나중이 되서라도 그 벌을 반드시 받는다는 생각 하에 작품을 썼다. 즉, 신의 섭리를 증명하려 애썼다.

소포클레스는 전통을 존중하는 한편 비극의 개혁에도 노력을 기울이며 그리스 비극을 완성하였는데 이는 인간 운명의 주는 인간이라는 관점 하에 작품을 썼다. 즉,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려 했다.

에우리피데스는 평범한 인물을 극에 등장시키면서 인간의 감정을 묘사했다.


그리스 비극은 종합 예술로써 시, 음악, 춤, 노래 등이 모두 어우러진 장르였기에 그리스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리스 비극의 구성은 프롤로고스, 등장가, 삽화, 정립가, 엑소도스로 이루어진다.

프롤로고스는 코로스가 오케스트라에 등장하기 이전 부분으로 드라마의 주제와 상황을 제시한다.

등장가는 코로스가 그들의 위치인 오케스트라에 등장하며 부르는 노래이다.

정립가는 코로스가 오케스트라에 자리 잡고 서서 또는 그 좌우로 움직이며 부르는 노래이다.

엑소도스는 코로스가 오케스트라를 떠나며 부르는 노래이다.


이 책의 내용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세 명의 작가의 작품 중 각 두 개의 작품을 엮어 놓은 것이다. 역자의 친절한 주역이 있어 읽기에 부담스럽지는 않다.


아이스퀼로스의 현존하는 유일한 비극인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인 『아가멤논』에서는 트로이아 전쟁 후 아가멤논이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내와 정부에 의해 살해당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왜 그는 살해당할 수 밖에 없었을까. 단편적으로만 본다면 아내와 정부가 잘못했다 생각할 수 있지만 아내도 자신의 딸을 제물로 바쳐 남편이 돌아온 것에 대한 분노가 있었기 때문에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할 만하다.

둘 다 잘못은 한 것 같은데 과연 누구의 잘못이 더 큰 것인지는 모르겠다.


인간의 내심은 헛되이 예감하지 않는 법.

감정이 성취의 소용돌이 속에서 마음을 향하여 사납게 날뛰어도 마음은 정의의 응보를 알고 있음이라네.

하나 내 이 두려움은 부디 성취되지 말고 거짓이 되어 땅에 넘어지기를!

(77p)


『결박된 프로메테우스』는 아이스퀼로스의 작품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사후 다른 이들이 완성했다는 추측이 많다고 한다. 그의 다른 비극들과 문체 등이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알다시피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죄로 제우스로부터 미움을 사서 카우카소스 산의 암벽에 결박당하고 결국 제우스가 내린 벼락으로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이야기를 담았다.

프로메테우스는 시종일관 인간에게 선행을 하고 자신은 불행을 얻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대의 거친 행동은 무익한 작전에서 비롯된 것이오.

지혜가 따르지 않는 고집은 그 자체로는 힘이 허약하기 짝이 없으니 말이오.

(160p)


소포클레스의 대표작인 『오이디푸스 왕』. 추후 프로이트에 의해 정립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개념이 여기에서 나오기도 한다. 

오이디푸스는 왕이 되고 나라의 역병이 일어나자 신탁에 따라 선왕을 죽인 살해범을 찾게 된다. 하지만 그 살해범이 다름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아내는 자살하고 오이디푸스도 스스로 눈을 찔러 멀게 한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비극의 종합 집합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만약 이런 운명이라면. 생각하기도 싫다. 오이디푸스가 범인을 찾아가며 느끼는 감정의 동요가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아아, 그대들 인간 종족이여.

헤아리건대, 그대들의 삶은 한낱 그림자에 지나지 않노라.

대체 누가 행복으로부터, 잠시 보이다 사라져버리는 행복의 그림자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 있는가?

그러니 불행한 오이디푸스여, 내 그대의 운명을 거울 삼아 인간들 중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고 기리지 않으리라!

(220p)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의 아들이 결투 끝에 서로를 죽이고 새로 왕이 된 크레온이 폴뤼케이네스가 장례를 치르지 못하게 했는데도 여동생인 안티고네가 장례를 치뤄주다 그녀를 죽이고 크레온의 아들은 크레온을 죽이려 하다 실패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이것도 모자라 아내도 죽게 된다.

크레온이 너무 가혹했던 것은 아닐까. 안티고네는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였고 전왕의 아들의 장례를 챙겨주기 위한 형제애의 발로였다고 생각했으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수를 하더라도 자기가 저지른 실수를 고칠 줄 알고 고집을 부리지 않는 자는 더 이상 행복으로부터 버림받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오.

다름 아닌 고집이 어리석음의 죄를 짓게 하는 것이오.

(285p)


예언자의 말대로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고쳤다면 자식과 아내 모두를 잃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는 이아손과 메데이아 신화에서 따 온 것이라 한다.

이아손이 메데이아의 도움으로 황금 양모피를 구해왔는데도 펠리아스가 왕위를 내주지 않자 메데이아는 펠리아스를 죽인다. 이후 메데이아에게 싫증난 이아손은 크레온의 딸과 결혼하고자 하여 메데이아는 크레온의 딸과 크레온을 죽이고 메데이아는 자식도 제 손으로 죽인다.

메데이아의 혹독함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이아손에게 화가 나서 결혼할 여자와 그 아비를 죽인 것은 이해된다 쳐도 왜 자식들마저 죽이는지. 당황스러운 것은 자신은 이미 도망칠 궁리를 해놓았다는 사실. 그러면서 자식들은 하늘로 보내고. 과연 그럴 필요까지 있었나 분노가 일다 못해 역겹기까지 했다.


사랑이 너무 격렬하게 다가오면, 사람들에게 명성과 명예를 가져다주지 않는 법.

(334p)

그녀는 사랑만이 소중했던 모양이다.


『타우리케의 이피게네이아』는 아가멤논의 딸인 이피게네이아가 제물로 바쳐졌지만 아르테미스가 그녀를 구출한 후 여사제로 지내고 있던 중 그녀의 오빠들을 만나게 되고 오빠들과 함께 그곳을 탈출한다는 이야기이다.


희망은 달콤한 것이어서 결코 물리는 일이 없다네.

인간들에게 재앙이 되도록, 그래서 인간들은 부를 잔뜩 짊어지려고 바다를 떠돌기도 하고 이방인들의 나라를 찾기도 한다네, 다들 같은 희망에 이끌려.

그리하여 더러는 부를 획득하려는 노력이 허사가 되지만, 더러는 큰 부를 얻게 된다네.

(391p)


대부분의 책을 묵독으로 읽지만 이 책은 음독으로 읽으니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의 감정이 고스란히 내게도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그리스 비극의 대표작들을 읽으면 고대 그리스 비극의 정수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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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의 눈동자 36부작 박스세트 - MBC 창사 30주년 기념드라마
오연수 외 출연 / MBC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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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없이 볼 수 없는 대치, 여옥, 하림의 안타까운 운명. 어두운 한국근대사의 아픔을 조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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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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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잔 와이즈 바우어가 쓴 세계사를 읽고 있다.

때마침 1920년대 제1차 세계대전과 이어지는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시대적 배경이 딱 그와 맞물려 있어 이해하기 더 쉬웠던 것 같다.


소설은 미국의 대공황이 있기 전의 역사인 1920년대를 배경으로 했다.

산업은 발달했고 월스트리트는 여지없는 호황기였다.

사람들은 모두 부에 미쳐 있었고 축제와 환락에 환장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런 시절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이스트에그처럼 한쪽에는 돈을 공중에 뿌리는 사람의 삶이 있었던가 하면

쓰레기계곡 인근처럼 다른 한쪽에는 비참한 잡부들의 삶도 있었다.


나는 피츠제럴드가 개츠비를 통해 무엇을 담아내고 싶었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불현듯 쓰레기계곡에 있던 사람들과 안경을 쓴 눈이 그려진 벽이 생각났다.

사랑과 돈이 메인 주제를 관통하는 것은 맞겠지만 그런 것들을 쫓은 자들은 결국 파멸의 길로 걸어 들어갔다.

그렇기에 그 반대되는 쓰레기계곡과 눈이 그려진 벽은 그런 허황된 것들을 쫓는 자들에 대한 감시자이자 비판자의 역할을 한 것은 아닐까.


부와 환락을 쫓는 그들의 삶이 내게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한번쯤은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인간의 숨은 욕망이 느껴지기도 해서 무서웠다.


닉은 뉴욕으로 이사와서 처음엔 적응을 하지 못하다가

뉴욕이 좋아졌다가 다시 환멸을 느끼게 되는 중심인물이다.

글의 화자이기도 하면서 극의 중심인물을 끌어가는 구조가 

살아가면서 이토록 희망적인 인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하던 닉의 말이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과연 닉이 본 개츠비는 진정으로 위대했을까.

그 인간들은 썩어빠졌고 그 자들을 합친 것보다 더 당신은 위대하다는 그의 말은 

개츠비에 대한 칭찬이기도 하면서 인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는 저자의 의지는 아니었을지. 


소설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 분명 문학소설임에도 마치 역사소설을 읽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문학적 상상력과 인물의 묘사도 탁월했지만 역사적 배경을 표현하는 여러 장치가 내게는 참 중요하게 인식되었고 그래서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욱 배가시켰던 것 같다.

소설은 이렇게 써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추가로 1910년대 미국과 193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는 예전부터 읽고 싶었기 때문에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시스터 캐리』는 또 다른 수확이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읽어보아야겠다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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