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와 작가 연구를 한 사람이 아니면 대뜸 작품 하나만 가지고는 뜻이 오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그렇다면 예술은폐쇄 사회를 만든 게 아닌가? 내 말은 유행가를 쓰라는 게 아니야.
역사적인 시간과 공간을 함께하는 동시대인들에게만은 적어도 알수 있는 형태와 감동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말이야. - P14

하늘을 나는 모포와 사이렌의 피리는 살아 있다. 그러나 손오공의 여의봉은 어디있는가? 그들의 경우 과거와 현재는 이어져 있으나 우리는 끊어져있다. 전위前衛, 보수(保守란 말은 우리들의 경우 이중의 뜻을 가지고 있어. 우리들에게도 전위란 여전히 서양적인 것일 수밖에 없지만, 정작 그 상대는 보수적 서양과 동양이라는 두 겹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저들은 단단한 벽돌 위에 얹힌 풍차와 싸우고있으나 우리는 허공중에 거꾸로 매달린 허깨비와 싸우고 있어. 우리는 돈키호테도 될 수 없어. 저들은 낡은 신화를 부수고 새 신화를 세우기 위해 시를 쓰지만, 우리에게는 부술 신화가 없고, 서양의 그것은 서양 시인들이 부술 것이며 동양의 그것은 이미 폐허가돼버렸으니 부술래야 부술 수 없어.우리들은 패배한 종족이야. - P18

여러분의 조국은 여러분을 버리지 않을것입니다. 여러분의 부모 형제자매는 마의 38선을 넘어서 그리운 당신들을 우리들의 품에 안을 날을 고대합니다. 자유로운 조국.
민주주의의 나라. 유토피아……… 그것은 아버지의 목소리였으며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이 집안에서 그 목소리가 전하는 말을 의심할 사람이 있을 턱이 없었다. 준에게는 그것이 진리보다 더한 것이었다. - P26

죄의 기쁨 속에서도 이야기의 세계는여전히 매력이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거꾸로 선 세계, 물구나무선 마음의 나라였다. 이야기가 더 현실적이고 현실이 더 거짓말같은 질서였다. 이 같은 죄의 기쁨을 위해서 그는 나중에 값을 치러야만 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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