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설의 우리신화의 수수께끼]
선녀, 가정을 박차고 훨훨 날아가다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를 모르는 한국인이 있을까? 마음씨 착한 노총각이 사냥꾼에게 쫓기는 노루를 구해준 덕분에 선녀의 깃옷을 감춰 행복하게 살다가 깃옷을 내어주는 바람에 선녀 및 자식과 헤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 동화를 한번쯤 읽어본 사람이라면, 다시 나타난 노루의 천기누설로 두레박을 타고 하늘나라에 올라가 가족과 상봉하는 이야기, 혹은 지상에 두고 온 늙은 어머니를 뵈러 내려왔다가 천마에서 내리지 말라는 금기를 어겨 영원히 지상에 남게된 나무꾼 이야기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다양하게 변주되는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에는 변주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아무리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도 나무꾼과 선녀가 지상에서 자식을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은 없다. 행복한 결말을 유난히 좋아한다고 소문이 자자한 한국인들은 왜 이들 부부가 지상에서 행복하게 살도록 이야기를 짜지 않았을까? 물론 하늘나라에서 선녀와 자식들을 만나 거기서 잘 사는 나무꾼 이야기도 있지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지 않던가. 게다가 지상에는 노모가 남아 있지 않은가.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가 숨기고 있는 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한국인은 몇이나 될까?

수수께끼 풀이의 첫번째 단서는 ‘금지의 위반’이다. 나무꾼은 노루가 절대로 내줘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한 선녀의 날개옷을 꺼내준다. 독자들이 혹은 청중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쯧쯧 어리석은 나무꾼 같으니라구. 나무꾼이 노루의 말을 따르지 못한 것은 금지에는 늘 위반이 뒤따르는 민담의 이야기 문법을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이 위반에는 또다른 비밀이 숨어 있다. 나무꾼이 금지를 위반할 수밖에 없는 비밀.








이승에서 행복한 결말 없는
민담 ‘나뭇꾼과 선녀’는
몽골 백조처녀 신화의 변주
생성을 잉태한 ‘금지의 위반’
그 속에 여성을 붙잡아 두고 싶은
남성들의 욕망 숨어있어


비밀의 문을 여는 주문은 신화 속에 있다. 비밀은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가 본래는 신화였으며 우리가 아는 상당수의 전설이나 민담은 신화의 변형이라는 사실에 있다.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부근에 사는 몽골 브리야트족은 백조를 신성하게 여기는 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옛날 어떤 사냥꾼이 새를 잡으러 갔다가 호수에서 깃옷을 벗고 여자가 되어 헤엄을 치고 있는 백조 세 마리를 본다. 사냥꾼은 한 마리의 깃을 감춘다. 날아가지 못하고 남은 여자를 붙들어 살았는데 여섯 아이가 태어난다. 어느 날 아내가 소주를 빚어 남편을 취하게 한 후 깃을 달라고 한다. 감추었던 깃을 내주자 순식간에 백조로 변한 아내는 다섯 아이들을 데리고 하늘로 날아갔다는 것인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백조는 바로 천신 에세게 마란의 딸이고 이 백조로부터 바이칼 지역 브리야트인들의 족보가 시작되었으며 이들이 백조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다고 신화는 설명해준다.

이런 유형의 백조처녀 이야기는 유럽에서 몽골, 시베리아, 중국과 일본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 있다. 그런데 이 기원신화에서 우리의 눈길을 잡는 부분은 백조 역시 깃을 찾아 아이들을 데리고 하늘로 떠나버린다는 것이다. 사냥꾼과 나무꾼, 백조와 선녀, 너무도 닮은 모습이다. 그러나 지상의 두 남자, 하늘의 두 여자 사이에는 전혀 닮지 않은 부분이 있다. 그것은 나무꾼에게는 있는 금지가 사냥꾼에게는 없다는 것이다. 노루와 같은 동물이 등장해 천기를 누설하는 일과 같은 흥미로운 행위가 신화에는 없다.

신화에서 사냥꾼이 술에 취해 깃을 내준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실수가 사냥꾼을 이별의 고통에 빠뜨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신화에서 사냥꾼의 실수는 브리야트족이라는 새로운 민족을 생성시키는 계기가 된다. 드러난 금지는 없지만 금지가 있더라도 금지가 위반돼야 새로운 생성이 가능하다는 것이 신화가 깃옷처럼 감추고 있는 은밀한 이야기다. 이것은 에벤키족의 웅녀가 새끼를 찢어 사냥꾼과 절반씩 나누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죽어야 새로운 민족이 생성될 수 있듯이 천신의 딸과 지상의 사냥꾼이 헤어져야 브리야트족이 지상에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오랫동안 한국인들의 입과 귀를 드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상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결말이 없는 것은 이 이야기의 원천이 신화였기 때문이다. 마치 유전자와 같은 신화에 대한 기억이 행복한 결말을 원하는 한국인의 심성을 방해했던 것이다. 그래서 신화가 아닌 전설이나 민담은 선녀와의 이별을 나무꾼의 통곡으로 처리하거나 하늘나라의 재회로 마무리했던 것이다.









△ 몽골 부랴트족 사냥꾼의 모습. 몽골의 샤냥꾼과 백조는 우리의 나무꾼과 선녀로 변주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첫번째 수수께끼가 풀리려는 이 대목에서 의문이 머리를 든다. 우리나라에는 백조처녀가 어떤 집단의 시조가 되었다는 신화가 없는가? 없다면 몽골에는 있는 것이, 일본에도 있는 것이 왜 우리에게는 없는가? 이런 의문이다. 정답은 천신 에세게 마란만이 알고 있겠지만 두 가지 추정은 가능하다. 하나는 백조처녀 신화를 지닌 집단이 한반도로 들어왔을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이야기 자체가 중개과정을 거쳐 들어왔을 가능성이다. 전자의 경우라면 들어온 민족이 융합되는 과정에서 집단의 정체성을 잃었기 때문에 시조신화 역시 더 이상 전승되지 못하고 전설이나 민담으로 변형되었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처음부터 전설이나 민담으로 수용되었을 가능성이 많다. 4세기 중국 동진(東晋) 사람 간보(干寶)가 기록한 <수신기(搜神記)>에도 이미 ‘모의녀(毛衣女)’라는 백조처녀 전설이 실려 있으니까.

변형의 내력이야 어쨌거나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변하는 부분도 있는 법. 신화가 전설이나 민담으로 변형되면서 사냥꾼은 나무꾼으로, 백조는 선녀로, 백조의 깃은 선녀의 날개옷으로 변했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변화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 그것은 나무꾼과 선녀의 이야기는 누구의 이야기인가라는 물음과 관련있다. 두 번째 수수께끼다.

브리야트 기원신화에서 주인공은 사냥꾼이 아니다. 사냥꾼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깃을 숨겨 천신의 딸을 차지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백조의 처지에서 보면 깃은 지상의 사냥꾼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일 수도 있다. 백조는 사냥꾼을 끌어들여 여섯 자식을 낳고 결국에는 지상에 딸 하나를 남겨두고 승천하기 때문이다. 이 딸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브리야트족이고 그래서 백조는 이들의 신성한 어머니가 된다. 신화는 이 신성한 어머니의 이야기다.

그러나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의 주인공은 선녀가 아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마음씨 착한 노총각 나무꾼이 이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이다. 신화의 사냥꾼은 드러난 이유 없이 백조를 발견하지만 전설의 나무꾼은 노루의 목숨을 구해준 선행 덕분에 선녀를 붙잡을 수 있었다. 착한 남자는 마땅히 아름다운 선녀를 만날 자격이 있다! 물론 이 착한 노총각의 이야기는 금기를 어겨 선녀를 놓치는 결말로 풀리기도 하고, 두레박을 타고 하늘나라에 올라가 가족이 재회하는 결말로 매듭지어지기도 하지만, 어떤 결말이든 거기 숨어 있는 것은 남성들의 욕망이다. 나뭇꾼과 선녀 이야기는 선녀를 가정 안에 붙잡아 두고 싶어하는 남성들의 이야기다.

지리산 발치에 박두규라는 시인이 있다. 그는 술이 깊어지면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로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데 <금강산녀>라는 노래도 레파토리 중 하나다. “내 옷은 어디로 갔나. 그 누가 가져 갔나. 오늘 꼭 올라가야 내일부터 베를 짜는데”로 이어지는 노래. 장기수들이 부르던 북한 노래라고 한다. 이 노래 속의 금강산녀가 바로 나무꾼에게 날개옷을 빼앗긴 <금강산 선녀>의 선녀다. 장기수들은 자신들의 신세를 옷을 잃은 선녀에 비유했겠지만, 이 애절한 노래는 지금 우리에게는 남성적 이야기의 감옥에 갇힌 여성들의 절규로 들리기도 한다.


조현설 동국대 한국문학연구소 연구교수 mytos21@hanmail.net


출처 : 인터넷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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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동-가을


 


오늘밤 비가 내리면 이 가을도 그만 떠나가겠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마음 한켠에 찾아드는 쓸쓸함이 이제는 반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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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냐 > 펌)양조위-나는 현실이 싫다..그래서 연기가 즐겁다





 양조위를 처음 만났을 때, `그가 보이지 않았다'는 기억이 난다. `무간도3' 아시아권 시사회 참석을 위해 북경을 찾았을 때였다. 무대 위의 그는, 재치있는 말솜씨로 분위기를 휘어잡던 유덕화와 특유의 부드러운 웃음을 만면에 띤 여명 사이에 마치 자리를 잘못 찾아온 불청객처럼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170cm가 넘지 않을 듯한 아담한 키에, 좁은 어깨, 작고 까무잡잡한 얼굴의 그는 길을 걸을 때도 자신을 둘러싼 매니저와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 쉽사리 묻혀버렸다.







 이번 만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청바지에 지극히 평범한 티셔츠 차림으로 들어선 그는 `스타답지 않은' 조용조용한 몸짓으로 스튜디오를 서성댔다. 낮은 목소리와 조근조근한 말투, 긴 질문이 던져지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기는 모습도 여전했다.

   서울에서 `서울공략'을 촬영중이지만 아직 `2046'의 차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연기했던 배역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해 항상 힘들다. 아직도 하루에 많은 시간을 차우와 그의 사랑을 생각하며 보낸다." 그래서인지 사람 좋아보이는 표정 사이사이 차우의 공허하고 차가운 미소가 슬쩍 스쳐간다.

 대답을 할 때 또렷이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는 것은 그의 오랜 버릇. 마치 "내 이야기가 제대로 이해됐나요?" 라고 묻는 것 같다.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고 인사를 건네니, 시니컬하지만 솔직하게 답한다. "연기하면서 한번도 인기를 신경써본 적이 없다"고.

   "나에게 인기는 그저 인간 양조위의 자유를 빼앗는 그런 것일 뿐이다. 연기만 생각하는 배우만이 나날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당신에게 연기란 무엇이냐"를 물었을 땐 그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 "나는 현실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연기가 즐겁다. 아주 어릴적부터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몰랐다. 연기를 통해서 울고, 웃고, 소리치면서 나는 조금씩 어른이 된 것 같다."

 짧고 단조로왔던 인터뷰와는 달리, 카메라 앞의 그는 퍽 유연했다. 방금 전의 어색함을 어느새 툴툴 털어버린 듯, 그의 선하디 선한 눈빛은 순간순간 낯선 표정으로 바뀐다. 때로는 영화 `무간도'에서 신분을 감추고 조직에 잠입했던 불안한 경찰의 눈빛이, 때로는 무표정하게 칼을 휘두르던 `영웅'의 냉정한 무사가 겹쳐진다.

 문득 `2046'에 여러번 등장하는 대사가 떠올랐다. `옛날 사람들은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을 때 나무에 구멍을 파고 비밀을 속삭였다'는 그 대사. 어쩌면 양조위는 영화라는 `자신의 구멍' 속에 오랫동안 마음 깊은 곳에 꼭꼭 숨겨놓았던 비밀들을 하나 둘 털어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영희 기자
misquick@munhwa.co.kr







 "마치 14년간 한편의 영화를 찍은 느낌입니다. 제가 이 `긴 영화'를 찍으면서 느꼈던 안타까움과 감동이 관객들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AM7과 시네코아가 주최한 제 1회 종로영화제를 기념해 세계적인 배우 양조위가 AM7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왕가위 감독의 사랑 3부작인 `아비정전'(1990년) `화양연화'(2000년) `2046'(2004년)의 심야연속상영 및 `아비정전' 무삭제판 특별상영이 마련돼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랑 3부작'의 주인공인 양조위는 "한국의 종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세 작품을 연속상영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퍼즐같은 세 영화를 세심히 끼워맞추다보면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 편의 영화 모두 기억에 남는 작업이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영화는 1990년작 `아비정전'이란다. 사실 이 영화에서 그는 주인공 아비의 형 역할로 마지막에 잠시 등장할 뿐이다. "제 비중은 적었지만, 동료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던 장국영의 연기에 감탄을 많이 했습니다. 유약한 듯 하면서도 강한 그의 매력이 정말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화양연화'와 `2046'에서는 같은 인물이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다. 그는 "두 작품을 연결선상에 두면서도 다른 영화로 보이게 하는 것우은 대단히 힘들고, 그러나 매력적인 숙제였다"고 말했다.

 왕가위 감독과 수많은 영화를 함께 하면서 "본능대로 연기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됐다"는 그는 "대본도 없고, 그날그날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왕가위 감독의 스타일은 배우들을 당황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현재 마초성 감독의 액션영화 `서울공략' 촬영을 위해 서울에 머물고 있는 그는 오는 12월 중순쯤 홍콩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영희 기자 misqu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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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박상훈씨가 매주 작업해주는 '스타갤러리' 이번엔 양조위가 주인공이었다. 정말, 가편집 상태에서 봐도 숨이 턱 막히는게....엄청시리 멋있었다...흐흐.
안타깝게두.....영희는 양조위에게 그리 꽂히지 않은 편이라 인터뷰 정리가 힘들었단다. 차라리 날 보내주지~~~  라고 생각해보니.....한마디도 질문 못하는 바보가 됐을게다...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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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다른 서재를 둘러 보는 일부터 시작했다.

알라딘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글이면 글, 그림이면 그림. 어쩜 그렇게들 멋지게 소화해내는지......정말 부럽다.

매일 매일 자극을 받으면서 나도 멋진 서재를 만들어 보아야지 생각하지만 쉽지가 않다.

게으름이 문제라는 걸 잘 알면서도 고쳐지지 않는다.

에구구구~~~오늘도 의기소침해졌다.

ㅋㅋ하지만 나의 가장 큰 장점인 단순함.

오늘이 지나면 또 잊고 살겠지.

좀 더 노력해서 나의 서재도 멋지게 한번 만들어 보아야겠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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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stella.K > 생 활 상 식

출처카페 : *영원히 사랑해 040404.. / 단미
 
생 활 상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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