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책모임에서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11명의 사람들이 모였고 6쪽 분량의 발췌문을 나누어 읽고 각자의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했다. 잠깐의 휴식시간에도 끊임없이 이야기가 오고 갔다.

책을 읽는동안 밑줄 그은 부분이 상당했다. 더 많은 이야기를 위해 더 많은 발췌를 하고 싶었으나 시간의 한계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폭력이 여성의 인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고 아동의 인권에 맞춰 있다는 얘기에 많이 공감했다. 가부장제라는 울타리를 쉽게 벗어버리지 못하는 사회적 구조, 여성의 인권을 위해 마련되지 못하는 사회적 지원의 한계점, 피해자를 향한 수치심과 비난, 피해자가 맞을 짓을 했을거라는 가해자의 변명이나 자기합리화, 여성 스스로 허용하는 일정부분의 폭력, 모두가 폭력적이지 않다는 자기 안도, 아이를 위해 결손 가정이 되지 않는 것을 선택하고 희생하며 참고 또 참는, 참을 수밖에 없는 피해자, 폭력을 벗어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이유가 너무도 많아서 서글픈 현실이었다.

˝폭력 가정을 탈출한 아내가 사회적 성원권을 획득하고 고통을 극복하기까지의 과정은 그 사회의 가족 제도, 노동 시장, 공/사 분리 이데올로기, 성 문화, 모성 신화, 법 제도 같은 여성 억압 구조의 거의 모든 경로를 거쳐야 하는 지난한 경험이다.˝

˝여성이 폭력당한 경험이 수치심과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녀가 ‘맞을 짓‘을 했거나 늦은 밤거리를 혼자 걸어 다녀서가 아니다.˝

˝그들은 선택과 대안을 필요로 할 뿐이지 불쌍하거나 병든 희생자가 아니다.˝

˝남편이 스트레스 때문에 때린다면 왜 직장 상사나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은 안 때리는지, 술 때문에 때린다면 왜 아내들은 술을 먹고도 남편을 때리지 않는지, 분노 처리 기술이 미숙하기 때문이라면 왜 그 분노를 언제나 ‘집안에서만‘ 표줄하는지, 폭력 행위가 손실보다 보상이 크기 때문에 사용된다면 왜 여성들은 이 방법을 쓰지 않는지, 종교와 성격 차이 같은 부부 갈등 때문에 때린다면 왜 남성들은 이혼한 후에도 전 부인을 때리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여성은 성별 분업 원리에 따라 가족 내 지위가 곧 사회에서의 지위가 되기 때문에, 피해 여성들은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 앞에서도 아내/어머니로서 성 역할을 좀처럼 포기하지 않게 된다.˝

˝가장인 남편은 집안의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는데 아내의 몸은 그의 소유물 중에서 아주 핵심적인 것이다.˝

˝친밀도가 높은 관계일수록 폭력으로 인지하는 비율이 낮고, 친밀도가 낮을수뢰 폭력으로 인지하는 비율이 높다.˝

˝남편과 동일시하는 심리˝

˝사람들은 폭력 가정을 결손 가정은 (비록 비정상이라고는 생각하더라도), 폭력을 거부한 독신모 가정은 결손 가정이라고 생각한다.˝

˝폭력당하는 아내가 자신을 아내로서만 정의하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 정체성을 선택할 수 있다면, 자녀 문제는 폭력 탈줄세 심각한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의 전제는 이들에 대한 생계, 주거, 교육, 의료 등 포괄적인 사회적 지원이다.˝

아주 사소한 행동, 무심코 행했던 제스처들조차 허용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가까운 내 가족들에게 특히 아이들에게 나도 모르게 폭력을 행사했던 것들이 떠올라 화끈거렸다.
˝맞을 짓˝이라는 말이 얼마나 많은 폭력을 합리화시켰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행했던 거친말과 거친행동들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내 주변의 폭력으로 지난한 삶을 살고 있을 누군가, 그 삶을 벗어나 여성억압구조의 모든 경로를 지나왔을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진 못해도 뜨거운 용기와 응원의 힘을 보내고 싶다.
고정관념과 편견에 사로잡혔던 나부터 바뀌어 나가야겠다. 우리 아이들이 남성과 여성이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일부터 해야겠다.

무겁고 불편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 우리에게 여는시로 이병률님의 좋은 사람들, 닫는시로 김용택님의 참 좋은 당신이라는 시를 준비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 좋았고, 아픈 이야기도 꺼내어 놓는 신뢰가 있어 좋았다.
참 좋은 당신은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를, 또한 누군가에게 그러한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낭독했다.
매일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순간에도 우리 모두가 소중한 존재로 사랑 받고 사랑 나누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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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4-07 0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구절들 보니 얼른 이 책을 읽고 싶어졌어요. 다행히도 책은 진작 사두었답니다.
정희진 쌤 글은 참 좋죠. 요즘엔 그 분 강의에도 반하고 있어요.
이런 생각거리가 많은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독서 후 행위로 가장 완벽한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7-04-08 09:04   좋아요 0 | URL
네..다락방님 정희진 쌤 글 정말 좋아요.^^
다락방님의 후기도 기대되네요.

단발머리 2017-04-07 1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기 힘든 책이지만 읽고 나면 눈이 떠지는 것 같은 특별한 책이라서 저도 이 책을 애정합니다.
읽고 이야기 나누고 그런 시간들 막 그려지네요. 저희 시모임도 생각나구요.
숙제 할 때 힘들었던거 빼고는 정말 좋았는데.... 그쵸?!!

꿈꾸는섬 2017-04-08 09:05   좋아요 0 | URL
읽기 힘든 책 맞구요. 눈이 떠지는 책도 맞구요. 애정하게되는 책 맞아요.

우리 시모임, 어느새 1년전이네요. 생각나고, 그립고 그래요.ㅎㅎ

서니데이 2017-04-10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이 많을거예요. 우리 모두가 소중한 존재, 사랑받고 사랑 나누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따뜻한 손 잡는 느낌입니다.
꿈꾸는섬님 좋은밤되세요.^^

꿈꾸는섬 2017-04-10 20:57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좋은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