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게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살아간다는 게 행복하지만은 않다.

슬픔도 괴로움도 기쁨도 즐거움도 우리 삶 속에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깊은 반성중이다.

내 감정을 조절하는 상태가 온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좋을 때는 다 주어도 좋을 것처럼 굴다가도 싫을 때는 어느 것 하나도 주기 싫어서 안달하는 내 상태가 의심쩍다.

 

내게 남은 벗은 책뿐인듯 하다.

내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해도 변함없이 나를 반겨주는 것이, 한동안 소원해져서 나라는 사람을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을텐데도 책은 그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내 옆을 지켜주고 있다.

 

아이들 학교 학부모 명예사서를 하기를 잘 했다.

학교 도서관의 책들이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지만 한 달에 두번 봉사를 하며 도서관의 서가가 마치 내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뜸하게 돌아보던 학부모 도서코너를 좀 더 유심히 볼 기회이기도 했다.

 

<빅픽쳐>를 읽은 후 더글라스 캐네디를 알게 되었다. 이후 <모멘트>를 읽었고, 얼마전 <템테이션> 그리고 지금 <행복의 추구>를 읽고 있다. <파리 5구의 여인>은 영화로만 보았다. 더글라스 캐네디의 작품이 얼마나 술술 잘 읽히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의 작품의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나 구성, 플롯 등을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난 요새 '새러 스마이스'의 삶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한다. 과연 내 인생은 어느 부분에서부터 잘못 끼워진걸까하고 말이다.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오는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언사에 내가 내게 실망하는 요즘이다. 나의 생각을 거르고 걸러서 좀 더 신중하게 말해야하는지도 모르는데 자꾸만 그러지 못하고 내 감정을 고스란히 타인들에게 드러내서 그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아 미안하다.

 

함께 명예사서를 하게 된 분은 다른 지역에서 작년에 이사를 오셨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은 마치 '섬'같단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와 함께 유치원에 다닌 학부모들과 교류를 하면서 느낀 점이 많단다. 우리 동네 엄마들이 유난히 외로움을 많이 타고, 그 외로움을 타인을 통해 해결하려하다보니 다른 이들에 대해 평가하는 이야기가 나돈다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힘이드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계속 만나고 이야기하고 결국 사건이 커지면 다투기까지 한다. 동네가 작다보니 한 집 걸러 한 집씩 대부분 아는 사람들로 연결되어 있고, 싸움이 났다는 소문은 결국 누군가가 떠나는 일로 마무리가 되었다. 이런 소문은 끊임없이 해마다 들려 온다. 누구와 누구와 싸우고 결국 누구가 이사갔다로 마무리가 되는 이야기가 끝없이 나온다.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가 서툰 나는 그런 사람들이 부담스럽다. 그러다보니 점점 고립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요새 정말 미치도록 외롭다고 느꼈던 건 정말 외롭기 때문이다.

글을 쓰지 않아도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공연을 보고 여행을 다니지만, 누군가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마땅치않다.

엄마들의 이야기는 늘 아이들, 아이들, 아이들이다. 일상의 자잘한 이야기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보다 다른 이야기가 하고 싶어 다른 이야기를 꺼내놓고보면 외톨이가 되는 느낌이 든다. 어떤 이들은 내게 잘난척하는 기질이 있다고 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내가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는 나는 잘난척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싶다.

모든 나에 관한 이야기들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씁쓸한 건 사실이다.

 

'새러'가 맨허튼을 떠나 브룬스윅 작은 마을에서 사는 동안 그 마을 사람들은 새러가 무엇을 하는지 안다. 새러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분명 새러가 어디에 갔고, 누구를 만났고를 안다. 그렇다고 그걸 떠벌리거나 이야기의 주제로 삼아 사생활을 침해하는 일은 절대 없다. 하지만 우리 동네에는 돌고 도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생겨난다. 이곳에 정착해서 살기로 결정한 이상 돌고 도는 이야기 속에 우리 가족의 이야기는 없기를 바랄뿐이다. 그래서 더 우울한건지도 모르겠다. 우리 동네의 그물처럼 펼쳐진 인간관계에 걸려들지 않을 방법이란 없으니 말이다.

 

우울과 조울이 자꾸만 번갈아가며 엄습해온다.

이겨야겠다고 생각하면 우울이 더 찾아오는 것 같다.

일부러 기분 좋게 행동하고 말하려고 하다보니 더 불쑥 나쁜 감정들이 튀어나오는 것 같다.

 

아이가 집으로 돌아온다고 휴대전화로 전화를 했다.

우선은 기분좋게 아이를 맞아줘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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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5-30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는 무척 덥습니다..ㅠㅠ
더위조심하시고 늘 건강 챙기셔요.^^

힘 내세요~!!! 화이팅입니다.^^

꿈꾸는섬 2014-05-31 05:31   좋아요 0 | URL
여기도 한낮엔 무척 더워요.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그나마 살만해요.
후애님도 늘 건강하세요.^^

수퍼남매맘 2014-05-30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부모끼리 잘 만나고 어울리다가도 틀어지는 경우 많다고 들었어요.
특히 아파트촌은 소문이 장난이 아니라고....
학부모독서모임을 하면 좀 힘이 날텐데..
토닥토닥 힘 내세요.

2014-05-31 0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4-05-31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글러스 케네디~ 책 제목만 들었지 실제 읽은 건 하나도 없네요. 집에 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ㅠ
사람 사이의 문제는 어디나 있게 마련이지만, 너무 신경쓰지 않는 방법도 익혀야 할 것 같아요.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끼리 동아리를 하면 학습활동도 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듯해요.
어제 그림책 신규 동아리 첫모임 가졌어요~

꿈꾸는섬 2014-05-31 05:40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엔 덥썩 읽고 싶지 않았어요. 근데 읽나보니 빠져드네요.
그냥 유명하기만한 작가는 아니것 같아요. 미국사회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동아리활동에 익숙치않아서 사실 좀 겁부터 나네요.

blanca 2014-05-3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말씀인지 알 것 같아요. 다들 그런 문제는 어느 정도 다 가지고 사는 것 같아요. 지역 사회에 안 들어가려 하면 외롭고 들어가면 분란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고....저는 이사 오기 전 동네에서 너무 밀착된 관계를 경험해서 그 피로도가 참 크더라고요. 사람은 어디에서든 결국 다 외로운 존재인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 이야기, 너무 동감해요. 정말 다들 아이 이야기만 하면서 '나'의 이야기는 어디론가로 가 버리죠. 그래도 꿈섬님, 꼭 좋은 따듯한 인연 찾아올 거예요. 기대도 믿음도 간직하다 보면 그렇더라고요. 그리고 더글러스 케네디 책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꿈꾸는섬 2014-06-05 17:01   좋아요 0 | URL
더글러스 케네디 책은 정말 재밌어요.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간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래도 다행인 건 책이 있어 다행인 것 같아요.^^

하늘바람 2014-05-31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겨내셔야 해요 저도 그래요 함께 힘내요

꿈꾸는섬 2014-06-05 17:03   좋아요 0 | URL
아이들 키우는 일과 더불어 나도 함께 성장해야하는데 여전히 어렵네요.
얼마간 좀 우울했었는데 이제는 좀 나아진 것 같아요. 하늘바람님 말씀처럼 힘을 내야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