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 러브스 유 - 도쿄 밴드 왜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7
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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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쿄밴드왜건> 발매 후 독자들의 후속편 출간 요청이 쇄도하자 쓰여진 작품이다.

전편 줄거리 참조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396253449

이번 <쉬 러브스 유>에서도 성불하지 못한 훗타 사치가 화자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 '겨울'은 이웃에 사는 대학생이 <고사류원>이라는 60권 짜리 백과사전을 팔면서 시작된다. 메이지 시대에 발매된 이 백과사전은 꽤나 구하기 힘든 물건이었기 때문에 고서점 당주 칸이치 영감은 10만엔에 사들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책 한 권이 훼손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속지를 파내고 무언가 중요한 것을 숨겼던 것도 같았다.

한편, 이 즈음 서점과 함께 경영하는 카페에 어린 여성이 아이를 두고 달아나는 사건도 벌어진다.

두 번재 에피소드 '봄'은 아내의 유품이라면서 헌책 50권을 판매한 사내가 매일 매일 헌책방에 변장을 하고 돌아와 한 권씩 되사가는 이야기이다. IT 기업 사장이면서 아이코를 사랑하는 후지시마의 아픈 과거도 곁들여 이야기가 진행된다.

세 번째 에피소드 '여름'은 집안의 막내 켄토와 카요가 친척 집에 놀러갔다가 어떤 할머니로부터 고서적을 받아 오면서 시작된다. 칸이치 영감은 고서적을 보고 '유령이 보낸 것'일지도 모른다며 사뭇 심각해지는데... 영감에 따르면 그 서적은 일종의 해적판이었고 60년 세월을 건너온 책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온 사진에는 칸이치 영감이 <도쿄밴드왜건> 을 배경으로 찍혀 있었다.

네 번째 에피소드 '가을'에서는 훗타 가가 관리했던 소장도서 목록과, 이와 관련한 어두운 과거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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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어두운 과거를 조금 채색하긴 했지만 역시나 기본적으로 작품의 성향은 대가족이 나오는 농촌 소설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삶은 기본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라는 작가의 막연한 기대가 투영된 느낌이라고 할까.

'겨울' 에피소드의 파인 홈에는 이만엔 짜리 지폐가 들어 있었다. 대학생은 헌책을 팔기 전 골동품 가게에 먼저 들렀었는데 거기서 오래된 지폐는 슬쩍하고 책은 <도쿄밴드왜건>에 팔라고 되돌려준 것. 아이를 두고 도망간 여자는 책을 판매한 대학생의 동생으로 친정어머니에게 사기를 쳐 돈을 우려낸 남편을 피해 잠깐 몸을 피한다는 것이 아이를 두고 간 것이다. 남편이 야쿠자에게 협박 당하는 것은 헌책방 남자들의 지인이 어찌어찌 처리해준다.

'봄' 에피소드의 책을 되사가는 노신사는 전직 형사로, 와세다 대학 출신 작가들의 책을 사들이는 것을 일종의 공양으로 생각했던 아내의 유지를 이어가려고 책을 한 권씩 되샀던 것이다. 상당한 편법임에도 나름의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변장을 하고 헌책방에 간 것.

'여름' 에 등장하는 '유령'은 칸이치 영감의 여동생. 60년 전 미군과 결혼해 의절했던 동생이 '수구초심'의 마음으로 고향에 돌아온다.

'가을' 에피소드에서 작품은 풀어 두었던 여러가지 떡밥을 회수하는데 아이코와 머독이 결혼하고, 아미와 스즈미가 아이를 낳는다.

마지막으로, 영국인 머독이의 부모가 일본까지 쫓아와 '결혼할 여식을 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예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아들에 대한 사죄'의 의미를 담아 머리를 조아리는 장면은 굳이 넣었어야 했을까 싶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209770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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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샤워
야마다 아카네 지음, 최선임 옮김 / 작품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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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내'가 컴퓨터를 켜고 디지털 비디오디스크에 담긴 사진과 동영상들을 보면서 시작된다. 영상을 만든 사람은 교코씨인데, 화자에겐 어머니 같기도 하고 아버지 같기도 한 좀 애매한 존재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냅사진은 생일 케이크를 앞두고 여럿이 모여앉아 찍은 사진이다. 사진 속에는 엄마인 미소노, 할아버지로 보이지만 사실은 생물학적으로 아버지인 초로의 남자, 그리고 머리를 금색으로 물들인 법적인 아버지가 찍혀있다.

소설은 이렇듯 기묘한 가족 구성원들의 과거를 추적한다.

미소노는 마흔을 한 해 앞둔 어느 날, 친구인 교코에게 '아기를 갖기로 결심했다'고 말한다. 미소노는 결혼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교코는 '누구의 아이를 갖는다는 것인지' 묻는데, 이에 대해 미소노는 '누구의 아이이건 상관 없다'고 말한다. 사실 불륜 상대인 중국인 '장'의 아이를 갖고 싶긴 하지만 그가 오케이 할지 어떨지는 모른다. 얼마 뒤 미소노는 자신의 결심을 '장'에게 털어 놓는데, '장'은 여러가지 어른스러운 이유를 대며 거부 의사를 밝힌다.

교코 역시 가정이 있는 조명기사와 불륜 관계를 맺고 있을 뿐, 결혼이나 아이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교코가 자궁경부암 의심 진단을 받는데, 교코는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남성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산부인과 의사의 말에 지금껏 관계했던 남자들을 떠올리며 그 중 누가 자신에게 암 발병 원인을 제공했는지 밝혀내고 싶어한다.

한편, 그 즈음 교코가 프랑스에서 잠시 호감을 느꼈던 '다-' 라는 중년 남성이 귀국한다. 그는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당시 교코와 육체관계를 맺을 수는 없었다.

교코가 자궁경부암 수술을 받은 뒤 미소노, 교코, '다-'는 함께 바닷가로 이주해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가 지금은 사망한, 의절했던 어머니가 아주 오래전에 보낸 편지를 받게 된다.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한 그 날, 뜻하지 않게 '다-'가 생애 처음으로 이성과 잠자리를 갖게 된다. 상대는 미소노였다.

셋이 사는 집으로 육개월 전 아주 잠깐 관계를 맺었던 미소노의 연하 남자친구 츠요시가 찾아온다. 츠요시는 '프랭크 자파'를 떠올리며 쿨한 남자가 되기로 결심, 미소노와 결혼한다.

이상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족사진이 찍히게 된 경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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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인류는 여러가지 결혼 형태를 만들어냈다. 일부일처제는 사실상 자본주의에 가장 적합한 결혼 형태이기 때문에 가장 장려되는지도 모른다. 한 명이 성인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때까지 양육을 일부일처제로 이루어진 가족 단위가 책임지게 되니 양육비용을 개인에게 전가할 수 있고, 사유재산의 상속에 있어서도 법적으로 다툼의 소지가 적으니 윤리적이라며 장려될 것이다.

그런데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이러한 일부일처제, 이성애 라는 기존의 가치관과 도덕관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엄마라는 것은 쿠폰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엄마가 되는 쿠폰?"

"미소노가 모처럼 여자로 태어났으니까 엄마가 되어보고 싶다고 말했잖아. 마치 엄마가 되는 쿠폰을 가지고 있어서 기한 전에 사용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아."

쿄코는 임신과 육아를 감히 '쿠폰'에 비유하는 신성모독에 가까운 발언을 하는가 하면,

갑자기 교코는 깨달았다. 단 한 번도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은 이유를...... '나' 이외의 역할을 거부하는 것, '내'가 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의 대가가 '엄마'라니......

라며, 엄마가 되는 것은 곧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라는 자기인식을 토로한다.

생물학적 아버지이지만 동성애자이자 할아버지뻘인 '다-', 법적 아버지이지만 아이에 대해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 한참 연하의 츠요시, 아버지가 누구라도 상관없이 그저 아이를 낳고 싶었던 미소노, 그리고 남성적인 분야에서 한 사람 몫을 편견없이 해내고 싶었던 자주적인 성격의 쿄코가 이룬 기묘한 가족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 아마 성공하기 무척 어려울 것이다. 인간의 행복이란 주변사람이 기준이다.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면, 그는 이미 해탈한 존재일 것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야마다 아카네는 밝은 미래를 그려보이고 싶어한다. 어쩌면 그 '다른사람'도 이들이 만든 기묘한 가족에 영향을 받는다면, 이 또한 새로운 기준이 되지 않겠냐는 듯이...

** '베이비 샤워'는 임신 8개월경에 임부를 둘러싸고 열리는 여자들만의 파티를 말한다고 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20864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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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화살의 집 동서 미스터리 북스 25
앨프레드 메이슨 지음, 김우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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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비셔 앤드 허즐릿 법률 사무소가 재산을 관리해주던 잔느 마리 헐로우 부인이 사망한다. 헐로우 부인은 프랑스 디종 지방에 있는 저택에서 사망했는데, 유산 상속인은 남편의 조카딸이자 양녀인 베티 헐로우였다.

그런데 부인의 매제되는 보리스 와베르스키가 분탕질을 치기 시작한다. 와베르스키는 자신이 상속자가 되리라 생각했었다가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되자 돈을 요구한다. 하지만 베티 헐로우가 이를 '손가락 끝으로 퉁겨버리며' 거절하자, '베티 헐로우가 마리 헐로우 부인을 살해했다'고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이 와베르스키의 밀고에 반응하여 베티 헐로우를 조사하기 시작하자, 법률 사무소에서는 제임스 허즐릿을 파견하여 고객인 베티 헐로우를 보호하기로 한다.

한편, 파리 경시청 소속 탐정 아노(Hanaud)도 디종으로 파견되는데, 아노는 사실 익명의 협박 편지 사건을 조사하는 게 진짜 목적이었다.

관계자들이 모두 디종의 저택에 모여 사건을 복기하기 시작하는데, 예상대로 보리스 와베르스키의 밀고는 진실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와베르스키 역시 자신이 돈에 눈이 멀어 허위 신고를 시인하면서 사건은 그럭저럭 마무리 되는가 싶었는데, 뜻밖의 진술과 물증들이 튀어나오면서 마리 헐로우 부인은 독살되었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먼저, 잔느 마리 헐로우 부인의 남편인 시몬 헐로우가 생전에 수집했던 독화살이 사라졌다. 독화살에는 스트로판투스 씨를 추출해 만든 독이 발라져있었기 때문에 이는 중요한 단서였다.

다음으로, 베티의 친구이면서 같은 저택에 사는 앤 압코트가 마리 헐로우 부인이 사망하기 전날 이상한 경험을 했다는 것을 진술한다. 그것은 첫째, 화살이 보관된 보물실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고, 둘째, 누군지는 알 수 없으나 헐로우 부인의 침실에서 '이제 됐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으며, 셋째, 다시 방으로 돌아와 이상한 느낌에 잠을 깨 손을 뻗쳤다가 누군가의 얼굴을 만지게 되었다는 진술이었다.

한편, 이 과정에서 앤이 보물실에 놓여 있는 시계를 보았는데 그 때가 10시 30분이었기 때문에 베티 헐로우는 알리바이가 입증되어 - 무도회에 참석 - 용의자로부터 제외된다.

탐정 아노와 제임스 허즐릿이 조사를 거듭할수록 정황과 증거들이 드러나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앤 압코트를 가르키고 있었다. 먼저 없어진 독화살이 앤의 방에서 펜대로 둔갑해 놓여 있었고, 와베르스키와 저택에 오기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는 것이 드러났으며, 상당한 금액 상당의 진주목걸이가 사라졌다는 점 등이었다.

이 와중에 장 클라델이라는 독초 전문가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면서 사건은 단독 범행이 아니라는 쪽으로 기울고, 베티가 제임스에게 탐정 아노가 앤을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다며 그녀를 피신시킬 궁리를 하면서 사건은 종장을 향해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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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프레드 에드워드 우들리 메이슨은 1865년 5월 7일 런던의 덜위치 지구 에벌레이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의 트리니치 칼리지를 졸업했다. 로망 문학작가이자 극작가로, 한때는 해군정보부에 소속해 세계대전에도 참전했던 경력이 있다.

<독화살의 집 The House of The Arrow>은 1924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당시에는 반 다인이 '추리형 탐정의 주인공을 논하는 자리에서 메이슨의 아노 탐정을 빼놓을 수는 없다...... 빈틈없이 구성되어 모순없이 줄거리가 진행되며 매우 교묘하게 씌여져 있다...... 오락문학으로서의 가장 뛰어난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라며 극찬을 한 작품이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다소 불만스러운 면도 없지 않은데, 첫째로 등장인물이 너무 소수라서 범인 지목하기가 너무 쉽다는 점이다. 앤으로 범인을 몰아가기는 하지만 그것이 소설의 2/3 지점이니 다른 범인이 있을 것은 자명한 터에, 앤이 밤중에 만진 얼굴이 매끈했으니...

둘째로, 트릭이 비교적 단순해서 박진감이 떨어진다. 앤이 한밤중에 시계를 봤을 때 10시 30분이었는데, 나중에 시계 위치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장면이 나온다.(트릭은 거울에 비친 시계). 시계 덕에 알리바이가 입증된 인물이 여러 명이라면 모를까 한 명 뿐이니 이 부분 역시 아쉽다.

셋째로, 타고 남은 편지 더미에서 발견된 영수증에 대한 단서를 독자와 공유하지 않는 부분이다. 나중에 가서야 비밀통로를 수리한 영수증이라고 하며 사건 해설에 써먹는데 이는 독자에 대한 기만이다.

소설은 30년 뒤인 1953년에 마이클 앤더슨 감독, 오스카 호몰카, 로버트 우르크하트, 이본 퓌르노 주연으로 영화화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20291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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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다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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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바다에서 침몰한다. 단원고 고등학생을 비롯한 304명이 사망한다.

화자 나경수는 2014년 4월 21일부터 7월 10일까지 맹골수도에서 선체 수색과 실종자 수습에 참여한 산업잠수사다. 결혼을 앞두고 있었기에 그곳에 가는 것을 주저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진도로 내려갔고, 시야가 10~45cm 정도밖에 되지 않는 바닷속으로 매일 잠수했다.

그는 민간잠수사에 대한 열악한 대우에 놀랐다. 의사도 없고, 제대로된 잠자리와 음식도 제공되지 않는 바지선에서, 이런 식으로 작업하다간 잠수병에 걸려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아이들이 차가운 바닷속에 있고, 유족들이 그 아이들을 애타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묵묵히 작업을 계속했다. 게다가 국가적 참사에 몸을 던진 자신들은 당연히 국가가 책임질 것이라 생각했다.

국가는 나경수를 배신한다. 민간잠수사가 작업 중 죽자, 국가는 고참 민간잠수사를 업무상 과실치사로 고발하고, 검찰은 기소한다.

맹골수도의 수심과 시야, 바지선의 장비와 작업여건 등은 민간잠수사들이 절대로 잠수하지 않을 조건을 모두 갖춘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사람이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고, 결국 사고가 난 것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들을 바닷속으로 내몬 국가가 져야했겠지만, 국가는 자연인인 고참 민간잠수사에게 책임을 물었다.

민간잠수사들은 골괴사와 신장병 등을 얻거나, 심하면 잠수병에 걸렸다. 짧게는 2년, 길게는 평생 생업에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국가는 잠수사들에게 그해 말일 까지만 병원비를 지원한다고 했고, 제대로 된 정보가 없던 잠수사들은 잠수전문병원을 퇴원해 자비로 근근히 버텼다.

나경수는 역시 골괴사와 목디스크에 걸렸고, 성불구가 되어 파혼한다. 몸만 문제가 아니었다. 실종자 시신을 안고 나온 기억과 유족의 슬픔이 원인이 되어 나경수 역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언론은 두 가지 태도를 보였다. 민간잠수사에 대해 침묵하거나, 허위 보도를 하거나.

인간 이하의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자식을 잃고 진상규명을 위해 단식투쟁을 하는 부모들 앞에서 교통사고 난 게 무슨 벼슬이냐며 폭식을 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민간잠수사들이 시신 한 구당 몇 백만원을 받기로 했다던가, 엄청난 액수의 급여를 받기로 했다거나, 시신을 한 군데 숨겨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온다는 말 등도 떠돌았다.

이 책은 나경수가 재판장에게 탄원하는 내용과,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나경수의 모델은 민간잠수사 김관홍 씨이고, 소설의 밝은 결말과 달리 김관홍 씨는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해 끝내 자살하고 만다.

아이들 시신을 모시고 나오기 위해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도 묵묵히 일하다 살인죄를 뒤집어 쓰게 생긴 고참 민간 잠수사는 이렇게 말한다.

맹골수도에서 일한 잠수사들은 갑도 아니고 을도 아니고 병도 아니었네. 갑을병정무. 그래 우린 무였어. 경수는 농담처럼 그 무가 없을 무라더군. 있지만 없는 존재. 인간도 아닌 존재. 아무렇게나 쓰고 버려도 무방한 존재. 그런 무 취급을 받았어.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잠수사들에게 하루에 두세 번씩 잠수하라고 명령할 수 있나? 그 열악한 바지선에서 먹고 자라고 할 수 있나? 내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씌울 수 있나? 잠수사들의 치료비를 일방적으로 끊어 버릴 수 있나?

그 세월호의 침몰 원인과 책임자가 정말 온전히 밝혀지고 처벌받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19679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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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무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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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광원>이라는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쇼타, 고헤이, 아쓰야가 빈집털이를 갔다가 주인과 맞닥뜨린다. 이들은 당황한 나머지 주인을 대충 묶어놓고 도망치다가 폐가에 들게 되는데, 거기서 묘한 일을 겪게 된다. 우편함에 고민 상담 편지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

40년 전 주간지가 뒹구는 그 폐가에 투함된 편지의 고민 내용도 가만 보니 현재의 일이 아닌데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첫번째 고민은 올림픽 출전 선수 선발전을 앞둔 여성이 연인이 암에 걸리자 운동을 계속할지, 아니면 간병을 할지 알려달라는 내용이다. <슈퍼맨>, <록키>, <에일리언> 등 정겨운 제목의 영화가 개봉된 해에 보낸 고민 편지이니 그녀가 참가하려는 올림픽은 1980년 모스크바에서 개최되는 대회이다. 문제는 일본이 이 대회를 보이콧한다는 것인데...

두번째 사연은 마쓰오카 가쓰로라는 아마추어 뮤지션의 고민. 가쓰로는 중학교 때부터 음악에 관심을 갖게되어 대학 진학 후 프로에 도전한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녹록하지 않았고, 생업을 도외시할 수도 없어 고민에 빠지는데...

그런 가쓰로가 들려준 노래가 <재생>이다. 그런데 정작 그 <재생>을 불러 히트시킨 사람은 세리라는 이름의 다른 가수이고, 노래에는 그녀가 어렸을 적 <환광원>이라는 고아원에서 겪은 화재와 관련된 사연이 얽혀 있다.

세번째 사연은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지만 남자에게 처자식이 있다는 신파조의 사연. 여자는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민하는 상담 편지를 넣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만다. 신문은 그녀가 어린 아이와 동반자살을 꾀했으나 다행히 아이는 살아남았다고 보도했다.

그때 살아남은 아이가 나중에 나미야 잡화점에서 보낸 고민 답장 편지를 보게되어 사실은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했고, 교통사고 역시 자살기도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네번째 사연은 와쿠 고스케라는 중년 남자의 사연. 그의 집은 어렸을 적 매우 잘 살았으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야반도주를 하게 된다. 고스케는 야반도주 하는 괴로움을 상담했고, 나미야씨는 그에게 가족이란 함께 있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고스케는 야반도주 도중 도망쳐 <환광원>에 들어가 살게 된다. 나중에야 고스케는 자신의 부모가 동반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만약 그가 나미야씨 조언대로 도망치지 않았다면 부모를 설득해 다 함께 살 수 있었을까? 비틀즈를 매개로 친해졌던 친구 여동생과 만나는 에피소드가 곁들여진 이야기.

다섯번째 사연은 호스티스 여성의 고민. 쇼타, 고헤이, 아쓰야는 그녀에게 일본 버블 경제를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녀는 그 말에 따른 덕에 엄청난 부자가 된다.

그런데 성장한 그녀가 현재의 <환광원>을 없애려 한다고 오인한 쇼타, 고헤이, 아쓰야 일행이 그녀의 집을 털게 된다는 아이러니한 이야기.

<환광원>을 설립한 사람이 사실은 나미야씨를 사랑했지만 부모의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한 아키코였다는 이야기가 교차하여 전개된다.

동일본대지진으로 일본이 박살난 직후 발간되어 재생, 부흥, 희망 등을 주제로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책이다.

그리고 10년여가 흐르고, 어제자로 일본정부가 태평양에 핵폐기 오염수를 방류했다. 우리 정부는 아무런 해가 없다고 강변한다. 이제 우리가 재생, 부흥, 희망이 필요한 상황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19300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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