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다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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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바다에서 침몰한다. 단원고 고등학생을 비롯한 304명이 사망한다.

화자 나경수는 2014년 4월 21일부터 7월 10일까지 맹골수도에서 선체 수색과 실종자 수습에 참여한 산업잠수사다. 결혼을 앞두고 있었기에 그곳에 가는 것을 주저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진도로 내려갔고, 시야가 10~45cm 정도밖에 되지 않는 바닷속으로 매일 잠수했다.

그는 민간잠수사에 대한 열악한 대우에 놀랐다. 의사도 없고, 제대로된 잠자리와 음식도 제공되지 않는 바지선에서, 이런 식으로 작업하다간 잠수병에 걸려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아이들이 차가운 바닷속에 있고, 유족들이 그 아이들을 애타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묵묵히 작업을 계속했다. 게다가 국가적 참사에 몸을 던진 자신들은 당연히 국가가 책임질 것이라 생각했다.

국가는 나경수를 배신한다. 민간잠수사가 작업 중 죽자, 국가는 고참 민간잠수사를 업무상 과실치사로 고발하고, 검찰은 기소한다.

맹골수도의 수심과 시야, 바지선의 장비와 작업여건 등은 민간잠수사들이 절대로 잠수하지 않을 조건을 모두 갖춘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사람이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고, 결국 사고가 난 것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들을 바닷속으로 내몬 국가가 져야했겠지만, 국가는 자연인인 고참 민간잠수사에게 책임을 물었다.

민간잠수사들은 골괴사와 신장병 등을 얻거나, 심하면 잠수병에 걸렸다. 짧게는 2년, 길게는 평생 생업에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국가는 잠수사들에게 그해 말일 까지만 병원비를 지원한다고 했고, 제대로 된 정보가 없던 잠수사들은 잠수전문병원을 퇴원해 자비로 근근히 버텼다.

나경수는 역시 골괴사와 목디스크에 걸렸고, 성불구가 되어 파혼한다. 몸만 문제가 아니었다. 실종자 시신을 안고 나온 기억과 유족의 슬픔이 원인이 되어 나경수 역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언론은 두 가지 태도를 보였다. 민간잠수사에 대해 침묵하거나, 허위 보도를 하거나.

인간 이하의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자식을 잃고 진상규명을 위해 단식투쟁을 하는 부모들 앞에서 교통사고 난 게 무슨 벼슬이냐며 폭식을 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민간잠수사들이 시신 한 구당 몇 백만원을 받기로 했다던가, 엄청난 액수의 급여를 받기로 했다거나, 시신을 한 군데 숨겨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온다는 말 등도 떠돌았다.

이 책은 나경수가 재판장에게 탄원하는 내용과,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나경수의 모델은 민간잠수사 김관홍 씨이고, 소설의 밝은 결말과 달리 김관홍 씨는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해 끝내 자살하고 만다.

아이들 시신을 모시고 나오기 위해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도 묵묵히 일하다 살인죄를 뒤집어 쓰게 생긴 고참 민간 잠수사는 이렇게 말한다.

맹골수도에서 일한 잠수사들은 갑도 아니고 을도 아니고 병도 아니었네. 갑을병정무. 그래 우린 무였어. 경수는 농담처럼 그 무가 없을 무라더군. 있지만 없는 존재. 인간도 아닌 존재. 아무렇게나 쓰고 버려도 무방한 존재. 그런 무 취급을 받았어.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잠수사들에게 하루에 두세 번씩 잠수하라고 명령할 수 있나? 그 열악한 바지선에서 먹고 자라고 할 수 있나? 내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씌울 수 있나? 잠수사들의 치료비를 일방적으로 끊어 버릴 수 있나?

그 세월호의 침몰 원인과 책임자가 정말 온전히 밝혀지고 처벌받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19679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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