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광인 1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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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방은 정조의 종친으로, 약관의 나이에 무과 별시에 합격하여 의금부 도사가 된 인물이다. 그는 뜨거운 충심으로 종묘사직을 보호하는 데 앞장섰으며, 연쇄살인을 여러 건 해결하여 정조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런 그가 최근 스물 다섯 편으로 묶인 금서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금서의 제목은 <열하일기>이고, 지은이는 연암 박지원이다. 박지원은 건륭제의 일흔 번째 탄신일을 축하하는 진하별사의 일원으로 경자년(1780년) 5월 25일 한양을 출발하여 연경과 열하를 주유한 뒤 10월 27일에 조선으로 돌아와 <열하일기>를 지었다. 공맹과 주자의 단조롭고 따분한 문체와 사상에 지쳐있던 조선의 서생들은 <열하일기>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정조는 <열하일기>로 인해 새로운 문체가 난립하는 것을 못마땅해 했다. 정조는 서얼허통 정책을 펴며 <백탑파>를 중하게 썼지만 이 즈음에 이르러서는 문체반정을 꾀하며 <백탑파>의 새로운 사상과 문체를 경계했다. 

정조는 이명방에게 <열하>를 읽으며 모임 갖는 이들을 감시하고 그들의 전모를 파악하여 낱낱이 고하라고 명을 내린다. 하지만 정작 이명방이 <열하>를 읽는 모임의 일원임을 정조는 몰랐을까? 이명방은 자신이 간자 노릇을 해야하는 처지에 떨어진 것에 절망하면서도 왕에 대한 충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명을 받든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후 <열하>를 읽는 모임 구성원들이 하나, 둘 살해되기 시작한다. 범인은 오리무중이고, 증거들은 훼손되어 이명방을 범인으로 지목하기 시작한다. 의금부의 추격을 따돌리지 못하고 마침내 압송되어 갖은 형벌을 받은 이명방은 정조와 독대하길 청하여 단 하루의 말미를 얻는다. 

그러나 유력한 용의자를 잡아 결백을 증명하겠다는 그의 계획은 용의자가 폭사하여 물거품이 되고 만다. 다시 의금부로 돌아온 이명방에게 꽃미치광이 김진이 범인을 잡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후 떠나고, 이명방은 <열하>를 읽은 자가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로 과거 시험장 입구에 세워져 수모를 받게 된다.


<방각본 살인사건>, <열녀문의 비밀>에 이은 <백탑파>의 세번 째 이야기이다. <백탑파>는 정조의 총애를 입었기에 규장각을 근거지로 새로운 사상을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조의 문체반정으로 그들은 붓을 꺾어야만 했다. 자송문을 지어 바치라는 왕의 명에 응하면 자신의 사상을 버리는 게 되고, 응하지 않으면 불충한 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백탑파> 서생들은 "군왕은 군왕의 편일 뿐, 누구의 편도 아님"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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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제노비스를 죽였는가?
디디에 드쿠앵 지음, 양진성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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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내가 중고차 시장에 와서 쉐보레 코베아를 눈 여겨 본다. 중고차 판매인은 그에게 코베아의 성능에 대해 다소 과장해 설명한다. 그러나 사내는 오직 차의 색깔에만 관심이 있어 보였다. 그는 코베아의 하얀색을 마음에 들어했다. 뉴욕에서 눈이 내리거나, 눈이 쌓여 있는 60일간, 사내는 하얀색 코베아를 타고 경찰을 피해 먹잇감에 접근할 것이었다.


1964년 3월 3일 뉴욕 퀸즈 구역의 큐 가든스에서 28살의 이탈리아계 여성 캐서린 수잔 키티 제노비스가 새벽 3시 30분경 자택 부근 도로에서 윈스턴 모즐리에게 살해 당한다. 윈스턴 모즐리는 하얀색 코베아에서 사냥감을 물색하다 제노비스를 발견하자 곧 차를 주차시킨 뒤 그녀를 쫓아가 칼로 두 차례 찌른다. 제노비스는 윈스턴 모즐리가 다가오는 순간 위험을 감지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려 했지만 모즐리의 행동이 더 빨랐다. 자상을 입은 제노비스의 죽음은 아주 잠깐 유예되는데, 한 시민이 창 밖으로 몸을 내밀고 "야! 여기서 꺼져" 라고 외쳤기 때문이다. 제노비스는 골목을 돌아 자신이 살고 있는 건물까지 피신해 간다. 모즐리는 아주 잠깐 자신의 모습이 시민들에게 노출되어 범인으로 특정되거나,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차를 이동 주차하고 난 모즐리는 마음을 고쳐먹는다. 주민들이 방관자로 머물러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핏자국을 따라 제노비스를 쫓아간 모즐리는 그녀가 사망할 때까지 칼로 찔렀다. 마지막 숨을 헐떡이는 제노비스의 웃을 벗긴 후 시간(屍奸)까지 마친 모즐리는 유유히 현장을 떠난다. 그가 체포된 것은 얼마 후 전혀 다른 사건 때문이었다. 빈집을 유유히 털던 모즐리는 빈집 주인을 잘 알던 이웃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잡힌다. 경찰은 모즐리의 차가 제노비스 사건 때 발견된 수상쩍은 차량과 비슷한 점을 알아차리고 별 기대없이 얼마 전 일어난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묻는다. 뜻밖에도 모즐리는 자신의 범행을 순순히 인정한다.


재판을 통해 모즐리는 평범한 집안의 가장으로 밝혀진다. 그는 제노비스 외에도 몇 건의 살인을 더 저질렀다고 자백한다. 

모즐리는 사람이 죽어가는 과정보다는 죽어버린 상태에 흥분했다. 죽어버린 대상은 모두 여자였고, 기회가 있다면 시체를 강간했다. 돈을 뺏기 위해 죽인 건 아니었지만 돈이 있으면 빼앗아갔다. 그는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해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 할 수 있는 데 왜 하지 않겠느냐는 투로 일관했다. 사형을 언도받고 복역 중이던 모즐리는 얼마 후 항소를 제기해 감형 받는다. 정신이상일 수 있다는 이유였다. 

감형으로 목숨을 구한 모즐리는 얼마 후 자신의 항문에 이물질을 넣어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탈옥한다. 평범한 가정집에 침입한 그는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강간하고 그들을 인질삼아 경찰과 대치하다 다시 체포된다. 


제노비스 사건은 <뉴욕 타임즈>의 마틴 갠스버그 기자를 통해 38명이 침묵한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38명의 주민들이 제노비스가 살해당하는 30여분 동안 침묵했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충격에 빠졌고, '제노비스 신드롬', '방관자효과' 등이 활발하게 연구되었다. 

하지만 최근 이 사건은 '기레기'의 조작이었을 수 있다는 점이 재조명되고 있다. 기자는 주민들이 모즐리가 제노비스를 칼로 공격하고 죽을 때까지 찌른 후 강간하는 동안 침묵했다는 식으로 기사를 썼지만 사실 주민들은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난 이 사건 전체를 모두 관망한 뒤 침묵한 게 아니었다. 일부는 사소한 다툼으로 이해했고, 일부는 고양이 소리라고 여겼다. 그리고 침묵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모즐리가 최초 범행 장소를 피해 도망간 것도 한 주민이 소리쳤기 때문이었다. 모즐리가 제노비스를 죽이고 강간한 마지막 장소는 길거리가 아니라 건물 안이었으므로 목격자가 없었다. 게다가 모즐리가 일주일 후 잡혀온 것도 따지고 보면 빈집털이 중 시민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 의해서였다. 


<지옥의 존>으로 콩쿠르 상을 수상한 디디에 드쿠앵은 제노비스 사건을 소설화 하면서 <누가 제노비스를 죽였는가?> 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는데, 그가 생각한 답은 '방관자' 들인 것 같다. 그리고 '방관자'들은 '다름 아닌 우리'이니, 우리가 제노비스를 죽였다는 울림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제노비스는 엄연히 시체성애자 모즐리가 죽인 사건이다. 시민들은 살인을 방조하여 침묵한 적이 없다. 물론 일부 상황을 잘 못 파악했거나, 이웃에 대한 관심이 다소 기대에 못 미쳤을 수는 있다. 하지만 '누가 죽였는가?'라고 물을 정도는 아니다. 

디디에 드쿠앵은 소설 속 주인공 나단에게 아내 길라가 "나단, 당신이었따면 정말 내려가 봤을까?"라고 질문하며 소설을 마무리짓는다. 하지만 사건 당시 모즐리가 되돌아올지도 모르는데 제노비스의 곁을 지킨 이웃 주민도 있었다. 소설가의 자극적인 도발에도 불구하고 실제 주민들은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범인이 명백한 살인사건에 '누가 죽였는가?'라고 질문한다면 인간성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초래할 뿐이다. 제노비스를 죽인 것은 시체성애자 모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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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밸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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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웨일즈의 펨브로크셔 해안 공원 휴게소에서 바네사라는 이름의 대학교수가 실종된다. 남편 매튜는 경찰에게 '개와 산책을 다녀오니 아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진술한다. 자동차 키도 그대로 있었고 핸드백 등 소지품도 그대로 있었다는 남편의 진술은 어딘지 의심스러웠다. 보통 이런 경우 남편이 범인인 경우가 많았다. 경찰은 남편을 의심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사실 그녀는 라이언이라는 불량스러운 청년에게 납치되어 동굴에 감금된 것이었다. 라이언은 데몬이라는 악덕 사채업자에게 빚을 끌어다 쓴 뒤 갚지 못하게 되어 곤란한 처지에 있었다. 만약 데몬의 빚을 갚지 못한다면 라이언은 죽은 목숨이었다. 라이언이 선택한 방법이 바로 납치였다. 바네사를 자신만 알고 있는 동굴에 납치 감금하고 몸값을 받아낸 뒤 풀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라이언은 납치 사건을 벌이기 얼마 전 술집에서 일으킨 상해사건 때문에 체포되고 만다. 라이언은 바네사를 납치해 동굴에 감금해두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으면 그녀가 사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죄가 무거워질 것을 우려해 결국 입을 다물고 만다. 


2년 반의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복귀한 라이언은 다시는 감옥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진다. 전 여친이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성폭행 당했고, 어머니 역시 괴한에게 납치되었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라이언은 데몬의 짓일거라고 어렴풋이 짐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바네사가 어떤 식으로든 동굴을 탈출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강박에 시달린다. 


한편, 바네사의 남편 매튜는 아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세월을 견디다 새로운 여성 지나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지나와의 관계가 점차 진전되던 어느 날, 그들의 주변에서 새로운 납치 사건이 일어난다. 지나의 친구 알렉시아가 과거에 실종된 바네사와 똑같은 형태로 사라진 것이다. 펨브로크셔 해안 공원 휴게소에 알렉시아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차 안에 키와 핸드백 등 소지품이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알렉시아의 남편 켄을 의심하지만 그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었고, 지나가 원래 알렉시아 대신 펨브로크셔 해안에 가기로 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지나의 전 남친도 용의선상에 올리지만 그 역시 혐의를 벗게되어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한편, 이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자 라이언은 또 다시 과거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상기하면서 음울한 상상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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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출생인 샤를로테 링크는 1985년 <크롬웰의 꿈, 또는 아름다운 헬레나>로 데뷔한다. <폭스 밸리>는 납치범이 몸값 협상을 벌이기 직전 체포되어 인질이 사망한 뒤 비슷한 범죄가 다시 일어난다는 플롯의 소설이다. 책 표지에는 "우리가 피상적으로 보아 넘긴 인물과 디테일에 주목하라! 그 안에 사건을 풀 열쇠가 들어 있다!" 라고 씌여 있지만, 사실 작가는 독자와 정당한 게임을 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사건의 범인은 알렉시아의 남편 켄이다. 알렉시아와 켄 부부는 겉보기와 달리 쇼윈도 부부였다. 일과 가정 모두를 완벽하게 관리하는 커리어 우먼을 꿈 꾸었던 알렉시아는 사실 점점 망가져 가는 경력과 남편에 대한 불만 때문에 걸핏하면 술을 마시고 독설을 퍼부어대기 일쑤였다. 반면 켄은 변변한 직장도 없이 네 아이를 돌보느라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차였다. 그런 시기에 아내 알렉시아가 술을 먹고 주사를 부리자 우발적으로 휘두른 폭력에 아내가 사망하자 과거 납치 사건을 연상케 하는 조작을 감행한 것이다. 


그런데 가만. 분명 경찰은 켄에게 알리바이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작가는 독자와 공유한 이 정보를 '거짓'으로 만듦으로써 반전을 만들어 낸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독자와 정당한 게임을 벌이지 않으면서 반전이라고 우기는 것은 3류가 하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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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모으는 소녀 기담문학 고딕총서 4
믹 잭슨 지음, 문은실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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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의 보트 Row-Boat In The Cellar) 한쪽 다리를 저는 모리스는 철물점을 오랫동안 경영하다 퇴직한 뒤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여러가지 일을 한다. 하지만 마음에 꼭 드는 일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실에서 보트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뜻밖에도 너무 매력적이었다. 모리스씨는 하루하루 즐겁게 보트 제작에 매진해 마침내 완성하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보트를 지하실에서 가지고 나갈 방법이 없었다. 얼마 뒤 홍수가 나서 지하실이 물에 잠겼을 때 모리스씨는 비로소 지하실 좁은 공간에서 나마 보트를 탈 수 있었다. 모리스씨는 마을 사람들이 홍수 대비를 위해 쌓는 둑을 조금씩 허물어 마침내 마을에 물난리가 난다. 모리스씨는 보트를 타고 지하 호수로 향한다.


(레피닥터 Lepidoctor) 백스터 캠벨이 휴튼 박물관에서 어마어마한 수의 나비들로 만들어진 거대한 나비를 보고 측은한 마음을 품는다. 캠벨은 골동품점에서 레피닥터의 수술도구를 산다. 수술도구는 나비들을 회생시킬 수 있다고 전해졌다. 캠벨은 나비들을 훔쳐다가 오랜시간 공을 들여 나비들을 회생시키는 데 성공한다. 수많은 나비들은 밀튼이라는 나비 채집자을 둘러싸 그를 조용히 살해한다.


(피어스 자매 The Pearce Sisters) 롤과 에드나는 물에 빠진 남자를 구해준다. 하지만 남자가 깨어난 뒤 롤과 에드나의 못생긴 모습에 놀라 도망을 쳤을 뿐만 아니라 욕까지 했다. 롤과 에드나는 남자를 원래 있어야 할 자리(물에 빠진 그 자리)에 다시 가져다 놓는다. 물에 빠져 죽은 남자를 훈제해서 인형처럼 만든 자매는 그 뒤로도 몇 명의 사내를 훈제해 집에 장식한다.


(외계인 납치사건 Alien Abduction) 어느 무료한 날, 4B 반의 시어도어가 장난쪽지를 돌린다. 화성인이 로어폴드 공원에 상륙했다는 내용이었다. 쪽지는 아이들을 거쳐가면서 사실로 굳어졌고, 얼마 뒤에는 화성인이 보엔 선생을 납치했다는 내용까지 추가된다. 아이들은 시청에 항의 방문을 하고 시청측은 은박지로 둘러싼 버스를 우주선인 양 아이들에게 보여주어 아이들의 분노를 잠재운다.


(강 건너기 Crossing The River) 우드러프 가족은 장의사를 업으로 했다. 어느 날 관을 운구하다 강물에 빠뜨리고 만다. 항의하는 유족에게 우드러프는 고인이 세례받은 흔적이 없어 하늘나라로 가기 전 세례를 시킨 것이라고 둘러댄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Neither Hide Nor Hair) 핀튼 캐리의 아버지는 집을 나갔고 어머니는 핀튼 캐리에게 화풀이를 해댔다. 핀튼은 가출을 한 뒤 개와 친해진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핀튼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우연히 다시 옛집으로 돌아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길을 떠난다.


(뼈 모으는 소녀 The Girl Who Collected Bones) 기네스 젠킨스는 땅 파는 걸 좋아했다. 그러다 뼈들을 발견했는데 따뜻한 느낌이 좋아 수집하기 시작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기네스 젠킨스는 놀라움도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 뼈들 사이에 누워 햇빛과 바람을 느끼며 만족감을 느꼈다.


(은둔자 구함 Hermit Wanted) 자일스와 버지니아 자비스 부부는 부자였다. 그들은 자신의 집 부근에 있는 동굴에 은둔자가 살고 있다면 매우 보기 좋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은둔자를 하나 구해서 그곳에 기거하게 한 뒤 음식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은 은둔자의 존재를 잊게 되었고 음식을 보급해주는 것도 게을리 했다. 은둔자는 알 수 없는 메시지를 부부에게 보내다가 어느 날 부부의 어린아이를 납치해 사라진다.


(잠에 빠진 소년 The Boy Who Fell Asleep) 한 소년이 잠에 빠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다 훌쩍 키가 자란 뒤 깨어난다. 


(단추도둑 The Button Thief) 셀마는 단추 달린 외투를 좋아했다. 어느 날 목장에서 말이 단추를 먹어 버린다. 욕심장이 말이 단추를 뱉어내 겨우 되찾긴 했지만 셀마는 말 울타리에 단추 도둑이 있다는 팻말을 세운다.


작품의 원제는 '열 가지 안쓰러운 이야기 Ten Sorry Tales' 이다. 믹 잭슨은 1960년 영국 출생으로 데뷔작 <언더그라운드 맨> 으로 휘트브레드상과 영국왕립협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언더그라운드 맨>은 노팅엄셔의 한 老공작이 영지 밑으로 터널망을 건설하고 사람들을 피해 터널로만 다니는 이야기인데, <지하실의 보트>와 유사한 분위기를 풍긴다. 

여기 실린 이야기들은 작가가 어렸을 적 경험한 사실과 공상이 결합해 유머나 위트, 공포 등을 자아내는 이야기들로 탈바꿈한 것이다. 원제처럼 아이의 상상력은 어딘지 모르게 안쓰러운 쪽으로 귀결되서  쓸쓸한 정조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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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보우 미스터리 - Goledn Age Mystery 02
이스라엘 장윌 지음, 한동훈 옮김 / 태동출판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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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보우 미스터리>


12월 초 아침, 싸늘한 회색 안개에 싸인 런던의 보우 지구 글로버가 11번지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드래브덤프 부인은 하숙인 콘스탄트를 깨우려고 문을 두드리지만 방문은 열리지 않았다. 아무리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어 불안해진 콘스탄트 부인은 가까이 사는 퇴역 형사 그로드맨을 불러 도움을 청한다. 그로드맨 역시 문을 두드려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육중한 몸을 이용해 문을 부수고 들어간다. 침대에는 목에 깊은 자상을 입은 콘스탄트가 누워있었다. 콘스탄트는 최근 노동운동계에 투신한 젊은이로 마음씨가 따뜻해 동료들의 평가가 매우 좋았고 원한 관계도 없었다. 경찰은 같은 하숙집에 기거하는 식자공 출신 노동운동가 모트레이크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여 체포하지만 그는 알리바이가 있었기에 풀어줄 수 밖에 없었다. 

퇴역 형사 그로드맨이 면밀히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방문과 창문은 안으로부터 잠겨 있었고, 범행에 사용되었을 법한 면도칼 등은 일체 방안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완벽한 밀실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법정에서 치열한 논쟁 끝에 미결로 처리된다. 

그런데 얼마 뒤, 모트레이크가 사귀던 여자 다이몬드와 콘스탄트가 종종 만났다는 목격자가 나타난다.  그녀는 최근 행방이 묘연했다. 경시청의 윔프는 모트레이크의 알리바이 일부가 불확실한 점, 그의 방에서 콘스탄트의 방 열쇠가 나온 점, 밀실의 증거로 여겨지는 방문의 안쪽 빗장이 사실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을 뿐이라는 가정(그로드맨이 부순 것은 손잡이일 뿐 빗장은 살짝 걸쳐져 있다가 문이 열리면서 떨어졌다는 가정)으로 모트레이크를 기소하는 데 성공한다. 법정은 모트레이크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장관의 마지막 실행 명령일이 시시각각 다가온다. 


< 유별난 교수형 >


시컨 부인 집에서 하숙 하는 톰 피터스와 에버라드 록달은 요상한 단짝이다. 톰 피터스는 저널리스트인데 지저분한 실내복을 입고 술과 담배를 즐겼고 늦잠을 자고 일어나 빈둥대는 것이 일이었다. 반면 에버라드 록달은 은행 지배인으로 깔끔한 외모와 멋드러진 수염을 자랑했다.

록달은 클라라 뉴웰이라는 아름다운 아가씨와 약혼한 사이였다. 어느 날인가 록달이 자신의 하숙집으로 클라라를 초대한다. 클라라는 톰의 지저분한 외모에 질색을 하며 록달에게 그의 흉을 보지만 록달은 그저 자신의 친구와 친하게 지냈으면 한다는 말로 그녀를 달랠 뿐이었다.

얼마 뒤, 록달의 은행에서 돈이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록달 역시 행방이 묘연했다. 클라라는 약혼자의 결백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자 톰 마저 록달의 결백을 의심하자 그녀도 무너져 내리고 만다. 그리고 그 즈음 톰에 대한 혐오감도 점차 희미해지면서 오히려 톰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나 두 남녀의 행복한 새 삶은 클라라의 꿈 속에 나타난 록달 때문에 깨지고 만다. 물에 흠뻑 젖어 나타난 록달의 모습에 불길함을 느낀 클라라가 경찰에 신고를 하자 경찰이 톰의 하숙방을 급습해 사라진 돈다발을 찾아낸 것이다. 게다가 강물에서 록달의 시체까지 발견되자 톰은 교수형에 처해지게 된다. 그런데 교수형에 처해지게 된 톰은 "나는 내 자신을 죽였다고 목 매달렸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는데...


이스라엘 장윌은 1864년에 영국 런던에서 유대인 부모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어렸을 적부터 뛰어난 성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었고, 정식 교원 자격을 얻은 뒤 런던 대학에서 세 개의 학위를 받는다. 17세에 풍자 단편소설 <그리머 교수>로 문학상을 받으며 문학을 시작했고, 이후 유대교 주간지와 풍자 주간지를 창간하여 편집장 겸 칼럼니스트로서 글을 썼다.


<빅 보우 미스터리>는 1892년에 연재한 소설로 밀실살인 사건의 고전으로 간주되며, 같은 해 발표한 <게토의 아이들>은 그에게 소설가로서 명성을 가져다 준다.


<빅 보우 미스터리>는 온갖 종류의 밀실살인 수법이 알려진 현대에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히 센세이셔널 한 반향을 일으킨 듯 하다. 사건의 범인은 그로드맨인데, 그는 불가능한 범죄를 실현해 보이겠다는 야망에서 콘스탄트를 살해한다. 그의 수법은 콘스탄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다음 날 오전에 문을 실제로 부수고 들어가 시체를 발견하는 척 하는 것이다. 드래브덤프 부인은 당연히 콘스탄트가 죽었다고 생각하여 시체로부터 시선을 돌리고, 그 사이 그로드맨이 콘스탄트의 목을 그어 살해한다. 


<유별난 교수형>은 일인이역 모티프 소설이다. 톰과 록달은 동일인이다. 톰은 완전범죄 실행 후 클라라까지 챙기려다가 자신이 목 메달린다. 강가에서 발견된 시체는 록달의 옷가지를 훔쳐간 부랑자가 강가에서 사망한 것이다.


우연에 자주 의존하고, 범인의 동기에 공감이 가지 않는 등 추리소설로서 유려한 작품은 아니다. 역자 한동훈은 소설 분량 만큼 해설을 붙여 놓았는데, 작품 해설이라기 보다 그 당시 시대상에 대해 본인이 공부한 바를 딱히 실을 지면이 없어 써놓은 느낌이다. 생뚱맞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307757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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