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밸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북웨일즈의 펨브로크셔 해안 공원 휴게소에서 바네사라는 이름의 대학교수가 실종된다. 남편 매튜는 경찰에게 '개와 산책을 다녀오니 아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진술한다. 자동차 키도 그대로 있었고 핸드백 등 소지품도 그대로 있었다는 남편의 진술은 어딘지 의심스러웠다. 보통 이런 경우 남편이 범인인 경우가 많았다. 경찰은 남편을 의심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사실 그녀는 라이언이라는 불량스러운 청년에게 납치되어 동굴에 감금된 것이었다. 라이언은 데몬이라는 악덕 사채업자에게 빚을 끌어다 쓴 뒤 갚지 못하게 되어 곤란한 처지에 있었다. 만약 데몬의 빚을 갚지 못한다면 라이언은 죽은 목숨이었다. 라이언이 선택한 방법이 바로 납치였다. 바네사를 자신만 알고 있는 동굴에 납치 감금하고 몸값을 받아낸 뒤 풀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라이언은 납치 사건을 벌이기 얼마 전 술집에서 일으킨 상해사건 때문에 체포되고 만다. 라이언은 바네사를 납치해 동굴에 감금해두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으면 그녀가 사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죄가 무거워질 것을 우려해 결국 입을 다물고 만다. 


2년 반의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복귀한 라이언은 다시는 감옥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진다. 전 여친이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성폭행 당했고, 어머니 역시 괴한에게 납치되었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라이언은 데몬의 짓일거라고 어렴풋이 짐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바네사가 어떤 식으로든 동굴을 탈출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강박에 시달린다. 


한편, 바네사의 남편 매튜는 아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세월을 견디다 새로운 여성 지나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지나와의 관계가 점차 진전되던 어느 날, 그들의 주변에서 새로운 납치 사건이 일어난다. 지나의 친구 알렉시아가 과거에 실종된 바네사와 똑같은 형태로 사라진 것이다. 펨브로크셔 해안 공원 휴게소에 알렉시아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차 안에 키와 핸드백 등 소지품이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알렉시아의 남편 켄을 의심하지만 그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었고, 지나가 원래 알렉시아 대신 펨브로크셔 해안에 가기로 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지나의 전 남친도 용의선상에 올리지만 그 역시 혐의를 벗게되어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한편, 이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자 라이언은 또 다시 과거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상기하면서 음울한 상상에 빠지게 된다.


------


1963년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출생인 샤를로테 링크는 1985년 <크롬웰의 꿈, 또는 아름다운 헬레나>로 데뷔한다. <폭스 밸리>는 납치범이 몸값 협상을 벌이기 직전 체포되어 인질이 사망한 뒤 비슷한 범죄가 다시 일어난다는 플롯의 소설이다. 책 표지에는 "우리가 피상적으로 보아 넘긴 인물과 디테일에 주목하라! 그 안에 사건을 풀 열쇠가 들어 있다!" 라고 씌여 있지만, 사실 작가는 독자와 정당한 게임을 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사건의 범인은 알렉시아의 남편 켄이다. 알렉시아와 켄 부부는 겉보기와 달리 쇼윈도 부부였다. 일과 가정 모두를 완벽하게 관리하는 커리어 우먼을 꿈 꾸었던 알렉시아는 사실 점점 망가져 가는 경력과 남편에 대한 불만 때문에 걸핏하면 술을 마시고 독설을 퍼부어대기 일쑤였다. 반면 켄은 변변한 직장도 없이 네 아이를 돌보느라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차였다. 그런 시기에 아내 알렉시아가 술을 먹고 주사를 부리자 우발적으로 휘두른 폭력에 아내가 사망하자 과거 납치 사건을 연상케 하는 조작을 감행한 것이다. 


그런데 가만. 분명 경찰은 켄에게 알리바이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작가는 독자와 공유한 이 정보를 '거짓'으로 만듦으로써 반전을 만들어 낸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독자와 정당한 게임을 벌이지 않으면서 반전이라고 우기는 것은 3류가 하는 짓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3209022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