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광인 1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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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명방은 정조의 종친으로, 약관의 나이에 무과 별시에 합격하여 의금부 도사가 된 인물이다. 그는 뜨거운 충심으로 종묘사직을 보호하는 데 앞장섰으며, 연쇄살인을 여러 건 해결하여 정조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런 그가 최근 스물 다섯 편으로 묶인 금서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금서의 제목은 <열하일기>이고, 지은이는 연암 박지원이다. 박지원은 건륭제의 일흔 번째 탄신일을 축하하는 진하별사의 일원으로 경자년(1780년) 5월 25일 한양을 출발하여 연경과 열하를 주유한 뒤 10월 27일에 조선으로 돌아와 <열하일기>를 지었다. 공맹과 주자의 단조롭고 따분한 문체와 사상에 지쳐있던 조선의 서생들은 <열하일기>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정조는 <열하일기>로 인해 새로운 문체가 난립하는 것을 못마땅해 했다. 정조는 서얼허통 정책을 펴며 <백탑파>를 중하게 썼지만 이 즈음에 이르러서는 문체반정을 꾀하며 <백탑파>의 새로운 사상과 문체를 경계했다. 

정조는 이명방에게 <열하>를 읽으며 모임 갖는 이들을 감시하고 그들의 전모를 파악하여 낱낱이 고하라고 명을 내린다. 하지만 정작 이명방이 <열하>를 읽는 모임의 일원임을 정조는 몰랐을까? 이명방은 자신이 간자 노릇을 해야하는 처지에 떨어진 것에 절망하면서도 왕에 대한 충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명을 받든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후 <열하>를 읽는 모임 구성원들이 하나, 둘 살해되기 시작한다. 범인은 오리무중이고, 증거들은 훼손되어 이명방을 범인으로 지목하기 시작한다. 의금부의 추격을 따돌리지 못하고 마침내 압송되어 갖은 형벌을 받은 이명방은 정조와 독대하길 청하여 단 하루의 말미를 얻는다. 

그러나 유력한 용의자를 잡아 결백을 증명하겠다는 그의 계획은 용의자가 폭사하여 물거품이 되고 만다. 다시 의금부로 돌아온 이명방에게 꽃미치광이 김진이 범인을 잡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후 떠나고, 이명방은 <열하>를 읽은 자가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로 과거 시험장 입구에 세워져 수모를 받게 된다.


<방각본 살인사건>, <열녀문의 비밀>에 이은 <백탑파>의 세번 째 이야기이다. <백탑파>는 정조의 총애를 입었기에 규장각을 근거지로 새로운 사상을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조의 문체반정으로 그들은 붓을 꺾어야만 했다. 자송문을 지어 바치라는 왕의 명에 응하면 자신의 사상을 버리는 게 되고, 응하지 않으면 불충한 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백탑파> 서생들은 "군왕은 군왕의 편일 뿐, 누구의 편도 아님"을 깨닫게 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333427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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