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의 울음 버티고 시리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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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로버트는 최근 뉴욕 생활을 정리하고 랭글리에서 15km 떨어진 험버트 코너스라는 마을로 이사 왔다. '랭글리 항공산업' 직원인 그는 부업으로 새를 그리며 조용히 생활했다.

뉴욕에 있는 아내 니키와는 아직 이혼 전이다. 니키는 화가로서는 신통치 않았지만 자신을 포장하는 일은 잘 했다. 그녀는 비열하고 자기중심적이었기에 조용한 성격의 로버트와 맞지 않았다.

로버트가 제니퍼를 본 것은 우연이었다. 로버트는 그녀가 발산하는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그후 로버트는 때때로 그녀 집 부근을 배회하며 동정을 살폈다. 그런 로버트의 행동이 다른 사람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터였다.

로버트는 제니와 어떻게 해보겠다든가 하는 구체적 계획은 없었다. 게다가 제니에게는 그렉이라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렉은 의약품 외판원이었는데 자존감이 높지 않았고 질투도 심했다.

어느 날, 로버트가 제니의 집을 배회하다 소리를 냈다. 곧 제니가 로버트를 발견한다. 로버트는 제니가 경찰에 신고할 거라 짐작했다. 그리고 그런 일이 벌어져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니는 로버트를 집으로 들게 해 커피를 대접했고, 주변을 배회하는 로버트를 느꼈다고 말했다.

제니는 그렉과 정 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는 로버트에게 자신도 모르게 끌리게 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로버트의 태도였다. 로버트는 제니에게 자신이 아직 이혼 전이라는 것과 정신병력이 있다는 것을 고백했다. 그것은 제니에게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고 이해를 구하기 위함이라기 보다, 자신의 조건과 단점을 열거해 제니를 떨어뜨려 놓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로버트는 제니가 바라는 대로 식사도 하고 스키장에 놀러도 갔지만 동시에 '어떤 약속도 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그렉은 로버트의 존재가 몹시 거슬렸다. 그렉은 로버트의 뒷조사를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로버트의 전 부인 니키와 선이 닿게 된다. 니키는 로버트가 정신병력이 있고, 자신에게 총을 겨눈 적이 있다는 사실 등을 맥락 없이 알려준다.

그렉은 로버트를 제니로부터 떼어내기로 결심하고 로버트를 미행하다 강변에서 격투를 벌인다. 처음엔 그렉이 로버트를 일방적으로 폭행하는 양상이었으나 곧 둘이 엉겨붙어 싸움이 되더니 마지막엔 그렉이 강물에 빠지는 지경에 이른다. 로버트는 그렉을 강변으로 끌어다 놓은 뒤 자리를 뜬다.

그 사건 이후 그렉이 자취를 감춘다. 경찰은 그렉이 실종, 또는 살해되었다 보고 로버트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다. 제니는 로버트의 모호한 태도와 그렉의 실종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다 자살하고 만다. 그녀는 자신의 남동생이 12살 때 뇌척수막염으로 사망한 뒤 때때로 죽음에 매료되는 성향이었다. 그녀의 유서에는 로버트가 '죽음'을 상징한다고 적혀있었다.

사라졌던 그렉이 니키와 공모하여 로버트를 곤란하기 위해 갖은 수작을 벌였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진다. 경찰에 체포되었다가 보석으로 빠져나온 그렉이 로버트, 니키와 한 공간에서 만나게 되고, 곧 다툼을 벌이게 된다. 그렉이 휘두른 칼에 니키가 목을 베이고 로버트가 찔린다. 로버트는 잭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 나타난 잭은 로버트를 범인으로 여기는 눈치였다. 로버트는 맥 빠진 상태에서 현장을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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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는 제니에게 매료되어 그녀의 집을 찾아가 몰래 훔쳐보았으면서도 정작 제니가 다가오자 그녀를 밀어내기 시작한다. 같은 집에서 밤을 보내면서도 그녀의 몸에 손을 대지 않는 로버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어쩌면 로버트는 제니를 '실제 존재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로버트는 단지 환상의 집 속에서 비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이상적인 모델로서 제니를 상정한 뒤 그 상황만 즐겼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낼 온갖 생활상의 문제를 처리할 의지가 로버트에게는 없었기 때문에 로버트는 제니가 다가오자마자 벗어날 길을 궁리한 것이다.

로버트와 제니의 관계는 어쩌면 '험버트 험버트'와 '롤리타'의 관계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환상속에 지고지순한 아름다움으로 존재해야 할 롤리타. 다른 점이 있다면 '험버트 험버트'는 롤리타와 관계를 맺었고, 로버트는 제니와 관계 자체를 맺지 않았다는 점일까.

한편, 병리적 증후는 제니에게서도 강하게 나타난다. 그녀는 자신의 집 주변을 배회했던, 어찌보면 스토커나 다름없는 로버트에게 집착한다. 하지만 로버트는 그녀를 부담스러워했고, 약혼자였던 그렉은 사망했을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자 로버트가 곧 '죽음'을 상징하는 사람이라고 믿게 된다. 결국 그녀는 남동생의 때이른 죽음 이후 줄곧 경도되었던 충동에 굴복하여 생을 마감하고 만다. 동생의 죽음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과도한 죄책감 때문에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막상 불행이 닥쳤을 때 이를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체념적인 태도로 굴복해 버린 것이다.

<올빼미의 울음>은 무척 쓸쓸한 소설이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범죄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병리적인 상황을 집요하게 추적하여 사람과 사람이 과연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우리가 타인을 진정 사랑할 수 있는지 등 본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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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스케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2
도리스 레싱 지음, 서숙 옮김 / 민음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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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인 줄리가 임신을 한다. 그녀는 집을 나와 '가출 팸'에서 생활하다 빈 건물에서 홀로 출산한다. 건물에는 굶주린 개가 있었고, 줄리가 출산을 마치자 후산물을 빠르게 먹어 치운다. 줄리는 아이를 유기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날 저녁 TV에서 유기된 아이가 발견되었는데 간호사들이 '줄리'라고 이름 지었다는 뉴스가 방송된다. 줄리는 다시 집을 나가 데비의 집으로 간 뒤 학업을 마치고, 아이를 다시 데려오는 따위의 상상을 한다.

사뭇 충격적인 <데비와 줄리>는 어딘지 모르게 그녀의 장편 <생존자의 회고록> 테마를 떠올리게 한다.

연이어 카페에서 참새들을 처다보는 노부부, 장애아의 어머니와 사회복지사, 공원과 산부인과의 풍경, 교통체증과 응급실 모습, 지하철과 택시, 기후, 세대 문제 등 다양한 풍경과 주제에 관한 스케치들이 이어지는데 레바논, 일본, 파키스탄, 인도, 독일, 덴마크 등 다양한 인종이 등장한다.

그녀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개인들은 다양한 사회 제도와 정책, 다른 인종들의 생각과 삶에 연계되어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 풍경들에 작가는 <런던 스케치>라는 이름을 붙였다.


열 여덟 편의 스케치가 보여주는 런던은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단편들이 어떤 연관을 갖고 배치되어 있는지 파악하려는 노력보다 '런던' 이라는 테마로 찍은 스냅샷을 죽 훑어 본다는 생각으로 독서하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인 독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런던 크로키>가 더 적합한 제목이 아니었을지...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467206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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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뒤바꾼 못 말리는 천재 이야기
김상운 지음 / 이가서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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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지구촌 리포트> 앵커 김상운이 역사적 인물들의 뒷 얘기를 엮은 책이다. 저자는 최대한 많은 자료를 참고하여 고증된 내용을 썼다고 하나, 읽어보면 출처 표기가 거의 없고 상식적으로도 진위가 의심되는 대목이 많다. 또한 한 사람의 인생을 몇 가지 인상적인 문구의 틀 안에 가두는가 하면, '세계 3대 OOO'따위 근거 없는 순위 놀이도 반복적으로 하는 등 여러가지 흠결이 많다.

집 전화번호도 못 외우는 남자 알버트 아인슈타인(1879~1955)

광전효과 연구와 이론물리학에 기여한 업적으로 192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상대성원리를 발견해 뉴턴과 함께 현대 물리학의 양대 거두로 불림

영국 캠브리지대의 배런-코힌 교수와 옥스퍼드대의 연구팀은 그가 가벼운 형태의 자폐증인 애스퍼거 증후군을 앓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간단한 전화번호 조차 못 외웠고, 집도 잘 못 찾았다고 하며 수많은 여성과 바람을 피웠다.

한편 1920년대부터 시작된 시온주의의 강력한 지지자였는데, 1952년 이스라엘 2대 대통력직을 제의받은 특이한 이력도 있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사람 아이작 뉴턴(1642~1727)

영국의 물리학자, 천문학자. 수학자. 땅에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중력의 법칙 발견. <광학(1704)>,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프린키피아, 1687)> 등 저술

영국 캠브리지대의 배런-코힌 교수와 옥스퍼드대의 연구팀은 그가 전형적인 애스퍼거 증후군 환자라고 분석했는데 첫째, 다른 분야에는 별 관심이 없으면서 특정한 지적 분야에 집착적으로 강한 흥미를 보인 점, 둘째, 사교성이 없는 점, 셋째,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점 등을 지적했다.

그는 특이하게도 과학자이면서 신학자이기도 했는데 성경 해독, 특히 요한계시록의 해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결과 세계의 종말은 대규모 유행병과 화재, 선과 악간의 대결전(Armageddon), 사악한 자들에 대한 파괴와 영원한 저주를 거쳐 2060년 마침내 닥치게 된다고 했다. 그런 다음 예수의 재림(The Second Coming of Christ)이 실현되고, 성인들이 천년간 지구를 다스린다고 주장했다.

동물을 더 사랑한 대인공포증 환자 제레미 벤담(1748~1832)

공리주의 철학을 창시한 영국의 철학자. 법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 <정부론 소고(1776)>, <도덕과 입법의 원리 서설(1789)> 등을 저술

벤담은 어린 시절 다리 근육이 발달되지 않아 집 안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지 못하고 기어서 올라가곤 했다. 이런 이유로 극도로 부끄럼을 탔고 결국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다. 그러다 보니 사람 대신 동물을 친구로 삼았다.

그가 주창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도 어쩌면 그의 지나치게 섬세한 성격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귀먹고도 오히려 행복해 한 발명가 토마스 알바 에디슨(1847~1931)

백열전등, 축음기, 영화 촬영기 등을 만들어낸 미국의 발명가

에디슨은 비듬투성이에 꾀죄죄한 사나이로 성홍열을 앓고 나서 청력을 상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데없는 잡담에 귀를 기울일 필요도 없고, 정신을 집중하기도 좋다', '아이디어가 잘 떠오른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다. 그는 아내와 대부분의 대화를 모르스 부호로 했고, 책도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브라유 점자책을 더 좋아했다고 한다.

한순간도 쉬지 못했던 행동중독증 환자 알렉산더 대왕(재위 BC 336~323)

그리스, 이집트,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 칭기즈칸, 나폴레옹과 더불어 세계 3대 영웅으로 꼽힘

알렉산더는 홧김에 휘하 맹장 클레이투스 장군을 찔러 죽이는가 하면 의심 가는 사람은 모조리 살해하는 기행을 일삼았다. 후세 역사가들은 이런 알렉산더 대왕이 행동중독자(action-holic)이자 조울증 환자였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는 하루라도 전쟁을 하지 않으면 우울감에 빠졌다.

세 시간 이상 잠들지 못했던 조울병 환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869~1821)

유럽대륙을 정복했던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은 전형적 조울증 증세를 보였다. 조울증 환자는 기분이 상승할 땐 피로, 고통, 배고픔을 모른다. 불가능도 없고, 모든 게 장밋빛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두뇌에서 쾨감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두뇌 회전이 빨라지고 잠도 적게 잔다. 한편, 광적으로 몰두하던 일이 빗나가거나 잘못되면 일순간에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들거나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나폴레옹의 키가 작았던 것은 아니다. 그의 키는 167.6cm로 1800년 당시 프랑스 성인남성들의 평균 신장 164.1cm보다 3cm 이상 더 큰 수치였다. 그의 키가 작았다는 주장은 1피트의 길이가 프랑스에서는 다르기 때문이다.

마취도 없이 팔을 잘라 낸 독종 호레이쇼 넬슨(1758~1805)

1805년 트라팔가 해전에서 승리. 나폴레옹의 영국침략을 막고, 10여 년간 영국의 해상지배를 확립한 해군 사상 최고의 명장

넬슨은 포도탄에 팔을 맞아 절단했고 포탄 폭발로 오른쪽 눈 시력도 상실했다. 그는 물불 가리지 않는 성미로 유명했는데 상관의 명령에 불복하며 "I have only one eye. I have a right to be blind sometimes. I really do not see the signal" 이라고 눙친 일화가 있는데 영어 숙어 "Turn a blind eye"가 여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돈키호테도 울고 갈 멕시코의 허풍쟁이 산타 아나(1794~1876)

멕시코 독립전쟁의 영웅으로 대통령 5회 역임. 미국과의 전쟁에 패해 멕시코 영토 1/3을 넘겨줌

산타 아나는 싸울 때마다 지는 자칭 '서반구의 나폴레옹' 이었는데, 미군이 산타 아나를 생포해 놓고도 그가 도망치도록 유도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가 멕시코군을 이끌수록 전쟁은 미국에게 오히려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산타 아나가 이끄는 멕시코가 패전하면서 1848년 미국과 멕시코는 과달루페 이달고에서 평화조약을 체결했고, 그 결과 텍사스, 캘리포니아, 네바다, 유타, 콜로라도 등 영토의 1/3이 미국에게 넘어갔다. 게다가 1853년에는 천만 달러에 현재의 애리조나 주와 뉴멕시코 남부지역까지 미국에 팔아 넘긴다.

가는 곳마다 살인을 자행했던 살인마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1~1506)

이탈리아의 탐험가로 아메리카를 발견

콜럼버스는 인디언 학살을 맨 처음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사실 북미 대륙을 보지도 못했고 산살바도르와 아이티, 푸에르토리코 등 서인도 제도의 섬을 발견했을 뿐이다.

술 담배 없이는 살 수 없었던 알코올중독자 윈스턴 처칠(1874~1965)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총리로 전쟁 승리의 주역. 회고록 <제2차 세계대전>으로 노벨문학상 수상

처칠은 외교적 결례를 불사하고 술과 담배를 즐겼다. 과학자들은 처칠이 조울증을 앓았다고 분석했는데, 처칠이 잠도 거의 자지 않은 채 놀라운 집중력을 보인 점이나 '전쟁의 스릴만큼 짜릿한 건 이 세상에 없다'고 발언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그는 술과 담배에 중독된 결과 1953년 뇌졸중, 1965년 대뇌혈전증에 걸린다.

무대를 좋아했던 댄스 가수 지망생 네로(AD 37~68)

로마 제국의 5대 황제(재위 AD 54~68). 17세에 즉위 직후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의 조언에 따라 세금감면, 정치범 석방 등 어진 정책을 폈으나 점차 폭정을 일삼음

네로의 생모 아그리피나는 권력에 눈 먼 여인으로 삼촌 클라우디우스 황제에게 접근해 네 번째 부인이 되는데 성공한다. 그녀는 독살전문가 로쿠스타를 통해 클라우디우스를 독할하고 네로를 황제로 추대한다. 하지만 황제가 된 네로는 이복동생 브리타니쿠스를 독살하고 이후 어머니인 아그리피나도 해치운다.

폭정을 일삼던 네로는 로마에 대형화재가 발생하자 불타는 로마를 구경하며 노래를 했고, 화재의 책임을 기독교도에게 돌렸다.

AD 66년 말 로마를 떠나 그리스를 돌며 순회공연을 하던 네로는 반란이 일어나자 자살한다.

공포의 기마대, 치고 빠지기의 명수 칭기즈칸(1206~1227)

몽고 이름은 테무진. 몽고를 통일한 뒤 유라시아에 걸친 인류역사상 최대 제국 건설. 출생연도는 1155년, 1162년, 1167년 등으로 정확치 않다.

칭기즈칸은 60%는 경기마대, 40%는 중기마대로 군대를 편성하고 기동력을 앞세워 대제국을 건설한다. 서유럽만이 몽고의 침략을 면하는데 칭기즈칸의 아들로 몽고제국의 2대 황제 오가타이의 사망 덕분이었다.

몽고대법전에 따르면 여성납치와 강제결혼, 고문, 재산이나 가축 도둑질을 금지하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며, 인종에 관계 없이 의사, 과학자, 기술자, 외국어 능통자 등 특기를 가진 사람을 회유하고 우대하는 조치를 취했다.

거구의 폭탄주 마니아 표트르 1세(1672~1725)

러시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황제. 영토를 크게 확장해 러시아를 유럽열강반열에 올려놓았고,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김

표트르대제는 러시아 역사상 가장 키가 큰 황제로 2.04m였다.(당시 평균키 155cm) 그는 서유럽 선진국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좋은 점을 무조건 흉내라도 내야 한다고 믿었으며 터키, 스웨덴과 싸워 영토를 대폭 확장했다. 하지만 아들이 굼뜨다는 이유로 고문 끝애 죽게 만들고, 충치환자들의 충치를 자신이 직접 뽑고 다녔다. 또한 남의 정부를 빼앗아 황후로 삼는 등(예카테리나 1세) 기행을 일삼았다.

강물에 걸어 들어가 죽은 우울병 환자 버지니아 울프(1982~1941)

영국의 소설가. 주요작품은 <항해>, <세월>, <올랜도>, <등대로>, <밤과 낮> 등

버지니아 울프는 평생 조울증에 시달렸다. 상승무드 땐 사흘간 밤낮 수다를 떨거나 소설을 썼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렸다. 당시 조울증에 관한 치료법은 전무한 상태였다. 결국 그녀는 주머니를 돌멩이로 채운 뒤 강물로 걸어들어가는 방식으로 자살한다.

변기에 총질을 해댄 다혈질의 소유자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

미국의 소설가. 1954년 노벨 문학상 수상. <노인과 바다(1952)>, <무기여 잘 있거라(1929)>,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0)> 등의 명작을 남김

헤밍웨이의 어머니는 그가 갓 태어났을 때부터 여자 옷을 입고 다니도록 했다. 18개월 먼저 태어난 누나와 함께 여자 쌍둥이로 간주해 버렸던 것이다. 그가 어른이 되어서도 늘 남성다움을 과시하려 들었던 것은 이런 어린 시절에 대한 반발이자 반작용이 아니었을까.

그가 작가로서 명성을 얻은 후 비행기 추락사고를 두 차례 겪고, 산불로 화상을 입는 등 불행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우울증이 도졌고 폭음으로 심사를 달랬다. 1960년을 전후한 말년에 극심한 편집증세를 보이던 헤밍웨이는 1961년 7월 머리에 산탄총을 발사해 자살한다.

입에 욕을 달고 산 천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주요작품으로 <피가로의 결혼(1786)>, <돈 조반니(1787)>, <마적(1791)> 등

모차르트의 편지나 가사에는 똥, 오줌 등 배설물과 방귀에 대한 글로 가득 차 있다. 1992년 내분비학 권위자 벤자민 심킨 박사는 그가 뚜레트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배설물 등 더러운 것들을 글로 써 놓고 싶어하는 강한 충동(coprographia)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또 어떤 과학자들은 모차르트가 강박신경증(obsessive compulsive disorder) 환자였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왕족도 무시한 천상천하 유아독존 루드비히 반 베토벤(1770~1827)

독일 본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죽음. 주요작품은 <영웅교향곡(1804)>, <피아노협주곡 제5번(황제)(1809)> 등

베토벤은 괴팍한 성격과 오만한 태도를 지닌 사람이었다. 그는 황제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질투심도 대단했다. 베토벤의 이런 괴팍한 성미는 어린 시절의 각박한 가정환경에서 비롯되었다는 분석이 있다. 그의 아버지는 술주정뱅이로 베토벤에게 스파르타식 피아노 레슨을 시켰다. 또 음악 외의 교육은 전혀 시키지 않았다. 이런 영향으로 베토벤은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귀머거리가 된 뒤 조울증과 폭음에 시달리던 그는 56세의 나이에 사망한다.

지독한 일중독증 환자이자 완벽주이자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함께 르네상스 3대 작가로 꼽힘. 주요작품으로 <다비드 상(1504)>, <최후의 심판(1541)> 등

미켈란젤로는 인류역사상 가장 못생긴 예술가 중 하나였다. 그는 몹시 내성적이고 우울한 성격이었으며 명성을 얻은 뒤에도 사교 생활을 기피했다. 그러면서도 남들로 부터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면 화를 폭발시켰고 미묘한 감정은 잘 표현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그가 가벼운 자폐증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한다.

인체 해부를 위해 무덤을 뒤진 사내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

르네상스 시대의 이태리 화가, 조각가.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으로 유명

레오나르도의 부모는 정식 결혼을 하지 않은 사이였고, 의붓어머니도 넷이나 있었다. 그가 그림을 배우게 된 것도 사실 이런 가정환경과 적자가 아닌 서자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귀족 자녀들은 예술을 직업으로 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결벽증 환자였고, 철저한 채식주의자였다. 또한 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지냈다.

고독했던 미치광이 고흐(1853~1890)

네델란드의 화가로 <감자 먹는 사람들(1885)>, <해바라기(1888)>, <가셰 박사의 초상(1890)> 등을 그림

평생 동안 고흐는 무려 20,000점에 달하는 그림을 그렸지만 그 중 팔린 그림은 단 한 점 뿐이었다. 그는 평생 정신병에 시달렸는데 귀 아랫부분을 잘라 창녀에게 선물하는가 하면 권총을 빌려 배에 쏘는 자해를 하기도 했다. 그의 나이 37세에 사망.

못 말리는 바람둥이 파블로 피카소(1881~1973)

20세기 최고의 화가. 입체파 미술의 창시자.

피카소가 그린 초상화나 사진들은 대개 그와 함께 살던 여인들이 대상이었는데 7명 가운데 2명은 자살했고, 2명은 정신이상자가 됐으며, 1명은 젊어서 요절했다. 그는 광적인 남성우월주의자로 어릴 때는 독서장애증(dyslexia)을 겪었다. 또한 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많다.

세계 최고의 패션 리더 클레오파트라(69~30 BC)

이집트를 통치한 그리스 왕가의 마지막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당나귀 젖으로 목욕을 하고 몸에 난 털은 모두 뽑았다. 그는 지략이 뛰어났고 남자를 잘 홀렸는데 시저, 안토니우스가 그녀에게 유혹당했다. 후대 역사가는 클레오파트라가 시저와 안토니우스를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미모 때문이 아니라 탁월한 지략과 설득, 그리고 이집트의 부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아름답다는 소리는 안 들어도 좋아 엘리자베스 1세(1533~1603)

45년간의 재위. 스페인의 무적함대 격파. 동인도 회사 설립. 중상주의 정책으로 영국을 유럽 최강국으로 키움

엘리자베스의 아버지 헨리 8세는 폭군이었다. 그녀가 두 살 때 어머니가 목이 베었고, 8세 때는 계모가 처형 당했다. 그녀는 4명의 계모 눈치를 보며 공포와 악몽 속에 성장했다.

여자라서 희생양이 된 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

약 20년간의 사치한 생활로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됨

마리 앙투아네트는 오스트리아의 황후 마리아 테레사가 가장 총애했던 딸이었다. 그녀는 19세에 프랑스 왕 루이 16세와 결혼했다. 루이 16세는 왕비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몹시 싫어했으므로 그녀는 사교에 전념했다. 그녀에게 파티와 유희가 유일한 낙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억울한 면이 있었으니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에 가기 전 프랑스는 이미 파산 상태였고,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 역시 그녀의 소행이 아니었다. 또 "빵이 없으면 케이크 먹으면 되지"라는 말도 그녀가 한 말이 아니라 프랑스 철학자인 장 자크 루소가 <참회록>에서 쓴 말이다.

무능한 남편 죽이고 황제가 된 여걸 예카테리나 대제(1729~1796)

표트르 대제와 더불어 러시아의 영토를 크게 확장시키고 유럽 강국으로 만든 여황제

예카테리나 대제의 남편 표트르는 약간 모자란 사람이었다. 그는 프로이센과 7년 전쟁(1756~1762)에서 빼앗을 땅을 조건 없이 돌려주려 하거나, 러시아 정교를 핍박하는 등 실정을 거듭하다가 예카테리나에 의해 제거된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건설한 철의 여왕 빅토리아 여왕(1819~1901)

영국 왕실 사상 가장 긴 64년간(1837~1901) 통치. 의회제도와 자본주의를 정착시키고 산업혁명을 완수, 세계 최강의 나라를 건설함.

사실 빅토리아의 여왕은 남편 엘버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는 명철한 두뇌의 소유자로 복잡한 행정문서도 거뜬히 처리했다. 하지만 그는 기가 약해 빅토리아 여왕에게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고, 42세의 젊은 나이에 위암으로 사망한다. 남편이 죽자 빅토리아 여왕은 여생을 검은 옷을 입은 채 남편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냈다. 빅토리아 여왕시대를 상징하는 엄격한 사회적 규범, 성적인 절제, 강한 가족관, 신앙생활 등은 이렇게 해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틀니 발전에 공헌한 충치 대장 조지 워싱턴(1732~1799)

미국의 독립전쟁 때 대륙군 총사령관을 지낸 건국의 아버지. 초대 대통령(1789~1797)

그가 취임할 때 성한 이는 단 한 개 였고 공식 석상에는 입에 솜을 넣고 참석했다. 조지 워싱턴을 소개하는 위인전에는 그가 손도끼로 벚나무를 쓰러뜨린 후 솔직히 고백한 일화가 소개되는데 이는 전기작가 파슨 웜즈(Parson Mason Weems)가 꾸며낸 사건이다.

지고는 못 사는 싸움 대장 앤드루 잭슨(1767~1845)

미국의 제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은 1851년 뉴올리언스 전투에서 영국군을 무찔러 영웅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는 결투로 상대방을 죽인 것으로 유명하며 민주당의 상징 당나귀를 만들기도 했다.

성질이 장난 아니었던 성질 대장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

미국의 16대 대통령.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분단을 막고 노예를 해방시킴

링컨은 키가 190cm로 역대 미국대통령 중 최장신이었다. 그는 평생을 정념 없이 결혼 생활을 이어 나갔다. 그는 우울증을 앓았는데 가족 대부분이 요절한 환경 탓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예제도와 관련해서는 링컨 역시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전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예해방의 결실이 맺어졌다.

총 맞고도 연설 강행한 쇼맨십 대장 시어도어 루즈벨트(1858~1919)

미국의 제26대 대통령. 파나마운하 건설 개시. 러일전쟁 중재로 노벨 평화상 수상.

루즈벨트는 어렸을 적 천식을 심하게 앓았다. 그의 훌륭한 체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진 결실이었다. 그는 미국 역사상 대통령을 세번 한 것으로 유명한데 3선 출마 시 정신이상자의 총격을 받았으나 1시간 반 동안 연설을 한 뒤 병원에 실려간 일화가 잇다.

150kg의 거구, 체중과 함께 불린 국력 윌리엄 태프트(1857~1930)

미국의 27대 대통령(1909~1913). 달러외교의 창시자. 필리핀 총독(1901~1903)

우리가 아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그 태프트이다. 작가의 역사의식 빈곤을 여지없이 드러낸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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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탐정 버티고 시리즈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윤철희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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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L.A.에 위치한 사설탐정 엘비스 콜의 집 앞에서 연인 루시의 아들 벤이 납치당하는 사건이 발생난다. 콜이 루시와 전화 통화를 하는 잠깐 사이에 범인들이 집 밖에 나온 벤을 데려간 것이다. 범인들은 엘비스 콜과 루시의 동선을 파악하고 여러날 잠복한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괴범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범인은 자신이 벤을 데리고 있다면서 대뜸 'Five-Two'를 들먹였다. 그리고 '네가 한 짓에 대한 복수'라고 덧붙였다.

콜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Five-Two'는 베트남전 당시 콜이 레인저 부대 순찰부호였다. 그의 소대는 작전에 투입되었다가 적의 매복에 당한적이 있는데, Five Two를 들먹이며 복수 운운한다는 것은 콜을 원망하는 소대원이라는 얘기였다. 하지막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콜의 소대는 그를 제외하고 전멸했기 때문이다.

LA 경찰 청소년과가 수사를 개시하고 콜의 개인적인 조사를 못마땅해 한다. 게다가 루시의 전남편 리처드가 자신의 회사 보안 담당자 마이어스를 대동하고 나타나 콜을 비난하는 한편 수사에 사사건건 개입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콜은 유괴사건이 자신의 과거에서 기인했을지도 모른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추리를 거듭한 끝에 자신의 군 근무 기록을 누군가가 입수해 유괴의 명분으로 삼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마이클 팰런이라는 델타포스 출신과 그를 추종하는 전범자들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상황에서, 콜은 자신의 군 근무 기록을 부정한 방법으로 입수한 자가 유괴의 배후일 것이라 판단하여 해병대 출신 파트너 파이크와 함께 조사를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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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은 베트남전 참전 당시를 거듭 회상하며 자신에게 원한 품을 만한 부대원이 있었는지 따져본다. 부대원이 모두 전사한 뒤 미국으로 돌아온 콜의 처신은 성실했고, 유족들은 콜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그 선한 행동들과 유족들과의 유대 덕분에 콜은 미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콜은 유괴범이 자신의 군 기록을 바탕으로 낚시질 한 것에 불과하다고 대범하게 추측한 뒤 군 기록을 열람한 자를 추적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경악할만 했다.

유괴범의 배후가 벤의 아버지 리처드였던 것이다. 그는 콜을 못마땅하게 생각했고, 언젠가 루시와 벤이 콜 때문에 흉한 일을 겪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콜의 군 기록을 입수한 뒤 친아들의 가짜 납치를 기획한 것이다. 납치가 콜의 과거 문제에서 기인했다는 식으로 끌고가면 루시는 그와 헤어질 결심을 할 것이었다.

하지만 가짜 납치를 의뢰한 마이클 팰런이 폭주해 리처드에게서도 몸값을 받으려 하면서 리처드는 가짜 납치 계획에서 통제권을 잃어버리게 된다.

마이클 크레이스는 TV 시리즈 각본가로 유명한데 <힐스트리트 블루스>, <캐그니와 레이시>, <마이애미 바이스>, <L.A.Law> 등이 그의 작품이다.

<마지막 탐정>은 엘비스 콜과 조 파이크 콤비가 활약하는 시리즈 물인데, 지극히 미국적인 상황 설정과 사실적인 묘사, 현실적인 결말이 인상적이다.

사건이 모두 해결된 뒤 루시는 콜에게서 떠나간다. 안 좋은 기억을 공유한 연인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기 보단 헤어짐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콜은 LA 경찰 청소년과의 스타키 형사의 구애도 거절한다. 상처를 많이 입어본 사람은 상처가 자가 치유되기 전 새로운 관계를 맺지 않는 법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46097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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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
이언 뱅크스 지음, 이예원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캐머런 콜리는 컴퓨터, 게임, 마약, 술, 담배, 불륜과 자위에 중독된 기자다. 그가 써내는 기사는 자본주의의 폐해나 권력의 부패를 고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는데, 어느 정도 정의감을 기저에 깔고 있었다.

그런 그가 최근 ARES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의 죽음을 파헤치고 있다. 총 다섯명의 사람들이 길게는 6년 짧게는 4년 전에 이 세상을 하직했는데, 그들 모두 원자력 산업이나 안보 기관과 줄이 닿아 있었던 사람이었고, 이라크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한 흔적이 있었다.

제보자는 그들이 모두 '자살당한 것'이라 암시했다. 내용의 중요도와 도청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캐머런에게 특정 공중전화를 지정하여 그곳에서 전화를 받는 방식으로 제보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캐머런은 그의 제보가 매우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한편, 캐머런이 제보전화를 받는 즈음 영국 내에서 연쇄 살인이 발생한다. 부도덕한 신문사 편집장은 꼬챙이에 꿰어 살해당했고, 강간범 처벌에 관대했던 판사는 강간당한 뒤 죽음을 당한다. 아동 포르노 상인은 혈관에 정액을 주입당했고, 이란-이라크전 참사에 무감했던 자는 분수처럼 핏물을 뿜으며 사망했다. 또, 안전보다 이윤만 중시해 인명 피해를 발생시킨 뒤 보상금 지급을 거절했던 자는 폭사 당했다.

경찰은 사건을 추적하던 끝에 유력한 용의자로 캐머런을 지목한다. 공교롭게도 살인이 일어나던 시점에 캐머런은 제보자가 요구하는 장소에 가서 전화를 받거나, 그가 조사를 권유하는 장소에 갔던 탓에 알리바이가 없었다. 처음엔 상황을 장난처럼 받아들이던 캐머런도 차츰 자신이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사촌형인 앤디를 통해 알리바이를 입증하려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앤디와의 추억을 떠올리던 캐머런은 잊고 있었던 기억을 소환하게 된다.

앤디와 캐머런은 사촌지간으로 어렸을 적 한 동네에서 자랐다. 한번은 앤디가 얼음물에 빠지는 사건이 있었다. 캐머런은 공황에 빠져 집으로 도망치지만 다행히 앤디는 다른 사람에게 구조되어 살아나게 된다. 캐머런은 자신이 도망쳤다는 사실을 몹시 부끄러워 했다.

얼마 뒤 뒷산에서 놀던 앤디와 캐머런은 경찰을 사칭하는 변태성욕자를 만나게 된다. 변태성욕자는 앤디를 강간했고 캐머런은 도망쳤다. 하지만 과거 도망쳤던 기억이 떠올라 다시 범행장소로 간 캐머런은 변태성욕자의 머리를 나무로 내려치고, 몸이 자유로워진 앤디는 그 자의 머리를 거듭 가격하여 끝내 사망에 이르게 한다. 둘은 변태성욕자의 시체를 폐공장 굴뚝 안에 유기한다.

이 사건을 떠올린 것을 계기로 캐머런은 앤디가 이번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포클랜드 전쟁에 참전했다 돌아온 앤디가 자경단 노릇을 했던 것이다.

경찰에서 풀려난 캐머런은 앤디에게 납치된다. 모든 사정 설명을 해준 앤디가 캐머런에게 자신을 신고할 기회를 주지만 캐머런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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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의 폐해에 대해 신랄한 시각을 갖고 있는 누군가가 J.D.셀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과 마틴 에이미스의 <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 노트>를 버무려 한 권의 소설을 만든다면 <공범>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작가 이언 뱅크스는 이언 M.뱅크스 라는 또 다른 필명으로 SF 소설 시리즈를 발표하기도 하는 작가다. 1984년 <말벌공장>으로 엄청난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데뷔했는데, <공범>은 전통적인 소설 작법에서 벗어나 독자를 범행의 목격자로 만드는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소설은 시작하자 마자 살인범이 누군가를 차분히 죽여나가는 것을 독자가 지켜보도록 강제한다. 독자는 아직 살인범 편을 들어야 할지, 피해자 편에 서야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살인이 반복될수록 피해자들이 아동포르노 제작자,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자본가, 자본에 기생하는 언론인 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살인범을 막연하게나마 응원하게 된다.

이제 문제는 살인범의 편에 서느냐, 피해자를 응원하느냐가 아니다. 어딘지 꿈과 같은 살인범의 행동과 별개로 진짜 주인공이자 현실적 인물인 캐머런이 살인범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이 때 작가는 캐머런와 앤디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일들을 보여준다.

변태성욕자에게 강간당했지만 시스템과 법을 통해 정당한 방법으로 복수할 수 없었던 어린 캐머런과 앤디가 성장한 뒤 어떤 길을 걷게 되는지를 보여 주면서 작가는 다소간 해피앤딩으로 소설을 마무리 짓는다.

작품은 2000년 조니 리 밀러 주연, 가빈 밀러 감독으로 영화화 되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456048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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