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지 않음, 형사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홍콩섬 웨스턴 서덜랜드가에 위치한 둥청아파트에서 잔혹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살인사건의 내막은 이랬다. 정위안다라는 가정 있는 남자가 1년 전 한 술집 여종업원을 알게된 뒤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다.

술집 여종업원의 남편은 린젠성이라는 폭력적이고 성격 급한 사내로, 별명이 '귀신'이었다. 린젠성은 아내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자 정위안다의 집을 찾아가 정위안다 뿐 아니라 그의 아내 뤼슈란까지 칼로 찔러 살해했다. 뤼슈란의 뱃 속에는 아이가 있었다. 다행히 딸 정융안은 이모 뤼후이메이 집에 가 있었던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린젠성의 지문이 발견되어 경찰은 그를 유력 용의자로 수배했다. 하지만 린젠성은 경찰 추격을 피해 차량을 탈취한 뒤 인도로 돌진하는 등 막무가내로 도주하던 끝에 사망 8명, 부상 5명이라는 참사를 기록한 뒤 자신도 사망하고 만다.

숙취에서 깨어난 형사 쉬유이는 경찰서로 갔다가 자신이 6년 동안의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현재를 2003년이며 둥청아파트 살인사건을 수사중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이 2009년 3월 15일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수사중이던 둥청아파트 사건은 6년 전 이미 해결이 끝난 사건이었다.

단기 기억상실에 걸린 것을 깨달은 쉬유이에게 시사정보지 FOCUS의 루친이 기자가 인터뷰 약속을 했었다며 찾아온다. 둥청아파트 사건은 최근 영화로 제작되면서 다시금 재조명 되고 있는 중이었다. 이에, 당시 피해자의 언니 뤼후이메이를 수사에 참여했던 쉬유이 형사와 함께 인터뷰한다는 기획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뤼후이메이를 인터뷰 하고, 린젠성의 아내 리징루를 만나는 등 과거 사건을 재구성하는 동안 쉬유이는 린젠성이 범인이 아닌 것 같다는 강한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발견되는 증거들도 린젠성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었다. 린젠성은 정위안다를 만나기 전 후 어르신이라는 사람과 다툼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후 어르신을 홧김에 때린다거나 하지 않았다. 또 계획된 범죄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장갑을 끼지 않았다. 여기저기 지문을 남기는 계획 범죄가 있을까? 게다가 그는 당일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칼을 쥐기가 수월치 않았다는 점도 밝혀진다. 과연 그가 진범이 맞을까?

그 시점 옌즈청이라는 인물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는 린젠성의 절친이었는데 직업은 스턴트맨이었다. 쉬유이는 옌즈청의 뒤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둥청아파트 사건에 깊이 개입된 증거들을 찾게 된다.

------

찬호께이는 1970년에 홍콩에서 태어나 홍콩 중문대학 컴퓨터학과를 졸업했다. 저우하오후이, 히가시노 게이고 등과 같이 공과대학을 졸업한 뒤 미스터리 소설 작가의 길에 접어든 케이스이다.

찬호께이는 홍콩 국내 보다 타이완, 일본에 인정을 받아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는데 <잭과 콩나무 살인사건>으로 제6회 타이완추리작가협회 공모전 결선에 진출했고, 2009년 <푸른 수염의 밀실>로 제7회 공모전에서 1등을 한다. 본작인 <기억나지 않음, 형사 The Man Who Sold the World>는 제2회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구성에 상당한 공을 들인 본작은 뇌의 기능과 관련한 신뢰도를 문제 삼는다. 기억상실, 이중인격 등을 십분 활용한 본작은 따라서 수수께끼 풀이 보다 서술 트릭과 구성에 힘을 쏟는다. 각각의 트릭은 모두 이중으로 직조되어 있다.

작중 화자인 쉬유이는 사실은 옌즈청이다. 그는 2009년 현재 둥청아파트 살인사건 소재 영화에서 쉬유이로 캐스팅되어 작품에 몰입해 있는 상태이며, 본래 약간의 기억상실 증세가 있다 보니 자신이 쉬유이이고, 현재 2003년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한편, 진범은 자신을 뤼슈란이라고 착각한 뤼후이메이이다. 뤼후이메이는 동생 뤼슈란을 부러워한 나머지 이중인격을 띄게 되었다. 즉 뤼슈란이 되고 싶은 뤼후이메이가 된 것이다.

자신이 뤼슈란이라고 믿게 된 뤼후이메이는 자신의 남편(사실은 매부)이 언니(사실은 동생 뤼슈란)와 바람을 피워 언니의 애를 가졌다고 오인한다. 그래서 진짜 뤼슈란을 죽인 뒤 뤼후이메이 행세(사실은 행세할 필요 없이 원래 뤼후이메이임)를 한 것이다.

같은 작가가 2014년에 발표한 <13·67>이 홍콩 역사에 기반하여 큰 호흡으로 써내려간 작품이라면, 본작은 다소 실험적이고 유희적인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