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 향기
서하진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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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진의 세 번째 소설집으로 주인공들 모두가 일탈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그 일탈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한 적극적인 몸짓이 아니다. 지극히 진부하고 개인적인 일탈에 침잠하는 그들은 운명에서 잠깐 비껴 서 있기 위해, 잠시나마 숨을 쉬기 위해 그런 행동에 골몰하는 듯 보인다. 그래서 그들은 남편이나 불륜상대가 배신하더라도 놀라지 않는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이다. 그래서 그들의 불륜에서는 정념을 찾아볼 수가 없다. 마치 상대 따윈 상관 없다는 듯이.

<라벤더 향기>의 여자는 바람을 피우고 있다. 어느 날 불륜 상대가 여자의 차를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냈다. 목격자가 경찰에 제보했고, 경찰은 차 번호 일부를 근거로 여자와 여자의 남편을 조사한다. 목격자에 따르면 운전자는 남자였다 하고, 남편은 알리바이가 있었으므로 조사는 쉽게 종결된다.

얼마 뒤 여자의 불륜 상대는 이사간다. 그 집 주인은 여자에게 '전에 살던 남자가 여자관계가 복잡했던 듯 하다'며 남자가 사용했던 침대에서 발견된 목걸이를 언급한다. 여자의 목걸이는 아니었다.

여자는 거짓 교통사고를 제보하고, 조화에 뿌린 라벤더 향기 따위에 취한다.

<모델하우스>의 여자는 꽃가게에 찾아오는 남자가 안쓰러웠다. 남자는 꽃을 샀지만 그 꽃을 받을 상대편은 남자쪽을 바라봐 주지 않았다. 남자는 꽃가게에 때때로 책을 두고 갔고, 여자는 그 책을 읽었다.

남자가 골몰하던 대상이 떠나고, 꽃가게 여자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여자는 열심히 돈을 모아 마침내 자기만의 집을 계약할 정도의 통장잔고를 갖게 된다.

남편 몰래 모델하우스에 갔다가 여자는 남편이 과거에 골몰하던 대상과 모델하우스 구경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기차가 지나가는 마을>의 여자는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다. 엄마는 여자를 두고 떠났다. 외삼촌 밑에서 자란 여자는 외삼촌이 보통 이상의 정성을 들여 보살펴 줬음에도 불구하고 결핍에 시달렸다. 그리고 사촌 명희 몫과 똑같은 것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

성년이 된 뒤 여자의 남자가 사촌 명희와 결혼하겠다고 했다. 여자는 자신의 아버지로 짐작되는, 마을에서 반편이 취급받는 만연의 집에 간다. 만연은 장판 밑에 돈을 보관했고, 그 돈들은 제 값어치를 못하고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있었다. 여자는 만연의 집에 불을 지르고 마을을 떠난다.

<불륜의 방식>의 여자는 학교 교사다. 쓰레기 매립장 위에 지어진 아파트에서 사는 그녀는 오빠 친구이자, 별볼일 없는 외모의 의사와 불륜 중이다.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의 불륜을 동료 교사에게 들키고 만다. 동료 교사는 여자도 불륜을 저지를 줄 몰랐다며 동료의식을 느끼지만, 여자는 동료 교사가 불편하기만 하다.

어느 날, 뉴스에 불륜상대의 아내가 자살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타살 여부도 조사중이라 했는데, 그 의사에게서 불쾌한 진료를 받았다는 여성의 제보가 잇따랐다.

여자는 어디선가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참을 수 없어진 여자는 토하기 시작한다.

<개양귀비>의 시어머니는 꽃을 키운다. 그러면서 사람에게는 사뭇 박정하다. 주인공 여자는 그것이 못내 이율배반적이라 느껴진다.

어느 날 시어머니가 개양귀비 때문에 경찰에 끌려가 한바탕 고초를 겪게 된다. 그 과정에서 여자는 시할아버지의 젊은 부인과 시아버지의 역마살, 시어머니가 차례로 아들들을 빼앗긴 뒤 사람이 아닌 화초에 골몰하게 된 사연 등을 알게 된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남자> 태백 폐탄광을 카지노와 신흥도시로 설계하는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고 남자는 미뤄두었던 가정사들의 질곡에 차츰 빠져든다. 남동생은 범죄로 수배중이었고, 여동생은 명품 쇼핑에 병적으로 집착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남긴 빚더비를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사모님처럼 살고 싶어했다.

차를 담보로 대출받아 급한 불이라도 끄려했던 남자는 차 마저 이미 아내가 저당잡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남자는 스케이트보드를 얻게 된다. 남자는 스케이트 보드 위에 올라 차도로 나선다. 경차진 차도를 달려 내려가며 그는 잠깐이나마 해방감을 맛본다.

<회전문> 어느 날 어머니가 학교 교장인 아버지와 이혼하겠다고 선언한다.

여자는 삼촌의 후배이자 운동권인 남편과 결혼했는데, 그는 환경시민단체의 간사였다. 남편은 투병 끝에 죽을 고비를 이겨냈지만 그 직후 불륜에 빠져들었다. 여자는 남편에게 이혼을 선언하고, 남편은 경제권이 없어 비굴해지다가 여자의 선언이 비가역적이라는 것을 깨닫자 이를 사려물며 여자를 경멸한다.

아버지를 만나니 어머니에게 해외 여행을 보내주기로 했다고 했다. 이혼소동은 그것으로 끝난 모양이었다.

<무월의 시간>의 여자는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알이라는 남자의 병수발을 들게 된다. 알에게는 비비안이라는 배다른 누이가 있었다.

어느 날 여자는 알과 비비안이 어떤 관계였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탁자 위에 남겨진, 그동안 남자를 병수발하는 동시에 비비안과 관계를 맺은 남자들도 보게된다.

<종소리> 산자락 끝 외딴 집에 기묘한 분위기의 여자가 살았다. 여자의 집에서는 종소리가 울렸다. 주인공 여자가 산에 갔다가 뱀에 물려 그 집에서 잠깐 머물게 된다. 얼마 뒤 산자락을 재개발하려는 업자들이 보낸 용역깡패 같은 자들이 외딴 집 여자를 위협한다. 주인공 여자가 그들에게 대들다 겁탈 당한다. 얼마 뒤 산사태가 일어나 외딴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저만치 누군가 보이네> 문창과 소개 홈페이지에 누군가 장난을 쳐놓는다. '정예리라는 여자는 내것이다' 식의 글을 올린 것이다. 이 글을 읽은 지도교수 여자는 몹시 불쾌하다. 정예리와 친하게 지내는 명기의 소행이라고 생각하여 다그쳤는데 뜻밖에도 명기는 그 글이 정예리 자신이 쓴 글이라고 했다. 명기는 그날 밤 술에 취해 작전지역에서 행방불명이 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355248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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