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노린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4
마츠모토 세이조 지음, 문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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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와전기회사가 입체자금 조달에 압박을 받다가 어음사기를 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업무책임자인 회계과장이 이 사건으로 자살하고 만다. 회계과장의 신임을 받던 부하 직원 하기자키 다쓰오는 공분을 느껴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그의 친구이자 신문기자인 다무라가 이를 돕는다. 회사 고문 변호사인 세누마씨 역시 전직 형사를 고용해 어음사기꾼들을 추적한다.

사건을 파해치는 과정에서 이들은 어음사기꾼들의 배후에 후네자카 히데아키라는 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우익 조직을 이끌고 있었는데 조직 유지 자금을 위해 어음 사기를 일삼고 있었던 것이다.

어음사기꾼이 자신을 추적하던 전직 형사를 우발적으로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후네자카 일파는 변호사마저 납치하여 살해한다. 다쓰오는 사건의 주변을 서성이는 아름다운 여인 우에자키 에쓰코의 존재 때문에 다무라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지 못한 채 독자적인 조사를 이어나가는데, 어음사기꾼 겐키치가 목 메달아 자살한 시체가 발견된다. 시체의 부패 상태로 보아 그는 전직 형사를 죽인 직후인 4개월 전에 자살한 것으로 판명이 되자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추리소설은 본디 이상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 말하자면 인간관계가 극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추리소설에 더욱 리얼리티가 필요한 법이다......현대처럼 인간관계가 복잡하고 서로의 조건들이 착종되거나 절단된,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이 개개로 고립된 상태에서는 추리소설의 수법이 좀더 폭넓게 활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리얼리티의 부여도 더욱 필요해진다고 생각한다.

 

세이초는 추리소설에 리얼리티가 부여되어야만 독자에게 실감을 줄 수 있고 나아가 인간성과 사회성을 함께 탐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한 신념으로 세이초는 범행의 트릭보다는 범행의 동기에 주목했다.

 

동기를 강조하는 것은 그것이 그대로 인간묘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범죄 동기는 극적인 상태에 놓여진 인간의 심리에서 비롯된다......나는 동기에 좀더 사회성이 부여되기를 주장하는 바이다. 그렇게 되면 추리소설도 좀더 폭넓어지면서 깊이를 더해가게 되고, 그러다 보면 더러는 문제제기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일본 경찰은 살인의 경우 수사 1과가 담당하고 지능범죄의 경우는 수사 2과가 담당한다. 단순 경제사범의 범죄로 시작된 이 소설은 점차 살인으로 발전하고 전후 우익의 문제로까지 확장된다. 전쟁 전 일본 우익의 재원은 군부의 기밀비로 경제적 제약을 그다지 받지 않았다. 그러나 전후 예전 후원자를 잃어버린 일본 우익은 그 재원을 비합법적인 수단에 호소하기 시작했고 공갈, 사기, 횡령 등을 일삼기 시작한 것이다. 야쿠자와 일본 우익의 긴밀한 관계도 이러한 전후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점과 선>과 거의 같은 시기에 <주간 요미우리>에 동시 연재한 <너를 노린다>는 연재 당시 <눈의 벽>이라는 제목이었고 1958년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두 작품 모두 독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게 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98798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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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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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구로, 시로, 아오, 아카, 그리고 다자키 쓰쿠루는 완벽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균형을 유지하는 동아리를 이루었었다. 다섯은 성적인 관심을 배제한 채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지만 일체감을 느끼며 생활해 간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다자키 쓰쿠루만 도쿄에 소재한 공대에 입학하고 나머지 넷은 나고야에 소재한 대학을 선택한다. 서로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한동안은 고등학교 시절의 일체감을 확인하며 소식을 주고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다자키 쓰쿠루가 고향으로 돌아가 네 명에게 연락을 했을 때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감지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분탓이라고 생각했지만 네 명이 의식적으로 자신을 피한다는 것이 점차 명백해졌고, 급기야 두 번 다시 연락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받게 된다. 다자키 쓰쿠루는 이유도 듣지 못한채 동아리로부터 팽개쳐지고 만다.

한동안 다자키 쓰쿠루는 거의 죽음만을 생각하며 살게 된다. 스스로 생명을 끊는 것만이 무엇보다도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라는 생각에 경도되어 아슬아슬한 한계선을 넘기기 직전인 날들이 이어진다. 가까스로 삶으로 되돌아오지만 다자키 쓰쿠루의 외모와 성격은 이전보다 날카로와진다.

그 즈음 하이다라는 친구를 사귀게 된다. 하이다는 능숙하고 절제된 폼으로 수영을 하는 친구였는데 아버지가 젊었을 적에 떠났다는 여행 이야기와 라자르 베르만이 연주한 리스트의 <순례의 해> LP 3장 세트를 남긴 채 쓰쿠루의 곁을 홀연히 떠나고 만다. 다자키 쓰쿠루는 자신이 색채가 없는 텅 빈 그릇 같다고 느낀다.

 

소원했던 대로 역사를 만드는 일을 갖게 된 서른 여섯의 다자키 쓰쿠루는 과거의 상실감을 묻어둔 채 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살아간다. 여자친구 사라가 어느 날 다자키 쓰쿠루의 과거 이야기를 듣더니 그에게 치유되지 못한 부분이 있어 타인에게 마음을 완전히 열지 못하는 것 같다며 네 명을 만나볼 것을 권한다. 16년만에 다자키 쓰쿠루는 과거의 친구들을 찾는다.

아오와 아카는 각기 다른 분야지만 나름대로 성공을 향해 착실한 걸음을 딛고 있었다. 다자키 쓰쿠루는 자신이 동아리에서 추방된 이유가 시로의 충격적인 발언 때문이었음을 알게 된다. 시로는 자신이 다자키 쓰쿠루에게 강간당했다고 이야기했던 것이다. 아오와 아카는 다자키 쓰쿠루가 강간을 하지 않았음을 어느 순간부터 알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시로의 이야기를 끝까지 믿을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시로는 누군가에게 참혹하게 살해 당했고, 구로는 핀란드로 이민을 갔다고 했다.

핀란드로 가서 구로를 만난 다자키 쓰쿠루는 구로가 고등학교 시절 자신을 좋아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시로가 정신의 긴장을 견디지 못하고 이상하게 되어버린 이야기들을 듣는다. 

 

도쿄로 돌아온 다자키 쓰쿠루는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로가 완벽한 균형을 유지했던 동아리의 균열을 감지하고 이를 견디지 못해 폭력적인 방식으로 행동했던 것은 아닌지, 혹은 절제된 성적인 부분들의 영향은 없었는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핀란드로 떠나기 전 중년 남성과 걸으며 웃던 사라의 모습을 떠올리며 질투심보다는 물리적인 고통을 느낀다. 

사라에게 다른 남자는 없는지 직설적인 질문을 던진 다자키 쓰쿠루는 어찌되었든 최선을 다해 자신을 보여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생각한다. 자신이 할 일은 어쨌든 특별한 역사를 만드는 것이고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차차 고쳐갈 수밖에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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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과는 미묘한 차이점이 느껴진다. 고통과 상실감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다자키 쓰쿠루는 과거에 입었던 상처와 이로 인한 상실감을, 비록 사라라는 여자친구의 권유이긴 하지만, 직시한려고 노력한다. 이전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에서는 나오지 않는 방식이다. 더 나아가 사라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 지고자 노력한다. 

기존 소설에서였다면 다자키 쓰쿠루는 흘러가는 상황에서 한 걸음 물러나 조용히 관조하고, 원치 않는 결말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적극적인 방식은 아닐 지라도 이번 소설에서는 질투심에 근접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새벽에 전화를 거는, 무라카미 하루키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어쩌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실감에 대한 관조적 태도 덕분에 그만의 스타일을 획득했는지도 모른다. 중견 칭호를 얻은지 오래 전인 그가 새삼 그만의 스타일을 버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향후 그의 작품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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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털리 부인의 연인 1 펭귄클래식 33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최희섭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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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에 콘스탄스는 클리퍼드 채털리와 결혼했는데 한 달간의 신혼을 보낸 후 클리퍼드가 참전했고, 육 개월 후에 부상을 입어 하반신이 마비된 채 되돌아온다. 1920년 가을, 둘은 클리퍼드의 고향인 랙비로 간다. 그곳은 클리퍼드의 영지로 테버셜 광산이 있었다.

클리퍼드는 그곳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콘스탄스는 클리퍼드가 소설에 몰두할 수 있도록 내조했고 그가 쓰는 소설들이 지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콘스탄스의 아버지 맬컴 경은 그 소설들이 아무런 내용 없는 빈 껍데기 뿐이라 했다. 클리퍼드는 소설이 조금씩 팔리기 시작하자 명성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은 추악했다.

그 즈음 클리퍼드가 초청한 작가 중 마이클리스라는 인물이 콘스탄스에게 반한다. 콘스탄스는 마이클리스와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마이클리스는 편벽한 사람이었고, 둘의 관계가 지속되지는 못한다.

클리퍼드는 광산업을 통해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어한다. 그는 자신이 불구라는 사실을 그러한 힘을 취함으로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듯 했다. 콘스탄스는 클리퍼드를 시중드는 일에 진력이 나 있었기에 볼턴 부인을 고용해 그를 전적으로 시중들게 한다. 

어느 날 영지의 사냥터지기 맬로즈가 콘스탄스의 눈에 띈다. 그는 조용히 혼자 살아가는 사람이었는데 말수가 적었고 전 부인과의 관계가 순탄치 못했다고 했다. 콘스탄스는 맬로즈의 육체에서 묘한 매력을 느껴 그에게 다가서지만 맬로즈는 모든 인간관계에 불신감만 드러낼 뿐이었다. 탐색과 경계로 점철되는 대화와 만남이 몇 차례 반복된 이후 상대방에 대한 불신이 해제되고 둘은 관계를 나눈다. 따뜻한 성관계를 경험한 콘스탄스는 자신은 클리퍼드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고, 맬로즈는 전 부인과 이혼해야 하리라 생각한다.

클리퍼드는 자신의 영지와 신분을 물려줄 아이를 원했고 콘스탄스는 맬로즈의 아이를 임신한다. 콘스탄스는 언니 힐다와 떠난 여행 중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하게 되어 아이가 생겼다고 남편을 속이기로 결심한다.

맬로즈 역시 전부인과의 이혼을 하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는다. 전부인이 와서 행패를 부리고 추문이 떠돌자 맬로즈는 해고되어 랙비를 떠나게 된다. 콘스탄스는 클리퍼드에게 맬로즈와 있었던 일을 모두 털어 놓는다. 클리퍼드는 콘스탄스가 말한 이야기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런던에서 생활하게 된 맬로즈가 콘스탄스에게 모든 것이 잘 되리라는 낙관적인 편지를 보낸다. 

 

우리 시대는 본질적으로 비극적이어서 우리는 이 시대를 비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큰 변동이 일어난 후 우리는 폐허 속에 살고 있으며, 조그만 거주지를 새로 세우고, 새롭고 작은 희망을 품기 시작한다. 이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미래로 나아가는 순탄한 길이 이제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장애물을 돌아서 가거나 기어 넘어간다. 우리는 살아 나가야 한다. 하늘이 아무리 여러 번 무너진다 해도 말이다. 1917년에 콘스탄스 채털리는 대략 이러한 처지에 처해 있었다.

 

작품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러시아에 소비에트가 건설된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쟁이 휩쓸고간 비참한 유럽은 산업화가 가속화되어 인간의 개성이 압살되고 있었다. 로렌스는 영국에 또 다른 재앙이 밀려올 것이라 생각했고 작가의 예언대로 얼마 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로렌스는 비참한 영국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따뜻한 성교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불이 뿜어져 나오는 광산을 산업화의 표징으로 보았고 그곳을 지옥으로 생각했다. 로렌스는 볼셰비즘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볼셰비즘의 유물론적 세계관도 결국 물질을 우위에 두고 있기에 인간의 따뜻한 감정을 회복시킬 수는 없다고 믿은 것 같다.

로렌스가 제시하는 대안은 영국은 섹스를 통해 부활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야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신과 육체가 조화를 이룰 때, 그리고 정신과 육체가 서로를 자연스럽게 존중할 때 삶은 견딜 만해진다."

 

그리하여 사냥터지기 맬로즈의 입을 빌어 남자들이 주황색 바지를 입고 다니며 자신의 신체를 자랑스럽게 뽐내면 여자들 역시 그러할 것이고, 돈이 많지 않더라도 자족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 말한다. 

 

형들이 모이면 술마시며 밤새도록
하던 얘기 되풀이해도 싫증이 나질않는데
형들도 듣기만 했다는
먼 얘기도 아닌
이 지구안에 어떤곳에 많은 사람들이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꽂았다고
거리에 비둘기 날고 (노래 날고)
사람들이 머리에 꽃을
그건 정말 멋진 얘기야

그러나 지금은 지난 얘길뿐이라고
지금은 달라 될수가 없다고 왜 지금은 왜 지금은
난 보고싶은데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코니와 멜로즈가 서로 상대방 음모에 꽃을 엮어주는 대목에서 나는 들국화의 노래 "머리에 꽃을" 가사와 우드스탁에서 히피들이 현란한 색깔의 바지를 입고 머리에 꽃을 꽃은 장면들이 떠올랐다. 그들의 운동은 실패로 끝났다. 실패의 원인을 거칠게 이야기하면 의식만을 강조한 나머지 현실의 문제를 도외시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LSD 와 같은 약물로 Nirvana를 추구했던 것은 그런 맥락이 아닐까 생각한다.
 
로렌스는 폐결핵으로 오랫동안 고생했다고 한다. 알려져 있기로 폐결핵은 성적 욕구를 부추기는 한편, 성불능을 만든다고 한다. 클리퍼드가 하나의 상징이냐는 질문에 로렌스는 약간 얼버무리는 태도를 보였다고 하는데, 클리퍼드가 자신과 오버랩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로렌스가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단지 성에 관한 면이 아니라 인간성 회복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는 따뜻한 성관계를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고 물질만능의 산업화 사회에서 인간을 우선하는 사회로 회귀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도리스 레싱의 서문에 의하면 작품은 외설시비에 말려 재판에 회부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법정은 로렌스가 우회적인 방법으로 표현한 항문성교와 동성애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팽귄클래식에서 출간된 판본은 로렌스가 세번째로 고쳐쓴 판본으로 무삭제 결정판 텍스트를 번역한 것이다. 멜로즈의 사투리 부분을 충청도식 어미로만 처리하고 있는데 여간만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 작가 자신이 작품에 대해 설명(옹호) 한 <채털리 부인의 연인> 이야기와 도리스 레싱의 서문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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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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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애인 짐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조지는 매일 아침 낯설음을 느끼며 깨어나 고통스러운 하루를 보낸다. 느닷없이 상실감이 찾아왔고, 자신이 소수자 그룹에 속해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분노하기도 했다. 때로 젊은이들의 육체에 아름다움을 느끼며 도취되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자신의 현재 모습을 직시하며 무력감에 사로 잡힌다.

대학 교수로 일하는 조지는 학생들에게 때때로 속내를 내비치는 강의를 하기도 한다.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문학작품 속에 숨은 의미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여 들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조지의 강의를 제대로 이해하는 학생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오랜 이성 친구 샬럿은 조지와 짐의 관계를 알고 있었던 것 같지만 여전히 조지에게 구애를 한다. 상실감이 너무 깊은 날이면 조지 역시 샬럿에게서 따뜻함을 구하지만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할 수는 없음을 알고 있다.

어느 날 밤, 자주 가는 술집에서 제자 케니와 맞닥뜨린 조지는 그가 동성애자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한다. 심상한 몸짓은 유혹의 몸짓으로 해석되고 그가 털어놓는 고민들도 조지를 떠보려는 물음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케니는 조지가 잠든 후 집을 빠져나간다. 조지가 바라던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조지는 자신이 심근경색으로 급사하는 상상을 한다.

 

소설의 배경은 1962년 크리스마스 직전이다. 1962년 미국은 전후 매카시 선풍이 몰아닥친 후 소련과의 냉전구도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이다.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한 쿠바가 소련의 핵미사일을 설치했고, 3차 세계대전에 대한 공포가 미국인들의 의식을 붕괴 직전까지 몰아가던 때이다.

 

작가는 조지의 입을 빌어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헉슬리의 소설을 가지고 강의를 하던 조지는 소수집단을 박해하는 다수집단, 소수집단들 사이의 경쟁관계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다.

 

"소수집단이 박해를 받는다고 가정합시다. 이유는 상관없어요. 정치적, 경제적, 심리적 이유......박해 그 자체는 늘 잘못된 것입니다......그러나......자유주의자들은 말합니다. 다수가 박해받는 일은 몹시 나쁘며, 그러므로 소수는 박해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저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자유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소수집단을 결함을 가진 사람들로 보고 좋아하지 않거나 미워하는데 박해 자체는 나쁘다고 하면서도 누군가 박해를 받아야만 한다면 그것은 소수자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해보죠. 소수집단은 다수를 미워합니다......소수집단은 다른 소수집단까지 미워합니다. 왜냐하면 소수집단은 모두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소수집단은 저마다 자기 집단이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고 자기 집단이 가장 심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죠......박해를 받고 있는 사람은 자기 상황을 미워합니다. 그런 상황을 일어나게 만든 사람들을 미워합니다. 그래서 미움의 세계에 있습니다......"

 

한편 소수자들은 다른 소수자 집단들과 경쟁 구도를 만들어 연대의 가능성을 포기하고, 미움과 불신의 세계에서 살아가기가 쉽다. 따라서 소수자 집단의 상황은 매번 악화될 개연성이 크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는 동성애자 조지를 통해 이러한 상황을 담담하면서도 지적인 필체로 그려내고 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95766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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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인디고 : 제1회 호스트 선수권대회
가토 미아키 지음, 김소영 옮김 / 갤리온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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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복수자

 

신원불상의 여성이 뿌린 수산화나트륨에 잘나가는 호스트 두 명이 얼굴과 손에 화상을 입고 은퇴 위기에 처한다. 왕도계 호스트바 <엘도라도>의 넘버원 호스트 구야가 아키라에게 도움을 청한다. 구야는 신입 호스트 이쓰키를 조력자로 보내오는데, 문제는 이쓰키가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쓰키는 쉽게 말해 왕따 기질이 있는 성격이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이쓰키를 괴롭힌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는 복수를 당했왔던 것. 게다가 강박증까지 있어 이쓰키는 동료 호스트들로부터 노골적으로 배척받는데, 아키라는 이쓰키를 믿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마침내 드러난 범인은 이쓰키와 무척 가까운 사람.

 

o 마이너리티 코드

 

출판사에서 일하는 하라시마가 어느 날 실종된다. 하라시마의 행방을 찾던 아키라 일행은 잡지 편집을 맡은 외주업체의 여직원도 어느 날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다. 시오야가 평소의 그답지 않게 사건 해결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수금원 2인조까지 가세된 사건은 복잡한 양상으로 발전한다.

도쿄대를 나와 재테크에 재능을 보이며 연일 상승세를 타던 시오야의 입사 동료와, 고지식하고 앞뒤 가리지 않는 탓에 좌천된 시오야의 대비가 흥미롭다.

 

o 초콜릿 비스트

 

호적상으로는 엄연히 '남자'이지만 뉴하프계 레스토랑을 이끄는 나기사 마담의 가게에 강도가 든다. 나기사 마담은 중국계로 추정되는 강도들을 유도 실력을 발휘해 제압하는데 문제는 강도들에게 아키라가 던진 가방에 있었다. 가방 안에는 나기사 마담이 애지중지하는 '43만엔' 짜리 강아지가 들어있었던 것. 단서는 오직 용의자의 등에 그려진 용문신과 문신사가 세긴 사인과 같은 표식 뿐.

 

o 제1회 호스트 선수권 대회

 

아무렇게나 지은 예명을 가진 '요시다 요시오'는 원래 베트민턴 선수로 발군의 실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운동을 그만 두었고, 그 후 자포자기 심정으로 살다가 호스트가 된다. 시오야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요시다 요시오에게 호스트 선수권 대회에 출전해보라고 권한다. 대회 출전 후 눈에 띄게 활기가 넘치던 요시다 요시오에게 누군가가 협박을 가해온다.

요시다 요시오의 심장병약을 누군가 훔쳐가 절체 절명의 위기가 닥치고, 공연장에 뛰어 올라온 또 한명의 호스트가 뜻밖의 폭로를 해 대회 자체는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30대 프리랜서 작가 다카하라 아키라가 편집자 시오야에게 "클럽 같은 홀에서 디제이나 댄서 같은 선수들이 술을 따라 주는 호스트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뜬금 없는 발언을 흘린 것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진 호스트바가 <클럽 인디고>이다. 주류 호스트바와는 한참 동떨어진 사도의 길을 걷는 <클럽 인디고>이지만 나름대로 인기를 구가한다. 그런데 이 <클럽 인디고> 주변에서는 이상하게도 사건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아키라와 동업자 시오야, 호스트 선수들은 나름대로 힘을 보태 사건 해결에 일조한다.

비주류인 호스트 업계에서 또 다시 비주류를 자처한 <클럽 인디고>의 선수들, 그들의 모습이 현실에는 있을 법 하지 않기에 도리어 따뜻함을 준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94879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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