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동성 애인 짐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조지는 매일 아침 낯설음을 느끼며 깨어나 고통스러운 하루를 보낸다. 느닷없이 상실감이 찾아왔고, 자신이 소수자 그룹에 속해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분노하기도 했다. 때로 젊은이들의 육체에 아름다움을 느끼며 도취되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자신의 현재 모습을 직시하며 무력감에 사로 잡힌다.

대학 교수로 일하는 조지는 학생들에게 때때로 속내를 내비치는 강의를 하기도 한다.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문학작품 속에 숨은 의미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여 들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조지의 강의를 제대로 이해하는 학생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오랜 이성 친구 샬럿은 조지와 짐의 관계를 알고 있었던 것 같지만 여전히 조지에게 구애를 한다. 상실감이 너무 깊은 날이면 조지 역시 샬럿에게서 따뜻함을 구하지만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할 수는 없음을 알고 있다.

어느 날 밤, 자주 가는 술집에서 제자 케니와 맞닥뜨린 조지는 그가 동성애자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한다. 심상한 몸짓은 유혹의 몸짓으로 해석되고 그가 털어놓는 고민들도 조지를 떠보려는 물음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케니는 조지가 잠든 후 집을 빠져나간다. 조지가 바라던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조지는 자신이 심근경색으로 급사하는 상상을 한다.

 

소설의 배경은 1962년 크리스마스 직전이다. 1962년 미국은 전후 매카시 선풍이 몰아닥친 후 소련과의 냉전구도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이다.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한 쿠바가 소련의 핵미사일을 설치했고, 3차 세계대전에 대한 공포가 미국인들의 의식을 붕괴 직전까지 몰아가던 때이다.

 

작가는 조지의 입을 빌어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헉슬리의 소설을 가지고 강의를 하던 조지는 소수집단을 박해하는 다수집단, 소수집단들 사이의 경쟁관계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다.

 

"소수집단이 박해를 받는다고 가정합시다. 이유는 상관없어요. 정치적, 경제적, 심리적 이유......박해 그 자체는 늘 잘못된 것입니다......그러나......자유주의자들은 말합니다. 다수가 박해받는 일은 몹시 나쁘며, 그러므로 소수는 박해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저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자유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소수집단을 결함을 가진 사람들로 보고 좋아하지 않거나 미워하는데 박해 자체는 나쁘다고 하면서도 누군가 박해를 받아야만 한다면 그것은 소수자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해보죠. 소수집단은 다수를 미워합니다......소수집단은 다른 소수집단까지 미워합니다. 왜냐하면 소수집단은 모두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소수집단은 저마다 자기 집단이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고 자기 집단이 가장 심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죠......박해를 받고 있는 사람은 자기 상황을 미워합니다. 그런 상황을 일어나게 만든 사람들을 미워합니다. 그래서 미움의 세계에 있습니다......"

 

한편 소수자들은 다른 소수자 집단들과 경쟁 구도를 만들어 연대의 가능성을 포기하고, 미움과 불신의 세계에서 살아가기가 쉽다. 따라서 소수자 집단의 상황은 매번 악화될 개연성이 크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는 동성애자 조지를 통해 이러한 상황을 담담하면서도 지적인 필체로 그려내고 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95766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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