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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노린다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4
마츠모토 세이조 지음, 문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평점 :
쇼와전기회사가 입체자금 조달에 압박을 받다가 어음사기를 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업무책임자인 회계과장이 이 사건으로 자살하고 만다. 회계과장의 신임을 받던 부하 직원 하기자키 다쓰오는 공분을 느껴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그의 친구이자 신문기자인 다무라가 이를 돕는다. 회사 고문 변호사인 세누마씨 역시 전직 형사를 고용해 어음사기꾼들을 추적한다.
사건을 파해치는 과정에서 이들은 어음사기꾼들의 배후에 후네자카 히데아키라는 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우익 조직을 이끌고 있었는데 조직 유지 자금을 위해 어음 사기를 일삼고 있었던 것이다.
어음사기꾼이 자신을 추적하던 전직 형사를 우발적으로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후네자카 일파는 변호사마저 납치하여 살해한다. 다쓰오는 사건의 주변을 서성이는 아름다운 여인 우에자키 에쓰코의 존재 때문에 다무라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지 못한 채 독자적인 조사를 이어나가는데, 어음사기꾼 겐키치가 목 메달아 자살한 시체가 발견된다. 시체의 부패 상태로 보아 그는 전직 형사를 죽인 직후인 4개월 전에 자살한 것으로 판명이 되자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추리소설은 본디 이상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 말하자면 인간관계가 극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추리소설에 더욱 리얼리티가 필요한 법이다......현대처럼 인간관계가 복잡하고 서로의 조건들이 착종되거나 절단된,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이 개개로 고립된 상태에서는 추리소설의 수법이 좀더 폭넓게 활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리얼리티의 부여도 더욱 필요해진다고 생각한다.
세이초는 추리소설에 리얼리티가 부여되어야만 독자에게 실감을 줄 수 있고 나아가 인간성과 사회성을 함께 탐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한 신념으로 세이초는 범행의 트릭보다는 범행의 동기에 주목했다.
동기를 강조하는 것은 그것이 그대로 인간묘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범죄 동기는 극적인 상태에 놓여진 인간의 심리에서 비롯된다......나는 동기에 좀더 사회성이 부여되기를 주장하는 바이다. 그렇게 되면 추리소설도 좀더 폭넓어지면서 깊이를 더해가게 되고, 그러다 보면 더러는 문제제기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일본 경찰은 살인의 경우 수사 1과가 담당하고 지능범죄의 경우는 수사 2과가 담당한다. 단순 경제사범의 범죄로 시작된 이 소설은 점차 살인으로 발전하고 전후 우익의 문제로까지 확장된다. 전쟁 전 일본 우익의 재원은 군부의 기밀비로 경제적 제약을 그다지 받지 않았다. 그러나 전후 예전 후원자를 잃어버린 일본 우익은 그 재원을 비합법적인 수단에 호소하기 시작했고 공갈, 사기, 횡령 등을 일삼기 시작한 것이다. 야쿠자와 일본 우익의 긴밀한 관계도 이러한 전후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점과 선>과 거의 같은 시기에 <주간 요미우리>에 동시 연재한 <너를 노린다>는 연재 당시 <눈의 벽>이라는 제목이었고 1958년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두 작품 모두 독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게 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98798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