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털리 부인의 연인 1 펭귄클래식 33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최희섭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917년에 콘스탄스는 클리퍼드 채털리와 결혼했는데 한 달간의 신혼을 보낸 후 클리퍼드가 참전했고, 육 개월 후에 부상을 입어 하반신이 마비된 채 되돌아온다. 1920년 가을, 둘은 클리퍼드의 고향인 랙비로 간다. 그곳은 클리퍼드의 영지로 테버셜 광산이 있었다.

클리퍼드는 그곳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콘스탄스는 클리퍼드가 소설에 몰두할 수 있도록 내조했고 그가 쓰는 소설들이 지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콘스탄스의 아버지 맬컴 경은 그 소설들이 아무런 내용 없는 빈 껍데기 뿐이라 했다. 클리퍼드는 소설이 조금씩 팔리기 시작하자 명성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은 추악했다.

그 즈음 클리퍼드가 초청한 작가 중 마이클리스라는 인물이 콘스탄스에게 반한다. 콘스탄스는 마이클리스와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마이클리스는 편벽한 사람이었고, 둘의 관계가 지속되지는 못한다.

클리퍼드는 광산업을 통해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어한다. 그는 자신이 불구라는 사실을 그러한 힘을 취함으로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듯 했다. 콘스탄스는 클리퍼드를 시중드는 일에 진력이 나 있었기에 볼턴 부인을 고용해 그를 전적으로 시중들게 한다. 

어느 날 영지의 사냥터지기 맬로즈가 콘스탄스의 눈에 띈다. 그는 조용히 혼자 살아가는 사람이었는데 말수가 적었고 전 부인과의 관계가 순탄치 못했다고 했다. 콘스탄스는 맬로즈의 육체에서 묘한 매력을 느껴 그에게 다가서지만 맬로즈는 모든 인간관계에 불신감만 드러낼 뿐이었다. 탐색과 경계로 점철되는 대화와 만남이 몇 차례 반복된 이후 상대방에 대한 불신이 해제되고 둘은 관계를 나눈다. 따뜻한 성관계를 경험한 콘스탄스는 자신은 클리퍼드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고, 맬로즈는 전 부인과 이혼해야 하리라 생각한다.

클리퍼드는 자신의 영지와 신분을 물려줄 아이를 원했고 콘스탄스는 맬로즈의 아이를 임신한다. 콘스탄스는 언니 힐다와 떠난 여행 중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하게 되어 아이가 생겼다고 남편을 속이기로 결심한다.

맬로즈 역시 전부인과의 이혼을 하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는다. 전부인이 와서 행패를 부리고 추문이 떠돌자 맬로즈는 해고되어 랙비를 떠나게 된다. 콘스탄스는 클리퍼드에게 맬로즈와 있었던 일을 모두 털어 놓는다. 클리퍼드는 콘스탄스가 말한 이야기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런던에서 생활하게 된 맬로즈가 콘스탄스에게 모든 것이 잘 되리라는 낙관적인 편지를 보낸다. 

 

우리 시대는 본질적으로 비극적이어서 우리는 이 시대를 비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큰 변동이 일어난 후 우리는 폐허 속에 살고 있으며, 조그만 거주지를 새로 세우고, 새롭고 작은 희망을 품기 시작한다. 이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미래로 나아가는 순탄한 길이 이제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장애물을 돌아서 가거나 기어 넘어간다. 우리는 살아 나가야 한다. 하늘이 아무리 여러 번 무너진다 해도 말이다. 1917년에 콘스탄스 채털리는 대략 이러한 처지에 처해 있었다.

 

작품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러시아에 소비에트가 건설된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쟁이 휩쓸고간 비참한 유럽은 산업화가 가속화되어 인간의 개성이 압살되고 있었다. 로렌스는 영국에 또 다른 재앙이 밀려올 것이라 생각했고 작가의 예언대로 얼마 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로렌스는 비참한 영국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따뜻한 성교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불이 뿜어져 나오는 광산을 산업화의 표징으로 보았고 그곳을 지옥으로 생각했다. 로렌스는 볼셰비즘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볼셰비즘의 유물론적 세계관도 결국 물질을 우위에 두고 있기에 인간의 따뜻한 감정을 회복시킬 수는 없다고 믿은 것 같다.

로렌스가 제시하는 대안은 영국은 섹스를 통해 부활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야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신과 육체가 조화를 이룰 때, 그리고 정신과 육체가 서로를 자연스럽게 존중할 때 삶은 견딜 만해진다."

 

그리하여 사냥터지기 맬로즈의 입을 빌어 남자들이 주황색 바지를 입고 다니며 자신의 신체를 자랑스럽게 뽐내면 여자들 역시 그러할 것이고, 돈이 많지 않더라도 자족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 말한다. 

 

형들이 모이면 술마시며 밤새도록
하던 얘기 되풀이해도 싫증이 나질않는데
형들도 듣기만 했다는
먼 얘기도 아닌
이 지구안에 어떤곳에 많은 사람들이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꽂았다고
거리에 비둘기 날고 (노래 날고)
사람들이 머리에 꽃을
그건 정말 멋진 얘기야

그러나 지금은 지난 얘길뿐이라고
지금은 달라 될수가 없다고 왜 지금은 왜 지금은
난 보고싶은데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코니와 멜로즈가 서로 상대방 음모에 꽃을 엮어주는 대목에서 나는 들국화의 노래 "머리에 꽃을" 가사와 우드스탁에서 히피들이 현란한 색깔의 바지를 입고 머리에 꽃을 꽃은 장면들이 떠올랐다. 그들의 운동은 실패로 끝났다. 실패의 원인을 거칠게 이야기하면 의식만을 강조한 나머지 현실의 문제를 도외시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LSD 와 같은 약물로 Nirvana를 추구했던 것은 그런 맥락이 아닐까 생각한다.
 
로렌스는 폐결핵으로 오랫동안 고생했다고 한다. 알려져 있기로 폐결핵은 성적 욕구를 부추기는 한편, 성불능을 만든다고 한다. 클리퍼드가 하나의 상징이냐는 질문에 로렌스는 약간 얼버무리는 태도를 보였다고 하는데, 클리퍼드가 자신과 오버랩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로렌스가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단지 성에 관한 면이 아니라 인간성 회복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는 따뜻한 성관계를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고 물질만능의 산업화 사회에서 인간을 우선하는 사회로 회귀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도리스 레싱의 서문에 의하면 작품은 외설시비에 말려 재판에 회부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법정은 로렌스가 우회적인 방법으로 표현한 항문성교와 동성애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팽귄클래식에서 출간된 판본은 로렌스가 세번째로 고쳐쓴 판본으로 무삭제 결정판 텍스트를 번역한 것이다. 멜로즈의 사투리 부분을 충청도식 어미로만 처리하고 있는데 여간만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 작가 자신이 작품에 대해 설명(옹호) 한 <채털리 부인의 연인> 이야기와 도리스 레싱의 서문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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